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안전을 위한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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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전을 위한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
[안전사회네트워크·라이프인 공동기획 안전칼럼] 채연하 (좋은예산센터 정책팀장, 안전사회시민넷 집행위원)
  • 2017.06.05 18:53
  • by 라이프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메르스의 위협이 발생했고,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여전히 소중한 생명들이 가족의 품을 떠나고 있다. 사건 사고가 한 번씩 일어날 때마다 정부는 부서를 없애고, 특별한 조사를 당부했지만 실제로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할 의지를 정책화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예산이다.

예산은 단순히 숫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구체화하는 수단으로 설명되기도 하기 때문에 어떤 분야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예산을 편성하는지에 따라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부처를 새로 만들고 예산을 확충하겠다고 했지만 그 진정성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 이유는 예산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해마다 전체 예산이 3% 정도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안전과 관련된 예산 역시 그 증가율을 월등히 증가하지 않는다. 특히 국가 재정 배분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보면 당시의 정부가 어떤 관점에서 안전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파악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매년 5년간의 중장기 재정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이름을 ‘국가재정운용계획’이라고 부른다. 복지예산은 어떻게 늘려갈지, 국토개발 예산은 향후 어떻게 줄여나갈지를 설명한다. 올해는 복지가 더 필요해서 그걸 늘리지만 향후에는 그보다는 기술개발을 위한 R&D예산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등의 계획과 설명이 함께 하는 문서다.

현재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안전과 관련된 재정배분은 ‘공공질서 및 안전 분야’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다. 당초 12개 분야를 나눈 것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그 전에는 안전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재난관리라는 표현이었는데 조금은 폭넓은 개념을 쓰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여전히 안전의 개념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에 머물러 있다. 박근혜 정부가 4대악을 없애겠다는 말을 했던 것처럼 치안을 강화하고 범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다.

공공질서 및 안전 분야에 대한 분야별 투자계획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법원 및 헌재, 법무 및 검찰, 경찰, 해경, 재난관리 등으로 투자계획을 세분화하고 있는데, 이 중 평균 3.5%의 증가율에 못 미치는 것은 해경 분야와 재난관리 분야다. 법원이나 검?경찰에 대한 투자는 약 4%에 넘거나 육박하고 있는데 반해 해경은 1.2%, 재난관리는 0.9%의 연평균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 숫자들을 조금 더 풀자면 공공질서를 위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지만 재난관리 등에 대한 투자는 매년 크게 다르지 않은 재정을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치안을 강화하는 것도 우리가 일상생활을 보다 안전하게 유지하는데 중요한 요인이다. 법률서비스를 개선하여 사회적 약자들이 사법적 제도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해소하는데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의 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과 안전을 관리하는 문제는 다른 것이라고 판단해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특히나 생활안전의 문제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현대 사회를 고려한다면 안전의 문제를 여전히 재난을 관리하는 문제로 협소하게 바라보는 것은 문제라는 말이다. 그래서 국민안전처를 중심으로 모든 행정부의 예산 중 안전과 관련된 예산을 통합해서 관리하겠다는 발표를 하긴 했지만 통합을 하기만 했지 관리하거나 분야별 재정계획을 조정하지 않고 있다. 애초에 하기 힘든 계획을 세워놓고 그저 과거와 같은 관행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방청과 해양경찰청을 분리 독립하고 그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국민 안전을 최우선에 놓겠다는 약속도 했다. 당선이 된 첫 해는 이전 정부가 짜놓은 계획을 바탕으로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전히 그 약속을 어떻게 이행할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관건은 2018년 예산과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무엇을 확인할 것인가이다. 2018년의 예산은 안전을 위해 정말 우선적으로 필요한 곳에 얼마만큼을 투자할 것인가를 보여줄 것이고, 향후 5년간 어떤 그림을 그리는 것인지 확인이 가능하다. 촛불을 들었던 국민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가 생겼다. 예산이라는 숫자를 통해 촛불의 의미와 희망을 어떻게 투영시킬 것인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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