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B 활성화를 위한 법제화,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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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B 활성화를 위한 법제화,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12일 '사회적금융 비전 토론회' 개최…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 SIB 관련 입법 추진 현황 및 제언 공유
  • 2021.01.13 14:13
  • by 노윤정 기자

지난 2016년 서울시에서는 복지시설에 거주하는 경계선지능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한 사업이 시행됐다. 운영기관이 민간 투자를 유치하고 수행기관을 선정하여 아동들에게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 뒤, 프로그램 성과에 따라 서울시가 성과보상금을 지급한다는 것이 사업 내용의 골자. 이것이 바로 경계선지능 아동의 학습능력과 사회성 향상을 목표로 하는 국내 첫 사회성과보상사업(Social Impact Bond, 이하 SIB)이다. 

SIB는 민간의 투자로 공공사업, 특히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공공사업을 시행한 후 사업이 성공했을 때 정부가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구조다. 성과구매자, 운영기관, 수행기관, 투자기관, 평가기관, 수혜집단이 주요 참여 주체이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를 이끌어낸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정부로서는 성과를 기반으로 예산을 집행함으로써 예산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회문제에 대한 사후적 대처가 아니라 예방적 대처를 함으로써 문제해결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공공사업에서 정부가 책임지던 리스크를 SIB 사업에서는 민간 투자자들이 분담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부의 재정부담 문제가 개선된다. 아울러, 이와 같은 구조 안에서 정부 중심의 관료적 사업 운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민관협치가 실현된다.

▲ 사회성과보상사업 운영구조.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사회성과보상사업 운영구조. 온라인 화면 갈무리.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을 통해 사회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SIB는 새로운 사회문제 해결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아시아권에서 이루어진 첫 SIB 사례이기도 한 서울시 제1호 SIB 사업은 목표를 상회하는 성과를 거두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국내 SIB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현재 서울시는 1호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제2호 SIB 사업 '청년실업 해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경기도는 기초 수급자 자립을 목표로 한 SIB 사업 '해봄프로젝트'를 완료했으며, 충청남도 부여군에서는 '치매 안심 구역 조성'을 위한 국내 제4호 SIB 사업을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에서는 SIB 표준 조례안을 만들어 지자체에 배포했고, 총 11개 지자체에서 SIB 관련 운영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SIB 관련 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SIB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법제화를 통한 뒷받침 역시 필요하다. 12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사회적 금융 비전 1차 토론회-사회적 금융 영역별 현황과 과제'에서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는 SIB와 관련한 입법 추진 현황과 방향성에 관해 이야기하며 입법화에 힘을 실었다.

■ SIB 관련 법안 2건, 보완할 점은?

▲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 온라인 화면 갈무리.

SIB 관련 법안은 2019년과 2020년 2년여간 총 6번 발의됐다. 2019년 '공공성과보상사업의 추진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 '사회성과보상사업 추진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 '지방재정법 일부개정 법률안',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발의됐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현재는 지난해 발의된 '사회성과보상사업 추진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김정호 의원 대표 발의), '사회성과보상사업의 운영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민형배 의원 대표 발의)’이 국회 소관위에 접수·상정된 상태다.

곽 대표는 우선 SIB 관련 법안을 제정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독립적인 개별법을 통해 제정 ▲법의 단순화 ▲용어의 혼용 지양 등을 언급했다. 특히 SIB가 특정한 분야에 국한된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들면서 "광범위한 정책의 SIB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독립적인 법안 마련이 바람직하다. 미국도 2018년 SIB 활성화를 위한 연방법을 만들었는데 독립적인 법안으로 제정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SIB 관련 용어들을 통일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심지어 사회적경제기본법 일부 법안에는 사회성과연동채권이라는 신조어가 들어가 있다. 이런 경우 문제가 무엇이냐 하면, 정보 취득과 소통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곽 대표는 국회에 발의돼 있는 법안에 대한 수정 사항을 세 가지 제안했다. 원안에서 수정이 필요한 부분 중 하나는 SIB 사업 추진 가능 조건에 관한 부분이다. SIB 사업 기획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사회비용 추산은 사업의 효과, 성과기준 설계, 성과보상금 설정 등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런데 발의된 두 법안 모두 '사회성과보상사업으로 창출되는 성과가 국가·지자체·공공기관이 지급해야 할 비용보다 큰 사업'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정부의 행정비용만을 사회비용에 포함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곽 대표는 "(원안대로라면) 정부의 행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사업만이 타당성을 갖는다는 이야기인데, 사회비용의 개념을 조금 더 포괄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따른 SIB 사업 추진 가능 조건에 대한 수정 의견은 다음과 같다.

"사회성과보상사업으로 창출되는 정량화된 사회비용 절감효과 또는 사회적 가치가 공공 및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보다 큰 사업"

또한 곽 대표는 성과보상자인 정부의 운영기관 및 수행기관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관치에서 벗어나는 것은 SIB의 운영 원칙 중 하나이기도 하다. 때문에 곽 대표는 법안에 "공공기관의 장은 운영기관 및 수행기관에 대하여 사업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압력을 행사해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을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곽 대표가 제안한 것은 '사회성과보상기금'의 설치다. 사업별로 세출예산 사용에 대한 의결을 받고 사후에 예산에 반영할 때도 의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 부담을 덜고자 하는 것이다. 곽 대표는 "영국 피터버러시(市)에서 실시한 최초의 SIB 사업 역시 복권기금(Big Lottery Fund)을 활용했고, 미국의 경우 주(州)법을 활용해서 성과보상을 한다"고 설명하며 사회성과보상기금 설치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IB 기본법안에 사회성과보상기금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근거 명시 ▲별도의 법령을 통한 사회성과보상기금 설치 ▲기존 기금의 용도를 변경하여 사회성과보상에 사용 등 세 가지 방향의 개선안을 제시했다.

SIB가 새로운 사회문제 해결 모델로 주목을 받으면서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주무부처로 삼아 다양한 SIB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관심을 가지고 조례를 만드는 지자체들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더불어 입법을 통한 제도적 환경이 조성된다면 국내에서 SIB 사업이 활성화되는 데 탄탄한 지지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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