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통신] 스페인 지역화폐의 새로운 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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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통신] 스페인 지역화폐의 새로운 조류
제9회 스페인 지역화폐 전국 회의 보고
작성자 : 히로타 야스유키(廣田 裕之). 발렌시아대학교 사회적경제 박사이자 스페인 사회적화폐 연구소 공동창설자
  • 2021.01.19 15:43
  • by 히로타 야스유키(廣田 裕之)

2020년 11월 27일과 28일에 바르셀로나 근교에 있는 카탈루냐 지방 빌라더칸스(Viladecans)시에서 제9회 스페인 지역화폐 전국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는 2012년부터 매해 1회씩 열렸으며 전국의 관계자가 모여 지역화폐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해 왔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개최로 변경했다.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스페인 국외에 있는 사람들도 참가할 수 있었는데, 이번 호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개최된 회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스페인은 3월에서 6월까지 그리고 10월부터 다시 경계령이 발령되었으며, 특히 3월부터 6월에 걸친 기간에는 식료품과 의약품 구매를 위한 최소한의 외출 외에는 금지되어 각종 회의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일례로 '전환형 경제 세계 사회 포럼'이 있음) 하지만 이로 인해 스페인 전국에서뿐 아니라 광대한 중남미에서 참가자를 모으는 웨비나를 열기 쉬워졌고, 중남미 주최 회의에 스페인 사람들이 참석하는 일도 일반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자체는 세계적으로 계속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고 있지만 웨비나가 일상화되면서 거리와 국경을 초월한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특히 바다 건너 중남미 국가와 언어를 공유하는 스페인의 상황은 꽤 주목할만하다. 이번에는 온라인 회의로 본회의 만큼 분과 회의도 많이 열려서 그것을 전부 다루면 분량이 방대해지므로 몇 가지 중요한 점을 간추렸다.

이 회의는 특성상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곳에서 돌아가면서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에 후원을 담당한 빌라더칸스시의 빌라바트(Vilawatt)는 시청이 관여하여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 에너지를 지역화폐와 결합한 매우 흥미로운 사례이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해 공사를 하고 태양광 발전을 하면서 절약한 자금을 지역화폐화 해서, 인구 6만 7,000명인 시내에 유통하며 경제적인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시청에서 지역화폐를 운영에 참여한다는 점은 바르셀로나 근교의 산타쿨로마 더 그러마넷(Santa Coloma de Gramanet)시에서 유통하는 그라마(Grama)나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사용하는 REC(레크)도 예로 들 수 있지만, 저소득층의 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이들 지역과 비교하면 에너지 절약이나 친환경 에너지와 결합한 것이 특징인 사례이다.
 

▲ 빌라바트 어플 사용법을 설명한 영상 (카탈루냐어, 자막은 스페인어)


기조 강연으로는 (원래 금요일 아침에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인터넷 연결 문제로 토요일 아침으로 연기됨) 카탈루냐를 대표하는 지식인 어르카디 울리베러스(Arcadi Oliveres)가 윤리은행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했다. 금융 면에서 현재 세계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로 상업 은행 (금리와 수수료만 징수하고 사회공헌은 하지 않는), 주식 시장 (투기의 성격을 띠며, 공정한 사회건설을 위한 금융거래세(토빈세) 도입에 소극적임), 국제 통화 기구 (그리스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에 대출하지만 그 결과로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출자금이 많은 나라에 좌우되는 왜곡된 구조)를 비판한 뒤, 사회와 환경에 도움이 되는 사업에만 대출을 하는 윤리은행의 의의를 강조했다.
브라질이나 독일 등 외국과 비교하면 스페인은 아직도 지역화폐와 사회 연대 경제 계열 금융과의 협력이 약한데, 앞으로 이 부분에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스페인에 사는 입장에서 이 부분은 나 자신의 책임도 통감하고 있음)

다음으로 카탈루냐 보완 통화 관찰국에 대한 소개가 진행되었다. 카탈루냐 지방의 지역화폐 관계자들에 의해 출범한 이 관찰국은 지역의 사례들을 소개하거나 지역화폐를 새로 발족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스페인 내 다른 지역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등 해외 제휴에도 적극적이다.
 

▲ 카탈루냐 보완 통화 관찰국이 만든 지역화폐 지도
▲ 카탈루냐 보완 통화 관찰국이 만든 지역화폐 지도


그 후 시청이 운영에 관여하는 지역화폐 사례로 위의 세 가지 통화와 더불어 에스트레마드라지방 사프라(Zafra)시에서 운영하는 바라메디(Varamedí)까지 4가지 통화 관계자가 의견을 나누었다. 지금은 디지털 지역화폐가 주류지만 IT에 취약한 고령자를 위한 지폐를 발행하거나 그들에게 설명하는 일, 그리고 대형 쇼핑몰과 경쟁을 하고 있는 지역 상점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 지역 상점에서 지역화폐로 구입하면 보너스를 제공하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정의 의지가 아니라 시민에 의한 자주적 운영의 중요성과 그렇기 위해서 운영 단체가 협동조합의 법인격을 갖추는 일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오후까지는 많은 분과 회의가 열렸다. 지역경제 진흥 세션에서는 카탈루냐에서도 오래된 지역화폐로 최근 10주년을 맞이한 러 투루타 (La Turuta)를 사용하는 빌라노바 이 러 젤트루(Vilanova i la Geltrú)시의 시의원이 시청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지역화폐로 받는 것을 허가한 것과 투루타와는 별개로 시청이 새로운 지역화폐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취지 등을 발표했다.

세비야시에서는 바르셀로나와 마찬가지로 빈곤한 지역을 위한 지역화폐를 구상 중이며, 시의 각 부서를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빌라 더 칸스 시에서는 도시 폐쇄의 여파로 크게 힘들어진 지역상점을 위해 지역 진흥 보조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여 도시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자 모색하는 일이나, 각종 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여 빈곤층이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 등에 대해 발표했다.

디지털 결제 시스템으로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지역화폐 국제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NGO 스트로(Stro)가 개발한 사이클로스(Cyclos), 안달루시아에 있는 IT 기술자가 개발하여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사용하는 클릭코인(Clickoin), 남아프리카에서 개발하여 세계 각지에 널리 퍼졌고 특히 스페인에서 왕성하게 이용하는 CES(Community Exchange System)의 세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사용해 온 Cyclos와 CES는 스마트폰과 QR코드가 일반화되면서 그에 따른 기능이나 앱을 추가로 개발하는 한편, 최근에 개발된 클릭코인은 처음부터 스마트폰을 타깃으로 한 어플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예년보다 학술 논문 발표도 눈에 띄었다. 첫 번째로 카탈루냐 우베르타 대학에서는 보완통화에 대한 사이트(영어)를, 2019년에 일본 기후현 다카야마시에서 열린 학술회의를 진행한 지역화폐 관련 학회 라미크스(RAMICS)나 오픈소스를 활용한 신기술로 환경·경제·사회면의 균형을 맞춘 조직 운영을 목표로 하는 Cambiatus 프로젝트가 소개되었다. 마누엘 마빌라 산체스(Manuel Ávila Sánchez)는 이 연구에 대해 실용적인 측면 외에도 환경이나 정치적 그리고 인간관계에서의 의식이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주요한 동기임을 밝혔다.

이 밖에도 ▲여성에 의해 상호부조형 금융이 정착한 케냐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면서 자본주의 경제로 변화가 일어난 사례 ▲(앞서 이야기한) 바르셀로나의 REC에 의해 지역 내 소비 활동이 활발해진 케이스 ▲지속가능한 개발목표와 지역화폐의 친화성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 간 거래 지역화폐 사르덱스(Sardex)가 이탈리아 본토의 여러 주에도 도입된 사례 등을 소개했다. 특히 인적·사회적 요소는 그리 간단히 이식할 수 없기에 사르데냐섬에서와 같은 성공은 이루지 못했다는 내용도 함께 발표했다. 또한, 포르투갈 지역화폐의 대부분이 물물교환시장에서 뿌리내린 것이며 (그 예가 다음에 설명할 자르딩) 브라질 지역 사회 개발 은행에서처럼 지역 상점을 끌어들여 유통시키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한 점을 이야기했다.

거기에 '공공재 경제'를 제창하고, 유창한 스페인어로 스페인과 중남미에서도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크리스티안 펠버(Christian Felber)는 '경세제민'에서 말하는 본래의 '경제'와 '재테크'처럼 재산을 불리는 개념을 구분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거론한 뒤, 통화를 공공재로써 검토하는 관점을 옹호하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화폐를 찍어내는 지금의 대형 은행들을 비판했다. 이어서 은행은 대출 시 금전적일 뿐 아니라 윤리적인 투자 수익도 추구해야 하며 중앙은행은 정부가 소유해야 한다는 지론을 설명한 뒤 그 관리는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크리스티안 펠버의 공공재경제에 대한 설명 영상(영어)


스페인에서도 지역화폐가 가장 활발한 카탈루냐에서 8년 만에 개최했기에 이 지역의 각종 지역화폐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빌라바트, 그라마, REC와 러 투루타 외에 에코샤르샤(샤르샤는 카탈루냐어로 네트워크의 의미)의 다섯 가지 사례는 (그 중 '러 몰라'는 다음에 나올 마드리드 지역의 프로젝트와 명칭만 같음) 카탈루냐 연대경제 네트워크(XES)가 최근 발족한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미누츠(Minuts, 카탈루냐 각 지방), 페어코프라는 협동조합에 기반한 페어코인(Faircoin) 그리고 카탈루냐에 뿌리를 둔 암호화폐 크로아트(Croat)가 코로나19 대책에 급급했던 2020년을 되돌아보고 행정과의 관계 진전에 대해 보고하고 앞으로 전망을 이야기했다. 러 투루타는 대전의 한밭레츠와 비슷하지만, 일반 회원에게는 마이너스 잔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큰 차이가 있다.

온라인 회의의 가장 강점은 개최지에서 먼 곳에 사는 사람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페인 내에서도 타지역과는 거리가 있는 갈리시아 지방에서 지역상점이 관여하는 아 사비아(A Sabia)라는 지역화폐에 대해 발표했다. 그리고 본토(이베리아반도)에서 남서쪽으로 멀리 떨어진 카나리아 제도에서는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와 함께하는 네크소스(Nexos), 시간은행(서비스 교환에 특화됨)으로 시작했지만 먹거리 거래에까지 사용처를 확산하고 있는 템푸스(Tempus), 그리고 코워킹에서 운영하는 엘바벨(El Babel)까지 세 가지 화폐를 설명했다. 카나리아 제도에는 7개의 주요한 섬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세 가지 모두 테네리페(Tenerife)섬의 사례이다.

그리고 언어는 다르지만, 문화적·역사적 공통점이 많은 포르투갈에서는 아소르스(Açores) 제도의 지역화폐 준비 프로젝트, 코임브라 시내 물물교환시장에서 사용되는 통화 자르딩(Jardim), 그리고 알렌테주지방 몽트모르 우노부(Montemor-o-Novo)에서 최근 사용하기 시작한 모르(MOR)를 소개했다.

스페인어는 스페인뿐 아니라 중남미 각국에서 폭넓게 사용하고 있어, 이번 회의에서는 그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미주 각지의 사례 발표도 진행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해서 아르헨티나 각지에서 사용하는 전자 지역화폐 파르(PAR) ▲2019년 10월 18일에 발생했던 대규모 신자유주의 반대 시위를 계기로 칠레 각 지역에서 만들어진 시간은행(일본의 시간 예탁제도를 도입하거나, 식료품 거래가 가능한 것도 있음)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에서 사용하는 후루피(Jurupi) ▲멕시코는 멕시코시티의 미슈카(Mixiuhca), 그리고 북미에서는 ▲시 보조금과 연관된 캘거리 달러즈(Calgary Dollars, 캐나다)와 ▲지역 상점가 부흥을 위한 허드슨 밸리 커런트(Hudson Valley Current, 미국 뉴욕주 얼스터(Ulster)카운티 사례를 발표했다. 최근에는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캐나다와 미국에서도 스페인어로 발표했다. 그리고 에콰도르의 두 사례는 2020년에 출범했는데,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시기에 발족이 겹치는 바람에 온라인 회의를 중심으로 한 운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 도시 봉쇄 상황에서 발족한 지역화폐 후루피 영상


그 외에 다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에서 기본 소득을 지역화폐로 지불한 사례 :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의 마리카(Maricá)시, 한국 경기도
젠더를 고려한 통화 : 성별을 배려한 암호화폐 베누시나 (Venushina)
국제협력 : 스페인에서 시민들이 사용하는 통화로 자리매김한 뒤에 팔레스타인과 튀니지, 요르단에 모델 이전을 계획 중

자원 재사용에 관한 사례 : 마드리드시 권역에서 음식물 쓰레기와 지역화폐를 교환하여, 이것으로 인근 농가의 작물 구매 대금의 일부를 충당할 수 있는 통화 러 몰라(앞에 나왔던 카탈루냐의 프로젝트와 명칭이 같음), 나바라 지역 중 일부에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고 지역화폐를 받는 시스템으로 시작해서 2020년에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사업까지 시작한 이라티(Irati)를 소개(이라티에서는 앞으로 목표로 일본 도쿠시마현 카미카츠쵸의 쓰레기 분리수거와 재활용 사례를 언급)

연대경제 네트워크의 공통 포인트 시스템 : 마드리드 지방의 연대경제 네트워크에서 운영하는 에티크스(Etics)
사회혁신에 관한 지역화폐 : 바르셀로나에서 소득이 낮은 지역에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와 그 이용자, 그리고 NPO를 연계한 지역화폐 플로크(Floc). 바르셀로나 도시권에서도 그와 비슷하게 준비 중인 시티탈렌트(Cititalent), 앞서 기술한 빌라바트와는 다른 형태로 신재생에너지 협동조합과 일반 시민을 잇는 지역화폐 바트에코(Watteco), 그리고 간단하게 소소한 의뢰를 할 수 있는 시간은행의 일종인 파보르스(Favors)를 소개

 

▲ 플로크 운영을 소개하는 영상(카탈루냐어)


제10회를 맞이하는 2021년에는 바스크지방의 중심 도시인 빌바오(Bilbao)시에서 빌바오 및 인근 나바라 지역에서 지산지소를 추진하기 위해 사용 중인 지역화폐 에키(Ehki)의 주최로 열린다. 바스크를 포함한 북부 지방에서는 처음 개최되는 일이고 프랑스령인 바스크에는 매우 활성화된 지역화폐 에우스코(Eusko)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매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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