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지구를 위해 'green'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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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지구를 위해 'green' 한 스푼
베지스푼(Veggie Spoon) 김나연, 김민경 공동대표 인터뷰
  • 2021.01.07 17:15
  • by 전윤서 기자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운영하는 스페이스 살림은 여성혁신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가족과 시민이 함께 즐기는 여성가족복합공간이다.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여성 기업, 젠더 관점으로 미래 세대를 성장시키는 기업 또는 친환경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스페이스 살림에 입주해 있다. 여타 스타트업 입주 센터와는 달리 스페이스 살림에는 사무실, 매장, 스튜디오, 시간제 돌봄, 아동동반 공유 사무실, 젠더 관점의 투자 등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갖추었다. 

또한 시민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으로 카페, 마을부엌, 옥상텃밭, 옥상정원, 옥상공연장, 마을 서재 등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이 이끄는 기업, 아이를 돌보는 남성. 고정되어 있지 않은 성 역할을 보여주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자연스럽게 성 평등을 배워가는 공간’이다. 라이프인은 스페이스 살림의 입주기업을 찾아가 기업의 고유한 가치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채식, 건강과 체중을 조절하기 위한 식단일까?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육류, 더 정확히 말해 공장식 축산'이 지구 환경을 오염시킨다며, 육류와 유제품 섭취량을 줄일 것을 권유했다. 소의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귀와 트림이 지구온난화를 빠르게 진행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는 실정.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고 지구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한 번쯤 고려해보았을 법한 생활양식이 바로 채식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현대인은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리기 십상. 어려운 채식과 환경을 위한 습관 바꾸기를 조금은 편하게, 재밌게, 맛있게, 부담가지지 않아도 될 만큼만! 해보기를 제안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베지스푼(Veggie Spoon)'이다. 베지스푼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오프라인 그린 라이프스타일숍 비그린(B:green)' 개점 준비가 한창인 스페이스 살림에서 김나연, 김민경 공동대표를 만나보았다. 

▲ 베지스푼 김나연, 김민경 공동대표. ⓒ라이프인
▲ 베지스푼 김나연, 김민경 공동대표. ⓒ라이프인

김나연, 김민경 대표는 각각 육류·계란·유제품은 먹지 않지만, 해산물은 먹는 '페스코 비건( Pesco Vegan)'. 육류와 불필요한 생활 소비를 줄이는 '리듀스테리언(Reducetarian)'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두 대표가 채식으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대학원 동기였던 두 사람은 졸업 후 사회생활을 이어가다 암 진단을 받았다. 김나연 대표는 "보통 세 명 중 한 명이 암에 걸린다고 한다. 내가 암 진단을 받고서 민경 대표는 암에 걸리지 않겠지 했다. 그런데 3년 뒤 민경 대표도 암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나연 대표는 당시 수술과 반복되는 항암치료로 몸과 정신이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민경 대표는 다소 충격적인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고 나연 대표에게 이를 공유해주었다. 나연 대표는 "현재의 공장식 축산업이 얼마나 우리의 몸에 좋지 않고 우리 지구에 얼마나 큰 환경적인 피해를 일으키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굉장히 충격이었다. 그날부터 채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완전한 채식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았다. 비건(vegan, 채식주의) 제품은 마트에서도 쉽게 볼 수 없었으며, 비건 제품이라도 표시를 해놓지 않았다. 결국 비건 소비자가 성분을 자세히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수고가 필요하다. 제품의 다양성도 떨어지고 일반 마트에서도 쉽게 볼 수 없어 더욱 접근성이 떨어졌다. 나연 대표는 "우리 둘 다 비건을 지향하며 채식을 시작했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는 걸 몸소 알게 되었다. 일상 속에서 비건을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리고 싶었다. 우선 우리가 비건 관련 마켓을 열어보자 마음먹었다. 2019년 베지스푼 창립과 함께 온라인 비건 마켓 비밀샵을 열었다"라고 창업 계기를 소개했다. 

나연 대표는 "베지스푼의 베지(veggie)는 채소 베지터블(Vegetable)의 줄임말이고, 스푼(spoon)은 친숙한 물건인 숟가락으로 '담는다'는 의미이다. 사람들에게 친근한 물건을 찾다가 음식을 떠서 먹는 모습이 떠올랐다"며, "베지스푼이라는 의미는 자연 친화적 생활 방식을 담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여기서 생활방식은 채식으로의 식습관이 될 수도 있고, 친환경적인 생활 습관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베지스푼은 현재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올해 주식회사 형태로 법인화를 준비 중이다. 민경 대표는 "예전에는 기업의 이윤 추구와 가치가 같이 충족될 수 없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기업의 모든 활동에 사회적인 미션이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베지스푼의 모든 경영활동에 사회적 미션을 넣어 이윤 추구와 가치를 함께 창출하고자 한다. 이 땅에 발 디디고 있는 한 최대한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 쌀 추출액을 넣어 만든 베지스푼의 '우쥬라익미' 비건 밀크티 ⓒ베지스푼
▲ 쌀 추출액을 넣어 만든 베지스푼의 '우쥬라익미' 비건 밀크티 ⓒ베지스푼

베지스푼의 창립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비건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화했다. 대기업에서도 채식주의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관련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비건 서비스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젊은 층들 사이에서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비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이제는 힙(hip, 최신 유행에 밝고 개성이 강한) 한 것, 하나의 트렌드로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비건식은 사실 굉장히 친숙한 식습관이다. 나연 대표는 "100년 전 한국을 생각해보면 고기는 잔치 때 먹던 것이고 한국 사람들은 채식 위주의 식단을 하던 민족이다. 그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의 가짓수가 많다. 오히려 어르신들에게는 비건이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된장찌개에 나물 반찬 먹고 있는데, 그럼 비건이네' 하는 반응이다"라고 설명했다. 

두 명의 공동대표는 지금의 비건 마켓 시장이 춘추 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지스푼은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비건 마켓 시장에서 2년째 살아남은 기업이다. 그 비결에 관해 묻자 민경 대표는 웃으며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시장이 너무나 작았고 지금은 시장성을 인정받기 시작하니 춘추전국시대에 가까워졌다. 지구를 생각하는 비건 제품을 판매하는 이 일이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힘들어도 재밌게 하고 있다. 그래서 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쥬라익미와 같은 비건 식품 개발도 하고, 오프라인 매장도 선보이고. 콘텐츠 제작 등 아직 충분히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끊임없이 채워주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 베지스푼이 선보이는 '오프라인 그린 라이프스타일숍 비그린(B:green)' 매장 전경 ⓒ베지스푼
▲ 베지스푼이 선보이는 '오프라인 그린 라이프스타일숍 비그린(B:green)' 매장 전경 ⓒ베지스푼

이처럼 베지스푼은 소비자의 결핍을 채워주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스페이스 살림에서 오픈하는 '비그린(B:green)' 매장에서 그 가치는 더욱 잘 드러난다. 비그린 샵은 베지스푼이 2년 만에 선보이는 그린 라이프 스타일 매장으로 고기, 계란,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은 식품, 색조 화장품, 생활용품, 도서, 패션 등 다양한 비건 용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그린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친환경 제품도 함께 선보인다. 민경 대표는 "이번 비그린 오프라인 매장을 '이렇게 살고 싶다'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체험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이곳에 와서 비건 제품, 친환경 제품, 친환경 도서, 패션소품 등 다양한 제품을 눈으로 보고 만져볼 수 있다. '무엇부터 하면 좋으냐'는 사람에게 이러한 접점을 늘려 시작점을 제공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듯 비그린 샵은 비건과 친환경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전환하려는 사람에게 물꼬를 터주는 공간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나연 대표는 "그린 라이프스타일이란 사람과 지구 모두에 무해한 라이프 스타일이다. 먹는 것, 입는 것, 쓰는 것에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사람에게도 유해 물질에의 노출이 적어 이롭다. 빠르고, 편리한 생활 방식은 아니다. 느리고,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삶이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이 라이프스타일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지스푼이 추구하는 방향이 그렇다. 한 사람의 완벽한 채식주의자도 좋지만, 어려운 길이기에 느슨하고 지속가능한 여러 명의 채식 지향자들이 늘어나는 것. 매일 쓰는 제품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것,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지스푼이 추구하는 방향이 그렇다. 한 사람의 완벽한 채식주의자도 좋지만, 어려운 길이기에 느슨하고 지속가능한 여러 명의 채식 지향자들이 늘어나는 것. 매일 쓰는 제품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것,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 ⓒ베지스푼
▲"베지스푼이 추구하는 방향이 그렇다. 한 사람의 완벽한 채식주의자도 좋지만, 어려운 길이기에 느슨하고 지속가능한 여러 명의 채식 지향자들이 늘어나는 것. 매일 쓰는 제품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것,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 ⓒ베지스푼

지금까지 유통업에 집중했던 베지스푼은 앞으로 매장 운영과 함께 스페이스 살림 내 공유주방을 활용한 비건 레시피 개발, 비건 생활양식 경험 공유와 같은 콘텐츠 개발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비건 제품 개발도 지속해서 진행해 그린 라이프를 쉽고, 재밌게 할 수 있는 접점을 늘려갈 계획이다. 

끝으로 두 공동 대표는 "개인과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생명체는 지구에서 살아갈 때  지구에 미치는 파괴를 최소화하고 다른 생물들과 공존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 모두 다 부족한 사람들이다. 지구를 위해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나와 같은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함께, 쉽게 해볼 방법을 베지스푼과 찾아 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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