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ESG ③] "ESG, 족집게 강사 찾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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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ESG ③] "ESG, 족집게 강사 찾지 마라"
이노소셜랩 유승권 이사 인터뷰
  • 2021.02.26 15:56
  • by 김정란 기자
08:29

ESG 경영은 기업경영의 의사결정(Governance)에서 재무적 이익만을 우선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Social)와 환경(Environmental)에 기업경영이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이다. UN의 사회책임투자 시행과 코로나 19로 지속가능한 경영이 대두되면서 기업들의 ESG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이러한 기업의 ESG에 관한 관심은 사회적경제의 생태계를 확장하는 기회일까, 위협하는 위기일까? ESG 경영을 통해 기업은 어떤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이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유승권 이사. ⓒ라이프인
▲ 유승권 이사. ⓒ라이프인

이노소셜랩의 유승권 이사는 이랜드, SPC그룹 등에서 20여 년간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업무를 담당했다. 지속가능경영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한양대 경영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노소셜랩은 사회혁신과 지속가능경영 R&D와 컨설팅을 수행하는 벤처기업이다.  

유 이사에게 최근 핫이슈인 ESG 열풍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물었다. 유 이사는 지난 2월 라이프인에서 출고한 기사 'ESG,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생존전략'의 일부인 "CSR이 이미지 개선을 위한 '선택'이었다면 ESG는 '필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를 언급하며 "이 부분은 오류"라고 했다. 최근 ESG를 다룬 기사에 대부분 담긴 말이어서 그게 왜 오류라는 건지 궁금했다.

그는 "CSR과 ESG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아닌데 다른 언론에서도 계속해서 이를 구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ESG에 대한 접근은 싱크대에 수돗물이 넘치는데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이 아니라 좋은 걸레를 사고, 청소업체를 부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유 이사는 "ESG는 지속가능경영이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평가만 잘 받으려고 하지 말고, 경영에 내재화하는 근본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이사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방식으로 정리한다.

■ ESG와 CSR을 다르다고 한 부분이 오류라고 했는데 어떤 뜻인가?

ESG와 CSR을 구분하는 것은 "공부하는 나와 평가받는 나는 다르다"라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CSR을 기업사회공헌이라고 이해하고 있는데 이런 이해 때문에 CSR과 ESG를 구분하는 것 같다. CSR은 기업 비즈니스 가치사슬 전 과정의 경제, 법, 윤리, 사회적 책임을 말한다. 2010년에 발표된 ISO26000에서는 CSR의 핵심 주제를 거버넌스,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 공정운영, 지역사회발전과 참여 등 7개로 제시했다. 기업사회공헌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에 일부분일 뿐이다. 90년대 이전만 해도 CSR은 법인 내로 한정됐지만, 나이키나 네슬레의 아동 노동 사건 등을 계기로 비즈니스 가치 사슬의 시작이 본사가 아니라 원료 생산자부터로, 최종 지점이 소비자가 아니라 폐기까지로 확장되었다.

CSR의 시발점은 본인들의 비즈니스 가치사슬 전 과정에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인데 기업은 자신이 속한 사회(S)와 지구(E)가 지속 가능해야 유지(G)가 가능하다. 그럼 이게 ESG와 다른가? 같은 것이다. CSR을 잘하면 ESG 관리가 잘 이뤄질 수밖에 없다. CSR을 '사회공헌'으로 보니까 다른 거다. 지속가능경영이 기업이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하는 일이 아닌가?

■ 그럼 ESG는 어떻게 시작됐나?

프랑스 경제학자 르네 파세가 1979년 L'économique et le vivant (영문명 : Economic Systems and Living Systems)‘라는 책을 출판했다. 그 책 안에 ’경제는 사회 안에 포함되어 있고 사회는 환경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특히 기업경영)가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사회와 환경을 헤치면 안 된다‘ 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ESG의 이론적 기반이 됐다. 즉,  ESG는 평가를 위해 만든 개념이 아니라 기업과 사회, 환경의 포함관계를 설명하려고 만든 개념이다. 그래서, 요즘 ESG가 평가를 위해 만들어진 지표인 것처럼 이야기되는 것이 안타깝다.

또, ESG에서 E, 즉 환경에 대한 강조를 많이 하는데, 지구온난화 문제 등 환경문제가 정말 심각한 이유도 있지만, ESG가 최초에 시작된 유럽에서는 이미 S와 G, 즉 사회와 거버넌스는 1960년대 이후 수십 년의 기간을 통해 발전해왔기 때문에 현재 유럽에서 E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E도 시급하지만, S와 G도 갈 길이 멀다.   

▲ 유승권 이사. ⓒ라이프인
▲ 유승권 이사. ⓒ라이프인

■ ESG의 근본적인 개념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평가에 이 부분이 반영된다는 평가 기준으로서 먼저 접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그렇다. 우리는 개념을 받아들일 때 자기중심적인 이용자 입장에서 이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어떤 사람한테는 칼을 지워주면 요리를 하고, 어떤 사람은 조각을 하는데 어떤 사람은 강도질을 하지 않나? 우리나라는 ESG를 지속가능경영을 내재화하는 개념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평가받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ESG 평가는 왜 하는 것인가?

2017년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스위스연방은행(UBS, Union Bank of Switzerland) 본사를 방문해 ESG 투자 담당자를 만났다. 당시 UBS는 ESG 관련 투자 비율이 37%를 넘어서고 있었다. 왜 그렇게 비율이 높냐고 했더니 "우리는 연기금을 비롯한 장기자금의 운영비율이 높은 은행"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자본시장은 크게 장기자본시장과 단기자본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장기자본시장은 주로 연기금 투자가 차지하고, 단기자본시장은 주로 개인 투자가 차지한다. 단기자본은 ESG보다는 기업의 매출, 당기순이익 등 단기 재무적 이슈가 중요하다. 반면 연기금은 장기안정성이 중요하다. 유럽을 대표하는 기업인 유니레버, 네슬레 등 100년 넘게 지속되는 기업들이 왜 오래가는지 봤더니 준법, 윤리, 상생, 환경 등 ESG 경영을 잘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ESG 평가를 반영한다는 펀드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그래프도 보이던데 이름에 ESG가 들어가지 않았을 뿐 연기금 투자는 이미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 투자해왔다고 보면 된다. 

■ 기업들이 ESG 평가지표를 보고 ESG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어떤가?

ESG 평가지표는 평가하는 투자회사, 평가회사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것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이라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Korea Corporate Governance Service)의 평가지표를 참고할 수 있고,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라고 하면 국민연금의 지표를 ESG 경영에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평가사들의 평가지표, 예를 들면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이나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를 ESG 경영을 처음 시도하는 기업들이 바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 이것은 초등학생에게 수능문제 풀게 하는 것과 같다. 참고로 DJSI는 글로벌 금융정보기업 다우존스와 지속가능경영평가 전문기관인 스위스 로베코샘이 공동으로 개발한 지표다. 매년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상위 25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경제적 성과 및 지배구조, 환경, 사회 등 비재무적 측면을 종합 평가한다.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지속가능경영 표준으로 꼽힌다.

ⓒ이노소셜랩
ⓒ이노소셜랩

■ 그럼 기업들은 뭘 보고 ESG 경영을 해야 하나?

기본적인 CSR을 잘하면 된다. CSR의 역할을 나타낸 4lines 2arrows 그림을 보자. 노란 선은 기업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다. CSR과 ESG는 첫 번째로 비즈니스 창출에 있어 마이너스 가치, 즉 CSR 1을 먼저 줄여야 한다. ESG 평가는 대부분이 플러스 평가가 아니라 마이너스 평가로 구성되어 있다. 환경에 대해서라면, 작년에 비해 이산화탄소 얼마나 줄였냐를 보는 거다. 

ESG에 대한 기본 실행 원칙은 2010년에 나온 IS26000에 다 나와 있다. 또, ESG는 궁극적으로 기업이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하는 경영을 하는 것인데, 지속가능발전에 관해서는 2015년에 공표된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참고하면 된다.  

■ CSR, ESG에 대해 소비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CSR, ESG는 사회 전체의 시민의식과 정비례한다. 안타깝게도 현시점의 우리나라는 인권, 노동, 환경 등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가치보다는 개인 생존이 더 중요한 각자도생의 사회이다. 고객인 개인이 각자의 생활과 가정, 지역사회에서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기업들도 당연히 따라갈 수밖에 없다.  

■ 사회적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회로 보는 시선도, 도전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무엇을 기회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기업과 거래하거나 프로젝트를 연계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IS26000이나 SDGs에도 사회적경제를 키우는 것이 목표로 들어가 있으니까 그런 부문을 고려하는 대기업이라면 사회적경제 조직과 손잡는 일을 더 열심히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열풍이 사회적경제의 비즈니스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들이 조금 긴장할 필요가 있다. 정말 ESG를 잘하는 대기업이 나타날 수 있다. 지금도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중에 잘하는 데가 있다. 특히 B2B 기업들 중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지속가능경영을 잘하는 유럽기업들과 협력해 온 기업들이 있다. 그런 곳들은 이미 그 기준을 맞춰야 했기 때문에 10년 이상 그 기준을 일상처럼 맞춰왔다. 그런 업체들은 매출도 상당하다. 그런 기업들이 라이징스타로 떠오르면, '일반 기업도 이런 거 잘하는데 사경은 뭘 잘하지?'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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