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디 온나, 부산] 비쿱, 특별한 커피 맛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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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디 온나, 부산] 비쿱, 특별한 커피 맛의 비결
부산커피협동조합 류인기 영업(Biz)대표, 한홍규 이사 인터뷰
  • 2021.07.29 11:24
  • by 노윤정 기자

푹푹 찌는 더위. 내리쬐는 뙤약볕. 한여름이 찾아왔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가 지속될 때면 떠오르는 곳이 하나 있다. 바로 매년 여름 더위를 피해 바다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떠올리는 도시, 부산. 국내 대표적인 여행지인 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다. 하지만 라이프인에서는 조금은 색다른 부산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과 로컬크리에이터가 운영하는 공간에서 그동안 잘 몰랐던 부산의 매력을 느껴보자. 올해도 계속되는 전염병 유행의 여파가 발길을 붙들지만, 다시 마음 편히 여행 떠날 수 있는 시기를 기약하며, 단디 가보자 부산. [편집자 주]

※'단디'는 '꼼꼼하게, 제대로, 정확하게'라는 뜻을 가진 경상도 방언이다.

 

▲ 부산커피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비쿱(b-coop) 매장 전경. ⓒ부산커피협동조합
▲ 부산커피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비쿱(b-coop) 매장 전경. ⓒ부산커피협동조합

비쿱(b-coop). 부산 대연동 거리를 구경하며 황령산 자락을 오르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멋진 외관의 비스트로(Bistro)다. 낮이면 탁 트인 통유리창 너머 운치 있는 풍경을 커피 한 잔과 함께 감상할 수 있고, 저녁이면 이탈리아 여행이라도 온 듯한 분위기를 만끽하며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층고가 높고 채광이 잘 되는 내부는 우드톤 인테리어에 시선이 닿는 곳마다 화분이 놓여 싱그럽고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뿐만 아니라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면 고소한 커피 향이 가득 밀려온다. 커피 맛과 음식 맛도 물론 훌륭하다. 덕분에 인터넷에 비쿱을 검색하면 '황령산 카페', '대연동 맛집', '대연동 분위기 있는 카페' 등의 제목으로 올라온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쿱을 운영하는 곳은 2014년 설립된 부산커피협동조합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커피류의 80% 이상이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다. 커피 생두 또한 부산항으로 들어온 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시설에서 가공되어 다시 전국 각지로 배송되는 경우가 많다. 커피 아카데미 대표, 원두커피 유통업자, 커피컵 제조공장 대표, 생두 수입업자, 더치커피 제조업체 사장 등 5명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커피 생두가 들어오는 곳이 부산이라면, 가장 신선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도 부산이 아닐까?"

▲ 비쿱에서 판매 중인 드립백 커피. ⓒ라이프인
▲ 비쿱에서 판매 중인 드립백 커피. ⓒ라이프인

그리고 이들은 많은 양의 커피를 직수입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결성했고,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상생과 협업의 가치에 기반하여 구성원 모두, 나아가 지역사회와 이윤을 나누고자 했다. 조합 이름에 '부산'이 가장 먼저 나오는 이유도 그러한 뜻을 담은 것이다.

이를 위해 부산커피협동조합은 처음부터 중증장애인, 고령층, 경력단절여성 등 취약계층 고용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중증장애인에 친화적인 기업 환경을 조성하고, 발달장애인들을 고용하고 교육하여 바리스타로 키워내고 있다. 조합에서 자체적으로 부산커피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사업을 지속하여 2017년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인증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다만 비쿱 매장 어느 곳에서도 '장애인표준사업장'이라는 표식이나 '발달장애인이 만든 커피'와 같은 안내는 찾아볼 수 없다. 아마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근무하는 곳이라는 것을 모르고 방문하고, 모르고 돌아갔을 손님들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커피 맛에 반해 단골이 된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이곳이 발달장애를 가진 직원들이 근무하는 카페라는 것을 알게 되고, 직원들의 속도가 조금 느리거나 실수를 해도 이해하고 기다려주었다.

이처럼 발달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고 그들의 능력이 인정받고 자연스럽게 비장애인들과 어우러져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곳. 부산커피협동조합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 위해 비가 내려 더욱 운치 있던 비쿱에서 류인기 영업(Biz)대표와 한홍규 이사를 만났다. (이하 호칭 생략)

 

▲ 부산커피협동조합의 류인기 Biz대표(왼)와 한홍규 이사. ⓒ라이프인
▲ 부산커피협동조합의 류인기 Biz대표(왼)와 한홍규 이사. ⓒ라이프인

조합에서 하는 사업을 소개해 달라.

류인기: 커피 원두를 로스팅하여 판매하고, 커피 드립백도 제조하여 판매한다. 또, 커피 머신을 대여하거나 판매하고, 커피 교육 사업, 카페용품 및 부자재 판매 사업을 한다. 비쿱이라는 카페 겸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국내 생두 수입의 80%가 부산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데 착안하여 부산에서 직수입한 생두를 로스팅하고, 부울경(부산·울산·경상남도) 지역에 건강하고 신선한 커피를 납품하고 있다. 부산시청, 경찰서 같은 공공기관과 대형 호텔과 같은 대기업체 여러 곳에서도 우리 커피를 사용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조직 제품이나 서비스는 경쟁력이 약하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비쿱 커피는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 듯하다.

류인기: 일단, 부산이 가진 이점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수입되는 커피 대부분이 부산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가장 신선하고 건강한 생두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장애인 직원들을 실력을 갖춘 전문가로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생두를 관리하는 것부터 커피를 로스팅하고 커피를 직접 내리는 것까지 전부 배운다. 그렇게 직원들이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 바리스타가 되어 건강한 원두로 커피 맛을 낸다. 또, 비쿱에 실력 있는 셰프를 모셔와서 대동골의 맛집으로 이름이 나고 있다. 한 이사님이나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곳이다.(웃음)

한홍규: 사업장 중에 교육 아카데미가 따로 있어서 그곳에서 직원들이 커피 전문가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한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라는 국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시험에서 떨어진 친구도 일을 마치고 혼자 따로 공부하러 다니고 있다. 열정이 대단하다.

▲ 비쿱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모습. ⓒ라이프인
▲ 비쿱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모습. ⓒ라이프인

이곳에서 훈련된 직원들이 다른 곳에서도 근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류인기: 창업을 하기도 하고 프랜차이즈 카페로 옮겨가서 근무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기술을 익혔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 회사 출신 직원이 새 회사에서 근무 성과를 인정받아서 부산시장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모습을 보는데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너무 반가워서 안아주고 축하한다고 말해줬다. 실제로 부산커피협동조합 출신 직원들은 어디에 가도 일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 면에서 보람을 느낀다.

부산커피협동조합만의 특별한 교육 시스템이 있나?

한홍규: 일단 직원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교육 과정이 설계돼 있다. 그리고 단순 작업만으로 일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자동화되어 있다. 원두를 무게별로 포장할 때, 기계에 원두를 넣고 발로 밟기만 하면 200g, 500g 이렇게 정해진 무게만큼 원두가 자동으로 포장되도록 설계했다. 유일하게 수작업을 하는 건 불량 커피콩을 골라내는 것이다. 핸드픽(Hand-pick, 질이 좋지 않은 원두를 골라내는 작업)이라고 하는데, 이 작업을 하지 않는 곳들도 많다. 왜냐하면 그 많은 콩을 일일이 살펴보고 불량 콩을 골라내는 일은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우리 커피가 신선하고 맛이 좋은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말하자면 불량 콩을 다 골라내서 만든 스페셜 커피이다.

장애를 가진 직원들과 함께 근무할 때, 직무에 맞추어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맞추어 직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한홍규: 맞다. 우리는 일하는 친구들의 속도에 맞춰서 작업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우리는 보조이고, 이 친구들이 주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체계를 갖추었다. 자동화 시스템도 그렇고, 단순 반복 작업에 강점을 보이는 직원들 특성도 반영했다.

ⓒ라이프인
ⓒ라이프인

그렇게 근무하면서 직원들이 변화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기도 하는지?

류인기: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게 보인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큰 기쁨이다. 교육을 받으며 자격증을 취득하고, 그렇게 자격증을 따고 나면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감을 가지고 한 단계 한 단계 커피와 관련된 업무를 익히고 전문가가 되어 간다. 그리고 우리는 직원들을 그저 노동자로만 생각하지 않고 같이 합창단을 조직하여 활동하고, 함께 영화를 보고, 여름에는 해수욕을 하기도 하며 문화생활 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봉사활동도 함께 한다. 그렇게 직원들이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지한다.

한홍규: 장애인 자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직장이다. 직장이 있어야 수입이 생기고, 안정된 수입이 생겨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 자활에서 직장이 기초적인 요소가 되는데 그 기초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비쿱 매장 안에는 장애인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업장이라는 것을 알아볼 만한 표지가 없다.

한홍규: 장애인표준사업장, 장애인이라는 단어가 매장 안에 하나도 없다. 지금은 덜하지만 장애인이 만든 물건이라고 하면 선입견부터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이 거부감을 가지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제품 자체로 승부하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는 계속 추구하되 소비자들에게는 제품의 질을 내세운 것이다. 그렇게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품이 가진 가치도 알아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 신선하게 관리된 원두를 로스팅해서 건강하게 만든 커피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렇게 제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애썼더니 다행히 점점 더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는 듯하다.

류인기: 일전에 이야기 나누었던 한 호텔 사장이 자기는 그리스에서 마셨던 커피 맛을 잊지 못한다고 하더라. 그렇게 커피 이야기를 한 뒤에 우리 커피도 한번 드셔보시라고 가져갔더니, 맛을 본 후에 그 호텔 커피를 전부 우리 커피로 바꾸었다. 그런 식으로 최대한 커피 맛, 제품의 질을 강조하고 있다.

▲ 비쿱 내부 모습. ⓒ부산커피협동조합
▲ 비쿱 내부 모습. ⓒ부산커피협동조합

사명(社名)에서도 나타나듯이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기업이다.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계하고 있는지,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궁금하다.

한홍규: 직원들과 커피 나눔, 식사 나눔 봉사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봉사를 통해 주민들과 만나기도 한다. 이것이 직원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잘하는 커피 만드는 일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고, 내가 누군가를 위해 밥 한 끼, 커피 한 잔을 대접할 수 있구나 하는 보람을 느끼는 경험이기도 하다.

류인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과 그들의 자립이다. 중증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층, 경력단절여성과 같은 취약계층 분들을 고용한다. 그것 역시 사회적기업으로서 만들 수 있는 사회적 가치이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장애인표준사업장이기에 장애인 연계고용을 통한 간접 고용을 창출해 지역에서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늘려가고 있다.

향후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류인기: 크게 두 가지라고 볼 수 있다. 하나는 대다수의 수입 커피가 들어온다는 부산의 지리적인 이점을 활용해서 부산을 커피 유통의 메카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커피 박물관도 설립하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서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이다. 장애인을 위해 꼭 필요한 기업이 되자는 꿈을 가지고 있다.

한홍규: 커피 박물관, 나아가서 커피 영화제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미 다큐멘터리는 촬영했었다. 우리 직원들이 직접 출연해서 커피 전문가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찍어 방영한 적이 있다. 나중에는 직접 촬영도 하면서 커피 영화제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렇게 부산을 커피 유통의 중심지로 만들고 비쿱도 부산을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가 되고 싶다. 또, 우리는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모두가 주인인 동시에 주인이 없다. 우리가 물러나더라도 다음 세대가 가치를 이어받아 운영할 것이다. 다음 세대들이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조합으로 쭉 이어갔으면 하는 것이 목표이자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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