함께 그리고 직접 만든다, 사회연대신협은 무엇이 특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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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그리고 직접 만든다, 사회연대신협은 무엇이 특별할까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 인터뷰 "사회연대신협, 사회적경제 특화 금융으로서 역할 할 수 있을 것"
  • 2021.10.13 08:00
  • by 노윤정 기자
▲ 사회연대신용협동조합 창립총회에 참석한 회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가칭)사회연대신협
▲ 사회연대신용협동조합 창립총회에 참석한 회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가칭)사회연대신협

경제를 사람의 몸에 비유할 때 흔히 금융을 '혈관'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금융은 자금이 순환하고 경제가 움직이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실물경제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고 배분하며, 기업의 위험 관리 등을 통해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도록 지원하는 한 축이 바로 금융이다.

하지만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이러한 금융시장에서 소외되어 있다. 이윤 창출과 더불어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은 이윤 극대화와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펼치는 기업들에 비해 투자처로서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 발표 등 우호적인 정책 분위기 속에 공공 주도의 사회적 금융이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책 의존도가 높은 자금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 영역은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사회연대신용협동조합(가칭, 이하 사회연대신협)은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사회적경제를 잘 이해하고 있는 기업 혹은 종사자들이 직접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개인과 기업에 지원하는 사회적 금융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의 네트워크 조직인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공동유대 범위로 하는 일종의 단체신협이다. 신협은 공동유대를 기반으로 조합원들이 협동조합 원칙에 따라 스스로 자금을 조성하고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 즉, 사회연대신협은 사회적경제인들의 연대를 바탕으로 당사자들이 직접 사회적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사회적 금융인 셈이다.

사회연대신협은 지난해 6월 연대회의 내부 논의를 시작으로, 발기인 총회 등을 거쳐 지난 7월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창립총회를 진행했다. 이후 이사회를 중심으로 신협중앙회와 공동유대 적정성 논의, 금융감독과의 논의 과정 등을 거쳤으며, 현재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인 상태.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를 통해 사회연대신협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 ⓒ라이프인
▲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 ⓒ라이프인

여러 금융제도 중 신협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누가 만드느냐'가 중요했다. 그리고 냉정하게 보면 사회적경제가 금융시장에서 소외돼 있어서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이 스스로 자금문제를 해결하는 상호금융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러 상호금융 중 신협이 그동안 사회적 금융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하고자 노력해왔으니 신협이라는 틀을 가지고 우리가 구상하는 것들을 만들어 가면 어떨까 했다. 특히 지자체 기금과 연계된 몇몇 곳을 제외하면 지역신협은 지역 내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용하기 때문에 사회적경제기업 대상의 대출 경험은 없는 곳이 많다. 따라서 사회적경제에 특화된 단체신협을 새롭게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14개 통합지원기관, 4개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협력하고 있다. 타 조직과의 연대가 사회연대신협의 중요한 전략 중 하나로 보인다.

다른 모든 일이 마찬가지지만, 금융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예금을 통해서 돈을 받고, 그것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대출하고, 그 안에서 현금의 유동성이나 신용 리스크 등을 관리하는 모든 과정에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금융을 잘 알면서도 금융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업 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사정을 잘아는 협의체나 그들을 원래 지원하고 있던 지원조직과 협력하는 편이 효율적이지 않겠나.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원들을 연결해 줄 수 있는 협의체와 지원조직의 존재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사회연대신협이 위험 관리를 안정적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우리가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출자금을 가지고 시작하다 보니 거기에 맞는 전략들이 필요하다.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임팩트를 내고 어떻게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외부에서 자원을 조달하는 역량이 너무나 중요한데, 우리는 연대회의라는 베이스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역량을 갖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회연대신협에서 개발할 상품과 기존 사회적 금융 기관의 상품 사이에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

일단, 사회연대신협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으면 제도권 금융기관이 된다. 제도권 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금융당국의 엄격한 관리와 규제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우리는 그런 상황 속에서 가능성을 열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가능성은 경험의 차이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회적경제기업이 지금 당장은 조금 어려워 보여도, 장래성이 있다면 자금을 공급할 수 있지 않나. 기업이 지역에서 어떤 임팩트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읽고, 이 지역에 있는 어떤 자원과 이런 방식으로 연계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면 사회적경제도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부분들을 찾아낼 수 있는지 여부는 사회적경제를 경험해봤고 잘 아느냐, 즉 경험에 달렸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봤을 때 당사자들이 모인 사회연대신협은 분명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가능성을 반영한 금융상품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단순히 자금 공급만이 아니라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사회 목적 프로젝트를 달성할 수 있게끔 지원해주는 비재무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연대신협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캐나다의 데자르뎅(Desjardins) 사례를 벤치마킹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를 벤치마킹했는지 궁금하다.

데자르뎅(Desjardins)만이 아니라 캐나다의 밴시티 신협, 독일의 GLS은행, 네덜란드의 트리오도스 은행처럼 GABV(Global Alliance for Banking on Values, 윤리적 은행업을 하고자 하는 은행들의 네트워크)에 속한 조직들의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 사회적 은행들은 대부분 신협 혹은 협동조합 은행이다. 말하자면, 지역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들이다.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가치에 동참하도록 하고 있다. 밴시티의 경우,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처음으로 여성들이 단독으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사회에서 수요는 있는데 정보와 경험이 없어서 위험성이 커 보였던 부분에 자금을 공급하고, 이윤만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가치 있는 일에 자금을 사용한다고 하면 지지기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직 금융위원회 인가 전인데, 금융당국의 우려는 무엇인가?

현재 사회연대신협 설립에 법률적인 문제는 없다. 당국에서 정책적으로 판단할 때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설득하는 과정에 있다. 일단 금융감독원에서는 대손율, 위험 관리에 대해 우려했다. 사회적경제기업이 부실한 기업으로 보이는 것이다. 사실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있다면 조금 더 명확히 이런 우려에 답할 수 있을 텐데, 기본법이 없는 점이 아쉽다. 그래도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모두 개별법에 따라 일정한 자격조건을 갖추어야 인증을 받거나 조직을 만들 수 있고, 지원체계가 잘 마련돼 있어서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주무부처 입장에서는 지원사업을 통해서 기업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투자대상으로서 위험성이 그렇게 높지 않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에 신협이나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들의 사회적경제기업 대상 연체율은 1~3% 수준이었다.
그리고 중간지원조직이나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들과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 투자 대상으로서 우수한 기업을 발굴하거나 평판정보·사회적 가치 평가 등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중간지원조직의 지원사업들과 연계함으로써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 금융당국에서는 수신 대상이 무분별하게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데, 사회연대신협의 설립 목적은 막대한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경제 내부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신협 사회적예탁금(조합원이 기준금리보다 0.5% 낮은 금리로 예금에 가입하면 신협중앙회에서 매칭하며 1%의 재원을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기금으로 조성) 판매에 집중하려고 하는데, 이런 상품의 경우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들은 가입하기 어렵다. 그러니까 비조합원 예금이 무분별하게 확대되는 것을 제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사회연대신협은 다양한 연대를 통해서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연대 시도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경제 분야는 끊임없이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강조한다. 하지만 연대와 협력을 실현하기는 참 어려운 것 같다. 오히려 수익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추구하는 기업들의 협력은 쉽다. 그런데 사회적경제는 가지고 있는 자원이 제약돼 있고,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모두 충족하는 방법을 찾기도 어렵다. '호혜'를 이야기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내가 한 번 도움을 주면 다음에 나에게도 도움이 돌아오겠지,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호혜 말이다. 냉정하게 보자면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금융도 마찬가지다. 금융시장은 사회적경제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지 않고 정책자금은 명확히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결국 사회적경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 사업은 1~2년 뒤를 바라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다. 제도권금융 안에 속하다 보니 당장은 융통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20년, 30년이 지났을 때 사회연대신협이 사회적경제, 사회적 가치 창출 지원에 특화된 조직으로서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연대신협의 비전을 이야기한다면?

사회연대신협을 만들면서 사회연대신협의 필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금융에 대한 수요가 있다. 사회연대신협의 사업이 이러한 요구에 단시간 내에 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함께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신뢰와 같은 사회적 자본들이 쌓일 것이다. 이런 지향을 가지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상품을 만들다 보면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유입될 것이다. 그렇게 노력하는 시간이 축적되면, 우리가 부러워하는 해외의 사례들과 같은 사회적 은행을 국내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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