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행동] 이노슈머가 지구를 위해 사는(buy)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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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행동] 이노슈머가 지구를 위해 사는(buy) 법
  • 2021.08.02 12:17
  • by 송소연 기자

플라스틱의 3분의 1은 플라스틱병, 플라스틱 컵, 비닐봉지와 같은 일회용 물품으로 생산된다. 이러한 일회용품은 한번 사용되고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며칠 안에 버려진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렇게 낭비되는 돈은 매년 800억(약 92조) ~ 1,200억(약 138조) 달러로 추정되며,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아 지구 어딘가에 계속해서 존재하게 된다. 우리가 순환경제(자원채취부터 제품 사용 이후까지 전 과정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폐기물의 배출을 최소화하는 경제구조)로 향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생산단계, 유통단계, 소비단계, 선별 재활용 단계 등 물질순환의 전 과정의 혁신이 필요하다. 라이프인은 기후위기에 처한 지구를 위해 혁신을 만들어 내는 시민과 기업, 단체를 만나 솔루션을 제안한다. [편집자주]

 

▲ 소비자기후행동의 기후행동 캐릭터 ⓒ소비자기후행동 
▲ 소비자기후행동의 기후행동 캐릭터 ⓒ소비자기후행동 

코로나 19와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참여하고, 행동하고, 바꾸는 소비자가 등장했다. 바로 이노슈머(innosumer)다. 이노슈머는 일상 속 실천 가능한 행동으로 영향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확산시킨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가치 창출을 요구하고, 소비자가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불공정한 법과 제도를 개선에 참여하며, 혼자서 할 수 없는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을 위한 거버넌스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소비자의 행동 중 가장 큰 힘을 지닌 것은 바로 소비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이노슈머가 사는(buy) 법을 소개한다.

■ 소비로 나를 표현하다 '미닝아웃(Meaning Out)' 

'미닝아웃'은 과거 남들에게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던 정치적·사회적 신념을 소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닝아웃 소비자는 소비를 단순한 구매의 행위에 그치지 않고,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소비 습관을 널리 알리고 이를 사회문제로 환기한다. 현재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거침없는 2030세대의 'MZ세대'를 필두로 전 연령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이 환경보호에 기여하는지, 윤리적인 방식으로 생산하는지를 확인한 후 소비한다. 이러한 소비습관은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 중의 하나이며, 그 과정을 통해 주체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 이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안전하고 친환경으로 재배된 먹거리를 먹고, 기후위기와 자신을 위해 채식을 실천하고, 자연주의적으로 소량 생산된 옷을 입고, 제값을 주고 음악과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것을 선호한다. 

미닝아웃을 통해 일부 소비자가 실천해온 윤리적 소비가 '힙'한 소비 트렌드가 됐다. ▲ 블랙프라이데이에 "이 재킷을 사지 말라"는 광고를 내며 '대량 소비'의 문제점을 지적한 '파타고니아(Patagonia)' ▲ 버려지는 트럭 방수천으로 가방과 지갑을 만드는 리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 ▲공정무역 방식으로 친환경 운동화를 만드는 '베자(VEJA)'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친환경 코스메틱 '러쉬(LUSH)' 등의 브랜드는 미닝아웃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버려지는 트럭 방수천으로 가방과 지갑을 만드는 리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 ⓒFreitag  
▲ 버려지는 트럭 방수천으로 가방과 지갑을 만드는 리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 ⓒFreitag  

이러한 미닝아웃 소비 트렌드와 ESG 경영(Environment, Society, Governance)과 맞물려 비건, 플라스틱프리, 자원순환에 가치를 두는 기업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플라스틱 대체품으로 포장을 바꾸는 화장품 업계, 윤리적으로 채취한 동물 털과 폐플라스틱 원단을 사용하는 패션 업계, 채식이나 대체육 제품 개발에 나선 식품 업계의 소식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 소비 다음을 생각하다 '프리사이클링(Precycling)'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리필스테이션, 자원순환을 생각한 디자인 등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프리사이클링(Precycling)'이 등장했다. 프리사이클링은 'pre(미리)'와 'recycling(재활용)'의 합성어로 쓰레기를 사전에 줄인다는 의미이며, 사용 이후의 재활용 가능성을 미리 생각하면서 물건을 구매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현재 경제시스템은 몇 번의 재활용 후 자원을 폐기하는 재활용경제(Recycling Economy)이지만, 자원을 채굴한 후 사용하고 버리는 선형경제(Linear Economy)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산품을 사용한 뒤 쓰임이 다하면 폐기해버려 천연자원 고갈과 기하급수적으로 폐기물을 증가시킨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상황에서 소비자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카페에서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자원순환을 생각한 제품을 구매 등의 프리사이클링을 통해 선형경제를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로 연결할 수 있다. 순환경제는 자원채취부터 제품 사용 이후까지 전 과정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폐기물의 배출을 최소화하는 경제구조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기업들도 프리사이클링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 초 로레알코리아,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LG생활건강은 순환경제를 위해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를 선언하고 플라스틱 용기의 두께를 줄이고, 친환경 포장재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샴푸와 바디워시를 리필 용기에 소분해 판매하는 리필스테이션도 오픈했다. 

식품 업계에서는 불필요한 플라스틱 없애기에 동참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상하목장 유기농 멸균우유에서 빨대 제거했고 아이쿱생협은 수미김의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해 김 제조 업체의 포장 간소화를 이끌어냈다. 롯데제과는 카스타드의 플라스틱 완충재를 종이로 교체했으며 롯데칠성음료는 업계 최초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ECO'를 선보였다.

아이쿱생협은 최근 플라스틱 용기를 FSC 친환경 인증을 받은 종이팩으로 대체한 생수 '기픈물'(해양심층수)를 출시했다. 종이팩은 플라스틱이나 유리 등 다른 소재보다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되는 탄소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다. 종이팩의 뚜껑은 사탕수수를 기반으로 한 식물성 소재를 사용했다. 아이쿱의 경우 종이팩 자원순환 실천을 위한 순환 시스템 구축해 246개 아이쿱자연드림 매장과 101개 지역조합 등에 종이팩 수거함을 설치하고, 수거된 멸균팩은 재활용업체로 옮겨져 페이퍼타월로 재활용되도록 했다.

홈퍼니싱 기업 '이케아(IKEA)'는 최근 '자원순환 허브'를 개관하고 리퍼비시 제품을 판매하는 알뜰 코너를 운영 중이다. 중고 가구를 매입하고 재판매하는 바이백(Buy-Back) 서비스를 도입하며 리퍼비시 제품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성장시키고 있다.

▲ 이케아(IKEA)'는 최근 '자원순환 허브'를 개관하고 리퍼비시 제품을 판매하는 알뜰 코너를 운영한다. ⓒ이케아  
▲ 이케아(IKEA)'는 최근 '자원순환 허브'를 개관하고 리퍼비시 제품을 판매하는 알뜰 코너를 운영한다. ⓒ이케아  

■ 소비하지 않는 소비를 하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

올해 11월 27일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 매년 11월 추수감사절 다음날)'이다. 이날은 우리가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 지구를 파괴하고, 미래 세대가 자원을 사용할 권리를 빼앗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또 무분별한 소비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소비 행위를 잠시 멈추고 소비 활동과 환경에 대해 생각하도록 요청한다. 이날을 만든 장본인은 놀랍게도 광고업계 종사자 테드 데이브(Ted Dave)이다. '자신이 만든 광고가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소비하게 만든다'는 문제의식에서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한다. 

▲ 올해 11월 27일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 매년 11월 추수감사절 다음날)'이다. ⓒBuy Nothing Day 홈페이지
▲ 올해 11월 27일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 매년 11월 추수감사절 다음날)'이다. ⓒBuy Nothing Day 홈페이지

자본주의는 소비가 소비의 꼬리를 무는 '소비의 고리'에 의존하는 경제 시스템지만, 최근 업사이클링, 중고거래, 공유경제 등 새로운 소비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 방식은 소비는 일어나지만 소비되는 '자원의 총량'은 오히려 줄어든다. 당근마켓, 번개장터, 알라딘 등 중고마켓은 자발적인 비움과 나눔으로 자원의 선순환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당근마켓은 그동안 중고거래를 통한 온실가스 감소 효과가 누적 19만1782t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살림살이의 다이어트를 고민하고 있다면 의류는 아름다운가게, 굿윌스토어, 옷캔, 열린옷장에, 책은 국립중앙도서관 책다모아와 책나눔운동본부에, 장난감은 녹색장난감도서관에, 중고가전은 빅이슈에, 반려동물 물품은 유기동물보호소에, 식품·생활용품은 전국푸드뱅크에 기증할 수 있다.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는 환경 파괴의 증거들을 보면서 지구의 종말이 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소비자가 친환경을 구매 결정요소로 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구가 겪고 있는 고통의 결과가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현시대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 19로 인간관계가 축소되고, 해외여행 등의 제한으로 소비 경험이 위축되면서 자신을 정의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본질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소비는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왜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래서 소비는 단순히 돈으로 물건을 사는 행위를 넘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해준다. 우리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살 예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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