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이 노동위기 해결 대안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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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 노동위기 해결 대안 되려면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2-4 섹션 '기본소득과 코로나 팬데믹 속의 노동위기' 29일 진행
  • 2021.05.03 11:02
  • by 노윤정 기자
▲ 29일 오후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국제 컨퍼런스 중 '기본소득과 코로나 팬데믹 속의 노동위기'가 열렸다. 온라인 화면 갈무리.
▲ 29일 오후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국제 컨퍼런스 중 '기본소득과 코로나 팬데믹 속의 노동위기'가 열렸다. 온라인 화면 갈무리.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는 심각한 불평등을 맞닥뜨리고 있다. 이 불평등은 노동의 위기와도 관련되어 있다. 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하여 고용불안정의 문제가 커졌고 돌봄 노동 수요 증가와 돌봄 공백 문제, 플랫폼 산업의 성장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 속에서 다양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노동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의 두 번째 날인 29일 4번째 섹션 '기본소득과 코로나 팬데믹 속의 노동위기'에서는 바로 이 노동위기의 해결책으로서 기본소득의 기능과 의의를 논의했다. 올해 세 번째로 열린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는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렸다.

▲ 트로이 헨더슨 호주 시드니대학교 정치경제학 박사. 온라인 화면 갈무리.
▲ 트로이 헨더슨 호주 시드니대학교 정치경제학 박사. 온라인 화면 갈무리.

첫 번째 발표를 맡은 트로이 헨더슨 호주 시드니대학교 정치경제학 박사는 '코로나19와 호주 기본소득에 대한 전망'에 관하여 이야기했다. 헨더슨 박사는 호주의 노동시장을 불안정한 일자리·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여성·비전형 일자리 비율이 높으며, 실업자 지원이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호주 정부는 실업급여 지급액을 2배가량 늘려서 지급했다. 일시적인 정책이지만 실업 상태의 이들이 빈곤을 벗어나는 데는 효과를 나타냈다. 스파이스 벗처(Spies-Butcher)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업급여 지원 정책 이후 빈곤율이 67%에서 7%로 낮아졌다. 수령인들이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운용하는 데도 기여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대중의 의견은 어떨까? 헨더슨 박사는 "호주사회종합조사를 했는데 58%의 응답자가 생활보장급여 또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지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실업자들에게 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한 사람은 응답자의 50%였다"고 고무적인 결과를 전했다.

또한 헨더슨 박사는 재원 마련과 관련하여 호주가 GDP 대비 조세 비율이 낮다는 점을 들어 "독일 정도로만 조세 비율을 높이면 이런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세 지출을 조정하거나 부가세 및 법인세를 활용하는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금융모델을 이용하면 충분히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헨더슨 박사는 기본소득제의 점진적·단계적 시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본소득제를 논의 단계를 지나 실제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부터 차근차근 시행한 경우가 많다. 한국의 청년기본소득, 브라질의 시민기본소득이 그 예다"며 "연방정부 재정을 이용해서 단계적으로 프로그램을 시행하다 보면 경제적으로도 소화 가능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재분배라는 측면에서 기본소득이 거시적인 효과를 가진 정책으로 잘 수용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실험대에 오를 수 있었던 많은 정책을 토대로 기본소득제를 잘 설계하여 탄탄한 연구에 기반한 정책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이다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강사 겸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이다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강사 겸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 온라인 화면 갈무리.

두 번째 발표는 이다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강사 겸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이 맡았다.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노동 불평등과 기본소득'이라는 주제로, 코로나19가 노동문제에 있어 무엇을 드러냈는지(가시화), 코로나19로 인해 흔들리게 된 노동시장 요소는 무엇인지(해체), 코로나19 이후 노동문제에서 변화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재구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코로나19로 가시화된 것은 '불평등'과 '위험'이다. 불평등의 경우, 로버트 라이히(Reich) 교수는 '노동 4계급'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라이히 교수가 정리한 4계급이란 고소득 사무직 근로자인 'the remote', 필수노동자인 'the essential', 코로나로 인해 실업 또는 소득상실을 겪은 근로자인 'the unpaid', 난민·노숙인 등 공공영역에서 배제된 'the forgotten'을 이르는데, 이들 모두 새롭게 등장한 계급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존재하던 불평등이 코로나를 계기로 가시화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ILO(국제노동기구)는 현재 상황을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노동의 위기로 진단하며 불평등 심화를 우려했고,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의 회복도 불균형할 것을 염려했다.

또한 코로나19 발생 이후 보건의료·대면노동 종사자와 필수노동자가 처한 건강의 위험, 그리고 고용의 위험 등 노동 현장에서의 '위험'이 드러났다. 특히 이 연구위원은 '고용의 위험'에 따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노동법, 사회보장법이 무력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지적하며 코로나19 이후 일터에서 노동권이 침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노동현장에서 해체되고 있는 것으로 '돌봄 재난', '종속'을 꼽았다. 돌봄 재난의 경우 특히 성불평등 문제와 연결하여 볼 수 있는데, 이 연구위원은 “활발한 노동 활동을 하는 핵심연령에서 여성의 취업 감소율과 휴직 비율이 남성의 약 2배로 나타났다. 그리고 성역할 고정관념 때문에 여성이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돌봄 노동을 전담하는 경우가 많고, 육아와 가사를 맡아오던 여성들이 지나치게 과중한 돌봄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속'의 해체를 이야기하며 "현재 노동법 및 사회보장법은 대부분 20세기 초중반에 형성됐다. 고도성장이 가능하고 제조업 중심의 안정적인 경제구조를 가졌을 때의 노동자 상(狀)을 생각하고 만든 법이기 때문에, 특정한 기업이나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법이 만들어져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플랫폼 노동이나 기술혁신으로 새롭게 발생하는 노동에 대해서는 법이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노동법이 보호하는 영역이 지나치게 좁고, 보호해야 하는 노동의 영역은 넓어지는데 법의 보호가 다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노동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이러한 논의 속에서 기본소득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 연구위원은 노동의 위기와 기본소득의 연관성을 이야기하며 "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킨 좋은 계기였다"며 "2차 재난지원금부터는 선별 지급되었는데, 선별지급 후 오히려 사회 갈등, 불만이 증가했다. '나도 힘든데 왜 저 사람만 받고 나는 못 받지?'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선별지급은 사회 연대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소득은 우리 노동이 더 나아지고 가치를 가지기 위해서, ILO에서 말하는 양질의 노동을 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기본소득은 사람의 노동 교섭력을 강화하여 내가 하고 싶은 일, 가치 있는 일에 종사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기본소득을 주면 사람들이 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기본소득이 사람들로 하여금 더 가치 있는 노동을 향해 나아갈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연구위원은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필수노동과 새로운 노동을 보호하고 지지하는 간접 효과가 나타나고, 돌봄 노동의 가치가 더 인정될 것"이라고 부연한 뒤 "기본소득은 일을 하든 일을 하지 않던 모든 사람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긍정하는 기능이 있다"며 기본소득이 노동의 가치와 의미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이어진 토론은 조돈문 노회찬재단 이사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다비드 카사사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 사회학부 부교수 겸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국제자문위원회 위원, 루이즈 하그 영국 요크대학교 정치학부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박 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노동문제 중 하나로 비대면 산업의 성장과 실업 및 소득 감소에 관한 정부 대응을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플랫폼은 실업자를 양분으로 성장한다. 정규직 노동자가 많은 사회에서는 발전할 수 없는 산업"이라고 말하며 "그렇기 때문에 모순이 하나 발생한다. 실업자 고용 문제를 플랫폼 산업이 해결해주기 때문에 국가가 플랫폼 노동에서 발생하는 노동문제에 함부로 개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플랫폼 노동을 할 때 소득이 드러나면 기초생활수급권이 박탈당하기 때문에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식으로 선별적 복지가 노동자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다만 "소액 규모의 기본소득이 노동자들이 디지털 세계에서 숨 쉴 수 있는 통신 비용 정도로 활용된다면 노동 유연화의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는 등 최근 기본소득 논의에서 우려되는 부분을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박 위원장은 "노동의 문제와 함께 수탈, 투기소득을 환수하는 방식 등에 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해방적 기본소득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고 제언했다.

▲ 다비드 카사사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 사회학부 부교수 겸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국제자문위원회 위원. 온라인 화면 갈무리.
▲ 다비드 카사사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 사회학부 부교수 겸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국제자문위원회 위원. 온라인 화면 갈무리.

다비드 부교수는 기본소득을 친(親) 노동적으로 활용할 전략에 관한 논의를 이어갔다. 기본소득이 제공되면 구직자들이 노동 조건을 선택할 수 있고 노동 교섭권도 증대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다비드 부교수는 "'선택된 탄력근무'는 경제 민주주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탄력성, 유연성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위해서, 어떻게, 어느 기간 동안 일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선택권을 갖는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팬데믹 상황처럼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선택된 탄력근무'는 특히 중요하다. 그렇기 대문에 우리는 행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행동한다는 것은 상상하고 시도하고 넘어지면 일어서서 다시 시도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본소득은 노동자에게 교섭력을 제공하고 원하는 일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다비드 부교수는 "기본소득이 이런 권리를 모두의 권리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며 “우리에게 주권, 자기관리 능력, 직업의 자유 등의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 삶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선택된 탄력근무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루이즈 하그 영국 요크대학교 정치학부 교수. 온라인 화면 갈무리.
▲ 루이즈 하그 영국 요크대학교 정치학부 교수. 온라인 화면 갈무리.

마지막으로 루이즈 교수는 기본소득의 제도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다. 루이즈 교수는 "가본소득은 제도적 변화다. 따라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너무 많은 기대를 가지고 시작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의 재분배 효과는 굉장히 변동성이 큰 부분이다. 그러니까 관리할 수 있는 정도의 기대를 가지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본소득 논의에서 경계해야 할 점을 강조했는데 "기본소득을 도입하게 되면 노동, 경제적 측면에서의 불안정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통제력을 가지고 경제적 안정성을 가지고 됐을 때 기본소득의 필요성이 낮아지게 된다. 얼마나 포용적인 정책으로 기본소득을 설계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소득이 코로나19로 가시화된 문제들을 완화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변화된 사람들이 있다. 경제 구조로 볼 때 주변화될 수밖에 없는 약자들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경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루이즈 교수는 "기본소득을 재분배 솔루션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기본소득을 통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사람들도 사회적인 안정성, 경제적인 안정성을 가져갈 수 있다는 측면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실제로 빈곤층에게 기본소득이 유용하다고 말하기보다 기본소득이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개발, 발전에 필요하다는 부분을 강조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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