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디 온나, 부산] 여행에 必환경을 더하다, 로컬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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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디 온나, 부산] 여행에 必환경을 더하다, 로컬을 담다
김범일 온더테이블 대표 인터뷰
  • 2021.08.01 16:07
  • by 노윤정 기자
07:38

푹푹 찌는 더위. 내리쬐는 뙤약볕. 한여름이 찾아왔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가 지속될 때면 떠오르는 곳이 하나 있다. 바로 매년 여름 더위를 피해 바다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떠올리는 도시, 부산. 국내 대표적인 여행지인 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다. 하지만 라이프인에서는 조금은 색다른 부산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과 로컬크리에이터가 운영하는 공간에서 그동안 잘 몰랐던 부산의 매력을 느껴보자. 올해도 계속되는 전염병 유행의 여파가 발길을 붙들지만, 다시 마음 편히 여행 떠날 수 있는 시기를 기약하며, 단디 가보자 부산. [편집자 주]

※'단디'는 '꼼꼼하게, 제대로, 정확하게'라는 뜻을 가진 경상도 방언이다.

 

▲ '온더트래블: 에코프랜들리' 피크닉 세트. ⓒ온더테이블
▲ '온더트래블: 에코프랜들리' 피크닉 세트. ⓒ온더테이블

매년 휴가철이 되면 뉴스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면이 있다. 바로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가득 덮인 계곡과 해수욕장의 모습이다. 지자체가 나서서 단속하고 쓰레기를 무단투기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꼭 피서철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에는 돗자리와 빈 술병, 각종 일회용품, 음식물 찌꺼기 등이 쉽게 버려져 쌓여 있다. 이와 같은 쓰레기들은 당연히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환경을 오염시킨다.

온더테이블은 이처럼 쓰레기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부산 관광지들의 모습을 바꿔보자는 생각에서 '필(必)환경'을 테마로 잡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래서 온더테이블의 첫 번째 프로젝트 이름도 '온더트래블: 에코프랜들리'(On The Travel: Eco-friendly)이다. 슬로건은 "JUST ENJOY!  당신의 여행에는 즐거움과 편리함만 남기세요. 환경은 온더트래블이 생각하겠습니다." 온더테이블은 필환경이라는 가치 아래 부산 다대포 지역을 중심으로 업사이클링 관광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하거나 피크닉·차박·캠핑용품 등을 패키지화해서 대여하고 있다. 패키지 구성품을 보면 재사용 가능한 돗자리, 업사이클링 컵테이블, 밀크박스 등으로, 관광지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함께 담겨있다. 아날로그 필름카메라에 여행의 감성을 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버려진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수거·업사이클링하여 다시 판매하기도 한다. 업사이클링 디자인은 부산 지역 청년 작가들이 작업했다.

참 매력적인 곳이다. 온더테이블의 서비스는 편리한 데다 쓰레기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는 뿌듯함까지 준다. 더불어 지역 작가들과 협업하여 만든 상품들은 온더테이블이 거점으로 삼은 서부산 지역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여행과 필환경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로컬기업이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김범일 온더테이블 대표와 만나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김범일 온더테이블 대표. ⓒ라이프인
▲ 김범일 온더테이블 대표. ⓒ라이프인

온더테이블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온더테이블은 관광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부산시 지정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지역 환경과 문화재를 보존하고 관광지의 환경오염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 필환경 가치를 가지고 관광 상품,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서 공유 여행 플랫폼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다.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나.

팀원들과는 이전에 근무하던 사회적기업 마케팅팀에서 만났다. 공간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공유 플랫폼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실현하면서 팀원들과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공유 플랫폼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나누게 되었다. 그렇게 스물여덟, 스물아홉 살의 팀원들이 모여서 지난해 8월 회사를 설립했다.
우리는 '관광'과 공유 플랫폼을 접목하고자 했다. 이전 회사에 근무하면서, 단순히 숙박하거나 짐을 맡기는 공간을 대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유 플랫폼 방식을 고민했었다. 그러던 중 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집에서 가까운 광안리 수변공원을 찾아갔는데, 그날 유독 더미 채로 쌓여 있는 일회용 돗자리와 컵들이 보였고 그 뒤로 자신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면서 플랫폼을 통해 단순히 무엇인가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담고 있는 콘텐츠를 공유할 순 없을까 생각했다.

이전에도 사회적기업에 근무했었나. 원래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처음부터 큰 관심이 있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도 사회적인 가치도 생각해야 한다는 데 관심은 두고 있었고, 사회적기업에 근무하면서 지향하는 가치를 실제로 실현해본 경험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나도 해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창업을 준비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웃음) 한번 결정하면 고민을 오래 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런데 막상 직접 사업을 시작해보니까, 사회적 가치와 이윤 창출을 함께 하는 것이 정말 어렵더라. 팀원들과 계속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 '온더트래블: 에코프랜들리' 차박 세트. ⓒ온더테이블
▲ '온더트래블: 에코프랜들리' 차박 세트. ⓒ온더테이블

'필환경'을 테마로 잡은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코로나19 이후 많은 사람들이 국내에서 여행을 즐기는 상황이다. 특히 부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 휴가철이면 늘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문제가 됐다. 앞서 말씀드린 광안리 수변공원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우리가 사업을 준비하던 시기에 대기업들에서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를 론칭하기도 했다. 사업 구상 단계부터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기업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이렇게 사회적인 흐름이 된 환경 문제를 관광 서비스와 접목했다. 

여행용품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 시점이 코로나19 확산 이후다. 사람들이 공유물품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물론 어려움이 있다. 지난해 9월에 매장을 오픈했는데, 코로나19가 많이 확산되어 있던 시기였다. 전 세계적인 감염병 문제를 온전히 우리만의 힘으로 이겨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그래도 이용하는 분들이 안심하고 사용하실 수 있도록 알코올소독제를 이용해서 제품을 관리하고, UV살균세척기를 써서 컵이나 포크 같은 것들을 철저하게 살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온더트래블 SNS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이용객분들이 마음 편히 찾으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생각보다 사업이 크지는 못했지만 감사하게도 이용하신 분들은 모두 우리 서비스를 좋아해 주셨다.

부산, 특히 그중에서도 다대포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다대포 지역에 집중한 이유가 있나?

고향은 울산이지만 부산 지역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20살 때부터 계속 부산에서 살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부산에서 일하게 됐다. 부산 중에서도 다대포해수욕장을 선택한 이유는 문화재보호구역이자 습지보호지역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담으려고 하는 필환경이라는 메시지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부산이 가지고 있는 관광격차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해운대, 광안리, 기장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부산의 대표 관광지들은 동부산에 집중되어 있다. 관광 인프라 차이도 있고, 사업을 준비하면서 조사해보니 관광 관련 지자체 예산도 차이가 나더라. 그래서 온더테이블이 서부산의 매력을 발굴하고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랐고, 현재 그런 노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역의 작가, 소상공인들과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을 계속 찾으면서 지역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역 콘텐츠를 만들어서 관광지로서 서부산의 매력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이 지역도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 지역 작가들과 협업하여 만든 관광 상품. 다대포 노을 등 서부산의 지역적 특색을 담고 있다. ⓒ라이프인
▲ 지역 작가들과 협업하여 만든 관광 상품. 다대포 노을 등 서부산의 지역적 특색을 담고 있다. ⓒ라이프인

지역 작가들과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는지, 로컬기업으로서 온더테이블의 특색이 있다면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지역 콘텐츠를 발굴하고, 지역경제와 연계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로컬기업으로서 온더테이블이 집중하는 부분이다. 지역 작가들을 발굴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서부산의 매력과 작가가 생각하는 서부산의 매력을 담아서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지역 작가가 지역이 가진 매력을 콘텐츠화해서 제품으로 만든다. 그렇게 해서 제품에 진짜 '로컬'을 담는 것이다. 현재 매장에서 전시·판매되고 있는 제품 중 화언 작가의 '씨 더 씨(SEE THE SEA)', '비포선셋(BEFORE SUNSET)' 등도 다대포해수욕장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젤르 작가의 비누도 다대포의 오후와 노을을 담고 있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존재하지만, 로컬의 가치를 담기 위한 노력과 고민을 이어오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플로깅, 노을을 보며 일상을 돌아보는 비포선셋 프로그램 등 로컬 콘텐츠를 담은 여행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로컬에서 창업할 때 중요한 점이 있다면?

일단 지역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의 정보, 매력, 이야기들을 제품과 서비스에 담을 수 있다. 또, 온더테이블의 경우 우리를 통해서 지역이 경제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모델이 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무엇보다, 결국 비즈니스모델이라는 것 자체가 수익을 내기 위한 구조를 말한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따라하는 모델링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따라 할 수 없는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그 차별성을 바로 '로컬'에서 찾아야 하고, 로컬의 가치를 고객들이 소비하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데 성공의 핵심이 있다.

향후 계획과 온더테이블을 운영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지금은 서부산에서만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부산 곳곳에 숨겨진 지역적 특색을 찾아내서 알리고 싶다. 지역적 가치와 필환경의 가치를 담은 여행 공유 플랫폼을 선보임으로써 부산 관광이 '지속가능한 관광'이 되도록 하고 부산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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