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의미, 의료사협이 나아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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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의미, 의료사협이 나아갈 길
지역사회 전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 2020.11.23 07:00
  • by 민앵 상임이사(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은 지역사회 내에서 의료, 돌봄, 협동 서비스를 제공하며 공익을 추구한다. 의료기관을 개인이나 기업이 운영하지 않고 지역주민과 조합원, 의료인이 함께 운영한다. 건강을 오로지 개인이 책임져야 할 몫이 아니라 협동해서 예방하는 공동의 문제로 바라본다. 의료사협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다. 의료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도 의료사협이 하는 일이다. 조합 소속 병원은 단순 치료 외에 평소 생활습관을 분석해 주민에게 필요한 건강 관리법을 알려 주고 다양한 건강강좌, 예방교육을 실시한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건강하고 행복한 지역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료사협 관련 내용을 라이프인에서 연재한다. [편집자 주]

 

▲ 민앵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
▲ 민앵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

사회서비스 제공은 사회적경제가 적합

의료사협은 사업 목적과 동참에 동의하는 주민들을 최소 500명 모으고 1억 원을 출자하면 만들 수 있다. 조합원들은 힘을 모아 의료기관을 만들고, 총회, 이사회, 위원회, 대의원 활동을 하면서 출자, 이용, 운영이라는 삼박자를 실천할뿐더러 지역사회를 건강마을공동체로 만들고자 한다. 이런 활동이 고령화 사회를 일찌감치 준비하게 하였으며, 마침내 국가가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라는 중대사를 현안으로 놓고 해법을 찾아갈 때 의료사협의 경험이 합류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2019년에 정부가 전국 16개 지역에서 민관협력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시범사업을 추진할 때 그중 6개의 지역이 의료사협이 있는 곳이며, 이 사업에 참여한 안산의료사협이 우수 사례가 되고, 부천의료사협이 표창장을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건강문제와 주거문제는 별개의 것이 아니므로 올해에는 매입임대주택에 사회적경제 중심의 돌봄서비스 제공과 케어안심주택을 운영하기 위해 LH–지자체–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한국의료사협연합회가 협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고령화 사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고령화 사회의 급속한 진행으로 생겨날 위협은 비용이 많이 들지 않더라도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며, 좋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안을 필요로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에 지역사회 기여를 원칙으로 하는 협동조합이 많이 만들어지고 사회적경제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물질적 풍요가 고도화되었음에도 경제불평등으로 인한 건강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기본적인 의료와 복지가 민간에 많이 열려있고, 복지관을 통한 복지서비스의 전달체계도 풍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가 여전하고 고령화 사회로 인한 비용은 늘어날 것이기에 정부도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을 추진하며 사회서비스원을 만드는 등의 대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충분한가? 정부의 관료시스템은 '오늘 쌀이 떨어졌는데 25일까지 기다려라'고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송파구의 세 모녀는 법을 몰라서 죽어간 것이 아니다. 더구나 수요가 급증하면 비용은 더 증가하고, 사각지대 역시 여전히 확대될 것이다. 또한 사회서비스는 매우 개인적인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표준화, 규격화될 수밖에 없는 체계로 수요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시장은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반면 당사자와의 계약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수익 창출이 일순위인 영리기업은 지역사회 전체의 건강에 접근하기 어렵다.

여기에 사회적경제의 역할이 있다. 민간의 민첩성과 효율성, 맞춤형 서비스 제공 가능성에 더하여 공익성을 같이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의 돌봄은 호혜의 정신으로 상호돌봄을 실현한다. 돌보는 사람은 정성을 다해 누워있는 사람을 일으키고, 돌봄을 받는 사람은 돌보는 이가 허리라도 다칠까 염려하며 조금이라도 몸을 일으키려고 노력할 때 서로돌봄이 시작된다. 4층 계단집이어서 평생을 방 안에만 있는 사람을 보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케어안심주택을 어떻게 제공해 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관계, 서로 돌보는 관계가 있는 곳이 바로 커뮤니티 케어이다. 이는 시혜의 대상이거나 돈벌이의 대상으로만 본다면 만들어지기 어려운 관계이다.

사회적경제의 발달, 협동조합기본법의 개선에만 머물러서는 안 돼

협동조합기본법 제2조 3항에서는 '사회적협동조합이란 협동조합 중에서도 지역주민들의 권익 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협동조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과제는 분명하다. 지역주민들의 권익 복리가 취약한 부분은 어디인가를 살펴 해결 방안을 찾고, 취약계층을 더 이상 취약하지 않게 하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고, 자신의 건강 수준에서 최적의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 그리고 함께 살아가고 보살피는 이웃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료는 치료 중심이고 전문가 중심어서 이런 일은 방치되어 있다. 그래서 의료사협이 생겼다. 의료사협은 예방과 건강증진 활동이 필요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돌보고 이웃을 돌보는 건강 자치력의 향상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는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하는 일이다. 건강의 주체는 주민 자신이고 생활변화운동을 주도한다. 이런 일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사업을 하고, 그 사업을 기반으로 건강의 관계망을 넓혀간다.

이런 공익적인 민간 사업체를 어떻게 하면 많이 만들까? 어떻게 잘 만들까? 어떻게 잘 운영하게 할까? 민과 관이 각자가 가진 자원을 효과적으로 결합해간다면 시너지가 나고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해갈 수 있지 않을까?

우선 정부는 지역사회에서 공익적 마인드를 가지고 일할 의사, 간호사를 잘 양성해서 내보내 주면 좋겠다. 의료기관 운영의 필수인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것은 의료사협뿐만 아니라 공공 의료기관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 '공공의료 인력 확충에 대한 의사들의 파업'은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더불어 공익적 민간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전문인들에 대한 지원체계도 고민해볼 일이다. 꼭 급여가 아니더라도 연구나 해외연수 등 성장의 기회를 더 많이 줄 수도 있다.

한편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의사의 왕진만으로 다룰 수 없는 과제가 많다. 질병만이 아니라 질병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주거, 가족, 안전의 관계망, 그 사람의 인생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영양사 등과 건강리더 같은 주민활동을 강화해야 팀 접근이 가능하다. 그러나 방문의료는 의사와 간호사에 제한되어 있다. 이런 법적 한계를 열어주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지역사회에 기여한다. 주민이 자신의 삶을 위해 스스로 출자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고민한다. 이것은 대기업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며 오래된 미래일 수밖에 없다. 이들은 어떻게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까 고민이 많다. 정부는 영리기업이 휘청하면 천문학적인 공적 자금을 투입한다. 그런데 사회적경제에서 필요로 하는 자금은 조건은 조건대로 있고, 그 규모는 빈약하다. 좋은 것은 육성지원하고 좋지 않은 것은 견제하면 된다. 처음부터 의심을 품고 경계하며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협력의 파트너로 상호 성장해가야 한다.
그리고 조금 더 과감하고 혁신적인 방안도 필요하다. 정부의 법제도 개선방안이 협동조합기본법의 개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중간지원조직은 정부의 전달체계의 일원이기보다 사회적경제 주체들을 잘 지원하는 데에 설립 의의가 있다. 먼저 기획해서 그 틀 안에 가두어두는 방식으로는 사회적경제의 혁신성을 따라잡기 힘들다. 관 주도가 아닌 민관협력으로 가는 과정에 중간지원조직이 정부의 방식을 이식하는 것은 역사가 흘러가는 방향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중간지원조직이 조금 더 현장을 지원하는 곳이 되려면 어떤 지원체계와 조직문화를 가져야 할지 누가 고민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

그 이전에 자생적으로 연합 조직을 만들고 스스로의 힘을 키워 온 조직이 있다면 그 조직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의료사협은 보건복지부의 인가를 받아 설립할 수 있다. 인가 요건을 맞추는 서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설립을 준비하고, 설립 이후에는 어떻게 의료사협다운 성장을 이룰 것인가? 어떻게 건강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고 확장할 것인가가 과제가 된다. 제3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에는 연합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연대를 촉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방향이 자생적 연합조직과 협력한다면 더 튼실한 협동조합을 많이 만들 수 있다.

협동조합의 핵심은 자율과 자치이다. 협동조합이 잘 되려면 협동하는 마음과 기술이 필요하며,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열리고 협력하는 실력이 길러지는 시간 역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눈덩이가 뭉치면 위력을 발휘하지만 초기에는 작은 한주먹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다림이 필요하다. 민관협력은 긴 안목으로 시작해야 하고, 천천히 만들어 강력한 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관의 속도에 맞춘다면 또 다른 하부기관을 만드는 것과 구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때로 자금이 절실할 때도 있다. 이런 경우 10년, 20년을 함께 버텨 줄 인내자본이 필요하다.

주민의 힘으로 의료사협을 확장하자

의료사협의 활동을 보고 듣고 경험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렇게 좋은데 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이렇게 좋은데 왜 의사를 구하기 어려울까요? 이렇게 좋은데 왜 한 해에 한 개씩만 만들어질까요? 이렇게 좋은데 만들어지는 데에 왜 이삼 년이나 걸리나요? 전국 시군구에 하나씩 만들어지면 안 되나요?"

협동이 아닌 경쟁에 익숙한 사회에서 협동을 만들어 내는 일, 필요한 것을 주민 스스로 만들어 내고 경영하는 일, 서로돌봄의 사회를 확장하는 일은 쉽지 않다. 급하게 아무렇게나 만들어 숫자를 늘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의료기관을 만들고 운영하며 주민들이 예방적 활동의 주체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는 고령화・저출산 시대의 해법을 지역사회 통합돌봄에서 찾고 있다. 자기가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살다 존엄하게 죽는 것은 어디에서 누구와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면서 해법을 찾는 과정이다. 그러니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사회란 대면을 기본으로 한 보충적 의미가 아닐까?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더욱 협력하고 상호의존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상호의존적 사회가 경제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사회적경제와 의료사협을 통해서 경험하고 있다. 전국 확장을 도모한다고 행정을 떠올리고, 관이 주도하여 쉽게 빨리 만들어 갈 수는 없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지역주민이다. 지역주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자. 지역사회 전체의 건강과 행복을 꿈꾸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더 많이 만들자. 작은 물방울을 모아 물결을 만들자. 그것이 더 나은 삶,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이 길에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와 지역의 의료사협, 지역의 사회적경제 네트워크가 기꺼이 발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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