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를 수 있는 힘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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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를 수 있는 힘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죠"
농산어촌 청소년과 로컬 프로젝트 해나가는 멘토리 사회적협동조합
  • 2021.09.15 09:00
  • by 김정란 기자

우리에게 '지역'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전에 나온 것처럼 어느 정도 범위로 나뉘어진 한 구역? 아니면 서울이 아닌 곳, 즉 지방을 뜻하는 뜻으로 쓰고 있을까? 우리는 자꾸만 지역을 '살리겠다'고 하는데 이 말에는 이미 '죽었다'는 편견이 담겨 있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더 좋은 지역으로 떠나는 것이 맞을까? 멘토리 사회적협동조합은 이러한 질문에 답을 만들어나가는 일을 하고 있다.

■ '로컬'이라는 말,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멘토리 사회적협동조합(이하 멘토리)은 농산어촌 청소년들과 함께 자기가 사는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을 고민하는 일을 해나가고 있다. 멘토리 권기효 대표는 "로컬, 지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반갑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뭔가 빼먹고 있는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로컬'이라는 개념이 도시 사람들에게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보통 '로컬'이라는 말에서 지나간 것의 흔적, 즉 감성을 주로 찾거나, 도시에 비해 낙후된 곳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로컬에 대한 정책을 얘기할 때 흔히 말하는 '균형 발전'이라는 말에도 이러한 편견이 들어있다. 도시 사람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도시에 비해 낙후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맞춰나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지방(이 기사에서 '지방'은 국어사전의 '서울 이외의 지역'을 뜻한다)은 그런 곳일까? 지방이 서울보다 나은 부분은 없을까? 멘토리는 그런 부분을 '그 지역에서 살아갈 사람'이 찾고자 했다. 멘토리의 프로젝트에서는 지역 청소년들이 '지역의 강점'을 찾아낸다. 이를 위해 이들은 지역을 깊게 들여다보고 애정을 담은 눈으로 바라본다.

▲ 멘토리 권기효 대표. ©멘토리 사회적협동조합
▲ 멘토리 권기효 대표. ©멘토리 사회적협동조합

■ 뭐하지? '일'과 '놀 것'을 찾는 아이들

멘토리가 청소년들과 해나가는 일은 '할 일'을 찾는 것이다. 권 대표는 "사람들은 지역에 할 것이 없다고 하는데 이건 두 가지다. '놀 것'과 '일할 것'이다"고 했다. 없는 것이 있으면 만들어나갈 준비를 하면 된다.

지역 청소년들의 눈으로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을 바라보면 어떤 것들이 보일까? "강화에서 프로젝트를 했는데 친구들이 발견한 강화의 특징 중 하나가 '추위'였다. 그래서 '얼어죽을 강화'라는 영화제를 만들었다"고 했다. 지역에서는 각 지역의 개성을 담은 특화상품들을 만들려고 하지만, 늘 비슷한 먹거리 등이 나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협동조합 온리의 김명진 이사장은 "지역 홍보를 위한 사업을 준비하던 당시 250여 개 지자체에서 특산품 명단을 받아봤는데, 다 겹치고 겹쳐 결국 20, 30개 정도의 품목이 전부였다"고 회상한 바 있다. 청소년들의 시각에서는 그간 어른들이 담아내지 못했던 지역의 특징이 보이고, 그것들이 새롭게 지역을 인식하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인식은 놀 것으로도 일로도 연결될 수 있다.

멘토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성과보다는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중점을 둔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처럼 청소년기에 만들어 낸 프로젝트 성과들이 엄청난 것일 수는 없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하면서 만들어진 단단한 관계는 함께 새로운 일을 해볼 수 있는 연대의 시작이 된다.

▲ 멘토리는 청소년들과 함께 일을 만들어나가는 청년들에게도 성장의 기회가 된다. ©멘토리 사회적협동조합
▲ 멘토리는 청소년들과 함께 일을 만들어나가는 청년들에게도 성장의 기회가 된다. ©멘토리 사회적협동조합

■ 우리가 볼 수 없는, 하지만 아이들은 보는 것들

중요한 것은 '이런 프로젝트가 정말 청소년을 변화시키는가?'일 것이다. 권 대표는 "강화 프로젝트를 마치고 한 친구가 나에게 '어제 본 강화와 오늘 본 강화가 다른 곳 같아요'라고 하더라"고 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고 했던가. 같은 곳이지만,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 본 지역에서는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이것은 이들에게 그 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이 멘토리의 프로젝트다.

©멘토리 사회적협동조합
©멘토리 사회적협동조합

저출생, 고령화 등으로 서울까지도 청년의 마음을 잡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만들고, 고민하고 있는 이때, 청소년들과 지역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권 대표는 지역과 자기가 태어나지 않는 지역에서 살고 싶은 청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을까? 그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보통의 사람들'에 대한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 또 자기가 태어나지 않은 지역에서 살아보고자 하는 청년들은 치열함을 가지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풀어 설명하자면,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뛰어난 인재'를 데려오겠다고 말하지만, 남는 사람들은 '보통의 사람들'이 훨씬 많고, 지자체는 이들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다양한 일을 벌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또 다른 지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타지생활의 새로움에 이끌려 섣불리 시작했다가는, 실제로 생활하다가 금세 지칠 수 있다는 조언이다. 덧붙여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지방에서의 삶이 느슨하다고 생각하고 오면 실제 지역살이를 들여다봤을 때 힘들 수 있다.​ 로컬 플레이어들의 치열함을 알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멘토리의 이야기는 '어느 곳도 서울의 대안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원래 그 자체로 있던 동네들, 그 존재 자체로의 역할이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다. 각자의 개성과 색깔이 있는 곳들이 균형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개성과 강점까지 놓치는 이때, 멘토리와 함께한 청소년들이 애정이 담긴 눈으로 만들어 갈 '그' 지역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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