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는 지난 2017년부터 사회적경제 협동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최초 융합형 석·박사과정을 운영 중인 사회적경제 협동과정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사회적경제학 박사가 배출됐다. 정희수 이화선도융합연구단 박사후연구원은 지난 2월 이화여대 소셜임팩트포럼에서 '한국 사회적기업의 성과, 무엇이 결정하는가?: 사회적기업의 성과 영향요인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를 통해 얻은 함의'를 주제로 연구 성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 연구원이 연구를 통해 얻은 함의를 라이프인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기고를 보내왔다. [편집자 주]
사회변화와 경제위기로 인한 양극화 현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문제는 정부 역량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분석과 자각을 통해 사회적기업육성법(2007년 제정)으로 제도화를 이룬 사회적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핵심 주체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회적기업은 2020년 12월 기준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인증 사회적기업은 2,777개소, 취약계층 근로자 33,123명을 고용하고 있다.
한국 사회적기업의 성과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
현재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은 다양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사회적기업은 양적 성장을 보이고 있으나 증가세는 감소했으며, 또한 질적 성장에 있어서 미흡한 성과를 보인다는 평가이다. 2020년 자율공시 대상기업 중 약 43%가 영업이익 적자를 나타냈다. 또한, 사회적기업 전체의 지원금 총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지원금 총액 중 정부지원금이 76.5%를 차지하고 있다(고용노동부, 2020, 2019 사회적기업 성과분석). 이처럼 사회적기업은 일반 기업과 비교해 경제적 성과도 적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하므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부정적인 평판이 끊이질 않는다.
반면 사회적기업은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분명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도 동시에 존재한다. 즉 전체 근로자의 60.6%를 취약계층으로 고용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또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은 2019년에 1,332개소로 증가하였으며 이에 따라 사회서비스 전체 수혜 인원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고용노동부, 2020).
이처럼 사회적기업의 성과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리는 현시점에서 과연 사회적기업의 성과는 어떠하며 성과를 만들어낸 영향요인은 무엇일까? 사회적기업의 성과는 폭발적인 성장세가 둔화한 현재 특히 중요한 주제로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종합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떻게 사회적기업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그간 사회적기업 관련 연구는 다양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대다수 특정한 지역과 한정된 결과를 보기 위한 연구들로, 사회적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실증 연구와 이를 위해 축적된 데이터는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사회적기업의 잦은 휴·폐업 등으로 인해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없으므로 일반화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전 연구들은 사회적기업의 성과와 영향요인을 어떻게, 무엇으로 설명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2007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사회적기업 성과에 대한 연구들 479편을 추출한 후, 통계분석이 가능한 양적 연구를 뽑아보니 187편에 이르렀다. 1차로 이 연구의 경향을 살피고 그 결과를 수렴하여 2차로 종합 효과크기를 살피는 메타분석으로 한국 사회적기업의 성과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도출할 수 있었다.
한국 사회적기업의 성과와 그 영향요인은 무엇인가?
사회적기업 성과와 관련하여 양적연구 187편을 확인한 결과, 한국 사회적기업의 경제적 성과는 매출액(70%, 113편), 사회적성과는 취약계층고용률(34%, 64편)로서 객관적 지표가 대표되었다. 더 나아가 한국 사회적기업 성과를 도출한 영향요인은 크게 개인 요인, 조직 요인, 지원 요인으로 구분됨을 알 수 있었다. 개인요인은 사회적기업가정신과 CEO특성 및 역량, 조직요인은 조직역량과 조직특성, 네트워크, 지원요인은 정부지원과 민간지원 등의 하부요인으로 설명되었다.
한국 사회적기업의 성과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결과로는 우선 경제적 성과에서 가장 높은 효과크기를 보인 요인은 개인요인이고, 그 뒤로 조직요인, 지원요인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성과는 개인요인이 가장 높은 영향력을 보였으며 다음은 지원요인이며, 조직요인은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통해 한국 사회적기업의 성과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함의는 다음과 같다.
사회적기업 성과의 가장 결정적인 영향요인은 사람
사회적기업의 성과 영향요인 중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를 통틀어 가장 효과성이 높은 것은 개인 요인이었다. 사회적기업의 생태계 조성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결정요인은 바로 사람이며, 즉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고 경영하는 사회적기업가들 임을 알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초창기 성과와 발전의 원동력은 사회적기업 CEO들을 교육하고 이들을 사회적기업가로 육성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이었다. 즉 사회적기업가 양성이 사회적기업의 성공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향후 정부와 민간, 대학 등은 사회적기업가를 양성하기 위한 양질의 다양한 과정을 개설하여 교육의 효과성과 역량 강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조직 역량 강화가 요청되는 사회적기업
법제화된 지 13년, 이제 스타트업의 시기를 넘어선 사회적기업은 성과를 차별화시킬 수 있는 조직 역량과 경영 강화가 더욱 요청된다. 사회적기업의 조직형태, 목적유형, 업종의 특성에 맞춰 조직의 체계와 운영, 핵심역량과 전략적 요인을 구축하여야 한다. 또한 대다수 소규모인 사회적기업의 역량을 고려할 때 조직 관리체계 및 인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 더욱더 공정하고 효과적인 조직관리를 위한 평가체계와 운영전략의 수립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특히 이해관계자의 신뢰와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을 증대하고,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조직문화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방식과 내용에 대한 재고
그동안 정부지원이 사회적기업의 성과에 있어 가장 주요한 영향요인이라는 주장이 팽배했다. 그러나 본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원은 사회적 기업의 성과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므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 내용과 방식에 대한 혁신적인 재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증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건비 위주의 지원 정책은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서 단기간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특히 취약계층 고용 창출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반면, 정부의존을 높여 지원이 종료되는 순간 부정적인 경과를 보이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므로 사회적기업에 관한 정부지원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히 필요하다. 담당 부처는 기업 상황에 특화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적이고 창의적인 지원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기업은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민간 지원을 창출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유기적인 협조체계와 거버넌스를 통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지원 방안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기업의 성과는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기업의 특성상 끊임없이 논의가 지속되는 주제일 것이다. 초창기에 비해 성장세가 현저히 둔화되고, 사회적기업의 질적 성장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 사회적기업의 성과와 성과 영향요인에 대한 심층적이며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개인과 조직, 지원에 대한 실천적이고 정책적인 함의를 모색하였다. 앞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기업의 과제에 대해 더욱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후속 논의가 개진되어야 할 것이다.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