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되는 연구 ①] 무엇이 협동조합 출자금을 자기자본이라 부르지 못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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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되는 연구 ①] 무엇이 협동조합 출자금을 자기자본이라 부르지 못하게 하는가?
  • 2021.04.16 09:00
  • by 서진선 (한남대학교 사회적경제기업학과 교수)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한 논문은 올해 2월 기준으로 '사회적기업'이 들어간 논문 2,280건, '협동조합' 593건, '사회혁신' 278건으로 검색된다. 사회적경제 영역의 실천 현장과 연구 현장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지만, 연구 결과물은 소수의 사람에게만 읽히는 것이 현실. 사회적 경제 연구자들과 왜 이러한 연구를 했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조금은 쉬운 언어로 전달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중요한 쟁점에 대한 논의를 확산해 사회적 경제 연구와 현장의 접점을 넓혀 서로의 지식, 지혜를 교환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어릴 적부터 만화, 만화영화를 좋아했다. 특히 XX맨, OO맨, □□레인저 같은, 지구를 침공하거나 지배하려는 악당에 맞서 싸우고 때로는 우리 편 사람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면서 악당을 무찌르는 그런 히어로 만화를 좋아했다. 나는 이렇게 만화에서 선악을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세상을 배웠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알아가면서 점점 세상을 네 편 아니면 내 편, 즉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 회계를 배울 때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어떤 게 자본이고 어떤 것이 부채인지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외운다. 조달된 자금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재무상태표에서 부채(타인자본)와 (자기)자본 중 하나로 구분되어 기록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분류하는 기준이 절대적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일하면서, 공부하면서 그렇지 않은 지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은행에서 말하는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후순위채권을 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실무를 할 때는 그냥 주어진 일을 처리하느라 그 의미를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완벽한 부채와 완벽한 자기자본 사이에 혼합 성격을 가진 자금의 유형이 많이 존재하는 것이다.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도 그러한 예일 것이다.

부채와 자기자본의 구분이 하나의 기준으로 명확히 나눌 수 있다는 사고방식의 균열은 사실 협동조합을 공부하면서이다. 기업을 만들고 이용하기 위해 주인으로서 모인 사람들이 낸 출자금이 회계기준으로는 자기자본으로 분류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제회계기준은 "거래상대방에게 현금 등 금융자산을 인도하기로 하는 계약상 의무가 있을 때" 금융상품을 금융부채로 분류한다. 협동조합 출자금은 조합원이 탈퇴할 때 환급해야 하므로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출자금은 부채로 분류된다. 뭔가 개운하지 않다. 주식회사와 같이 기업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주인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는데 주인이 되기 위해 낸 돈이 자기자본이 아니라니. 그러다가 (많은 협동조합이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추가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 "조합이 조합원 지분의 상환을 거절할 수 있는 무조건적인 권리를 보유하고" 있으면 출자금을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기자본-부채 분류기준이 꼭 하나가 아닐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던져봐야 하는 질문은 자기자본과 부채를 분류하는 기준으로 무엇이 더 있는지, 국제회계기준이 선택하지 않은 기준에 따르면 협동조합 출자금은 어떻게 분류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는 내 박사논문의 주제가 되었고 그렇게 나온 박사논문은 SSCI 국제학술지인 Annals of Public and Cooperative Economics에 'Classification of co-operative member shares as equity or liabilities : The case of consumer co-operatives in South Korea'라는 제목의 학술논문으로 출간된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미국회계기준위원회(FASB)는 계속해서 자기자본-부채 분류기준을 검토한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검토한 분류기준으로는 기본소유권, 소유권-청산, 기대결과 재평가, 시점-금액 접근법 등이 있다. 다른 곳에서도 분류기준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손실흡수 접근법이다. 논문에서는 기대결과 재평가 방법과 유사한 방법으로, 협동조합 출자금의 '경제적 실질'이 주식회사의 주식과 비슷한지를 비교하는 방식을 취했다. 출자금의 경제적 실질이 주식의 경제적 실질과 비슷하다면 출자금이 자기자본의 성격을 갖고 그렇지 않다면 부채의 성격을 갖는 것이다. 국내 아이쿱생협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출자금이 주식회사의 주식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 자기자본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의 연구에서 나온 결과로 '협동조합의 출자금이 자기자본이라는 경제적 실질을 가져요'라고 외치고 끝내고 싶지는 않다. 현실에서 작동하는 많은 요인과 다양한 모습 속에서 본 논문은 어떠한 과정의 한 부분일 것이다.

▲영화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 중에서 금융위기로 인해 신협(Building & Loan)에 조합원들이 자신의 출자금을 인출하기 위해 모여들자(뱅크런)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주인공 조지 베일리(George Bailey)가 조합원들에게 출자금의 의미를 설명하고 연대와 호혜를 통해 극복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이미지=영화 '멋진인생' 캡쳐]
▲영화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 중에서 금융위기로 인해 신협(Building & Loan)에 조합원들이 자신의 출자금을 인출하기 위해 모여들자(뱅크런)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주인공 조지 베일리(George Bailey)가 조합원들에게 출자금의 의미를 설명하고 연대와 호혜를 통해 극복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이미지=영화 '멋진인생' 캡쳐]

오늘 지면을 빌려서 마지막으로 던지고 싶은 질문은 우리는 어떤 관점에서 협동조합을 바라보고 있는가이다.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한 이유는 당시 조선의 신분제도 때문이다. 오늘날 협동조합이 출자금을 자기자본이라고 자신 있게 부르지 못하는 서러운 상황은 현재의 회계기준 때문이다. 그러면 왜 회계기준이 그렇게 정해졌을까? 간단히 말하면 현재의 회계기준은 기업 유형 중에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주식회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자기자본-부채 분류기준도 주식회사 중심으로 발전된 재산권 논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기업의 목적, 운영방식 등이 주식회사와 다른 협동조합에 그 기준을 적용하면 협동조합에 적절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위의 논문과 같이 기존의 기준이 아니라 논의되었던 다른 접근법에 취한다면 우리는 협동조합 출자금에 대해 다른 결과를 가지게 될 것이다.

주식회사의 출자금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투자자가 납입하고 투자자는 주식을 받아 주식회사의 주인으로서 권리를 가지게 된다. 반면에 협동조합 출자금은 어떤 필요를 가진 사람들이 그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협동조합에 가입할 때 납입하는 돈이다. 이는 협동조합이 기업으로써 운영되기 위한 자본으로 역할을 하지만 협동조합을 이용할 수 있는 조합원 권리를 획득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어쩌면 어떤 이에게 협동조합 출자금은 공동체에 참여하고 협력하려는 마음과 의지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기후위기를 탈출하고 더 좋은 세상을 향한 실천일 수도 있다. 협동조합 출자금이 주식회사 출자금(주식)과 유사한 점도 있지만, 협동조합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어서 협동조합에 맞는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신분제도 철폐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법적으로 사라지더라도 문화와 관습이 오랫동안 남아 있듯이 우리가 협동조합을 적절하게 바라보고 해석하는 관점(들)을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만들더라도 그 관점(들)이 정착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지치지 않고 현장과 연구가 협력하여 쌓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면 서진선 교수의 논문 'Classification of co-operative member shares as equity or liabilities : The case of consumer co-operatives in South Korea'를 확인할 수 있다.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abs/10.1111/apce.12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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