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사④] 대학서열문제, 해결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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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기사④] 대학서열문제, 해결책 없나
대학서열해소 열린 포럼 진행
대학통합네트워크 등 논의
권민석 기자 (minshogi@gmail.com) / 이다움 기자 (daumi0224@gmail.com) / 응웬민항 기자 (hangnmhanu@gmail.com) / 장나린 기자 (narin031099@gmail)
  • 2021.02.04 11:30
  • by 권민석 대학생 기자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갈 대학생들은 교육격차, 대학교 서열화, 디지털 시대 소외된 노인들, 코로나시대 마스크 대란, 청년층 주거문제 등 수많은 사회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한양대학교 '사회혁신을 위한 미디어의 이해' 과목을 수강 중인 대학생들이 사회혁신 사례 및 기업 사회공헌 사례를 취재하고 그들이 발로 뛰며 만들어 낸 결과물을 소개합니다. 라이프인은 대학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회문제의 고민을 살펴보기 위해 최대한 제출된 원본 그대로를 전달합니다. 대학생의 시선으로 본 사회문제 관련 기사는 총 5회가 게재됩니다. [편집자 주] 


■ 현행 대학입학 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현 대학입학 제도는 서열화된 학벌 사회를 전제로 시장자유주의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대학입학의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하고, 시장원리에 따라 공정한 경쟁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A 학생은 "소위 SKY에 진학한 선배들은 대부분 컨설팅을 받았다. 간절한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컨설팅을 받지 않으면 대학을 못 갈 것만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런데 그 가격이 엄청나다. 정보력, 경제력에서 강남을 따라갈 수 없다. 현 입시제도를 달리기에 비유하자면 출발선이 다르고, 부모님이 업고 달려주는 사람과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서 과학고 재학을 '의대로 가는 징검다리'로 사용한 학생이 출연해 논란이 되었다. 과학고 등 영재학교는 과학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지만,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펴낸 '영재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과 그 후'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영재학교 졸업생 337명 가운데 19.3%(65명)가 의학 계열에 진학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문제는 각 지역의 과학 영재들이 아니라,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영재'들이 영재학교에 진학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2019학년도 전국 8곳 영재학교 입학자는 834명. 이 가운데 서울‧경기 지역 중학교 출신 입학자는 585명(70.1%)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과 국회 교육위원회 신경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입학생의 출신학교가 위치한 시·구를 분석한 결과 강남구와 노원구, 서초구, 송파구, 양천구 중학교 사교육 특구 출신 신입생 비율이 높았다. 신 의원 측은 "학원가가 밀집한 지역의 쏠림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 서열화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고통받는 학생 Ⓒ사교육걱정없는세상
▲ 서열화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고통받는 학생 Ⓒ사교육걱정없는세상

■  지금은 '능력주의' 아닌 '학부모주의'

실제 '권력과 출세'의 접근 통로로 여겨지는 명문대학 입학에 부모의 소득 수준이 학생의 잠재력보다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발표되고 있다. 시장자유주의 모델에서는 능력만 있으면 누구든지 대학에 들어갈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한다. 사교육 특구의 진학률 상승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교육의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노력의 정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 것뿐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계층 배경과 관계없이 비슷한 능력과 재능을 타고났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똑같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이들이 보다 유리한 지점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능력주의가 아니라 학부모주의가 '아이들의 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  수십 년째 겉돌고 있는 대학서열 문제, 해결책은 없나

지난해 10월 20일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하 사걱세)과 박주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3차에 걸쳐 개최한 '대학 서열 해소 열린 포럼'(이하 열린 포럼)은 대학서열 문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작은 움직임으로 주목받았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포럼은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발제자로는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장 ▲구본창 정책국장(사걱세) ▲김명연 교수(상지대 법학과) ▲김종영 교수(경희대 사회학과)가 참석했다. 시민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사전에 신청을 받아 선정된 포럼위원들(10월 30일 기준 207명) 중 30여 명은 줌(ZOOM) 프로그램을 통해 포럼에 참여했으며, 일부는 유튜브를 통해 시청하거나 포럼이 끝난 후 녹화 영상을 시청했다. 

김태훈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오랜 시간 우리를 병들게 해왔던 대학서열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그 해법이 너무도 어려워 보여서, 전문가들의 과제만으로 여기는 경향 때문이 아닐까 반성해본다"며 "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도 참여한 열린 포럼이 대학서열 해소 문제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열린 포럼'은 교육 안에서 위와 같은 불평등의 뇌관이 되는 대학서열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럼 관계자는 대학 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해 "첫째, 과도한 입시 경쟁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교육비 부담을 해결해야 하고, 둘째, 뽑는 경쟁이 아닌 가르치는 경쟁으로 대학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두 가지를 축으로 대학서열화 해소 방안이 설계되고 현실에서 추진될 때 진정한 교육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1차 포럼에서는 △대학통합네트워크 △대학입학보장제 △공유성장형 대학 연합체제 등 우리나라 교육 상황에 적합한 서열화 해소방안을 내놓았다. 대학입학보장제란 대학 교육을 따라갈 수 있는 일정한 고교 내신 등급과 수능 등급을 갖춘 학생에게 대학 입학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공유성장형 대학 연합체제란 '직업 중심 대학'과 '교육 중심의 대학'이라는 두 개의 국립대 연합 체제를 만들어 종래에는 타국의 대학과도 연계가 가능하도록 확장해나가는 체제이다. 각 방안 모두 대학연합체가 존재하고, 공동입시를 치른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볼 수 있으나, 거점 국립대부터 시작할 것인지, 거점 국립대와 사립대가 함께 시작할 것인지 등의 실시대상과 추진 과정에 따라 차이가 있다.

김종영 교수는 "과열된 대입 경쟁은 소위 명문대학의 숫자가 너무 적기 때문에 일어나는 병목 현상"이라며 해소방안으로 대학통합네트워크를 제시했다. 

대학통합네트워크의 초안은 전국에 있는 거점국립대 9개의 이름을 '한국대학교'로 바꾸고 서울대학교의 수준으로 양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립대나 기타 지방의 국립대가 반발할 가능성 및 거점국립대의 독점 현상이 우려되어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하되 지역 국립대와 사립대를 포함한 50개 내외 학교가 대학통합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대학통합네트워크는 권역별 구조조정과 통폐합을 통해 단일의 대학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이다. 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대학을, 인구가 적은 지역에는 공대와 농대 등을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각 단과대학별 학생과 교원의 숫자를 증가시키고, 각 단과대학을 특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교육자원의 효율적 사용도 기대해볼 수 있다.

현재와 같은 개별 대학 지원 방식은 고등교육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학생이 대학에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현재의 구조는 각 대학의 경쟁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을 통합해 운영함으로써 각각을 특화하는 대학통합네트워크와 비교했을 때 각 대학이 가진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저해한다.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학의 공유성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체제는 공유성장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학 서열구조와 평가 및 재정지원방식의 경쟁체제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공유성장형 대학체제로 개편할 경우 가장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가 대학의 균형 발전과 서열체계의 완화이다. 이 방안 지지자들은 입시경쟁의 완화에 의한 초중등 교육의 정상화 효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종영 교수에 의하면 이렇게 양성된 대학은 입시생의 30~40%를 수용할 수 있다. 현재 소위 말하는 '명문대' 입학생이 3%이라는 것으로 보아 대학통합네트워크를 통해 입시경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학벌체제 타파 및 대학의 공공성 확보와 대학의 질적 향상, 인프라 민주주의 실현을 통한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공정성이 담보된 학교만을 지원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설립함으로써 대학의 공정성도 담보할 수 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태훈 부위원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태훈 부위원장. 

김태훈 부위원장은 "국토 균형 발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는 상황에서 지방 국립대를 발달시키는 것에 반대할 여지가 없다"며 "대학통합네트워크의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양면성이 있는 방안"이라며 타 대학으로의 네트워크 확장성이나 궁극적 목표달성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민 포럼위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학통합네트워크가 높은 점수로 동의를 얻었다. 대학통합네트워크는 지역의 인재 유출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만, 사립대를 포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니 국립대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다. 

시민 포럼위원들은 대학통합네트워크뿐만 아니라 5가지 정책 모두에서 3.44~4.02의 높은 동의 수준을 보여주었고, 대학입학보장제에 가장 많은 공감을 표했다. 이는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공동 입학과 재정 지원을 통해 대학서열을 완화하는 방향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뽑는' 경쟁에서 '가르치는' 경쟁으로 

열린 포럼은 대학통합네트워크가 교육 양극화 해소 및 공교육의 정상화 등의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수십 년간 굳어진 대학서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란 어렵다"라며 "그럼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포럼 참가자 수를 보며 희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사람이 대학서열 해소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정치권이 움직이고 결국 제도가 형성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대학 서열 해소 방안을 마련하고, 그 과정에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추가적인 활동을 계획 중이다.

대학 서열 문제는 20년 넘게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 한국의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대학 서열화에 따른 차별, 그리고 이에 따른 무한한 입시 경쟁은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고 많은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안하고 어려운 전혀 새로운 길을 걸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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