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와 기업 사이에서 정체성 찾아가는 '마을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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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와 기업 사이에서 정체성 찾아가는 '마을기업'
  • 2021.07.23 19:07
  • by 김정란 기자
▲ 서울 사회적경제 온라인 박람회에서 마을기업을 주제로 한 포럼이 열렸다. 온라인 갈무리
▲ 서울 사회적경제 온라인 박람회에서 마을기업을 주제로 한 포럼이 열렸다. 온라인 갈무리

서울시가 2021 서울 사회적경제 온라인 박람회를 개최했다. 사회적기업의 날과 협동조합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22일과 23일 양일에 걸쳐 진행된다.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포럼, 사회적기업상품 온라인 판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이틀에 걸쳐 열린 포럼에서는 사회적경제 4대 영역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을 각각 별도로 다뤘다. 마을기업 포럼은 ▲'언택트 시대의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주제로 진행됐다.

▲ 서울 사회적경제 온라인 박람회 포럼에서 마을기업 부문 좌장을 맡은 노정은 이사장. 온라인 갈무리
▲ 서울 사회적경제 온라인 박람회 포럼에서 마을기업 부문 좌장을 맡은 노정은 이사장. 온라인 갈무리

마을기업 부문 포럼은 도시마을협동조합 노정은 이사장이 좌장을 맡고, 나무와열매사회적협동조합(이하 나무와열매) 김경예 대표, 에듀통협동조합(이하 에듀통) 조아라 대표, 코발트사회적협동조합(이하 코발트)의 박꽃별 대표가 참여했다.

마을기업은 대체로 돌봄사업, 교육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대부분 문을 닫는 상황을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마음을 잃지 않았다.

장애자녀를 둔 부모 모임에서 출발해 2013년 마을기업에 선정된 나무와열매 김경예 대표는 "우리가 운영하는 사업 중 통합돌봄터는 전년 대비 이용자가 4분의 1로 크게 줄기도 했지만, 최소화된 그룹 활동을 진행하고, 외부 인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선별검사를 의무화하는 등의 대응을 통해 일부 대면 돌봄도 진행했다"며 "따라가는 돌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같은 위기상황일수록 대안과 방법 고민하며 돌봄이 지속돼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마음과 마음이 전하며 지역사회 안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 대면 활동을 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지금도 아이들 오는 것을 보고 '필요한 결정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에듀통협동조합 역시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쉬게 된 상황에 멈춰있지 않았다. 에듀통 조아라 대표는 "엄마선생님들의 일자리가 모두 중단됐다. 무엇을 할지 논의하던 중 집에만 있을 아이들을 위해 우리 협동조합의 시그니처인 '빨대담은 책키트'를 수작업으로 만들어 65개 초등학교에 3000개 제공했다. 또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하는 바우처 사업에 참여해 은평구에서 34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고 잘 진행했다. 올해도 마을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 관련 문화예술 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코발트 협동조합은 "지역의 소상공인을 뽑고, 예술가를 뽑아 매칭하는 사업을 2019년 55개 소상공인, 20여 명의 예술가에서 2020년 150개 소상공인, 예술가 30명으로 확장해 진행했는데 코로나19가 터졌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비대면으로 진행했는데, 툴이 어렵지 않아 많은 예술가들이 생각보다 수월하게 작업 진행했다. 결과물의 만족도 부분도 차이가 없고, 효율성은 온라인 툴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시도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에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떠밀리듯 진행한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위기에서 만난 새로운 길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시도에서 배운 교훈을 통해 새로운 영역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시대 변화에 따른 적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조아라 대표는 "'코로나 19가 끝나면 일자리가 돌아오겠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을 텐데 불가피한 부분이 있는 돌봄과 달리 교육은 그렇지 않다. 온라인 교육이 어려워도 시도하고 참여한 분들은 올해에도 온라인을 통한 교육을 진행하고 계신다. 본인이 하는 일이 교육인지 보육인지 정확하게 구분하고 온라인에도 대비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꽃별 대표는 "작년에 50플러스재단에서 유튜브 교육을 했는데 연세 있는 분들이지만 못하지 않으시더라. 화상 교육을 하더라도 잘 안되는 부분은 원격을 통해 직접 들어가 도와드릴 수 있어 재미있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8명의 연세 있으신 유튜버를 배출했다. 너무 두려워하지 않고, 여러 툴을 활용하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서울 사회적경제 온라인 박람회 마을기업 부문에 참여한 연사들. 왼쪽부터 노정은 이사장, 박꽃별 대표, 김경예 대표, 조아라 대표.
▲ 서울 사회적경제 온라인 박람회 마을기업 부문에 참여한 연사들. 왼쪽부터 노정은 이사장, 박꽃별 대표, 김경예 대표, 조아라 대표.

참여한 마을기업 관련 연사들은 마을기업의 어려움 중 하나로 공동체와 기업 사이,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의 정체성을 찾는 것을 꼽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적절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 마을기업에는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대표는 "마을기업이라는 것이 마을공동체와 기업 사이에서 헷갈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마을 공동체 일을 하는 것이 마을 기업인 줄 알았던 시절이 있다. 우리는 마을 기업으로 회사 운영하고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 마을에서 필요한 것을 찾아 공공성 실현하고 가치를 중시한 기업 되는 것이 마을기업이라고 생각한다. 마냥 봉사하려고만, 이익 추구하려고만 하지 마시고 잘 중심 잡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박꽃별 대표는 "2013년에 마을기업으로 지정됐는데 마을기업 되는게 어렵다. 정체성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다들 힘들고 열악하지만 정체성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소통하는 기업이지 않나. 너무 기업성만 보지 않고 공익성 추구하면서 뚝심있게 밀고 나가면 우리도 언젠가 수익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예를 들어 디자인, 영상은 우리가 찍고 돌봄이나 교육 사업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그렇게 콜라보되는 여러 가지 상품이 될 수 있다. 카카오메이커스나 마켓컬리 같은 플랫폼의 파급력이 엄청나지 않나? 사회적기업, 마을기업이라고 왜 할 수 없겠나?"라며 종사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김경예 대표는 "마을기업 된 이후에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매출, 수익보다 지역의 공공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성은 협력하고 소통하고 지역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마을기업의 역할을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관내 기업들이 우리가 마을기업인 것 알고 '나무와 열매가 그래서 그렇구나' 하는, 공공성 부문에서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그런 좋은 예가 될 수 있는 모범될 수 있는 좋은 기업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해 마을기업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를 갖고, 그것이 기업의 나아갈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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