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익이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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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익이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면?
  • 2021.06.23 10:44
  • by 송소연 기자

부동산(不動産)은 움직이지 않는 자산. 토지와 그 위에 있는 건축물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토지는 자본, 노동력과 함께 생산의 3요소 중 하나로 언급될 만큼 중요하게 취급되며, 시장경제체제에서 부동산의 개발로 발생한 이익이 부동산 소유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는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경제 양극화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소득의 차이보다 부동산 소유자산의 차이에 따른 자산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의 대상이나 양극화의 주범으로만 바라보아야 할까?

부동산은 우리 삶의 필수 요소다. 부동산은 옮길 수 없고, 아예 사라지게 하거나, 면적을 증가시킬 수 없고, 생산해낼 수도 없다. 하지만,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개발하고 활용하느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토지와 건물이 개인과 공공이 아닌 공동체의 자산이 된다면 토지이용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자산에서 발생하는 가치를 지역공동체가 함께 공유할 수 있다. 개발이익을 지역 주민들과 나누고, 지역 내 나눠진 이익이 지역에 남아 소비되고 재투자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지역 자산화라고 하며, 공동체가 관리하거나 소유하는 부동산을 사회적 부동산이라 한다.

영국 지역혁신기구 '로컬리티(Locality)'재단은 이러한 지역 자산화와 사회적 부동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을 3가지를 뽑았다. 먼저 사회적경제를 통한 지역사회 문제 해결이 훨씬 수월해진다. 지역사회는 필요한 시설과 서비스를 지역 주체들이 능동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지역 공동체의 사회자본이 축적된다. 사회적 자산을 만들고 운영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와 소통, 신뢰, 자부심 등이 확장된다. 마지막은 지역공동체의 재정 자립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과 운용 수익을 통해 지역 공동체는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며, 자산관리를 통해 공동체 조직은 장기적인 전망과 계획, 전문 역량을 갖출 수 있다.

사회적경제는 부동산을 통해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는 공동주택, 주택 협동조합, 비영리 단체와 개발업자에게 부동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아티라 재산 관리 주식회사(Atira Property Management Inc.; APMI)'가 있다.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의 근절하기 위한 비영리단체 '아티라 여성역량지원협회(Atira Women’s Resource Society; AWRS)'가 전체를 소유하는 곳으로, 수익금은 AWRS에 기부되어 쉼터 마련 자금과 폭력과 학대로 피해를 본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에 사용된다.

▲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의 근절하기 위한 비영리단체 아티라 여성역량지원협회 ⓒ아티라
▲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의 근절하기 위한 비영리단체 아티라 여성역량지원협회 ⓒ아티라

아티라는 밴쿠버 로어 메인랜드(Lower Mainland) 전역에 40곳의 쉼터와 주간보호소 2곳, 빈곤 여성을 위한 장기 지원 주택 등 다양한 공간을 운영한다. 폭력에 노출된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주택의 경우 직원들은 24시간 상주해 여성과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밖에도 원주민(First Nations, Metis, Inuit 등) 여성을 위한 법률 지원, 노숙자 위험에 처한 여성에 대한 지원, 약물 중독자에 대한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한다. 이때 정부의 지원을 받고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추진하려고 해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고, 정부 자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APMI를 설립했다.

AWRS는 아티라 개발협회(Atira Development Society; ADS)라는 비영리기관 운영해 지역주민들의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위해 부동산 개발도 진행한다. 아티라가 개발하고 관리하는 밴쿠버 다운타운 이스트 헤이스팅스 거리(East Hastings St.)의 올리비아 스카이(Olivia Skye) 빌딩은 공공과 민간 파트너십의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지원 주택 모델로 뽑힌다. 198호실이 들어가는 14층 건물 1층에는 사회적기업 등이 입주했고, 일반 임대,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 지원주택이 모두 한 지붕 아래 있다.

▲ 밴쿠버 다운타운 이스트 헤이스팅스 거리(East Hastings St.)의 올리비아 스카이(Olivia Skye) 빌딩. ⓒ아티라
▲ 밴쿠버 다운타운 이스트 헤이스팅스 거리(East Hastings St.)의 올리비아 스카이(Olivia Skye) 빌딩. ⓒ아티라

올리비아 스카이 빌딩 재개발 프로젝트에 3천2백만 달러(약 360억 원)가 사용되었는데, 비용의 상당 부분을 스트리토홈 재단(Streetohome foundation)과 연방정부, 지방정부, 시정부가 분담했다. 노숙자이거나 노숙자 위험이 있는 여성을 위한 주택을 52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원 서비스 인건비는 빌딩 임대료로 충당이 되어 정부의 지원금이 필요하지 않다.

아티라는 캐나다에서 가장 많이 소외계층을 고용하는 기관이다. 800여 명의 직원 중 약 300명이 고용 취약계층이다. 이들은 노숙, 가난, 정신 건강과의 투쟁, 범죄 기록으로 심각한 고용 장벽을 겪었다. 많은 고용주는 고용 장벽이 있는 사람을 고용할 때 발생하는 추가 비용과 위험 때문에 채용을 꺼리지만, 아티라는 이들을 고용할 때 상당한 사회적 투자수익(SROI)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1달러당 사회적 투자수익은 3.69달러였다. 이는 고용에 대한 세금, 의료비 절감, 형사 사법 제도 및 기타 지원과의 상호작용 감소 등으로 발생된 이익이다.

​아티라가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이유는 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들을 고용할 때 가장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리비아 스카이 빌딩이 있는 밴쿠버 다운타운 이스트 사이드(Downtown Eastside) 지역은 '캐나다에서 가장 가난한 우편번호'로 불리는 곳으로 마약 사용, 노숙자, 빈곤, 범죄, 정신 질환 및 성 노동을 포함한 복잡한 사회 문제를 가지고 있다. 다운타운 이스트 사이드의 많은 거주자는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대부분 사회와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아티라는 이들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지원주택의 임차인이 되게 해 자신의 삶을 안정시키고 독립성을 향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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