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잇다⑨] 무늬만 공정무역? - 일본 대기업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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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잇다⑨] 무늬만 공정무역? - 일본 대기업의 경우
-이온, 무인양품, 카르디, 스타벅스 등
  • 2021.04.28 09:00
  • by 신명직 (구마모토 가쿠엔 대학교 교수)

"어린이는 도구를 들고 일하는 대신 연필을 들고 공부를 해야 합니다.(이크발 마시흐)" 이크발 마시흐는 수제 카펫 공장의 열악한 아동노동을 현실을 고발했고, 파키스탄의 1만 명의 어린이들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켰다. 하지만 처참한 생활환경은 시대와 장소를 바꾸어 여전히 동아시아에서 존재하거나 확대되고 있다. '거멀라마 자이 꽃을 보며 기다려 다오'를 통해 저자 신명직 구마모토가쿠엔 대학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네팔의 아동노동의 현실을 알리고, 아동노동과 이주노동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대안으로 '동아시아공생문화센터'를 설립했다. 작년 라이프인의 [마을잇기] 연재에서는 일본의 '무차차 농원'을 통해 공생무역의 개념을 확장해 국경을 넘어 동아시아의 마을들을 잇는 로컬-상생과 탈국가적인(transnational) 마을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올해 [마을잇기]에서는 일본의 페어트레이드를 통한 아시아의 마을 잇기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일본 최대 슈퍼, 쇼핑몰 기업인 이온(AEON)

▲ AEON의 페어트레이드 제품 제휴판매 매장 ©fairy's favourite
▲ AEON의 페어트레이드 제품 제휴판매 매장 ©fairy's favourite

이온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기업이념에서 중요한 축으로 생각하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이다. 2020년도에 30번째를 맞이하는 '이온 환경활동 조성사업'(이온 환경재단 주관)의 경우 전국 94개 환경단체에 9,198만 엔(약 10억 원), 지금까지 누적 28억 엔(3,153단체)에 달하는 조성 기금을 지급하는 등 환경활동에도 아주 열심이다.   

슈퍼마켓을 베이스로 하는 기업답게, 매출구성비 5%를 유기농 농산물로 조달한다든지, 식품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 혹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자체 브랜드 상품 용기개발 등,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프로젝트들도 진행 중이다. 페어트레이드는 이러한 지속가능성을 구체화하기 위한 이온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이다.

이온 자체 브랜드인 톱밸류(TOPVALU)가 개발한 페어트레이드 제품만 해도 15가지나 된다. 남미 커피(4종류), 유기농 초콜릿(6종류), 유기농 잼(4종류), 유기농 바나나(1종류) 등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요정의 즐겨찾기'(Fairy's Favourite)라는 페어트레이드 직영매장을 수도권과 나고야 지역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관련 제품은 국제공정무역인증기구와 세계공정무역기구 인증 제품, 국제오가닉섬유기준협회(GOTS) 인증 제품, 기타 페어트레이드 활동제품 등이다. 

이온 페어트레이드 매장에 가면 다양한 페어트레이드 제품 시리즈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인도 자수 패션제품으로 유명한 이토바나시(itobanashi) 소품 시리즈, 오랫동안 네팔지역과 페어트레이드 활동을 해온 '네팔리 바자로'가 네팔 사람들과 동북 지진피해자를 연결해 만들어낸 화장품 구네(Kune) 시리즈, 1991년부터 인도와 탄자니아에서 유기농 코튼 기지를 구축해온 '비오리(bioRe) 프로젝트' 관련 제품 시리즈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 밖에 페어트레이드 운동화 '베자(VEJA)' 비오 호텔(Bio Hotels)이 개발한 운동화, '제3세계숍' 관련 인도의 거울자수와 염소가죽 공예, '피플트리' 관련 재활용 샐리와 수제패션 등 일본 페어트레이드 관련 제품들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이온 페어트레이드 매장(Fairy's Favourite)은 이들 기업 이외에도 25곳이나 되는 페어트레이드 파트너 단체/기업들과 제품 연계를 꾀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판매촉진활동을 꾀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인 '톱밸류'에서 개발한 페어트레이드 초콜릿을 통해, 중미지역 도미니카 카카오 생산자 단체인 '코코나도'(Coconado)와 함께, 페어트레이드 프리미엄 가격을 활용, 마을에 우물을 설치하고 학교시설을 정비하는 등 지역사회 전반의 생활향상도 도모하고 있다.  

# 'No-brand Quality goods' 무인양품(無印良品)

▲ 무인양품 수제 초콜릿 만들기 키트. 오른쪽 위에 있던 FLO인증마크가 사라졌다. ©無印良品
▲ 무인양품 수제 초콜릿 만들기 키트. 오른쪽 위에 있던 FLO인증마크가 사라졌다. ©無印良品

한국에도 브랜드 이미지가 널리 알려진 대기업 가운데 하나인 '무인양품'도 페어트레이드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야 맛있는 커피나 홍차를 마시는 사람도 행복하다"는 취지에서 2006년 페어트레이드 커피를 출시한 이후, 2007년 홍차, 2009년 페어트레이드 꽃(어머니날 선물 등)등을 판매해왔다. 2010년부터는 전국 16개 점포에서 운영하는 '카페 식사 MUJI' 매장에서 페어트레이드 커피, 초콜릿 등 페어트레이드 상품 판매를 확대해왔다. 2010년도 초반 국제공정무역기구 인증 마크를 단 페어트레이드 '밀크 초코'와 '화이트초코'를 입힌 커피콩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커피 이외의 음료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제공하기 시작한 인도 산 페어트레이드 얼그레이 홍차, 차이 브랜드 홍차(티백)를 비롯해, 페어트레이드 캔커피, 페트병 밀크티 등도 출시되었다. 

현재 무인양품 온라인 숍에서 페어트레이드 상품은 검색되지 않는다. 밸런타인데이를 전후해서 수제 초콜릿 키트(가토 쇼코라) 원자재로 벨기에 산 크베르츄르 규격 페어트레이드 초콜릿이 사용되는 정도이다. 하지만 이 제품에서도 2010년대 중반까지 붙어있었던 국제공정무역기구 인증마크가 사라졌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특히 페어트레이드 부문의 지속가능성은, 기업 마인드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요구하고 소비할 때만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일깨워준다.  

# 커피원두 수입식품 전문점 카르디(Kaldi) 

▲ 과테말라 여성 생산자를 위한 브랜드 '우먼즈 핸드 페어트레이드 커피'©KALDI
▲ 과테말라 여성 생산자를 위한 브랜드 '우먼즈 핸드 페어트레이드 커피'©KALDI

일본에서 페어트레이드 제품을 취급하는 또 다른 대기업으로 카르디(Kaldi)를 들 수 있다. 카르디는 현재 대만 9개 점포를 포함해 일본 전국 460여 점포에서, 1만1천여 명(임시직 9천4백 명 포함, 2020년 8월)을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이다. 1977년 커피 홀빈 판매로 시작해, 2000년 이후 급성장한 커피, 와인 등 식자재 수입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홋카이도 요이치에서 포도재배와 포도주를 생산하는가 하면, 장애인들과 함께 식품포장을 하는 회사 코웨이크(KOWAKE)를 따로 설립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주류를 이루는 커피사업의 미션 가운데 하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기 위해 탄생한 프로젝트는 모두 4가지. 하나는 철새 서식지인 숲을 보호하기 위해 스미소니언 철새 센터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커피 분야의 환경보호 프로그램인 ①'버드 프렌드리(Bird Friendly) 커피'프로그램이다. 현재  자체 브랜드 커피 5종류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②'도이퉁(Doitung) 개발 프로젝트'인데, 세계 2위의 아편재배 지역이던 태국 북부 치앙라이 주 도이퉁 지역에서 2009년부터 아편 대신 커피를 재배해서 수입 판매하고 있다.  

그 밖에 ③'우먼즈 핸드 커피 프로젝트'가 있다. 과테말라의 한 지역에서 여성생산자를 지원하기 위해 2012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로 이들의 인증커피를 일본에서 처음으로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카르디는 커피와 함께 와인 판매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포도재배와 와인 수입판매 관련 소셜 프로젝트로는 ④'산 파트리냐노(San Patrignano) 프로젝트'가 있다. 약물중독에 빠진 이탈리아 청년들이 농업, 원예, 임업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안착해가는 프로젝트로 40년간 2만6천여 청년에게 도움을 준 프로젝트이다. 카르디는 이 프로젝트에 합류, 이곳에서 생산해낸 포도주를 일본에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카르디 전체 규모에 비해 페어트레이드 커피 사업은 매우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 커피 프렌차이즈 스타벅스

윤리적 커피 공급 99%달성을 기념한 스타벅스의 '윤리적 커피 데이'(매월 20일) ©starbucks
윤리적 커피 공급 99%달성을 기념한 스타벅스의 '윤리적 커피 데이'(매월 20일) ©starbucks

페어트레이드 커피와 대척점에 서 있는 커피로 종종 스타벅스 커피가 그 예로 거론되고 있지만, 스타벅스 커피가 페어트레이드 커피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는 페어트레이드라는 표현보다는 '윤리적 커피'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커피와 농부의 공정함'(C.A.F.E.: Coffee And Farmer Equity) 실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커피공급업체가 노동환경 개선, 아동노동 규제, 토양침식과 오염방지, 생물 다양성 보전 등을 실천하는 프로그램으로, 이 지침이 제대로 준수되는지는 제3의 기관(국제환경NGO단체 CI)에 의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스타벅스 보고서에 따르면, 윤리적 커피(C.A.F.E.)실천 프로그램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되었고, 2015년에 이미 사용하는 커피 생두의 99%(약 2억5천만kg)를 객관적 심사와 승인을 거쳐 윤리적 커피로서 공급되고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25개국 30만 명의 커피생산자가 17만 헥타르 이상의 커피 농지에서 노동조건 개선과 지속가능한 재배방법으로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는 국제공정무역기구 라벨(FLO) 인증을 받은 커피의 최대 구매자이며, 커피 잎 녹병 등을 개선하기 위해 2025년까지 커피나무 1억 그루를 제공하고, 생산지 교육과 물, 위생 등을 해결하기 위해 25만 명의 여성과 가족을 위한 리더십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커피 매장에서도 매월 20일을 '윤리적 커피의 날'로 잡고, ‘커피와 농부의 공정함’(C.A.F.E.)실천을 하고 있는 윤리적 커피로 드립 커피를, 페어트레이드 인증 이탈리안 로스트 커피로 아이스커피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2015년 윤리적 커피 구매율 99% 달성을 기념해, 매년 9월 9일을 커피생산자에게 감사하는 날로 지정, 99를 그려 넣은 커피를 제공하기도 한다는 것이 스타벅스의 설명이다. 

하지만 페어트레이드 카페가 있는 구마모토 가쿠엔 대학 바로 앞에 위치한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페어트레이드 커피가 판매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매월 20일 '윤리적 커피의 날'이 개최되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 왜 그런 것일까. 

맺는말

문제는 '커피 잔이 맞닿는 우리의 입'에 있다. 세계 최초 페어트레이드 대학인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 안에 있는 스타벅스 커피숍에선 커피 뿐 아니라, 바나나, 쿠키, 음료수에 이르기까지 국제공정무역기구 인증 마크가 붙어있는 페어트레이드 상품만을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지적과 소비패턴이 대학 내 스타벅스 커피숍 운영방침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구마모토 가쿠엔 대학 앞의 스타벅스가 '윤리적 커피의 날'조차 운영하지 않는 것은 아직 구마모토 가쿠엔 대학의 페어트레이드 운동이 미약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사고 원인이 '우리 피부가 맞닿은 곳'에 있다고 지적했던 뉴욕타임스 기자 글은, 우리 대학교 앞의 스타벅스 커피숍에도 곧바로 적용된다. 대기업 커피메이커와 커피숍들이 "99퍼센트의 윤리적 커피 소비" 운운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들의 입이 닿는 곳'에선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 않는 것은 우리들 바로 소비자들의 책임이 크다. '무인양품'이 2010년대 초반 페어트레이드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카르디'가 다양한 지속가능한 커피 제품들을 선보였다가 결국 흐지부지되고 만 것 역시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 없인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뼈아픈 교훈을 우리들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페어트레이드가 지속가능한 교역이 되기 위해서는, 1차 생산자와 2차 생산자들이 소비자 마음을 움직일만한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낼 때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제3세계 숍이 개발한 '카레 항아리', 혹은 마더하우스가 개발한 '소셜 빈티지 린네(Rinne,윤회)'처럼, 공정무역기업들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을 페어트레이드 상품과 시스템을 개발할 때 지속가능한 공생교역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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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직 (구마모토 가쿠엔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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