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한가위] 로컬로 간 '서울 촌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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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한가위] 로컬로 간 '서울 촌놈' 이야기
로컬에서의 삶, 왜 선택했냐고요?
'서울 촌놈'의 선택은? "우리는 지금 로컬로 간다"
  • 2021.09.21 06:00
  • by 김정란 기자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전영수 교수는 라이프인 기고 '로컬의 뉴노멀③(http://www.lifein.news/news/articleView.html?idxno=12485)'에서 마츠다(増田) 보고서의 좌장 마츠다 히로야의 말을 빌려 '뉴 로컬을 위한 착화제' 중 하나로 '외지인'을 꼽았다. 로컬의 재발견을 위한 기획력에는 당장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거나 한발 벗어난 외부인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수도권과 지방의 인구 격차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로컬'을 다시금 바라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현상들을 듣고, 보면, 사람들이 모두 서울로,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수도권에서 태어나, 혹은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도,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린 외지인들도 있다. 이들은 지역의 외부인으로서의(외부인으로 해야 할)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들은 왜 로컬을 찾았고, 무슨 일을 해나가고 있을까? 라이프인이 2021년 추석 명절을 맞아 서울에서 나고,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 이들이 왜 일터와 삶터로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을 바라보게 됐는지 귀 기울여 보았다. (소개는 가나다 순.)

▲ 권기효 대표

권기효(멘토리 사회적협동조합 대표)의 이야기

사람들이 시골 출신인 줄 아는데 난 평생 강남에서 살았다. '강남 어린이'였다. 대학 때 농촌 봉사활동을 가서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링을 맡았는데, 이 친구들하고의 기억이 되게 좋게 남았다. 그 뒤 진학한 대학원에서 연구실에 앉아 쥐들만 보다 보니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자퇴했다. 로컬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일을 찾기 위해 비영리조직에 들어갔다가 농산어촌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과는 다른 방식, 다른 시선을 가지고 이들을 만나고 싶어 멘토리를 만들었다. 멘토리를 통해 각 지역을 다니면서 미래세대들과 지역의 매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멘토리 사회적협동조합

권 대표가 일하는 멘토리 사회적협동조합은 청소년들이 '머물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160명의 청년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청소년들이 낙후된 지역에 살고 있다, 방치돼 있다, 불쌍하다는 식의 편견을 바탕으로 한 농산어촌의 불우함에 가두지 않고,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든, 자신이 사는 지역 스스로 선택하고 놀고, 일할 수 있도록 미래세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 김형철 대표

김형철(아뜰리에포노마드 대표)의 이야기

서울에서 나고 자라 2011년 서울의 끝자락 망우동에서 가구를 만드는 공방을 시작했다. 가구 제작에는 기술도 필요하긴 하지만, 일정한 규모와 제반 사항을 갖춘 공간도 필요하다. 공간의 필요성에서 비롯한 이주였다. 판매가 온라인 기반으로 이루어지니 거주 지역이 크게 의미 있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수도권은 벗어나고 싶었으나, 두 딸이 있는 아빠로서 교육이나 의료도 고려해야 했다. 그래서 정한 도시가 춘천이었다. 2014년 의암댐 옆 산촌마을에 주거와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벌써 9년 차 춘천살이. 나에게 춘천은 여전히 궁금하고, 지역의 끝에서 끝까지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크기의 도시라는 점이 좋다.

아뜰리에포노마드

아뜰리에포노마드는 문화기획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간을 운영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아뜰리에포노마드의 사업은 크게 코워킹 스페이스 운영(살롱 드 노마드)과 목가구 제작(오크우드스튜디오)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그중 살롱 드 노마드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하여 지역 창업가들을 연결하고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고민과 실험을 하고 있다.

▲ 엄수정 대표
▲ 엄수정 대표

엄수정(스페이스선 대표)의 이야기

나는 성인이 될 때까지 서울서 자랐다. 부모님이 충북 충주로 귀촌을 하셔서 따라오긴 했는데 내가 원해서 왔던 것은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고 나서, 어머니가 아꼈던 텃밭 일을 하다 보면 그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텃밭도 가꾸고, 동물도 키우기 시작했다. 내 주변에 '다른 농촌살이를 해보고 싶다'던 지인들이 있었고, 그들 중 네 명과 작은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공동체 생활에서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것들로 수익을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됐다. 자연 앞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스페이스선을 찾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는 텃밭도 가꾸면서, 자연에 도전하지 않고, 함께 사는 일을 해나가고 있다.

스페이스선

스페이스선은 2017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으로 충북 충주시에 위치해 있다. 빗물탱크, 생태화장실, 지구를 해치지 않는 친환경 비누들을 생산하고 있다. 냄새나지 않는 생태화장실, 빗물을 모아 쓸 수 있는 친환경 빗물탱크 등을 제작하고, 지구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비누, 주방세제 등을 만든다. 스페이스선의 세제는 플라스틱이나 접착제가 사용되지 않은 종이 패키징이 사용되는 등 제품 전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줄이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 오경아 센터장
▲ 오경아 센터장

오경아(평택시 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지원센터 센터장)의 이야기

경기도 안양에서 나서 대학 시절을 서울에서 보냈다. 학생운동부터 시작해, 졸업 이후 다양한 시민사회 활동을 해왔다. 결혼 후 첫아이가 아토피와 기관지염으로 자주 아프면서 친환경 먹거리를 찾던 중에 아이쿱생협을 알게 되었고 2006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었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함께 평택오산아이쿱생협을 2009년에 창립하고 자연드림 매장 2개(평택, 오산)를 열고 다양한 조합원 활동을 하면서 '조직된 주민들의 힘'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후 한신대학원에서 사회적경제를 공부하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라는 자각을 하게 되어 지역의 사회적경제 연대 조직인 '평택협동사회네트워크'에서 2013년부터 활동을 시작하였고,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교육 사업, 판로지원 사업, 사회적경제와 시민사회연대 활동 등을 하게 되었다. '좋은 세상은 누군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각한 사람들이 만들어간다'는 믿음을 가지고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 기업과 기업이 일상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꿈이다.

평택시 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 지원센터

평택시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의 설립 및 운영을 위해 상담, 컨설팅, 교육, 생태계 조성 등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평택에서 사회적경제 영역뿐만 아니라 마을을 중심으로 주민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및 공동체와 네트워크 활성화 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좀 더 촘촘히 주민들의 생활 속에 들어가는 활동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 정은실 대표
▲ 정은실 대표

정은실(직조생활 대표)의 이야기

어릴 적부터 시골 생활의 로망이 있었다. 여행을 통해서 산과 바다가 있는 곳을 다닐 때마다 자연환경 속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자연을 통해 위로도 받고 작업의 영감을 받기도 했다. 수도권은 내 집 하나 마련하기 힘들고 매달 집과 작업실 월세를 내야 하는 현실에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래도 아직 시골의 집들은 저렴하기 때문에 내 집 마련의 목표와 자연환경 속에서 작업하고픈 마음에 이주하게 됐다. 현재 이주한 곳은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으로, 이주 3년 전부터 강원도, 충청도, 제주도 등 전국 각지의 시골집들의 매물을 정말 샅샅이 봤었다. 벌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는데, 처음 집을 알아보러 벌교에 왔을 때 느낌이 좋았다. 집 알아보러 다니며 자주 들렀던 식당 사장님이 너무나 친절했고, 벌교에서 유명한 빵집 사장님은 빵을 챙겨주며 좋은집을 꼭 찾길 바란다며 응원과 격려를 해주기도 했다. 집을 찾아다니며 지친 몸과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느꼈다. 처음부터 가고 싶었던 지역이 아님에도 운명처럼 끌리는 것들이 있는 것처럼, 벌교가 나에겐 그랬다.

직조생활

2015년 서울 망원동에서 직조생활이란 이름으로 공방을 오픈하여 다양한 직조커리큘럼으로 활동해왔다. 개인적인 작품활동뿐만 아니라 공동체 의식을 담은 지역사회 예술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그것들을 전시하는 등의 다양한 사람들과 직조를 통해 교류하고 소통한다. 개인적인 직조 작품 활동은 물론 직조공방에서 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새롭게 구상해서 베틀 수업을 다시 할 계획이다.

▲ 최윤정 대표
▲ 최윤정 대표

최윤정(레이지버드 대표)의 이야기

서울에서 나고 커서 서울 말고 잘 아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대부분은 부모님 고향 정도일 텐데, 청주가 고향이었던 아버지는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서울분이셨다. 서울 다음으로 선택한 제2의 고향인 제주는, 어느 장소에 있든 15분 정도만 운전하면 큰 산과 큰 바다에 들어설 수 있다. 서울에 비하면 너무 작지만 어쨌든 제주시와 서귀포시, 도시도 있고, 제주만의 특별한 자연인 오름은 정말 도처에 있다. 제주로 온 지금은 곽지해수욕장 근처에서 작은 민박집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 배우고 느낀 점으로 글을 쓰고 싶기도 하다.

레이지버드

'나 혼자 일주일'이라는 슬로건을 가진, 여성전용 6박7일 스테이다. 주 5회 샐러드와 착즙주스, 주 2회의 함께걷기 프로그램이 있다. 나와의 차분한 시간, 일주일 동안 푹 쉬며 일상과 삶을 정비하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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