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플라스틱④] 바이오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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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플라스틱④] 바이오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2021.04.23 18:05
  • by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기후위기와 관련해 인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우리 목전까지 위협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문제 중 하나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는 것이다. 기적의 소재로 불리던 플라스틱은 왜 이렇게 미움을 사게 됐을까? 라이프인은 '쓰레기 박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의 연재 기고를 통해 플라스틱 문제를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홍수열 소장(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플라스틱 문제가 커지는 만큼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고,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논란도 커지고 있다. 플라스틱 문제를 덮기 위한 기업들의 그린워싱(Green Washing) 수단으로 바이오 플라스틱이 악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의 미래일까 아니면 추악한 그린워싱의 도구에 불과한 것일까? 

바이오 플라스틱은 생분해성 플라스틱(Biodegradable plastic)과 식물플라스틱(Biomass plastic)을 말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빨리 진행되도록 만든 플라스틱을 말하고, 식물플라스틱은 화석원료가 아닌 식물을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을 말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이해하려면 먼저 분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플라스틱의 분해라는 것은 플라스틱이 쪼개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플라스틱이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 혹은 물과 메탄으로 분해되는 것을 말한다. 식물의 광합성 작용을 통해 물과 이산화탄소가 식물조직으로 변환되고, 식물을 먹고 동물의 살이 된다.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 기반 하여 만들어진 동식물의 조직을 유기물질이라고 한다. 유기물질은 생명활동을 중지하고 쓰레기로 버려지면 생태계에서 미생물 작용에 의해 다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광합성과 미생물의 분해 작용에 의해 탄소의 순환이 이뤄진다. 

플라스틱의 기원도 유기물질이기 때문에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된다. 플라스틱이 생태계에 버려졌을 때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하게 분해가 되어야만 생태계에 더 이상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원래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플라스틱은 인간이 유기물질을 원료로 다시 인간이 인위적으로 합성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천연 유기물질에 비해 분해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생태계로 투기되었을 때, 특히 바다로 흘러들어갔을 때 완전하게 분해되기 전까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작은 조각으로 계속 쪼개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일으킨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의 가장 큰 문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이런 플라스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서 분해가 빨리 일어나도록 만든 플라스틱을 말한다. ‘빨리’라는 것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상대적인 기준이다. 얼마만큼 빨리 분해가 되어야 되는 것일까?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효용성을 둘러싼 논란은 분해시간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작용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서 분해가 빨리 되느냐를 기준으로 한 것이지 원료를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모두 옥수수 등 식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화석연료로도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 PLA라는 플라스틱은 옥수수를 원료로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이지만 PBS나 PBAT같은 플라스틱은 화석연료를 원료로 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식물플라스틱은 식물을 원료로 한 것이다. 사람들은 식물로 플라스틱을 만들면 모두 생분해성 플라스틱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역시 사실이 아니다. 식물을 원료로 하더라도 분해가 빨리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면 화석연료로 만든 일반플라스틱과 마찬가지다. 바이오 PET나 바이오 PE 같은 플라스틱은 석유로 만든 PET나 PE와 다를 바가 없다. 원료만 다를 뿐 물성은 같은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같이 섞여도 재활용이 된다. 식물로 만든 분해가 잘 되지 않는 플라스틱을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중 바이오기반 플라스틱(Bio-based plastic)이라고 한다. 

식물을 원료로 한 플라스틱은 세 가지 장점이 있다. 원료조달이 지속가능하고, 화석연료로 만든 플라스틱과 같은 재질일 경우 재활용이 용이하고, 재활용이 되지 않더라도 소각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식물에 포함된 탄소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한 것이기 때문에 식물을 태울 때 배출되는 탄소는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이라서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높이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것을 바이오매스의 탄소중립 성질이라고 한다. 식물플라스틱도 마찬가지로 탄소중립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식물플라스틱을 태워도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바이오 플라스틱과 관련된 논란은 바이오 플라스틱 종류별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바이오 플라스틱이면 일반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한 구세주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마케팅을 통해 이런 경향을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만능이 아니다. 바이오 플라스틱 종류별로 장단점이 있고 기술적으로도 완전하지 않다. 일반 플라스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 바이오기반 플라스틱의 장단점을 고려하여 각자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바다 등 생태계에 투기가 일상적으로 쉽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용도에 우선 사용되어야 한다. 양식용 부표나 그물, 농업용 비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도시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제품을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굳이 서둘러서 전환할 필요가 없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분리배출 되면 일반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방해할 수 있고, 일반 쓰레기로 배출되면 소각되기 때문에 생분해가 된다는 것의 의미가 없다. 매립장에 매립될 때는 환경적으로 좋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는데, 매립장 내에 분해가 될 경우 메탄가스라는 강력한 온실가스가 생성되기 때문에 결코 환경적으로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어구 등에 우선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생분해 기능성은 향상되어야 한다. 현재 생분해성 플라스틱 여부를 인증하는 시험기준이 섭씨 58도 조건에서 6개월 정도 분해했을 때 분해가 되는지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환경 조건에 어느 정도의 기간 내에 분해가 되는지를 알 수 없다. 적어도 6개월보다는 분해기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일반 플라스틱보다는 분명 분해기간이 짧은 것은 확실하겠지만 만약 분해기간이 수년이상 걸린다고 한다면 미세플라스틱 대응의 의미가 희석될 것이다.    

바이오기반 플라스틱은 재활용을 할 수 없는 용도의 플라스틱에 우선 사용할 필요가 있다.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은 소각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용도에 바이오기반 플라스틱을 사용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쉽게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은 화석연료로 만든 플라스틱을 사용하되, 같은 재질의 바이오기반 플라스틱으로 점진적으로 대체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원료를 화석연료에서 식물 원료로 급격하게 대체할 경우 생태계 파괴의 문제가 발생한다. 식물원료 조달을 위한 유전자변형식물 문제, 농지부족의 문제도 불거질 수밖에 없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을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대체한다면 전 세계 농지의 11%가 필요하다. 따라서 화석연료의 사용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면서 식물 원료의 사용을 늘리되, 반복적으로 순환되는 구조를 통해 식물 원료의 신규 투입이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해서 생태계 파괴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되어갈 수밖에 없지만, 급격한 무질서한 전환은 오히려 환경적인 부작용을 더 크다. 죄가 나쁜 것이 아니라 죄를 짓는 사람이 나쁘다고 한다. 플라스틱이 나쁜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을 오남용하는 인간이 문제다.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현명한 사용확대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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