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지식] 보이지 않는 위협, 돌아온 미세플라스틱의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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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지식] 보이지 않는 위협, 돌아온 미세플라스틱의 존재감(?)
앗! 이것도 미세플라스틱? … 의류, 생수병, 종이컵, 마스크 등
물처럼 순환하는 미세플라스틱…돌고 돌아 다시 우리에게
  • 2021.08.04 16:49
  • by 이진백 기자
▲ Microplastic, Oregon State University ⓒThe Ocean Foundation
▲ Microplastic, Oregon State University ⓒThe Ocean Foundation

일회용 플라스틱은 생산하는 데 5초, 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린다. 또한 연간 2억 마리의 동물이 플라스틱을 삼켜 죽어가고 있다. 지금 당장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일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플라스틱은 지난 100년 동안 '신의 선물'로 불리며 전 세계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대체하는 만능물질이 된 플라스틱은 인간의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았다. 그러나 인간이 창조한 이 축복받은 물질은 끊임없이 우리 주변을 맴돌며 의도하지 않은 문제를 일으킨다.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은 수거하여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은 심각한 문제가 된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마모되거나 다른 물체와의 충격, 자외선으로 인한 변형 등으로 점차 작은 입자로 변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지름 0.3mm~5mm 미만의 플라스틱 조각을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으로 정의한다. 5mm 미만의 미세플라스틱 알갱이는 너무 작아 하수처리시설에 걸러지지 않고, 강과 바다로 그대로 유입된다. 이렇게 떠내려간 미세플라스틱 조각은 바다를 떠돌다 물고기 비늘에 박히거나 해양 동물에게 먹히고 먹이사슬의 연쇄고리를 따라 다시 인간의 몸속으로 유입된다. 미세플라스틱이 위험한 것은 작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더 많은 오염물질을 흡착하거나 제조과정 중 첨가된 화학물질을 배출하기도 한다.

바다 속 미세플라스틱 숫자는 직접 셀 수 없기에 추정만 할 수 있다. 해양환경 관련 비영리단체 파이브가이어스(5GYRES)에 따르면,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은 약 5조 2500억 개 정도 되리라 추측하고 있고 그 가운데 92%가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한다. 

미세플라스틱이 바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기 중에도 있다. 미국 유타주립대 연구진은 미국 서부에서 질소와 인 같은 영양분이 바람을 타고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연구하던 중 우연히 대기 중 먼지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339개 샘플 중 98%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고 또 포집된 대기 미립자의 4%가 미세플라스틱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매년 1000톤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미국 서부 11개 보호구역에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페트병 1억2000만 개가 넘는 양이다.

미세플라스틱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이해하려면 우선 미세플라스틱이 (물처럼) 순환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토론토대 해양생태학자인 첼시 로쉬만은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인터뷰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려면 우선 (플라스틱)의 순환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해변에 밀려오거나, 바다 위에 떠 있는 크기가 큰 플라스틱 쓰레기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바닷속, 고산지대 등에서도 발견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순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과 호주 뉴캐슬 대학이 공동 진행한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매주 미세플라스틱 2000여 개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무게로 환산하면 5g인데, 신용카드 한 장을 먹고 있는 셈이다.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은 한 달이면 칫솔이 무게에 육박하는 21g, 1년이면 공깃밥 한 그릇 분량보다 많은 250g을 넘어선다.

야생동물 등의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노출이 불임, 염증, 암 등과 연관이 있다고 밝혀졌다. 그렇다면 미세플라스틱이 사람의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6년 5월 보고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에서 "나노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은 태반과 뇌를 포함한 모든 기관 속으로 침투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또 스위스 프리부르대학 연구진은 2019년 폴리스티렌 기반의 초미세플라스틱을 다양한 인간세포에 처리하여 분석한 결과 면역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초미세플라스틱이 세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까지 침투해 세포 활성을 저하시키고 다른 물질에 의한 독성을 증폭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섬유 형태의 미세플라스틱은 폐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은 호흡을 통해 인체 및 호흡기관으로 유입될 수 있다. 대부분은 폐의 섬모에 의해 제거되지만, 폐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이나 직업적으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는 이들의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은 채 소리 없이 해양을 오염시키고 결과적으로 사람 몸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게 미세플라스틱이다. 미세플라스틱은 빨대나 페트병 같은 플라스틱 일회용품부터 우리가 매일 입는 옷에서도, 일회용 컵에서도, 아기 엄마라면 안 쓸 수 없는 물티슈 등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피부 각질 제거에 효과 있는 세안제나 치약 속에 든 작고 꺼끌꺼끌한 알갱이 역시 미세플라스틱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주로 물을 통해 섭취되는데, 어패류·소금·맥주 등 우리가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에 들어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생활필수품이 된 마스크는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지난해 6월 포르투갈 아베이루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달 일회용 마스크 약 1290억 장과 장갑 650억 개를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사용하고 버린 마스크와 장갑이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이미 각국 바다에서 버려진 마스크들이 떠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해양 생물과 우리의 몸까지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위험, 미세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플라스틱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이 언젠가 자신의 입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무심코 사용했던 플라스틱 제품들을 줄여, 환경과 건강을 보호하는 생활이 필요하다. 일상 속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품을 사용을 줄이는 등 지금이라도 생활습관부터 조금씩 바꿔 간다면 어떨까. 작은 실천이 모여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편리함' 보다는 조금의 '불편함'이 미래의 지구환경과 인류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신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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