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천에 가면] 지역에서 잘 놀고 잘 일하고 잘 산다! '살롱 드 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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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천에 가면] 지역에서 잘 놀고 잘 일하고 잘 산다! '살롱 드 노마드'
아뜰리에포노마드 김형철 대표 인터뷰
  • 2021.05.15 14:30
  • by 노윤정 기자

유안진 시인의 표현처럼 '가을도 봄'인 듯 느낄 정도로 봄 정취가 가득한 지역, 춘천. 춘천은 호수와 강, 산을 품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관광지로서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도시다. 동시에 로컬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이 활발한 강원도에 속하며, 사회혁신센터가 설립되어 민간에서 지역성을 띤 사업들이 일어나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리고 수도권 GRDP(지역 내 총생산)가 전국 대비 52%에 달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지역에서 가능성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춘천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계절 봄, 춘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며 지역에서 다양한 일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세 곳(책방마실·아워테이스트·아뜰리에포노마드)을 만났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우리 역시 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편집자 주]

 

▲ 살롱 드 노마드 전경. ⓒ라이프인
▲ 살롱 드 노마드 전경. ⓒ라이프인

지난 2018년 춘천시 조양동의 한 주택가에 문을 연 살롱 드 노마드(salon de nomad). 길을 지나가다가 외관만 언뜻 보고 '카페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살롱 드 노마드는 일반적인 카페가 아니다. 일과 공부할 공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 공유사무실)이자 북클럽을 비롯하여 다양한 소모임이 이루어지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따뜻한 분위기의 조명과 은은한 커피 향이 어쩐지 일의 능률을 올려줄 것만 같은 이곳은 예비 사회적기업 아뜰리에포노마드가 운영하고 있다.

2층 문을 열고 들어가 살펴보면 공간 구성이 굉장히 독특하다.(정문이 있는 위치는 1층으로 보이나 법적으로는 2층 공간이라고 한다) 내부 공간은 크게 3곳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각 공간은 10명 내외의 인원이 모일 수 있을 정도의 규모다. 손님들은 이 공간에서 일하기도 하고 소모임을 열기도 한다. '골방'이라고 부르는, 혼자 집중하여 작업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최근 새로 오픈한 1층 공간은 10명 이상의 인원이 모일 수 있는 장소로 마련되어 있다.

아뜰리에포노마드의 사업은 크게 코워킹 스페이스 운영(살롱 드 노마드)과 목가구 제작(오크우드스튜디오)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아뜰리에포노마드는 그중 살롱 드 노마드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하여 지역 창업가들을 연결하고 다양한 문화 기획을 함께하고 있다. 김형철 대표는 "살롱 드 노마드를 열고 2~3년 정도는 리모트워커 분들이 와서 일을 했다. 이제는 이곳에서 창업까지 연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창업가들이 다양한 고민과 실험을 하는 곳, 살롱 드 노마드와 아뜰리에포노마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아뜰리에포노마드의 김형철 대표(左)와 심해인 씨. ⓒ라이프인
▲ 아뜰리에포노마드의 김형철 대표(左)와 심해인 씨. ⓒ라이프인

공간 구성이 굉장히 독특하다. 살롱 드 노마드가 생기기 전에는 어떤 공간이었나?

원래 소줏집과 중탕집 자리였다. 문을 닫은지 몇 년 정도된 곳이었는데, 우리가 저렴하게 인수해서 공간을 텄다.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찾아온 것이다. 사실 지역의 다양한 개발 문제와도 연결이 돼 있는데, 춘천시청 쪽으로는 신작로들이 나 있다. 그런데 이쪽은 차선 확장이 안 되고, 그 외 다른 이유가 겹치면서 사람도 빠져나가고 빈집도 많이 생겼다. 이 지역 자체가 원도심화된 동네다.

공간 기반 사업이라서 지난해와 올해는 힘들었을 것 같다. 코로나19 때문에 다수의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모이기 어렵지 않나.

2019년부터 밋업(Meet up)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1~2년간 꾸준히 하다 보니까 지인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모르던 분들도 오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유입되기 시작한 시점에 코로나19가 터졌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는 그냥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렇게 버티는 것이 가능한 이유도 이곳 임대료가 저렴해서다.

밋업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역 커뮤니티 프로그램이다. 어떤 날은 다 같이 와인을 마시고, 또 어떤 날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기도 한다. 지역 뮤지션들을 초청해서 음악회를 연 적도 있고, 서로가 다녀온 여행지를 이야기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고기 밋업이라고, 매달 함께 모여 고기를 구워 먹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근래 매주 금요일에는 '타로살롱'을 운영하고 있다.
친목, 네트워킹을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호스트가 돼서 모임을 여는데 처음에는 내부 구성원들이 잘하는 것을 주제로 진행했다. 그 다음에는 우리 네트워크 안에 들어온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그림 작가님이 호스트가 되어 '우리 다 같이 모여서 그림 그려볼까요?'라고 해서 이루어지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 계속 확장되어 왔다.

▲ 살롱 드 노마드의 스페이스1. ⓒ라이프인
▲ 살롱 드 노마드의 스페이스1. ⓒ라이프인

춘천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에서 공방을 운영하면서 목가구 만드는 일을 해왔다. 우리 사업 대상은 절반이 해외 쪽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나머지 절반도 대부분 온라인을 기반으로 판매가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거주하는 지역이 크게 의미 있지 않았다. 그래서 지역으로 왔다. 그래도 사무실은 필요했다. 재택근무도 해봤는데, 결국 함께 모여서 일할 공간도 필요하긴 했다. 어떻게 보면 살롱 드 노마드는 우리의 필요에 의해 생긴 공간이다. 아뜰리에포노마드 사무실을 생각했던 것이 확장되어 코워킹 스페이스를 열게 됐다.

많은 지역 중에서 춘천이라는 지역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일단, 연고가 전혀 없는 곳이어서 끌렸다.(웃음) 그리고 서울과 거리상으로 가까워서 오가는 데 부담이 덜하면서도 서울에서 벗어난 느낌이 드는 지역이다. 또, 살려면 교육기관이나 마트, 병원 같은 생활 인프라가 필요한데 춘천에는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춘천에는 대학병원도 2개나 있다. 나는 목가구를 제작하니까 부상에 대비하여 응급실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춘천을 선택했다.

그렇게 춘천을 선택해서 와보니 어떠한지?

많은 사람이 직장이 없어서 지역에 못 간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지역에도 당연히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관점을 달리하면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곳이다. 서울의 말도 안 되는 부동산 가격과 비교했을 때, 춘천에서는 서울에서 원룸 구할 가격으로 오래된 아파트를 구할 수도 있다. 물론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유입되도록 하는 구조도 만들어져야 하지만, 청년들도 지역이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좋겠다.
나는 그래도 춘천에 온 지 7~8년 정도 됐지만, 아뜰리에포노마드 구성원이 거의 외지인이다 보니까 지금도 춘천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춘천이 궁금하다. 춘천에서 오래 지낸 사람들에게는 당연해서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우리에게는 보이는 것 같다.

이방인의 시선에서 낯설게 보이는 부분들을 사업으로 연결할 수도 있겠다.

맞다. 지난해에 춘천사회혁신센터 안에 조성된 카페를 6개월간 대행 운영했는데, 그때 춘천에서 나는 재료들로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 판매했었다. 지역에서는 과일이 많이 나니까 오미자청 같은 청을 정말 많이 담근다. 지역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장면이지만 우리에게는 그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센터에 탄산수 기계를 마련해 달라고 제안했다. 탄산수랑 청을 섞으면 에이드가 되지 않나. 그래서 자두청, 블루베리청, 오미자청, 사과청 등 지역에서 나는 과일들로 청을 만들고, 그걸 넣어 만든 에이드를 판매했다. 또, 춘천사회혁신센터와 같이 '춘천 써먹기'라는 타이틀로, 춘천에서 나는 재료를 이용해 공예를 하거나 문화기획을 해보는 등의 마을실험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요즘 가구 제작용으로 적합하지 않아 땔감이나 펄프로 쓰는 나무들에 관심을 두고 있다. 다르게 이용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 나무들을 이용해 나무 굿즈나 캠핑용 가구를 만들어보려고 준비하고 있다. 지역에 있는 저평가된 재료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바꿔보려고 한다.

▲ 살롱 드 노마드의 스페이스2. 직원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곳이기도 하고 손님들이 모임을 갖기도 하는 곳이다. ⓒ라이프인
▲ 살롱 드 노마드의 스페이스2. 직원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곳이기도 하고 손님들이 모임을 갖기도 하는 곳이다. ⓒ라이프인

춘천에서 일하면서 느낀 아쉬운 점도 있나?

지역의 창업 생태계를 봤을 때, 지역 안에만 함몰되어 있지 말고 큰 시장을 경험하고 다양한 것들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창업가 정신이 더 성장할 수 있다. 지역이 서울과 비교해 경쟁이 심하지 않은 것이 장점이지만, 다른 측면으로 봤을 때는 능력 계발을 더디게 하는 요소일 수도 있다. 서울에 있는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이 잘하는 것 한 가지를 송곳처럼 뾰족하게 연마해서 뚫고 나가는데, 지역에서는 어느 정도만 잘해도 된다. 그래도 근래에는 내부적으로 역량을 키우려고 하는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싫어서 서울을 떠나온 사람들도 많을 텐데.

맞다. 하지만 지역에서 창업할 때 중요한 요인도 결국 창업가의 능력일 것이다. 창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도전적이고 시장의 흐름을 읽을 줄 알며, 혁신적인 사고를 통해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려는 창업가 정신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하여 나는 누구나 창업가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프런티어십(모험가 정신, Frontiership)이 있으면 팔로워십(추종자 정신, Followership)도 있어야 하니까.

▲김형철 아뜰리에포노마드 대표. ⓒ라이프인
▲김형철 아뜰리에포노마드 대표. ⓒ라이프인

아뜰리에포노마드가 지역에서 만들고 있는 변화가 있다면?

변화를 가시적으로 확인하기에는 기간이 짧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변화를 볼 수 있을 때까지 오래 공간을 유지하고 싶다. 사실 사람들이 다짐은 많이 한다. '책을 읽어야지', '운동을 해야지' 이런 다짐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미루게 된다. 우리가 운영하는 밋업 프로그램을 보고 관심이 생겨도 많은 경우 '다음에 꼭 참여해야지'라며 미룬다. 그런데 우리가 계속 이 자리에서 버텨주면 언젠가 한 번은 오게 된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단절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지나가면서 보기만 하다가 이번에 마음먹고 왔어요'라고 하는 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역 공동체 안에서 일할 때는 활동가 정신도 필요한 것 같다. 우리도 이런 커뮤니티 프로그램은 활동가의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 같은 곳들이 한 곳에 닻을 내리고 오래 있으면서 활동들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일단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하는 것뿐 아니라 창업가를 양성할 수 있는 창업교육까지 해보고 싶다.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는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20대 때는 훌륭한 가구, 훌륭한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 지금은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행복하게 사는 데 지방이 조금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에게 '네 꿈은 뭐야?'라고 물어보면 보통 직업을 이야기한다. Dream(꿈)과 Job(직업)은 다른 건데. 지역에서는 Job과 함께 Dream을 고민해볼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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