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Climate] 식품 유통을 바꾸니 다른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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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Climate] 식품 유통을 바꾸니 다른 길이 보인다!
  • 2021.04.30 11:00
  • by 이미옥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이사)

지구온난화의 대략 3분의 1은 전세계 농업과 식품 생산·유통·소비 등 푸드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다. 지구의 얼어붙지 않은 땅 중 4분의 1 이상이 가축방목에 사용되고 있고, 경작지 중 3분의 1이 농장동물을 먹이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 식생활의 중심이 육식으로 바뀌면서 더 많은 양의 고기를 더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한 시스템들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심각한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라이프인에서 농업과 식품시스템이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에 대한 솔루션으로서 채식 위주의 식단, 지구환경을 되살리는 농업방식, 그리고 식료품 과잉생산에 따른 음식물 쓰레기 이슈 해결을 위한 시도들과 같은 몇 가지 대안과 움직임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코로나 판데믹과 기후위기가 동시에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 들어오면서, 지구환경과 먹거리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텔레비전을 비롯한 온라인 채널 요리 프로그램에서도 '지구를 위한'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족한 것은 우리가 먹는 음식의 재료들이 어떤 환경에서 누구에 의해 어떻게 생산되고 가공되어 우리의 밥상까지 오는 것인지 알려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매일매일을 소비자로 살아가는 우리가 습관적으로 해봐야 할 것은 음식 재료의 출처를 꼼꼼히 확인하려는 노력이다. 또한 대형 마트에서 값싸고 편리하게 장을 보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모두에게 건강한 최선의 식품 유통 방식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보자.

유럽에서 영국처럼 슈퍼마켓이 강력한 나라는 없다. 영국은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 테스코(Tesco), 미국 월마트(Wal-Mart)의 자회사인 아스다(Asda), 세인즈베리(Sainsbury's), 모리슨즈(Morrisons) 등 대기업 유통망을 통해 모든 식료품의 80%가 팔려나간다. 슈퍼마켓 입장에서 보면 감자칩 한 봉지를 팔아서 올리는 수익이 같은 양의 신선한 날감자로 올리는 수익의 몇 배에 달한다. 이런 종류의 식품들은 고급스럽게 포장된 상태로 대량으로 들여와 지점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단가를 확 낮출 수 있다. 유통기한이 길수록 판매도 유리하다.

채소와 과일은 은밀히 물을 뿌려주고 적절하게 조명을 비추면 갓 수확한 것처럼 신선한 모습으로 입구에서부터 고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이윤이 적고 제철의 영향을 받으며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은 농부가 위험부담을 감수해야만 진열된다. 유통기한과 저항력을 갖춰 수송에 알맞은 품종과 크기(당근은 둘레와 길이에서 고작 몇 밀리미터 차이만 나야 한다), 그리고 색깔(토마토의 경우는 아예 색 견본을 내세워 주문한다) 등은 모두 유통업체가 지시한다. 기한에 맞춰 공급하지 못하는 농부는 위약금을 물어야만 한다.

농장이 직접 소비자에게 배달한다

이러한 주류 유통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국 농부 가이 왓슨은 1998년 이웃 친환경 농장들 13군데와 함께 '사우스데번 유기농 생산자 협동조합(South Devon Organic Producers Co-operative, 이하 SDOP)'를 설립한다. '소규모 자작농이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으로 생산한다'는 표어를 내걸고, 매주 채소, 과일, 육류, 달걀, 유제품을 담은 5만여 상자를 잉글랜드와 웨일즈 소비자들에게 직접 배달한다. 프랑스, 덴마크, 스페인의 유기농 농부와 장기계약을 맺어 영국의 춘궁기에 채소를 확보하고 오렌지, 감귤류 등을 공급받는다. 

▲ SDOP에서 배송하는 농산물 상자 ⓒ South Devon Organic Producers Co-operative
▲ SDOP에서 배송하는 농산물 상자 ⓒ South Devon Organic Producers Co-operative

SDOP 같은 방식의 공동체지원농업(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은 소규모 농가들이 농업을 지속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곳으로부터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는 면에서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SDOP가 위치한 데번카운티는 인구 7만의 도심지역과 100만 인구의 농촌지역이 공존하는 곳으로, 1998년부터 로컬푸드를 주요 정책으로 지원했다. 생산자, 소비자, 공공급식소, 대형레스토랑 등 식품과 관련된 이해당사자 모임인 '푸드링크(Food Link)'를 열어, 지역에서 생산하지만 소비하지 않았던 것을 연결하고 지역에서 소비가 있으나 생산하지 못하는 농산물을 정책적 보조를 통해 생산할 수 있게 지원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10년 후 15곳의 파머스마켓과 18개의 공동체지원농업 조직이 생겨났고 지역 내 150개 일자리 증가와 식량 구입을 위해 외부로 유출되던160억 원이 지역 내에 순환되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지자체가 로컬푸드를 위해 지원한 금액은 10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대안적 유통방식

소비자들이 대안적인 유통망을 만드는 경우들도 있다. 이탈리아 북부 파도바에는 2004년 500명의 회원들이 모여 설립한 구매협동조합 '바이오레크(Biorekk)'가 있다. 이들은 50명의 농부가 참여하고 있는 농산물업체 '엘 타미소(El Tamiso)'로부터 과일과 채소가 담긴 상자를 배달받는다. 매주 금요일 회원들이 주문한 상자는 50~80곳의 보관장소로 배달되며 그곳에서 회원 각자가 찾아간다.

▲ 엘 타미소에서 배달하는 딸기 상자 ⓒ El Tamiso
▲ 엘 타미소에서 배달하는 딸기 상자 ⓒ El Tamiso

엘 타미소의 논과 밭에 손길이 필요할 때마다 회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돕는다. 파스타, 말린콩, 곡물, 밀가루, 올리브유, 커피는 '라 테라 에 일 시엘로(La Terra e il Cielo)'라는 협력업체가 공급하며, 대부분 지역 농가가 생산한 것이지만 올리브유는 시칠리아 농가로부터, 커피는 남아메리카 협력 농가가 생산한 것이다. 회원들의 구매 윤리원칙은 철저하다. 토양과 상수원을 보호하며 반드시 제철 농산물이어야 한다는 것과 친환경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는다.

또한 농부와 중간상 모두 공정한 가격과 공정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농부와 회원 간에 유통망이 확 줄었기 때문에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싸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전역의 이와 유사한 구매그룹들은 2020년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한 락다운 시기에도 로컬푸드를 기반으로 꾸준히 건강한 식재료를 공급함으로써, 시민들에게 큰 신뢰를 얻고 있으며 회원수도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소도시 오세르는 3만 8,000명 주민 중 하루 4,000~5,000명이 100%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는 슈퍼마켓 '제르미날 유기농협동조합(Biocoop Germinal)'을 찾는다. 협동조합은 식품 대기업이 주도하는 시스템을 거부하자는 뜻에서 1974년 창설되었으며, 1만 1,000명의 조합원이 직접 운영한다. 지역의 농부가 생산한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식품을 공정한 가격과 임금을 치르고 얻는 것이 이들의 핵심이다.

▲ 제르미날 유기농협동조합 매장 모습 ⓒ Biocoop Germinal
▲ 제르미날 유기농협동조합 매장 모습 ⓒ Biocoop Germinal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 시작한 협동조합이 내건 기치는 다른 지역에서도 공감대를 얻어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 나갔으며, 2020년 11월 현재 500곳의 영업점으로 발전했다. 8,000개의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각 점포는 현지 협동조합이 주체로서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식품의 85%는 프랑스 여러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지만, 오세르 점포 매출의 15%는 인근 지역 농부가 생산한 제품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식품과 그 생산지를 신뢰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일반 점포보다 다소 비싼 제품도 기꺼이 구매한다. 제르미날은 프랑스 전역의 3,200군데 농장들이 생산자그룹으로 파트너를 맺고 있으며, 공정무역 생산자들과의 파트너십(저개발국 및 로컬 페어트레이드 포함)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 전체 매출의 21.4%를 차지하고 있다.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하자!

크기와 모양 같은 표준화된 기준 때문에 버려지는 농산물, 과잉생산과 과잉구매, 식품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 길고 복잡한 유통에 맞게 사용되는 비닐이나 플라스틱 포장재의 급증, 그리고 맛과 풍미 뒤에 각종 첨가물로 뒤범벅되어 고도로 가공된 식품 등 우리 시대의 식품을 둘러싼 풍경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국내에서도 아이쿱, 한살림, 두레 등 소비자생협들이 생산자로부터 소비자까지의 단축된 식품유통 방식으로 친환경 식품을 공급한다. 다양한 온라인 채널과 SNS를 통해 생산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농산물과 식품을 홍보하며 소비자들과 직거래를 하는 경우도 많아져서 반갑게 구매를 하기도 한다. 

'빵과 벽돌 - 미래 도시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에서 저자인 빌프리트 봄머트는 산업화한 농업과 공급체계, 글로벌 무역에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맡겨둬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미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전세계 시민사회는 독자적인 식량 확보방안을 구상하며 로컬푸드와 공동체지원농업, 구매협동조합 등의 방식으로 실천하며 생산자들과의 거리를 좁혀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은 농민들 만의 고민과 문제로 머무를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 시민들이 함께 움직이는 다양한 실천과 역동 속에서 미래를 위한 솔루션이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경제를 만든다는 'EU 그린딜' 계획을 발표한 이후, 2030년까지 회원국의 CO2 배출량을 60%까지 줄이기로 한 'EU 기후법EU Climate Law'을 실행하는 등 여러 세부적인 액션을 취하고 있다. EU 그린딜의 핵심에는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fork, 이하 F2F)'라는 식품 전략이 핵심을 차지한다.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EU 자문위원 그룹에서는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식품체계를 만들기 위해 모든 정책의 중심에 식품을 소비재가 아닌 공공재로 생각하는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식품 생산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21~37%까지 원인을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물, 토양을 비롯하여 동물복지와 생물다양성, 인류의 건강까지 폭넓은 영역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대안적이고 보다 좁혀진 공급망들이 구축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다양한 방식의 교육과 캠페인, 행동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도구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농생태적인 접근의 확대를 위해 EU 농지의 25%를 유기농으로 전환하고, 식량 손실과 낭비를 줄이며 불가피한 식품 쓰레기를 최대한 재사용,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전환하려고 한다.

단절된 시각으로 바라봤던 개별적인 것들이 실은 서로 밀접하게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기후위기를 통해 깨닫고 있다. 도시에 살면서 먹거리와 재료 생산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 현대인들이 얼마나 깊이 세계와 연결되고 있는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실감하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깨달음과 자각이 채식위주의 식단이나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생활 속 실천을 주변 지인들이나 공동체 속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된다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작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이슈들은 생산과 소비시스템, 문화와 정책의 변화 없이는 해결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에, 보다 크고 지속적인 시민사회, 소셜섹터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함께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결국 정치와 기업의 영역이 순환경제를 향해 방향을 바꾸어 나간다면 암울한 SF영화로 그려지고 있는 우리의 미래를 좀더 살아볼 만한 세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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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옥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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