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B를 제안하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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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B를 제안하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서울시 사회성과보상사업 성과 공유 포럼' 성료
  • 2020.11.27 13:08
  • by 노윤정 기자
▲ '서울시 사회성과보상사업 성과 공유 포럼'.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서울시 사회성과보상사업 성과 공유 포럼'. 온라인 화면 갈무리.

사회성과보상사업(Social Impact Bond, 이하 SIB)이란 민간자본을 활용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공공사업을 수행한 뒤 성과달성 정도에 따라 정부가 예산을 집행하여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성과보수)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2010년 영국 피터버러시(市)에서 재소자들의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사업으로 처음 시행된 이래, 현재 33개국에서 196개의 SIB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예산을 활용할 수 있고, 민간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새로운 사회문제 해결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처음으로 SIB 사업을 시행했다. 2016년 8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진행된 서울시 제1호 SIB 사업은 아시아권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SIB 사례이기도 하며, 해당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면서 SIB에 대한 관심도 보다 높아졌다. 행정안전부가 SIB 추진서(2017년) 및 표준 조례안(2019년)을 배포하고 지자체 합동평가에 SIB 추진 내역을 반영하도록 평가 지표를 신설하는 등, 제도적 변화만 봐도 공공의 관심도를 짐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국회에 2개의 관련 법률안(김정호 의원안, 민형배 의원안)이 발의되어 있고 11개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총 4건의 SIB 사업이 시행됐고, 2개 사업이 종료됐으며 2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2020년 8월 기준).

그렇다면 SIB 사업이 사회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으로서 확대되고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보완되어야 할까. 20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서울시 사회성과보상사업 성과 공유 포럼'에서는 서울시 SIB 사업 사례를 통해 SIB 사업의 의의를 살펴보고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선결되어야 할 과제, 후속 SIB 사업 주제를 논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 서울시 제1호 SIB 사업, 성공적으로 수행된 아시아 첫 SIB 사업

▲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 온라인 화면 갈무리.

첫 번째 세션에서는 서울시 제1호 SIB 사업인 '서울시 경계선지능 아동 교육 SIB 사업'에 참여했던 팬임팩트코리아, 대교문화재단 컨소시엄, 사단법인 피피엘(이하 피피엘)이 해당 사업의 의의와 시사점을 이야기했다.

서울시 제1호 SIB 사업은 서울시 아동복지시설 내의 경계선지능(지능지수 71~84 사이, 즉 일반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의 지능지수를 보이는 경우) 및 경증지적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인지능력 및 사회성 향상을 목표로 3년간 이루어졌다. 해당 사업에는 서울시가 성과보상자, 팬임팩트코리아가 운영기관, 피피엘·엠와이소셜컴퍼니(MYSC)·UBS증권 서울지점이 투자기관, 대교문화재단 컨소시엄이 수행기관,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이 평가기관으로 참여했다.

이 사업은 참여 아동 중 42% 이상의 인지능력과 사회성 개선이 성과목표이며, 성과목표 달성 시 투자자들이 25%의 인센티브를 받도록 설계됐다. 이와 관련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는 "일부 전문가들이 지능지수가 유지만 되어도 성공이라고 할 정도로 난이도가 있는 목표였는데 사회성 지표까지 목표에 들어가면서 더 어려운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최종적으로 52.7%의 학생이 인지능력 및 사회성 향상을 보이면서 사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곽 대표는 '서울시 경계선지능 아동 교육 SIB 사업'의 의의에 대해 ▲SIB라는 수단을 활용한 아시아의 첫 성공 사례로서 SIB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 ▲경계선지능 아동의 개선 가능성을 실증한 첫 사례 ▲정부와 민간의 역할분담으로 모든 참여자가 이익을 얻는 사례를 보여주며 민관협치의 새로운 모델 증명 등 세 가지로 정리했다.

▲ 양은희 대교문화재단 컨소시엄 팀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양은희 대교문화재단 컨소시엄 팀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양은희 대교문화재단 컨소시엄 팀장은 수행기관으로서 서울시 제1호 SIB 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공유했다. 양 팀장은 사업 수행의 결과 및 의의에 관해 이야기하며 "수치적인 결과를 보면 성과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요소들을 통해 이 사업이 얼마나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계선지능 아동이 수급자로 편입될 경우 연 1억 5천만 원 이상의 사회적비용이 발생한다. 현재 초·중·고등학생 아이들 중 13.6%가 경계선지능에 해당하는 지능지수를 보이며, 이들이 성인이 되어 수급자가 될 확률은 다른 아동들의 15배 이상이다. 단순 수치로도 적기에 이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됐을 때 만들어지는 사회적 가치를 산정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교문화재단은 SIB 사업이 새로운 재정적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라는 데 공감하여 서울시 제2호 SIB 사업에도 투자기관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 서경준 피피엘 사무총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서경준 피피엘 사무총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서경준 피피엘 사무총장은 3년간의 투자 경험을 이야기하며 투자 결정 및 수행 과정에서 집중했던 내용을 소개했다. 우선 서 사무총장은 투자 결정 이유에 대하여 "우리는 비영리단체다 보니까 사업의 성공 여부와 인센티브 발생 여부보다 사업 대상자와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을 때 발생할 임팩트에 주목했다"라며 해당 사업의 주제가 피피엘의 지향에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했기 때문에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을 순 없었다"며 "전문가 그룹과 충분히 협의하고 검토하여 투자를 결정했다. 또, 이 사업이 아시아 제1호 SIB 사업이라는 상징성에 주목했다. 혁신적인 사례를 소개하고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 사무총장은 운영기관(팬임팩트코리아)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와 투자자 그룹과의 파트너십을 가지고 사업에 참여했으며, 사업수행기관(대교문화재단 컨소시엄)의 탁월성이 사업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 청년 실업 문제 해결에 '투자'하자

▲ 고광현 서울시 사회적경제과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고광현 서울시 사회적경제과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이와 같은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시는 현재 제2호 SIB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 제2호 SIB 사업의 미션은 바로 '청년 실업 해소'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손꼽히는 청년 실업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며 더욱 심각해진 상황. 서울 지역 청년 실업률은 10.7%까지 증가했으며(2020년 7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는 청년 수도 89만8천 명(2020년 2분기 기준)으로 크게 늘었다.

이처럼 악화되고 있는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만 19세에서 34세 취업 취약계층 청년을 대상으로 2020년 1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3년간 '서울시 청년 실업 해소 SIB 사업'을 진행한다. 해당 사업은 취업지원 교육 프로그램 및 취업 연계 멘토링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며, 국내 청년 취업자 수 또는 창업자 수를 성과지표로 삼아 평가기관이 1년 단위로 성과목표 달성 인원수를 측정한다. 서울시가 성과보상자, 팬임팩트코리아가 운영기관, 한국생산성본부-㈜퍼센트 컨소시엄이 수행기관,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사회복지공동모금회·비플러스·리턴밸류·대교문화재단·KB손해보험이 투자기관, 한국산업관계연구원이 평가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 김동휘 한국생산성본부 컨소시엄 선임전문위원.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김동휘 한국생산성본부 컨소시엄 선임전문위원. 온라인 화면 갈무리.

'서울시 청년 실업 해소 SIB 사업'에 대한 자세한 수행 계획 및 현황은 수행기관으로 참여한 한국생산성본부 컨소시엄의 김동휘 선임전문위원이 소개했다. 김 위원은 기존의 청년 실업 대응 정책과 이번 사업의 차별점에 대해 ▲디지털 마케팅 관련 최고 수준의 커리큘럼 ▲실제 기업 사례 활용 ▲일대일(1:1) 멘토-멘티 상담 시스템 ▲기업 네트워크 집중 등을 꼽았다. 특히 기업과의 네트워크, 연계를 강조하며 "한국생산성본부가 보유하고 있는 기업 리스트가 4만 개 정도다. 이 리스트를 활용하여 연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 프로그램 중에 실제 기업의 사례를 콘텐츠로 활용하고 참여자가 교육기간 동안 실제 자신이 원하는 회사의 제품을 가지고 (마케팅 등에 대해) 실습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생산성본부 컨소시엄은 기존의 정책을 개선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모델을 만들고자 하고 있다.

■ 후속 SIB 사업을 위한 제안들

▲ (왼쪽부터) 이준영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 홍종호 서울대학교 교수, 이영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팀장, 김부열 서울대학교 부교수.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왼쪽부터) 이준영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 홍종호 서울대학교 교수, 이영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팀장, 김부열 서울대학교 부교수. 온라인 화면 갈무리.

이처럼 서울시는 성공적인 첫 번째 사업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제2호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제3호 사업으로서 중·장년의 고혈압 당뇨 자가관리 모델 구축 프로젝트를 개발하여 타당성 검증 과정 중에 있다. 또한, 이후에도 지속해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사업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토론 섹션에서는 서울시 후속 SIB 사업을 위해 개선점과 프로젝트 주제를 제안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준영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후속 SIB 사업 주제로 ▲이주노동자 자녀의 교육 문제 ▲한부모가정에 대한 지원 ▲사회적경제조직과 연계한 공공주택 관리 모델 개발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 이주노동자들의 자녀가 교육을 포함하여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면, 갈등의 원인이 되고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해체 가능성이 높은 한부모가정에 적절한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자녀들이 빈곤계층이 되지 않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지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부열 서울대학교 부교수는 서울시에서 진행한 SIB 사업에서 보완해야 할 세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먼저 김 교수는 "제1호 SIB 사업은 인센티브(성과보수), 시스템, 제도를 잘 설계해서 성공한 게 아니다. 참여기관 각각의 탁월성과 선의에 의해 성공한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SIB 사업을 확대하고 후속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 성공보수 등을 어떻게 설계할지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또한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민간 투자를 촉진하려면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뉴욕(市)에서 시행된 미국의 첫 SIB 사업을 예로 들어 "골드만삭스가 사업에 960만 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마이클 블룸버그가 뉴욕 시장이었는데 블룸버그 자선재단에서 총 720만 달러를 보증했다"며 "제1호 SIB 사업 투자기관들은 100% 손해를 감수하고 투자했다. 앞으로 이런 식의 투자가 민간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원금의 일정 부분 보장, 성과목표 달성에 실패했을 때 세금 환급, 인센티브에 대한 면세 등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민간의 관심을 제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운영기관, 수행기관 등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강조하며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없다면 앞으로 이렇게 좋은 사업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영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팀장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 ▲지역사회 정신건강 지원 체계 구축 등을 후속 SIB 사업 주제로 제안했다. 이 팀장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년들에 대해 "청년 실업 해소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청년들은 그래도 형편이 괜찮은 축에 속한다"며 "취업, 사회적 경험을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경험을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하는 청년들도 많다.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이런 청년들에게 관심을 갖고 사업을 추진한다면 예방적 차원에서 굉장히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인력이나 시스템이 부족하다 보니 경증이거나 조금만 개입하면 상태가 좋아질 수 있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에 대한 지원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정신건강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해 사업이 이루어진다면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외에도 이 팀장은 이주민 자녀에 대한 지원, 교육 취약계층을 위한 통합지원, 위기청소년에 대한 지원 등을 향후 SIB 사업 주제로 제안했다.

SIB 사업은 민관협치의 새로운 형태이자 사회문제를 예방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모델이다. 성과 보상자, 운영기관, 수행기관, 투자기관, 평가기관 등 다자간 협력을 통해 참여자들의 자원과 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발굴해낸 문제에 대응한다. 사회문제 해결의 새로운 혁신 모델이 될 SIB 사업이 더 많은 실험과 성공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 사회에 정착하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 SIB에 대한 더 많은 논의와 연구, 무엇보다 공공과 민간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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