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되는 연구 ④] 사회적경제는 왜 이해하기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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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되는 연구 ④] 사회적경제는 왜 이해하기 어려운가?
  • 2021.05.07 09:00
  • by 김형돈 (대전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도시재생·사회적기업 전공 조교수)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한 논문은 올해 2월 기준으로 '사회적기업'이 들어간 논문 2,280건, '협동조합' 593건, '사회혁신' 278건으로 검색된다. 사회적경제 영역의 실천 현장과 연구 현장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지만, 연구 결과물은 소수의 사람에게만 읽히는 것이 현실. 사회적 경제 연구자들과 왜 이러한 연구를 했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조금은 쉬운 언어로 전달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중요한 쟁점에 대한 논의를 확산해 사회적 경제 연구와 현장의 접점을 넓혀 서로의 지식, 지혜를 교환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경제는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2007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본다. 벌써 약 14년이 흘렀지만,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사회적경제는 낯설고, 이는 사회적경제가 성장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여전히 낯선 이유는 사회적경제가 복잡하여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가 경험한 에피소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회적경제를 소개하는 강의를 하다가 있었던 일이다. 어떤 분이 자신의 경험을 얘기해 주셨다. "제가 사회적기업가와 SNS 친구를 맺었는데요. 같은 기업인데, 어떨 때는 사회적기업이라고 부르고 또 다른 때는 협동조합이라고 합니다. 이해가 안 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사회적경제분야의 용역 입찰 심사를 할 때였다. 입찰에 참여한 사회적경제기업의 조직 정체성을 두고 심사위원끼리 의견이 오갔다. 어떤 심사위원이 이렇게 말했다. "작년에는 협동조합이라고 조직을 소개했었는데, 올해는 사회적기업이라고 소개하며 입찰에 참여했다." 

이러한 현상은 현장의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현상의 원인을 탐구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가 없었기에 현상을 명확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았다. 필자는 "사회적기업이면서 동시에 협동조합과 같은 복잡한 사회적경제기업이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러한 복잡한 사회적경제기업은 현장에서 얼마나 될까?", "이들 사회적경제 기업 간에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의 차이가 있을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단일유형 조직과 복합유형 조직의 경제적․사회적 성과에 관한 연구"를 2020년 5월 출판했다. 본고에서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에 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회적기업이면서 동시에 협동조합과 같은 복잡한 사회적경제기업이 나타나는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 첫째는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 제도의 특성이고, 둘째는 제도적 동형화와 자원의존이론과 같은 이론이다.

첫째,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 제도의 특성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위해 아래 그림을 함께 보자. 왼쪽에는 법으로 인정받는 조직인 법적 조직형태가 있다. 오른쪽에는 인정·지정·인증을 받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있는데, 이들은 법적 조직형태가 아니므로 왼쪽에 있는 법적 조직형태 중 하나를 갖춰야 한다.

▲복잡한 사회적경제기업이 나타나는 원인 ⓒ김형돈
▲복잡한 사회적경제기업이 나타나는 원인 ⓒ김형돈

예를 들어, (오른쪽에 있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왼쪽에 있는) 민법에 따른 법인⋅조합, 상법에 따른 회사⋅합자조합, 협동조합기본법 제2조에 따른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 또는 비영리민간단체 등의 법적 조직형태를 갖춰야 한다고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8조에 나와 있다. 바로 이러한 우리나라의 제도적 요건이 두 개 이상이 복합된 사회적경제기업이 나타나는 원인이다. 그림에서 왼쪽과 오른쪽 모두에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정의되는 조직형태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론을 통해 이해하여보자. 두 개 이상의 조직형태를 갖는 사회적경제기업 현상은 제도적 동형화와 자원의존이론을 결합해서 설명할 수 있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제도적 동형화란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조직을 닮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자원의존이론이란 조직은 어느 한 분야의 자원에만 의존하면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협받을 수 있기에, 다양한 분야의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둘을 결합해보면, 조직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원을 동원하여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다른 사회적경제기업 형태를 추가로 갖추는 것이다. 필자가 참여한 연구에서 자문회의를 할 때, 현장의 사회적경제기업가에게 이론적 추론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자활기업으로 출발해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조직의 이사장이었는데, 이러한 변화를 추구한 이유가 다양한 자원을 동원하여 조직을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두 번째 질문인 "복잡한 사회적경제기업은 현장에서 얼마나 될까?"에 관한 연구 결과는 아래 표를 보면 알 수 있다. 먼저 하나의 형태만 갖는 사회적경제기업은 전체의 75.25%를 차지하고, 두 개 이상의 형태를 갖는 조직은 24.75%이다. 이러한 조직은 총 6가지 유형이 탐색 되었다. 이 중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이면서 마을기업 지정을 받은 경우가 9.90%로 가장 많고, 사회적협동조합이면서 사회적기업 인증과 자활기업 인정을 동시에 받은 삼중 조직형태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는 보통 사회적경제기업하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대표적인 4가지 유형만 인식하지만, 실제 현장에는 총 10가지 유형의 사회적경제기업이 존재하는 것이다. 

▲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의 종류. ⓒ김형돈
▲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의 종류. ⓒ김형돈

지금까지 현장에는 10가지 유형의 사회적경제기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사회적경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사회적경제기업이 무척 다양해서 복잡하기 때문이다. 다양성은 크게 두 단계로 나타난다. 1단계로 사회적경제기업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으로 다양하다. 2단계로 사회적기업이면서 동시에 협동조합 등과 같은 2개 이상이 복합된 사회적경제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는 사회적경제와 직간접으로 연관된 거의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사회적경제기업 대표와 현장 실무자들은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다양한 사회적경제기업 유형을 선택하고 설계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상대적으로 가장 설립이 쉬운 협동조합에서 시작하여,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갈지 아니면 사회적기업으로 갈지에 대한 기초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둘째, 정책담당자는 사회적경제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이해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인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복합유형이 현장에 존재한다는 점과 유형을 이해함으로써 정책자원의 중복집행을 예방하고 시너지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정책을 디자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일반 사람들에게는 복잡한 사회적경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가 있고, 이는 사회적경제 저변 확대에 이바지할 수 있다.

 

※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한국사회복지행정학에 게재된 "사회적경제 단일유형 조직과 복합유형 조직의 경제적․사회적 성과에 관한 연구" 논문을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590627#listC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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