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행동] 시장에 등장한 이노슈머(innosumer)! 기업을 바꾸다
상태바
[지구를 위한 행동] 시장에 등장한 이노슈머(innosumer)! 기업을 바꾸다
  • 2021.07.19 14:00
  • by 전윤서 기자
07:25

플라스틱의 3분의 1은 플라스틱병, 플라스틱 컵, 비닐봉지와 같은 일회용 물품으로 생산된다. 이러한 일회용품은 한번 사용되고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며칠 안에 버려진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렇게 낭비되는 돈은 매년 800억(약 92조) ~ 1,200억(약 138조) 달러로 추정되며,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아 지구 어딘가에 계속해서 존재하게 된다. 우리가 순환경제(자원채취부터 제품 사용 이후까지 전 과정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폐기물의 배출을 최소화하는 경제구조)로 향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생산단계, 유통단계, 소비단계, 선별 재활용 단계 등 물질순환의 전 과정의 혁신이 필요하다. 라이프인은 기후위기에 처한 지구를 위해 혁신을 만들어 내는 시민과 기업, 단체를 만나 솔루션을 제안한다. [편집자주]

 

▲ 기후위기시대 이노슈머(innosumer)의 역할이 떠오르고 있다. ⓒundraw
▲ 기후위기시대 이노슈머(innosumer)의 역할이 떠오르고 있다. ⓒundraw

기후위기시대 이노슈머(innosumer)가 떠오르고 있다. 라이프인은 환경문제에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그린슈머(Greensumer)를 너머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 사회혁신(innovation)을 만들어 내는 능동적인 소비자(Customer)를 이노슈머라 지칭하고, 이들이 만들어낸 변화를 공유하고자 한다. 

지난해 녹색연합은 전국 만 14세 이상 69세 이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심각성을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97.7%가 기후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와 폭염, 폭우를 겪으면서 기후위기를 절감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 묻는 질문에는 '정부'에 있다가 36.9%, '기업과 산업'에 있다가 28.5%로 뒤를 이었다. 이노슈머는 '개인의 작은 실천으로는 세상이 변하지 않아'라는 생각에 지지 않고 기업과 정부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정치적, 사회적 신념을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에 적극적인 MZ세대가 소비의 주축으로 대두되면서 이노슈머의 역할이 소비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노슈머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비건, 플라스틱프리, 자원순환에 중요한 가치를 두고자 하는 기업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기업은 ESG 경영(환경 Environment, 사회 Social, 지배구조 Govermance)에 힘을 싣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초 로레알코리아,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LG생활건강 등 국내 굵직한 화장품 기업은 재활용이 어려운 화장품 용기의 플라스틱을 줄이고 자원을 회수해 사용하는 순환경제를 위해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를 선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 100% 제거 ▲석유 기반 플라스틱 사용 30% 감소 ▲리필 활성화 ▲판매한 용기 자체 회수 등 4대 중점 목표가 포함됐다. 서울YWCA,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시민단체로 참여해 성과를 모니터링 한다고 밝혔다. 

화장품용기는 유통과정의 편리함과 안전 때문에 40% 이상이 플라스틱으로 제작된다. 게다가 대부분의 용기가 복합재질로 이뤄져 있어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세척도 어렵다. 시민들과 시민단체는 '화장품 어택' 등의 활동을 이어오며 꾸준히 화장품 용기 포장재 개선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이어왔다. 이에 화장품 업계는 플라스틱 용기의 두께를 줄이고, 친환경 포장재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백화점, 대형마트에 잇따라 리필 스테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서울시 광진구 이마트 자양점에 '아모레스토어 헤어&바디' 리필스테이션을 통해 60여 종의 상품을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PCR 플라스틱 전용 리필용기에 담아갈 수 있게 했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은 리필스토어 '아모레스토어 광교' 업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LG생활건강도 이마트에서 샴푸와 바디워시 제품을 리필 용기에 소문해 판매하는 리필스테이션을 꾸렸으며 7월에는 신사동에 '빌려쓰는 지구 리필 스테이션'을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헤어·바디·스킨 및 오랄케어 등 다양한 제품을 재활용이 가능한 코코넛 껍질을 사용한 용기에 소분해 판매하고 있다. 이외에 천연재료사용, 동물 실험 반대, 비건, 친환경에 초점을 두는 등 제작과정에도 이노슈머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착한 제품들이 세상에 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지난해 CJ제일제당을 상대로 '스팸 뚜껑 반납하기 운동'을 펼쳤다. '필요없는 뚜껑, 반납한다'라는 뜻으로 72명의 소비자들이 스팸 뚜껑 585개를 반납. 이러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CJ제일제당은 2020년 추석 선물세트를 시작으로 노란색 플라스틱 뚜껑을 순차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동원F&B와 롯데푸드도 통조림 햄 뚜껑 없애기 운동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비슷한 반납 운동으로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쓰레기 없는 세상을 꿈꾸는 방'에서 시작한 '빨대 어택'이 있다. "빨대를 버리지 않을 선택권을 주세요."라는 뜻으로 우유, 요구르트, 두유에 붙어 있는 빨대를 모아 손 편지와 함께 유제품 회사에 보냈다. 매일유업의 김진기 고객최고책임자(CCO) 겸 품질안전본부장은 이에 대한 답으로 "고객님의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과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깊이 공감하며, 저희(매일유업) 또한 하나하나 변화하고자 합니다"라는 손편지를 보냈다. 매일유업은 올 초 상하목장 유기농 멸균우유에서 빨대를 제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아이쿱생협은 2019년 비접착식 라벨지를 사용한 기픈물을 선보인 바 있다. 아이쿱 소비자기후행동 조사연구팀에 따르면 한국인이 소비하는 500ml 물은 1년에 96병이었으며 이 페트병을 종이팩으로 바꾸면 연간 27만 톤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 이에 지난 6월, 소비자기후행동 캠페인위원회의 노(NO)플라스틱 팀의 주도로 종이팩에 담긴 기픈물을 출시했다. 더불어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공적 기금을 투입, 페트병보다 비싼 종이팩 용기에도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의 부담을 덜었다. 

▲ 기픈물.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 기픈물.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아이쿱생협은 수미김의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해 김 제조 업체에서 포장 간소화를 선도적으로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후 식품제조업계의 포장 간소화가 이어졌다. 동원F&B도 대표 상품인 양반김에서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했다. 롯데제과는 카스타드의 플라스틱 완충재를 종이로 교체하고, 해태제과는 홈런볼 트레이를 친환경 소재로 교체한다고 밝히면서 이노슈머의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해 불필요한 플라스틱 없애기에 동참했다. 농심은 올해 6월부터 생생우동에 포장 간소화 생산에 나설 것이라 발표했다. 라면류가 묶음 포장 없이 밴드(띠지)만으로 제품 출시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한 환경운동연합의 관계자는 "농심을 시작으로 라면 업계에 과대포장인 묶음 포장 변경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노슈머의 적극적인 요구도 요구지만 친환경 제품을 내놓은 기업에 '돈쭐'을 보여주며 의견을 드러냈다. 매출 폭증으로 이어졌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월 업계 최초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ECO'를 출시했다. 무라벨 생수는 1년 새(올해 1분기 기준) 판매량이 500% 급증했다.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필요없는 옷은 사지 말자'는 의미를 담아 '이 자켓을 사지마라'라는 문구의 캠페인을 벌였다. 그 진정성에 매년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이노슈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동차업계도 탄소 발자국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전기 자동차, 친환경 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를 내놓는 것은 물론 친환경 캠페인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오프로드 최적화 자동차 브랜드 지프(JEEP)는 사회적기업 트리플래닛과 손잡고 '강원 산림 기능 생태 복구 숲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2050년까지 총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매년 탄소 감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제 화장품, 식품, 자동차, 패션 등 모든 산업에 친환경, 기후위기 대응은 필수가 되었다. 거스를 수 없는 이노슈머의 요구에 기업은 변화한다. 최근 기후우울(climate grief)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기후위기로 미래가 사라진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세상은 이렇게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우울에 빠져 있기만 하기에는 도처에 이노슈머를 기다리는 기업들이 아직 많다.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요기사
인기기사
  • (0731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62길 1, 1층
  • 제호 : 라이프인
  • 법인명 : 라이프인 사회적협동조합
  • 사업자등록번호 : 544-82-00132
  • 대표자 : 김찬호
  • 대표메일 : lifein7070@gmail.com
  • 대표전화 : 070-4705-7070
  • 팩스 : 070-4705-7077
  • 등록번호 : 서울 아 04445
  • 등록일 : 2017-04-03
  • 발행일 : 2017-04-24
  • 발행인 : 김찬호
  • 편집인 : 이진백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소연
  • 라이프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라이프인.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