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산림 비즈니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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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산림 비즈니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 2020.11.16 10:00
  • by 우종한 사무처장(다울사회적협동조합)

 

산림청에서는 숲 가꾸기 전문가 '국유림 영림단'과 신품종 재배단지, 채종원 등 시장 기능을 상실한 산림의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 채종원(seed orchard)의 경우 형질이 우수한 종자를 생산하기 위해 운영ㆍ관리하는 일종의 과수원으로 현재 전국의 11개 지역 230만평(2018년 기준)에 소나무, 낙엽송, 편백 나무, 자작나무, 백합나무 등 62개 수종이 자라고 있다. 라이프인에서 점점 축소되고 있는 산촌의 경제 및 사회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산촌의 사회적협동조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 국토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면적은 64%다. 인접한 산촌만 하더라도 44%에 달한다. 하지만 보호와 통제라는 국가 산림관리 기조는 산촌의 97%를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전락시켰다. 타 산업에 견줘 영세한 산업 구조도 악영향을 끼쳤다. 인구이탈, 고령화로 인해 지역의 활력은 자연스레 약해졌다. 오늘날 산촌은 불타는 듯한 가을 단풍을 즐기는 등반객의 환한 미소와 일상을 살아가는 임가의 고단함이 공존하는 이중적인 공간인 셈이다.

독일, 영국, 뉴질랜드와 함께 세계 4대 조림국으로 불리는 한국의 산림 신화는 이대로 저물 것인가? 

최근 주민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협력을 통한 산림관리의 필요성이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한 거버넌스를 통해 국가의 산림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산림청과 임업진흥원의 새로운 산림 비즈니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간 산림은 시장가치에 견줘 공익적 가치가 크고, 많은 사람이 활용해온 공유 자산의 성격이 강했다. 그런 탓에 공유 자산의 관리 주체로 커뮤니티가 자주 언급되곤 했다. 문제는 넓은 산림 면적만큼 충분치 못한 지역공동체의 역량에 있었다. 해답과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사회적경제였다. 공익성과 경제성의 조화와 균형을 수단 삼아 산림이 가진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한 것이다.

태안의 채종원둘레사람들협동조합은 40여 년간 소외의 대상이었던 주민들이 채종원이라는 공공자산을 지역 자산으로 탈바꿈시켜 공동관리와 활용을 선도하는 주체로 우뚝 섰다. 국유림 산림관리의 게임 체인저가 된 것이다. 같은 기간 묵묵히 국유림 조성에 힘써온 국유림영림단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의 길을 택했다. 공익성을 다해야 할 국유림 관리의 당사자가 갖춰야 할 정체성이 개인 사업자인지 사회적협동조합인지 답을 보여주고 있다.

▲ 평창에 위치한 산림 신품종재배단지는 지역기반 태기산 사회적협동조합이 공공과의 사회적경제 거버넌스 구축 방식으로 사업화를 모색한다.
▲ 평창에 위치한 산림 신품종재배단지는 지역기반 태기산 사회적협동조합이 공공과의 사회적경제 거버넌스 구축 방식으로 사업화를 모색한다.

2022년까지 8개소가 시범 조성될 산림신품종 재배단지는 산림을 소유한 이들을 중심으로 짜여진 기존 산림 정책에서 탈피해 산림과 함께 살아가고 이용하는 주민 중심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주민의 수요와 욕구를 반영해 시설을 구축하고, 필요한 경영지원을 채워 넣었다. 주민과 국가가 함께 거버넌스를 구축해 산림 신품종의 사업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 채종원둘레사람들협동조합은 네 개 마을의 의사를 사업에 반영해 나간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농업과 어업 중심으로 짜여진 기존 마을 경제 구조를 변화시키고, 산림이라는 비즈니스를 접목하기 위한 역량 축적이 과제다. 국유림영림단사회적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 한평생 산림만 가꾸어온 조합원들이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 가기 위해선 역시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 국내 산림신품종도 200여종이 특허로 관리되고 있지만 초기투자 부담과 산업화까지의 긴 시간으로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어오고 있다.
▲ 국내 산림신품종도 200여종이 특허로 관리되고 있지만 초기투자 부담과 산업화까지의 긴 시간으로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어오고 있다.

산림신품종 재배단지는 한 마디로 인내 자본이다. 나무를 심고 수확할 수 있는 적어도 5년이라는 시간을 버텨야 한다. 주민들이 인내할 수 있는 단기소득 사업을 꾸준히 모색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고된 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겨 줄 방법은 없을까? 크게 네 가지를 제안할 수 있다.

첫째, 조합원이 다 해야 할 기여와 혜택을 더욱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기존 공동체 내에서 모호하게 적용되던 암묵적인 기준과 원칙은 과감하게 걷어내야 한다. 조합이 내건 미션과 비전이 중요한 이유다.

둘째, 조합과 조합을 둘러싼 변화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기보다 전반적인 조합의 변화를 읽으려 노력해야 한다. 중요한 변화는 조합과 조합원의 전반적인 인식 개선과 태도 그리고 참여에서 비롯된다.

셋째, 사업은 되도록 수익과 비용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조합에 분명히 필요한 사업이라면 수익과 비용으로 조합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산림이 가진 사회적 가치를 비즈니스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조합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산림 공동체 사업을 추진할 인큐베이터의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 공동체는 단순히 읍면, 동리 등 행정구역으로 해석됐지만 지금 커뮤니티는 지역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해결해야 할 집단으로 인식된다. 다양한 문제 발굴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치 있는 자원발굴, 비전설정과 사업 수립 그리고 지속가능한 도구 등이 두루 요구된다. 

과거 임산물 생산과 공익성을 강조하는 산림 정책하에서 맺어졌던 느슨한 산촌 공동체 관계에서 탈피해 사회적경제를 바탕으로 강력한 커뮤니티 내실화를 통한 새로운 산림 비즈니스 체계 도입에 서둘러야 한다. 결국, 산림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성은 사람과 공간 사이에 빚어지는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힘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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