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지식] 환경보호를 위한 행동이 오히려 지구를 아프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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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지식] 환경보호를 위한 행동이 오히려 지구를 아프게 한다면?
친환경 제품 자주 구매시 오히려 환경 악영향 미치는 아이러니 … 에코의 '배신'
'친(親)환경'이라며 사용하고 있는 것이 '반(反)환경'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 텀블러·에코백의 역설
  • 2021.08.25 11:53
  • by 이진백 기자
▲ 텀블러, 정말 '친환경' 제품 일까?
▲ 텀블러, 정말 '친환경' 제품 일까?

이제 사람들의 텀블러 사용은 일상화됐고 마트나 시장을 갈 때 장바구니는 필수품이 됐다. 흔히들 장바구니나 텀블러 사용을 환경적 소비로 여긴다. 그러나 이런 제품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덜 미치려면 충분히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사용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리바운드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리바운드 효과란 한마디로 반동 효과로, 환경을 위한 행위가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다회용품을 오래 사용하지 않거나 혹은 쓰지 않고 보관만 할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가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종이컵과 달리, 텀블러는 매번 설거지해야 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이 과연 환경친화적일까'라는 질문이 나온다. 설거지할 때 사용되는 물과 화학 세제 등 이것저것 다 따져보면,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 못지않게 환경에 해롭지 않으냐는 지적이다. 또 텀블러는 일회용 컵보다 제조과정에서 온실가스 등 지구에 치명적인 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오히려 환경에 독이 될 수 있다.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19년 KBS가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실험결과에 따르면, 텀블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종이컵보다는 24배, 일회용 플라스틱 컵보다는 13배 높다. 텀블러에서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되는 이유는 바로 '소재'에 있다. 스테인리스와 실리콘 고무, 폴리프로필렌 등으로 만들어지는 텀블러는 가공 과정에서 종이나 플라스틱 소재의 컵보다 훨씬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또 설거지하는 과정과 버려진 텀블러를 폐기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나와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그만큼 늘어난다.

그런데 반전이 한 번 더 남았다. 300㎖ 용량 텀블러를 매일 1번씩 사용하면 2주 만에 플라스틱 컵을 한 달이 지나면 종이컵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한다. 격차는 점점 벌어져 6개월 후에는 플라스틱 컵 온실가스 배출량이 텀블러의 11.9배, 1년 후에는 21배가 된다.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2년 이상 꾸준히 쓰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33.5배가량 줄게 되는 셈이다. 그러니까 텀블러는, 오래 쓰기만 하면 의심할 여지 없이 '친환경' 제품인 것이다. 물론 플라스틱 컵 또는 종이컵 역시 매일 1번씩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다.

페트병에 담긴 생수도 생각해 볼 문제다. 1ℓ 생수병 하나 만드는데 석유 100㎖와 물 3~4ℓ가 필요하다. 마시는 물보다 4배나 많은 물을 소비하게 된다. 페트병은 재활용이 되는 소재이지만 사용량이 너무 많아지면서 수거와 재활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바다에 버려지는 페트병은 생선 등 수산물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이라는 문제로 인간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우리가 무엇을 먹든 하루에 신용카드 하나 분량의 미세플라스틱을 먹는다고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하는 것은 건강한 몸을 위한 생존 과제다.
 

에코백도 텀블러와 같은 관점으로 봐야 한다. 에코백 역시 자주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 비닐봉지를 쓰는 것보다 낭비가 될 수 있다. 에코백을 만드는 데는 비닐봉지를 만드는 에너지의 약 28배, 종이 쇼핑백의 약 8배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2011년 영국 환경청의 '수명 주기 평가' 연구에 따르면 비닐봉지(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종이봉투, 면 재질의 에코백 순서로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 각 제품 생산 시 발생하는 탄소의 양을 고려할 때, 종이봉투는 비닐봉지 보다 3번 이상 재사용돼야 환경 보호 효과가 있고, 면 재질 에코백은 비닐봉지와 비교 시 131번 재사용돼야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덴마크의 환경 및 식품부도 유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면 재질의 에코백이 비닐봉지(저밀도 폴리에틸렌·LDPE)가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을 고려할 경우 7100번 재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유기농 면으로 만들어진 에코백은 2만번 재사용돼야 한다.

에코백이나 장바구니를 애써 마련해놓고 충분히 사용하지 않으면 또 다른 환경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비닐봉지를 줄이려고 에코백이나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것은 좋지만, 평소 장을 잘 보지 않는 사람이 디자인 등에 혹해 가방만 많이 구입하면 그것은 환경적인 소비로 볼 수 없다. 텀블러, 에코백이라고 해서 무조건 환경보호가 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번 꾸준히 사용할 때 제대로 환경보호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주변을 살펴 텀블러, 에코백, 장바구니가 몇 개나 있는지 파악해보자. 딱 필요한 숫자만큼만 갖고 나머지는 필요한 사람과 나누자. 우리가 무심코 샀던 에코백 하나, 텀블러 하나가 리바운드 효과를 가져오지 않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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