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당의 정강정책에서 발견한 사회적경제와 같은 방향의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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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당의 정강정책에서 발견한 사회적경제와 같은 방향의 나침반
  • 2020.12.11 08:00
  • by 김대훈 사회적협동조합 세이프넷지원센터 센터장

사회적경제 기본법은 2014년(19대 국회)에서 총 147명이 발의한 이후 2020년 현재 7년 동안 총 11회 새누리당(현 국민의힘)과 민주당, 정의당 의원에 의해 발의된 법안이다. 그리고 2020년 현재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70명의 의원에 의해 공동발의 되어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다양한 사회적경제주체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아우를 수 있는 근거법률이 마련되지 않아 사회적경제의 정의와 범위가 모호한 상황이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지난 10월 28일 사회적경제 제도개선 10대과제 토론회를 통해,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비롯한 주요한 법의 제정 노력을 국회에 촉구했다. 사회적경제 매니페스토 당선자를 주축으로 구성된 '사회적경제연대포럼'은 그러하겠다 응답했다. 이제, 토론회의 요구가 실로 전국적이며 뜨거운 것이라는 것을 알려야 할 시기이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기본법 통과를 간절히 바라는 다양한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자발적 목소리를 전해왔다. 라이프인은 이들의 기고를 받아 연재한다. [편집자 주]

 

▲ 김대훈 사회적협동조합 세이프넷지원센터 센터장. 본인 제공
▲ 김대훈 사회적협동조합 세이프넷지원센터 센터장. 본인 제공

세상이 어지럽습니다. 올해 초 코로나19 감염병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평범한 일상이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닌 세상이 되었습니다. 불과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우리 모두에게 벌어진 일입니다. 설상가상입니다. 왜냐하면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는 그 전부터 수많은 문제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었으니까요.

많은 젊은이들이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합니다. 안정된 직장은 구하기 어렵고, 불안정한 일자리만 늘어갑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한 세대 전의 전설이 되어 버렸고, 그래서인가. 결혼은 미루고, 아이 가질 생각은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일해서 버는 소득으로는 살기가 어려우니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식투자에 열을 올린다죠. 이들의 부모 세대인 장년 세대들은 형편이 나은가요? 50대면 한창 일할 나이인데. 경쟁이 심한 직장에서 밀려나면 별수 없이 자영업의 길로 내몰리고. 유지라도 잘하면 다행이겠지만 자영업,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어르신들도 어렵긴 매한가지입니다. 평생을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지만 긴 노후의 대책은 아득하기만 합니다.

실패와 좌절을 겪고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들이 사회의 돌봄과 지지 속에서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면, 절망하지 않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텐데요. 1인당 3만 불이 넘는다는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 수치만 놓고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회면 뉴스를 언제나 돼야 안 봐도 되는 날이 올까요?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는 일터의 안전 문제도 너무 심각합니다. 안타깝고 통탄스런 뉴스 없는 날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인가요?
 
답답한 마음으로 정치의 본연을 생각해봅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와 희망을 그리고 시민들의 생각을 모아내고 법과 제도, 재정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지어가는 일이 정치가 해야 할 기본 아닌가요? 영영 희망은 없는가? 답답한 마음에 우리나라 현실 정치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정당의 정강정책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열 개의 항목으로 간결하게 정리된 '우리의 믿음', 어쩜 이렇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 옆에 그 정당의 정강정책을 수립한 당사자가 있었다면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찌찌뽕"하고 그 이를 꼬집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 같이 읽어보실까요?

 

"우리는 모든 사람이 자유와 인권을 보장받고 행복하기를 원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권위주의를 거부하며, 부당한 간섭과 통제를 받지 않을 때 보다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공정하고 다양한 기회가 주어질 때 스스로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개인의 이익을 넘어선 공공의 선이 존재하고, 자유는 공동체를 깨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된다고 믿는다. 우리는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시대 변화에 앞장서는 것이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다양한 교육의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쾌적한 환경과 안전한 일상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국가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국가와 사회가 스스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정치가 정직하고 겸손해야 하며 모든 권력은 분립되고 견제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통일이 한반도 전체의 번영과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찬찬히 읽어보니 내 생각뿐 아니라, 사회의 공공선과 사회 구성원 모두를 생각하는 경제, '사회적경제'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일맥상통하는 게 아닙니까?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 정당이라면 수십 년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해 온 사회적경제의 든든한 협력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도 해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제가 기분 좋게 읽은 정강정책을 가진 바로 그 정당이,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회적경제의 자율적인 발전을 보장하며 소관부처와 개별 법률의 칸막이에 따라 분절된 사회적경제 정책의 통합적 기반 조성을 위해 세 번의 국회 임기에 걸쳐 발의된 법률,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이번에도 반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그래서 사회적경제 현장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정강정책은 정당활동의 나침반이 아닙니까? 사회적경제의 나침반과 정당의 나침반이 적어도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면 함께 협력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저런 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세부적인 문제는 서로 지혜를 발휘해 보완하면 될 것입니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에 적극 나서는 것은 정당의 강령을 죽은 것이 아닌, 살아있는 것으로 만들게 될 것입니다. 정당의 행보를 나침반의 방향과 한 방향으로 맞춰주시기 바랍니다. 그럴 때 국민의 신뢰, 지지도 더 커질 것입니다.

사회적경제가 시민들의 역량을 키워 더 큰 자유를 누리게 하고, 자율성과 창의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서로 돕고, 공공선과 공동체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경제활동의 모범을  만들어 낸다고 믿는 한 사람의 협동조합인, 사회적경제인이 '국민의힘'의 정치인들에게 간곡히 드리는 말씀입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일,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함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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