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건강하고 동등한 삶을 위한 '돌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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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건강하고 동등한 삶을 위한 '돌봄'이란
윤경아 YMCA서울아가야 대표 인터뷰
  • 2021.05.26 08:00
  • by 노윤정 기자

돌봄. '돌보다'의 명사형으로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는 일을 이른다. 경제 용어로서 돌봄 노동은 환자나 노인, 어린이와 같은 사람을 돌보는 모든 활동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런 돌봄 노동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유·무급 돌봄 노동'에서 돌봄 노동에 대해 "인류의 생존을 가능하게 해준 노동"이며 "어느 시점에서도 멈출 수 없는 노동"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돌봄은 가정에만 책임이 귀속되어서는 안 되며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YMCA서울아가야(이하 서울아가야) 역시 돌봄 사각지대가 없도록 지역사회 내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했다. 필요할 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제돌봄전담센터를 운영해 온 서울아가야는 현재 예술인자녀돌봄센터(이하 예봄센터)와 반디돌봄센터를 위탁 운영하며 예술인 부모에게 특화된 시간제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아가야 윤경아 대표는 이러한 돌봄에 대해 수요자 맞춤형, 지역맞춤형 돌봄이라고 표현했다. 돌봄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는 우리 사회에서 돌봄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 사각지대 없도록, '틈새'를 찾는 돌봄

▲ 윤경아 YMCA서울아가야 대표. ⓒ라이프인
▲ 윤경아 YMCA서울아가야 대표. ⓒ라이프인

한국YMCA전국연맹은 고용노동부, SK와의 협력사업으로 시간제 돌봄 서비스를 기획하여 지난 2006년 국내 최초 시간제 돌봄 센터인 아가야 센터를 전국 23개 지역에서 개소했다. 이후 2009년 8개 센터와 한국YMCA전국연맹 사업단으로 운영되었던 서울아가야센터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전국 아가야사업의 운영모델 센터 역할을 했던 서울아가야의 경우, 2016년까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직접 센터를 운영했으며 현재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지원하는 예봄센터와 반디돌봄센터, 두 개 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또한, 가정육아교사를 파견하는 가정파견돌봄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아가야 사업은 '틈새 돌봄'을 위해 시작됐다. 긴급 돌봄, 방과 후 돌봄 등의 지원이 최근 몇 년 사이 많이 늘어났지만, 평일 저녁과 주말, 그리고 공휴일과 방학 기간 등은 여전히 돌봄 공백 시간대다. 가정 내에서 아이를 돌보는 경우에도 아이를 잠시 맡아줄 곳이 필요할 때가 생기기 마련이다. 또한 유아와 초등 아동을 돌보는 곳이 보통 나누어져 있다 보니, 나이 터울이 있는 형제자매를 한 곳에 맡기기가 어렵다는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특히 예봄센터와 반디돌봄센터의 수요층은 지역 예술인들로, 활동 시간이 부정기적이며 수입이 불안정한 프리랜서가 대다수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문을 닫는 돌봄 기관에는 아이를 맡기기 어렵다 보니 기존의 돌봄 제도를 이용하는 데에 제약이 있다. 아가야에서 이루어지는 시간제 돌봄은 바로 이런 '틈새'를 메우기 위해 시작됐다.

이에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반디돌봄센터의 경우 화~금요일 13시에서 23시까지(주말의 경우 9시에 문을 열어 토, 일요일 각각 23시, 20시에 닫는다), 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예봄센터는 화~일요일 9시에서 22시까지 문을 열어두어 부모들이 필요할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센터의 운영 시간이 다른 이유는 두 센터를 이용하는 지역 예술인들의 활동 및 이용 성향 차이를 반영한 것이다. 이용 대상 역시 24개월에서 13세(초등학교 6학년)까지로, 여타 돌봄 센터보다 폭넓다. 예술인 부모의 자녀 돌봄을 지원하기 위해 특화된 수요자 맞춤형 돌봄이라고 볼 수 있다.

윤 대표는 "돌봄 서비스는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자녀를 키우기가 힘들다고 한다"며 "지역 상황, 수요 분석 등을 통해 지역에 맞는 다양한 돌봄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안에서 다양한 돌봄 유형을 고민하여 돌봄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 왜 지역 맞춤형 돌봄이 필요한가

▲ 예봄센터 내부. 아이들이 보다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가정집처럼 꾸며져 있다. ⓒ라이프인
▲ 예봄센터 내부. 아이들이 보다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가정집처럼 꾸며져 있다. ⓒ라이프인

이처럼 돌봄 서비스는 지역 내에서 수요자가 원할 때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긴급 돌봄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돌봄 서비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윤 대표는 "시골에서는 그래도 틈새 돌봄이 보완되는 부분이 있다. 관계망 안에서 긴급 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 돌봄의 경우만 봐도, 공동체 안에서 관계망이 잘 형성되어 있는 시골 지역은 급할 때 옆집에 잠시 아이를 맡길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도시 지역, 특히 아파트가 많고 이웃 간 관계가 단절되어 있는 곳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돌봄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도시 지역에는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직장인들만큼 프리랜서, 자영업자들도 많다. 코로나19 이후 프리랜서로 근무하는 사람들은 더욱 증가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돌봄의 '틈새'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황을 반영한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때문에 윤 대표는 현재 코로나19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한 아이 돌봄 서비스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돌봄의 '틈새'를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이 선행되어야 할까? 윤 대표는 일단 돌봄 분야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지역에서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사각지대 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 돌봄만 해도 그렇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하는데 그럴수록 태어난 아이들을 사회가 함께 잘 키워줘야 한다. 돌봄 분야 일자리가 사회적 일자리로 안착될 수 있도록 지원해서 돌봄 사각지대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설명.

■ 돌봄 수요자가 곧 '수혜자'인 것만은 아니다

▲예봄센터. ⓒ라이프인
▲예봄센터. ⓒ라이프인

이처럼 아가야는 자녀 돌봄을 지원함으로써 부모, 특히 대다수의 가정에서 자녀 양육을 담당하고 있는 여성들이 다시 사회·경제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동시에 취업취약계층인 경력단절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아가야의 돌봄 교사, 가정육아교사들은 대부분 결혼과 양육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들로, 특히 중장년 여성들이 주로 근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윤 대표는 "많은 사람이 일자리가 없어서 고민이라고 한다. 공공성에 기반한 돌봄 일자리가 사회적 일자리로 안착된다면 중장년층 여성들, 경력이 단절되었다가 다시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의 안정적인 일자리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지역 내 돌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위해 아가야에서는 교사들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교사의 성장이 곧 돌봄의 질로 연결되기도 하고, 아가야와 같은 돌봄 모델의 확산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경력단절여성인 이들의 사회·경제 활동 활성화는 그 자체로 곧 사회적 가치가 된다.

따라서 윤 대표는 "교사들이 성장하는 것은 아가야의 중요한 과제"라고 전했다. 돌봄 분야 전체 생태계가 확장되기 위해서는 한 단체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생태계 안에서 활동할 인적 자원의 성장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윤 대표의 지론이기도 하다.

또한 윤 대표는 돌봄 서비스를 받는 수요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관해서도 이야기하며, 수요자를 곧 '수혜자'로만 바라보는 인식을 경계했다. 특히 윤대표가 몸담고 있는 아이 돌봄 분야와 관련하여 "아이 돌봄 분야에서 근무를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아이들을 수혜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 돌봄이란 결국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잘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돌봄이 결국 사회 구성원들의 건강하고 동등한 삶을 위한 것이라면, 그 목적대로 지역사회 안에서 돌봄이 잘 작동하기 위한 관계망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윤 대표는 관계망 형성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 자체의 운영을 위해서도 필요하며, 지역에 맞는 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역과 소통하고 변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적극적으로 협력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터. "이렇게 관계를 맺고 서로 신뢰를 쌓았을 때 상부상조가 이루어질 수 있다. 신뢰 관계 안에서 연대와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돌봄은 단순히 보살핌을 제공하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돌봄은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건강한 구성원을 길러내고, 사회 구성원들이 동등하게 자신의 삶에 선택권과 통제권을 가지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이러한 돌봄 서비스가 어떻게 지역사회 안에서 작동하도록 할 것인지, 어떻게 개인의 삶을 돌보고 나아가 개인이 사회 안에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연결할 것인지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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