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쓰레기여서 버릴까, 버려서 쓰레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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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영화] 쓰레기여서 버릴까, 버려서 쓰레기일까
음식쓰레기 문제 다룬 영화 '모따이나이 키친'
  • 2021.05.20 10:38
  • by 김정란 기자
ⓒ유나이티드 피플
ⓒ유나이티드 피플

"음식 귀한 걸 알아야지! 남기면 나중에 죽어서 그거 다 먹어야 한다!"

다소 공포스럽게, 죽은 이후를 언급하면서까지 음식을 아꼈던 할머니의 말은 이제 우리 할머니처럼 저 멀리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는 어느새 남은 음식을 버리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폐기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삶을 살게 됐다. 이전 세대들이 어릴 때는 상상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풍요로운 식생활을 누리는 요즘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궁금해진다. 우리는 가치 없는 것을 버리고 있는 걸까? 어쩌면 버려서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조명해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영화 '모따이나이(もったいない)키친'은 음식 로드무비 다큐멘터리다.

지난 2020년 만들어진 이 영화는 오스트리아의 영화감독이자 푸드활동가 다비드 그로스가 만들었다. 그는 세계 곳곳을 돌며, 버려지고 있는 음식들을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버려지는 음식으로 만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니, 뭔가 모순적인 조합이긴 하지만, 이 영화를 잘 들여다보면 이 모순에서 나오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그로스 감독이 영화 제작을 위해 찾은 곳은 일본이다. 그는 '가치가 남아있는 것은 버리지 않는다'는 일본의 '모따이나이(もったいない)' 정신에 이끌려 일본을 찾았다고 말한다. '아깝다'는 뜻의 모따이나이라는 말이 낭비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영화는 일본의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보여준다.

낭비라는 이미지와 일본은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도 하지만, 음식 폐기량에 있어서는 일본도 심각한 '낭비'가 진행 중이다. 일본의 식품 낭비 문제 전문가인 이데루미 씨는 일본에서 연간 버려지는 식품의 양이 643만톤이라고 말한다. 이는 도쿄 도민의 1년 소비량과 맞먹는 수치로, 1억 명이 넘는 일본 인구가 매일 주먹밥 한 개씩(139g)을 버린다고 생각하면 그 양을 가늠해볼 수 있다.

물론 이 낭비에 있어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일반 소비자보다는 식품 기업이다. 특히 '편의점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은 다양한 즉석식품으로 우리에게도 유명하다. 문제는 이 제품들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상품이 모자라 못 파는 것을 막기 위해 팔리는 양보다 더 많이 만들어내다 보니 결국 버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버려진 음식들을 액상비료로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재활용센터. ⓒ유나이티드 피플
▲ 버려진 음식들을 액상비료로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재활용센터. ⓒ유나이티드 피플

이 문제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관심 갖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소비기한제'와도 연관이 있다. 유통기한이 1초라도 넘은 음식은 시장에서 전부 사라져야 하고, 일본은 그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 냉장고 속에서 유통기한을 하루이틀 넘겨도 대체로 상하지 않는 식품들이라도,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그대로 폐기되는 것이다. 

'모따이나이', '아깝다!'라고 느끼는 사람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창의력을 동원한다. 음식재활용센터에서 팔 수는 없지만, 먹을 수는 있는 식품들을 모아 액상 돼지 사료로 만들기도 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을 모아 저렴하게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만든 창업가도 있다. 이왕 생명을 먹어야 한다면, 공장식 축산이 아니라 자연이 준 것을 먹고 그를 애도하는 '곤충식'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음식 낭비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좋은 해법은 덜 생산하는 것이다. 아직 세계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먹는 것보다 더 많은 식품이 만들어지고, 결국 버려진다. 이데루미 씨는 환경을 위한 3R원칙을 언급한다. Reduce(감소)가 가장 먼저, Reuse(재사용)가 그다음, Recycle(재활용)은 이 중 가장 마지막 방안이라고 말이다. 식품의 과잉 생산은 음식물뿐 아니라 그를 포장하기 위한 플라스틱 등 부자재 폐기물들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 역시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소비가 늘어나면서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영화 후반부 그로스 감독은 '기존의 시스템이 지금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말하는데, 재미있는 말이다. 지금의 풍요를 가져온 최첨단 기술이, 지구가 점차 지쳐가고 있는 이 시대에는 뒤떨어진, 혹은 필요하지 않은 기술일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일주일 동안 발효한 천연효모를 사용해 만든 빵을, 우리는 쉽게 버릴 수 있을까? 어쩌면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 기술적 발전이, 쉽게 버려도 아무렇지 않도록 생각하게 된 데에 일조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음식'에 대해 우리가 가진 다양한 편견이 깨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왜 가지 꼭지를 떼버리고, 파꽃이 핀 파는 먹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까? 왜 하늘소 유충이 '부드럽다'며 맛있게 먹는 사람을 보면 눈이 찡그려질까? 왜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맛있고, 곤충을 먹는 것은 징그러울까? 내 안의 다양한 편견에 대해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들어주는 영화다.

이 영화는 지난 2월 세이프넷지원센터 국제팀이 일본 제작사에 직접 타진해, 독립영화 배급사 시네마달과의 배급 계약이 성립됐다. 아이쿱 번역모임 '연리지'에서 번역했고, 일반 개봉은 하지 않는다. 다만 환경의 날(6/5)~세계협동조합의 날(7/3)을 맞아 아이쿱 지역조합을 대상으로 공동체 상영이 지원된다. 오는 6월 열리는 서울환경영화제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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