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뉴노멀⑤] 지역활성화, 돈이 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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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뉴노멀⑤] 지역활성화, 돈이 벌려야 한다
  • 2021.07.15 14:23
  • by 전영수 교수(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전 국토에서 수도권 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다. 이 좁은 지역에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다. 서울에서는 주택난 등 각종 도시문제로 과밀화 해소를 이야기할 때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로 인한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맞닥뜨리고 있다. 이러한 지역 격차는 인구문제만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문제다. 수도권에 자원과 인프라가 쏠리니 사람들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니 또 자원이 쏠린다. 이 과정에서 경제는 물론 복지, 의료,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격차가 생긴다. 이와 같은 지역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균형발전을 논의하고 정책화해왔지만 여전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삶은 불균형하다. 이제는 지역활성화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다. 지역활성화의 '뉴노멀'이 필요하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가 지역활성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제언을 전한다. [편집자 주]

 

지역활성화는 눈먼 돈 퍼주기도, 이해 야합의 전유물도 아니다. 지역행복이라는 공공선을 위한 사회가치가 핵심적인 고려대상이지만 경쟁과 혁신, 성과 등 시장기반의 경제·재무적 접근 방식을 평가절하하거나 배제해서는 곤란하다. 예산으로 판은 깔아줘도 이후에는 자생·순환적인 경쟁력을 발휘하며 새로운 경제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끝없이 고민해야 한다. 외부동력이 끊겨도 얼마든지 자가운전이 가능하게끔 자체적인 기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정부 예산을 필두로 한 선의적인 외부협조만 바라서는 명분도 실리도 제한적이다. 좋은 일을 하니 도와 달라는 건 한두 번이다. 지속되기 어렵다. 외부의 선의·자선도 매한가지다. 자기만족이든 사업 전략이든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 예산은 당연히 정치 권력의 철학·이해에 맞춰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요소다. 결국 스스로 힘을 길러 지역활성화로 돈을 버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본연의 사업 취지도 실현된다.

비유하자면 영업외수익에 의존하지 말고 영업이익의 힘을 기르자는 의미다. 사업모델로는 적자인데 정부지원금이 벌충해줘 당기순이익을 내는 사례는 경계 대상이다. 공공성을 지원한다는 취지와는 맞지만, 지역활성화 조직도 엄연한 사적조직인 까닭이다. 초기 단계에는 지원이 불가피하더라도 이렇게 이익을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재무제표라고 볼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지역활성화의 사업 주체는 스스로 능력과 자질을 키워 내외부의 검증을 받으며 독자생존의 길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주민을 위한 사업이란 핑계로 손실을 가리거나 비교 열위를 정당화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그럴수록 주민행복을 최대한 담보해내는 다양한 경쟁력을 강화해 사업 성과를 최대한 끌고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사사업을 영위하는 시장의 민간회사와 부딪혀도 이겨내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궁극적인 과제다. 상시적인 원가절감과 추가적인 가치창출은 생존을 넘어 성장을 위한 지름길이다. 지원과 보호가 자립과 협력을 막는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 예산투여형 명분사업에서 매력적인 재무제표로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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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민관협치든 주민주도든 지역활성화의 새로운 역할 주체로 발굴되고 강조되는 신형조직의 완결성은 꽤 떨어진다. 기존 플레이어는 지역활성화 프로젝트를 공공성보다 수익성을 우선해 접근하기에 진행 과정에서 확산적인 사회가치를 확보하기는 구조적으로 힘들다. 시장논리에 따라 최대한 수익을 내는 것이 당연하기에 자본주의의 시장실패를 만회할 동기와 의지는 없다. 물론 문재인 정부 이후 사회적경제계를 도시재생을 비롯한 지역활성화의 실행 주체로 끌어오는 수많은 유인과 배려가 정책화됐지만 아직 홀로서기는 난망한 상태다. 실험 초기라 시행착오가 많은 데다 능력 발휘가 미숙하다. 그러니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을 수는 없겠으나, 그럴수록 외부지원 없이 장기 지속하기 위한 경쟁력 확보를 가시권에 두고 사업체계에 녹여내야 한다.

지역활성화는 지역을 되살릴 다양한 사업에서 시작된다. 정부 예산 투입이든 민간투자이든 지역 단위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발전실험이다. 공공목적이나 형태가 다양하고 돈과 사람, 조직이 결부된 사업이라는 점에서 민간 부문의 프로젝트와 추진 과정은 아주 유사하다. '투입→활동→산출'의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는 지역활성화가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시장은 실패하는 사업을 추진하지 않듯이 지역활성화도 공정단계별 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야 본연의 추구 가치인 공공성도 유지·확대된다. 행정주도든 민간위탁이든 혹은 민관협력이든 기존방식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명확한 증명과 설득이 필수다. 즉, 새로운 역할 주체일수록 지역활성화에 더 도움이 된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자주 거론되는 한계인 외부의존성을 낮추고 영리적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때 주민공감은 물론 사업지속의 효율성과 정당성을 마련할 수 있다.

지역활성화는 통섭적인 융합학문에 속한다. 공공·행정학인 동시에 복지·사회학은 물론 경영·경제학까지 아우른다. 지역이란 공간의 축약적인 특수성 탓이다. 제아무리 작은 공간일지언정 사람이 산다는 점에서 모든 영역이 포괄된다. 지역활성화에 전공자나 전문가는 잘 없다. 특정 분야에서 경험치, 암묵지를 쌓아 훈수를 둘 수는 있지만, 실험실 화두가 아닌 생활인 이슈이기에 정합성은 제한된다. 바꾸어 생각하면 전공이 없다는 말은 모두가 전공자라는 의미다. 각자의 영역, 위치에서 지역활성화라는 큰 퍼즐을 맞추는 데 기여한다면 파편적인 사업이라도 전체적인 스토리로 만들어낼 수 있다. 작은 힘이 모여서 큰 힘이 된다. 지역활성화는 '작은 실험의 큰 연결'일 때 성과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특정 분야에서 경쟁력을 구축한 후 주변 사업과 연계하는 협업·협력체계로의 진화가 바람직하다.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시도와 실험은 갈수록 늘어난다. 하나씩 완수하되 합해서 완결하는 방식이 좋다. 지역 주체라면 벽을 쌓기보단 문을 열어젖히는 자세가 필요하다.

■ 지역활성화, 자생적인 수익구조 갖춘 영리방식일 때 지속적

▲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본인 제공.
▲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본인 제공.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지역활성화 사업 현장에 적용되는 영리적 사업 방식이 비교적 적거나 없다는 것이다. 행정발 예산 사업이든 주민·조직발 자체 사업이든 '돈을 버는 지역활성화'에 관심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돈을 버는 영리구조에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일부는 대놓고 중요도를 낮추기까지 한다. 공공사업인데 영리성을 밝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정부주도·행정주체의 완전한 공공사업이 아닌 이상 영리적인 지속가능성은 필요하다. 지역활성화 프로젝트 중 대부분이 민간위탁 혹은 민관혼합이란 점에서 민(民)은 자생적인 수익구조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산 사업일지언정 최대한의 효용성과가 전제된 합리적인 영리체계가 필요하다. 예산 투입이 없다고 사업을 끝낼 수 없기에 초기 지원을 마중물 삼아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다. 물론 공공성의 확보가 우선되나, 문제해결(Social Value)도 영리방식(Economic Value)이 구축될 때 지속되는 법이다.

늦기 전에 돈 버는 지역활성화를 위한 시스템의 안착 및 확장이 시급하다. 예산만 쳐다보고 지원만 바라서는 사업을 그르친다. 지역사회 후생증진(Regional social welfare)의 극대화를 위한 영리 감각의 도입이 필요하다. 공공성에만 천착해 설계·집행하면 지속성은 떨어진다. 지역활성화를 하겠다면 매력적인 사업모델로 영리적인 수익구조를 갖춰 수많은 외부 경쟁자와 부딪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호와 지원이 계속될 리 없다는 점에서 자생력은 간절해진다. 왕왕 시장의 민간조직이 더 뛰어난 재생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율 향상을 위한 긴장과 노력은 필수항목이다.

좋은 일을 하는데 돈까지 번다는 이미지를 실현할 때 지역활성화의 새로운 실험은 공감받을 수 있다. 어떤 조직이든 사업 성과와 결부되는 경제조직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은 반드시 요구된다. 불특정 다수의 지역주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사업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이상적인 가치만으로 지역활성화를 평가하는 지역주민은 거의 없다. 사업 결과의 품질을 냉철하게 논평한다. 행정도 민간파트너의 지원 의존도를 낮추되 경쟁력을 키우는 간접 도움을 편성하는 편이 부담도 적고 더 효율적이다. 투명성을 높이고 주민과 상호협력이 자주 일어나도록 정보 비대칭성을 풀어주는 정책을 통해 관련 인프라를 강화해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지역활성화는 대부분 경제사업이다. 사업 내용이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결국 주민이 활용하고 평가하는 최종 고객인 엄연한 비즈니스다. 시장에서 재화를 사듯 확실한 효용이 없다면 주민은 찾지 않는다. 경쟁력이 부족해 고객이 이탈한 사업 공간에 돈이 돌리는 더더욱 없다. 심지어 공공성을 내세운 무료편익이란 인센티브를 제공해도 경쟁력이 없다면 결과는 매한가지다. 고객들은 기회비용까지 따져가며 확실한 만족이 없는 한 공감하지 않는다. 사업은 했는데, 주민은 없는 숱한 지역활성화발 유휴·방치사례는 이렇게 발생한다. 따라서 고객만족, 즉 주민행복은 사업 자체의 경쟁력에서 비롯한다. 값을 내고 사도록 끊임없는 고민과 진화를 반복하는 영리기업에 준하는 접근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지역활성화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사업성은 강화되며, 지속성이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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