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라이프지기] 윤하나 공기핸디크래프트 대표 "'뿌뚜 아저씨' 이야기 궁금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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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라이프지기] 윤하나 공기핸디크래프트 대표 "'뿌뚜 아저씨' 이야기 궁금하지 않나요"
윤하나 공기핸디크래프트 대표 인터뷰
  • 2021.06.03 13:49
  • by 노윤정 기자

소셜 솔루션 미디어 라이프인은 후원회원의 회비로 운영되는 비영리 언론사입니다. 라이프인을 지지해주시는 후원회원 '라이프지기'분들은 어떤 영역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고 우리 사회의 문제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실까요? 라이프인은 올 한 해 라이프지기분들의 목소리와 현장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라이프인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의견을 교류하는 하나의 장(場)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후원독자 인터뷰 '만남, 라이프지기'를 진행합니다.
6월 라이프인이 만난 라이프지기는 공정무역 방식으로 수공예 리빙 제품들을 생산하고 판매하며 생산자들과 연대하고 있는 공기핸디크래프트의 윤하나 대표입니다. [편집자 주]

 

▲윤하나 공기핸디크래프트 대표. ⓒ라이프인
▲ 윤하나 공기핸디크래프트 대표. ⓒ라이프인

공기핸디크래프트(이하 공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수공예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회사다. 공정무역으로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과테말라, 캄보디아, 이렇게 4개 국가의 4개 단체와 함께 제품을 기획하고 제작하여 판매한다. 공정무역과 관련된 캠페인이나 콘텐츠 기획도 생산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원래는 홍보 회사에서 일했었다고 들었다.

대학생 때 PR(Public Relations) 분야를 처음 접했고, 대학원에서 관련 분야를 전공한 뒤 PR 회사에서 8년, 프리랜서로 3~4년 정도 일했다. 당시 근무했던 회사가 비영리 활동에 친화적인 곳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비영리 쪽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한 NGO에서 국제자원활동가를 뽑는 공고를 보고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지원해서 네팔에 갔다. 네팔에서 공정무역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1년 반 정도 지내면서 국제개발협력, 공정무역을 현지에서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당시 살던 네팔 동네 주변에 수공예 가게들이 많았다. 물건이 예뻐서 자주 샀는데, 알고 보니까 그곳 제품들이 공정무역 제품이더라. 신기했다. 그리고 내가 도자기 빚는 취미를 갖고 있다 보니까 자연히 수공예 공정무역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만 갖고 있다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공정무역의 어떤 점에 그렇게 마음이 끌렸나.

국제기구나 NGO의 지원 우선순위 상단에는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극빈층이 있다. 그런데 극빈층은 아니더라도 차상위에 해당하는 분들, '사각지대'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분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각지대를 없애려면 다양한 층위의 지원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렇게 층위를 다양화하는 지원 방법 중 하나가 공정무역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공정무역은 일방적으로 지원해주거나 긴급구호하는 개념이 아니라,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맺음으로써 함께 역량을 키워가고 생산자들이 자립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다.

ⓒ공기핸디크래프트
ⓒ공기핸디크래프트

그렇다면 공기는 생산자들과 어떤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있나.

생산자들은 현지 재료와 현지의 전통 생산기술을 이용하여 제품을 만들고, 우리는 주로 기능적인 디자인을 보태는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다. 또, 현지에 직간접적으로 디자인 교육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런 방식으로 수공예 제품들, 주로 리빙 제품들을 제작하고 있다.
캄보디아 쪽 단체는 최근에 파트너십을 맺었고, 방글라데시나 과테말라, 인도네시아 쪽 단체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같이 해왔다. 네팔에 거주했던 적도 있고 네팔에 공정무역 단체가 많으니까 그곳 단체와 해볼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에 네팔 단체들과 거래하는 곳이 꽤 있다. 그래서 아예 새로운 곳을 찾아보자고 방향을 틀었다.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이 찾았다. 처음에는 세계공정무역기구(WFTO)에 속한 생산자 단체들을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메일로 소통하고, 현지에 직접 가서 만나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내가 갖고 있는 공정무역에 대한 철학, 제품의 분위기, 궁합 등을 고려하여 단체를 선정했다.

대표님이 가진 공정무역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우선, 나는 '공정무역'이 우리 회사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공정무역은 회사를 운영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지, 그것이 우리 회사를 소개할 때 가장 상단에 노출되는 메시지가 되는 것을 지향하지는 않는다. 수공예 제품은 필수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품질도 좋고 아름다워야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 물론,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차원에서 한번 살 수는 있다. 그런데 좋은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한 구매가 지속적인 구매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것 같더라. 그래서 내가 가장 바라는 소비자 반응은 '예뻐서 계속 눈이 가길래 샀는데 알고 보니 공정무역 제품이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정말 팬십(Fanship)이 생기는 것 아닐까. 가치를 내세우는 것은 기본이고, 어떻게 하면 품질을 더 높일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요즘 나오는 공정무역 제품들은 정말 품질 좋은 것들이 많다. 해당 카테고리의 다른 제품들과 함께 놓고 보기에 손색없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에게 공정무역을 설명할 때면,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고자 해서인지 추상적이고 어렵게 느끼는 모습을 자주 본다. 말하고 싶은 것이 많다는 건 그만큼 공정무역이 추구하고 지켜야 하는 가치와 원칙이 다양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어렵다. 여러 원칙을 지키면서 품질도 높이고 소비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가야 하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공정무역의 가치와 제품의 품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 메시지를 조금 더 쉽게 와 닿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쿨하고 재미있어지는 것이 공기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공기핸디크래프트
ⓒ공기핸디크래프트

품질을 높이기 위해 생산지와도 계속해서 소통해야 할 것 같다.

맞다. 일단, 우리는 제품을 생산지에서 그대로 들여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디자인을 새롭게 다시 만든다. 왜냐하면 생산지와 우리나라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제품에서 강조되어야 하는 기능도 다르다. 그릇을 예로 들면 생산지 사람들이 그릇을 사용하는 방식과 우리가 그릇을 사용하는 방식이 다르다. 식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우리가 일상에서 쓰기 편하고 쓰임새 있게 만들 수 있도록 디자인을 고민한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다. 우리도 트렌디한 제품을 만들어 보고도 싶은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계, 부자재 등이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부자재를 보내서 만들자니 생산지에서의 부가가치 창출에 한계가 생긴다. 그래서 아예 독특한 제품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한국에서 잘 만들지 않거나 혹은 한국에 별로 없는 소재로 만든 제품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주뜨(Jute, 황마) 제품의 경우도 공기 제품처럼 로프 형태로 된 제품은 국내에 많지 않다. 그런 방식으로 해결점을 찾아가고 있다.

제품의 이름들이 굉장히 독특하다. 어떤 이야기를 담아 제품 이름을 지었는지 설명 부탁드린다.

소비자들에게 '당신이 지금 마음에 들어 하는 제품을 만든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생산자분들과 관련된 것으로 이름을 지어봤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이라고 봤다.
'시간의 결'은 제품을 만드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코코넛 껍질을 하나하나 붙이고 샌딩(Sanding, 주로 사포를 사용하여 제품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과정)하고.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제품이 가진 결마다 만든 사람의 시간이 들어갔다는 의미를 이름에 담았다. 소비자분들이 제일 좋아하는 제품 이름은 '미스터 뿌뚜'다. 뿌뚜 아저씨 신제품은 언제 나오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다.(웃음) 뿌뚜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째 아이에게 주로 붙이는 이름이다. 그래서 발리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런 문화가 재미있기도 하고 발음도 귀여워서 뿌뚜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어느 순간 팬층이 생겼다. '꿈꾸는 욜란다' 시리즈는 욜란다라는 생산자 이름에서 따왔다. 욜란다는 늘 당차게 자기 꿈을 이야기하면서 낙천적으로 사는 친구다. 그래서 내가 욜란다에게 받은 에너지를 소비자분들께도 전달하고 싶어서 이름을 '꿈꾸는 욜란다'로 정했다.

코로나19 이후 생산지들이 많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공기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생산지 상황은 어떠한가?

사실 다 어렵다. 특히 방글라데시와 과테말라가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집합해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모일 수 있는 여건이 되지도 않고, 요즘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심해서 그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원료 수급도 잘 안 돼서 우리도 지난해 주문한 제품을 거의 1년 걸려서 받았다. 과테말라는 봉쇄를 아주 엄격하게 해서, 마을 간 이동도 어렵다. 과테말라 생산지는 모이지 않고 가가호호 제품을 만들기는 하지만, 재료를 전달하거나 디자인을 설명해주러 가기가 어렵다. 그래서 과테말라 쪽은 생산자들이나 마을 커뮤니티 사람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위주로 하고 있고 제품 생산은 어려운 상황이다. 인도네시아는 그래도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에서 지원사업을 해서 아주 조금 숨통이 트일 정도는 됐다.

ⓒ공기핸디크래프트
ⓒ공기핸디크래프트

공정무역을 하면서 생산자들의 삶이 달라진 걸 본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그분들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거나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제적 변화를 일으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매해 가서 보고 느낀 점은 그분들이 일상을 살아내는 힘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 생산지는 주뜨를 만드는 워크숍이 거의 문을 닫을 상황이었는데, 우리와 함께 작업하면서 다시 활기가 생겼다. 주뜨 로프를 만드는 기계를 사서 이제는 원사부터 만드는 시스템도 갖추었다. 황마 제품을 만드는 기술 교육도 새로운 생산자들에게 하고 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 그분들이 계속 일을 하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 점이 가장 큰 성과이지 않나 싶다.

요즘 가장 관심이 있는 화두는 무엇인가?

요즘 나의 관심사는 '사람',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게 너무 어렵다. 흩어져 있는 개인들이 느슨한 연대체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여러 방식으로 연대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해보고. 그렇게 느슨한 네트워크를 넓혀가는 방법에 관심이 있다. 공기가 일하는 방식도 그런 방식이다. 우리는 내부에 디자이너가 없다. 다양한 디자이너,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려고 한다. 그렇게 이질적인 사람들 혹은 동질적이지만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그 안에서 새로운 것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맺어진 느슨한 관계들이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좋은 것 같다.

ⓒ라이프인
ⓒ라이프인

라이프인을 후원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어느 날 라이프인 기사 하나를 봤는데, 그 기사가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 기사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웃음) 다만 그때의 느낌은 기억난다. 이런 기사가 너무 소중하다, 이런 기사가 계속 나오는 매체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후원금으로만 운영되는 매체인데, 그게 정말 대단한 일이지 않나. 그래서 이런 매체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후원을 시작했다.

평소 라이프인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관심 있는 기사들을 챙겨 보면서 요즘 어떤 사람들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읽고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재미있고 흥미롭다. 이렇게 생생한 이야기들이 무척 절실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진짜 그 사람들의 목소리로 하는 이야기들, 라이프인이 그런 이야기들을 잘 담아주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라이프인이 언론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지.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좋다. 그래서 사람들, 현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다뤄줬으면 좋겠다. 특히 라이프인이 사회적경제 미디어로 시작하긴 했지만 정확히 사회적경제라고 말하기 어려워 보이는 분야들도 취재하지 않나. 분야를 넓혀 취재한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아는 분들도 기사를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이야기와 생각을 갖고 있는지 더 알 수 있고, 모르던 사람들도 새롭게 알 수 있는 점이 좋다. 자연스러운 톤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깊이 엿볼 수 있도록 해주는 기사들이 계속 나오길 기대한다. 또, 그런 기사들을 보면서 우리가 느슨한 네트워크를 만들거나 어떤 프로젝트를 할 때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당신의 라이프인(人)은?

우리 생산자분들이다. 너무 모범답안 같나.(웃음) 내가 늘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일 년에 한두 번 현지에 가서 우리 아티잔(Artisan)분들을 만나고 오는 시간이 진짜 이 일을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너무 지치고 고갈되어 가다가 현장에 가면 정말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 현지에 다녀올 때마다 '내가 이 사람들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지' 이런 것들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그분들을 만나면서 인생이 많이 바뀌었는데, 내가 이렇게 공정무역을 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나. 그런 의미에서 공기와 함께하고 있는 생산자들이 나의 라이프인(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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