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9천 명인 소멸지역 빈집, 호텔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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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9천 명인 소멸지역 빈집, 호텔 되다
  • 2021.06.23 11:00
  • by 이연경 (패어트래블재팬 팀장)

히로시마현 진세키고원군(神石高原町)은 일본여행을 좀 해보았다는 사람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곳이다. 이곳은 서울의 절반만한 땅에 인구 약 9천 명이 살아가는 산골마을이다. 일본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점점 사라져가고, 그 자리에 남겨진 빈집들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진세키고원군이 가진 문제는 일본이 당면한 문제이자, 한국도 곧 당면할 문제이다.

사회적기업 '공감만세'는 일본 국제개발 비영리기구 '피스윈즈재팬(PeaceWindsJapan)'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만들기 위해 재난대응, 지역개발 등 한국과 일본이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할 방안을 모색해 왔다. 공감만세는 여행을 통해 우리 사회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기 위해 히로시마현 진세키고원군과 도쿄도 시부야구에 각각 '패어트래블재팬(FairTravelJapan)' 비영리법인과 영리법인을 설립하고 작은 실험을 진행 중이다.

진세키고원군에 자리를 잡고 있는 패어트래블재팬은 작년 지역재생을 목표로 오래된 빈집을 한 채 구입하고 리모델링해 스테이호텔 '시이노모리'를 오픈했다. 시이노모리(思惟の森)는 '사유의 숲'이란 뜻으로 아름다운 자연의 한 가운데에서, 천천히 사유하며 지낼 수 있는 공간, 여러 생각이 모여 새로운 발상이 피어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 스테이호텔 '시이노모리'의 전경 ⓒ패어트래블재팬  

빈집은 방재, 위생, 경관 등 지역주민의 생활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패어트래블재팬은 이러한 빈집을 활용해 여행자가 머물며 지역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먼저 마을에 빈집은행을 찾았다. 좋은 물건을 찾기를 5개월여, 지자체에서 절반 정도 지원을 받아 예산을 마련하고, 공사를 마무리하기까지 1년 반이 걸렸다. 그리고 2020년 12월, 스테이호텔 '시이노모리'가 완성됐다.  

지은 지 108년 된 가정집(고민가; 古民家)을 현대식으로 탈바꿈해 내 집 같은 에어비앤비와 호텔과 같은 분위기가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드넓은 들판과 하늘을 배경으로 개별숙소, 공용거실과 주방, 공용사무실/작업실/소규모 라이브러리, 세탁실, 앞마당, 뒷마당이 있다.

▲ 스테이호텔 '시이노모리'의 내부 ⓒ패어트래블재팬  
▲ 스테이호텔 '시이노모리'의 내부 ⓒ패어트래블재팬  

이곳에 오면 한적한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멍을 때릴 수 있고 매일 밤, 하늘에 수 놓인 별을 볼 수 있다. 조용히 집중하여 개인 작업을 할 수 있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부대 서비스를 즐길 수도 있다.

스테이호텔 '시이노모리'가 마을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공간이 되도록 인사도 열심히 하고, 설명회도 진행하고, 공사가 마무리될 쯤 초대도 해 공간도 보여드리고 음식도 대접했다. 덕분에 자연스레 안부를 묻거나, 한국음식이 먹고 싶다며 찾아오는 이웃들이 늘었다. 

▲ 스테이호텔 '시이노모리'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지역 주민들 ⓒ패어트래블재팬  
▲ 스테이호텔 '시이노모리'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지역 주민들 ⓒ패어트래블재팬  

마을주민들과 코로나가 끝나고 올 손님들을 위해 다양한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30년 전부터 유기농업을 고집해온 타나베씨가 건강하게 재배한 토마토 등의 채소를 수확하고, 요리해 먹는 건강한 밥상 체험, 마을 터줏대감 우에씨의 소소한 마을 이야기를 들으며 천천히 걷는 마을산책, 맘씨 좋은 모리할머니의 손맛이 듬뿍 담긴 시골밥상 체험 등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중심의 프로그램이다. 

진세키고원군 곳곳에 숨겨진 맛집을 탐방하는 미식여행프로그램, 유기견 보호활동을 하는 '피스완코(PeaceWanco)'에 일일 봉사자로 참가하는 '볼런투어(Volunteer+tour)', 조선통신사의 옛 숨결이 살아있는 토모노우라 여행 등 선택의 폭도 다양하다. 

공정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시이노모리는 패어트래블재팬이 만든 공간이지만, 마을주민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이곳을 향하는 많은 발걸음이 이곳을 살아가는 주민에게 새로운 활력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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