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동 위한 협동조합①] 일본생협 "환경문제도 생협이 해결해야 할 근원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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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행동 위한 협동조합①] 일본생협 "환경문제도 생협이 해결해야 할 근원적 과제"
일본 약20개 생협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기소매회사 설립해 사업 추진
  • 2020.11.09 09:00
  • by 이은선 (세이프넷지원센터 국제팀)
10:14

기후 행동을 위한 협동조합(COOPERATIVES FOR CLIMATE ACTION) 

"기후 행동을 위한 협동조합"은 전 세계 10억 이상의 소비자가 가입해 있는 세계협동조합연맹(ICA)의 2020년 세계협동조합의 날의 주제이다. 21세기 지구가 해결해야 시급한 과제가 '기후 위기'라는 것은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 안일한 낙관론이 있었다면 이제는 앞으로 10년이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10년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도 지금과 같은 방식이 아닌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 제로로 해야 한다. 늘 그렇듯 기후 변화는 소농민, 여성, 청소년, 원주민, 소수민족 등 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심각하게 영향을 미친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정하고 협력적인 경제 구축을 통해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는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온 협동조합이 이런 상황에서 연대의 힘으로 기후 위기에 대처해 나갈 것을 호소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 하겠다. 

▲ 2020년 국제 협동조합의 날의 주제는 '기후 행동을 위한 협동조합(COOPERATIVES FOR CLIMATE ACTION)'이었다. ⓒICA
▲ 2020년 국제 협동조합의 날의 주제는 '기후 행동을 위한 협동조합(COOPERATIVES FOR CLIMATE ACTION)'이었다. ⓒICA

협동의 힘으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지역을 만들어 온 생협 "환경문제도 생협이 해결해야 할 근원적 과제"

일본 생협은 3,000여만 명의 조합원과 3.5조 엔의 매출 규모를 가진 일본 최대의 소비자조직이다. '전 생애에 걸쳐 마음이 풍요로운 생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지역사회' '누구도 뒤처지지 않는, 지속가능한 세상・일본'을 목표로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물품 사업을 넘어 생협이 지금까지 키워온 생협의 인프라를 활용해 공제, 육아와 복지, 재해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실제로 일본 생협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슈퍼가 철수해 장을 볼 곳이 없게 된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트럭을 개조해 만든 이동판매차량에 생협 상품을 싣고 지역 구석구석을 다니며 생필품도 판매하고 어르신들의 안부도 챙기고 있다. 이동판매사업이라 부르는 이 사업에는 32개 생협이 참여하고 있고, 차량 대수로는 208대에 이른다.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가정에 물품을 공급하는 사업 방식을 활용해 전국의 102개 생협이 1,178개 지자체(기초지자체만 보면 전체의 65.8%)와 지역지킴이협정을 체결해 물품을 배달하면서 어르신들의 안부도 같이 확인하고 있다. 혹시나 이상을 발견하면 지자체로 바로 연락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또 지자체나 여러 단체와 '긴급시 물지공급협정'을 맺어 재해 등 긴급 시에 생협의 물류 인프라를 이용해 물자를 공급하는 협정 건수도 855건에 달해 개인, 지자체, 지역의 든든한 수호천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밖에도 안전한 먹거리로 준비한 도시락을 각 가정에 공급하는 저녁 식사 배달사업에는 48개 생협이 참여하고 있고(등록자 수 약 77만 명),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민간 파트너로서 요양보호 대상자를 위한 요양보호사업과 요양보호 대상자는 아니지만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지역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이어주는 서로돕기사업, 지역의 어르신들이 모일 수 있는 쉼터 제공, 어린이나 부모들이 언제든 들러 식사를 할 수 있는 어린이식당 운영 등 조합원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가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지역의 사회자본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일본생협은 공제, 육아와 복지, 재해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료출처: 제70차 일생협연합회 정기총회 의안서 참고자료)
▲ 일본생협은 공제, 육아와 복지, 재해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료출처: 제70차 일생협연합회 정기총회 의안서 참고자료)

환경문제에서도 일본 생협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생협의 근원적 과제로 삼아 실천해 왔다. 일본 생협이 환경과 관련해 구체적인 수치 목표를 설정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온난화방지자주행동계획'을 책정하면서부터이다. 당시 목표는 공급상품 1개당 탄소 배출량을 2002년 대비 2006년까지 5% 줄인다는 것이었고 18개 생협과 사업연합이 참여했다. 

이어 2012년에 발표한 '2020년을 향한 생협의 새로운 환경정책'에서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를 1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공급상품 1개당 온실가스 배출목표를 설정하던 것에서 사업 규모가 확대되어도 배출량이 늘지 않도록 상품공급액 1억 엔 당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총량 감축'으로 기준을 바꾸었다. 

2018년 현재의 일본 생협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CO2로 환산해서 686,700t으로 이는 2005년 대비 19.9% 감소한 수치이다. 실제 감소시킨 양은 17만t으로 도쿄 면적의 1/5(4만4천ha)에 나무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공급액 1억 엔 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2005년 대비 2018년에는 30%가 줄었다. 이대로 간다면 2020년까지 무난히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 연도별, 시설별 탄소 배출 실적 도표 (자료출처: 제70차 일생협연합회 정기총회 의안서 참고자료)
▲ 연도별, 시설별 탄소 배출 실적 도표 (자료출처: 제70차 일생협연합회 정기총회 의안서 참고자료)
▲ 연도별, 시설별 탄소 배출 실적 그래프 (자료출처: 제70차 일생협연합회 정기총회 의안서 참고자료)
▲ 연도별, 시설별 탄소 배출 실적 그래프 (자료출처: 제70차 일생협연합회 정기총회 의안서 참고자료)

사업에서부터 철저하게 실천되고 있는 '저전력' 

이렇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먼저 사업 분야에서 철저하게 저전력을 실천한 점을 들 수 있다. 사업 부문에서 가장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부문은 매장사업으로 전체 배출량의 50%를 차지한다. 매장사업에서는 에너지 절전형 매장인 에코스토어의 출점을 늘리고, 효율이 높은 히트펌프(공기열이나 지열을 이용해 냉난방이나 급탕을 하는 기술)나 빌딩에너지매니지먼트(건물 전체의 에너지 사용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 최적의 에너지 운용을 지원하는 시스템), 절전형 자연 냉매 사용, 에너지 효율이 높은 냉장・냉동 쇼케이스로 교체, 리모델링 시 LED 조명으로 교체 등의 노력을 통해 기준연도 대비 66.9%까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었다. 

또, 조합원 가정으로 물품을 공급하는 '가정공급' 부분에서는 노후 차량 교체를 통한 연비 개선이라든가, 바이오디젤 차 확대, 배송 루트 개선, 재생에너지를 연료로 하는 차량 도입 등을 통해 배출량 억제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기후 온난화로 인한 혹서와 사업 확대, 서비스 다양화로 실제 에너지 사용량은 계속 늘고 있다(전년 대비 100.6%). 생협은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어렵다는 현실의 어려움에 직면해 사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저탄소 사회를 양립시키기 위해 사업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실천을 시작했다. 

사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저탄소 사회의 양립이 목표

여기에 2011년 일어난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원전 사고는 일본 생협이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3년 당시 일본 생협은 사업에서 이용하는 에너지 중 20%를 원전으로 만들어진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먼저 이것부터 재생에너지로 바꾸자는 목표를 내걸고 100MW 규모의 재생에너지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생협이 소유한 매장이나 가정공급센터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한 태양광발전과 지자체, 시민전력, 생산지와 연계한 풍력, 수력, 바이오매스, 태양광발전을 통해 2020년 3월 현재 전국에서 가동 중인 재생에너지 관련 설비는 392곳이며, 연간 1억 6,100만 kWh(설비용량 101MW)를 발전하고 있다. 

2020년에 새롭게 책정한 목표에서는 2030년까지 현재 발전량의 2배인 4억KWh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는 일반 가정에서 소비하는 전력으로 환산할 때 115만 가구 분, 약 15만t-CO2의 탄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생협 전체 추정 전력 사용량의 약 40%에 상당하는 수치이다. 

▲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 및 생협이 중시하는 3가지 관점 (자료출처: 일본생협연합회 HP 도표 참조)
▲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 및 생협이 중시하는 3가지 관점 (자료출처: 일본생협연합회 HP 도표 참조)

소비자 사용 전력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일본 생협의 에너지전환과 관련해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소매전기회사의 설립이다. 일본은 2016년 4월부터 소비자가 자유롭게 전력회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가정이나 상점 등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각 지역을 전력회사를 통해서만 공급받을 수 있는 공급자 중심의 에너지 체계였는데, 소비자가 전기회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 생협은 2016년부터 태양광・풍력・바이오가스 등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조달・공급하는 신전력회사 설립에 돌입하여 오사카이즈미시민생협을 시작으로 현재 20개 생협이 전기소매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하고 있다. "원전으로 발전한 전기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 가족을 지키고 싶다" "아이들에게 에너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교재다" 등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 

▲ 일본 생협 전기소매사업 현황 (자료출처: 제70차 일생협연합회정기총회 의안서 참고자료를 번역)
▲ 일본 생협 전기소매사업 현황 (자료출처: 제70차 일생협연합회정기총회 의안서 참고자료를 번역)
▲ 팔시스템전기의 에너지 구성과 재생에너지 발전량 (자료출처: 팔시스템전기)
▲ 팔시스템전기의 에너지 구성과 재생에너지 발전량 (자료출처: 팔시스템전기)

전력 자유화 이후 전력회사를 바꾼 조합원의 비율은 23.8%(2019년 7월)로 2017년의 11.7%에서 크게 증가했다. 2019년 말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전력회사를 바꾼 이유를 '가격이 비싸지 않아서'라고 답한 조합원이 50%를 넘어 아직 재생에너지 사용의 취지가 깊이 침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공급 안정성이 확보되고 가격에 변화가 없다면 재생에너지 전력 쪽으로 움직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목표 

일본 생협은 2016년에 2050년의 생협의 모습을 구상하면서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온실가스를 40%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새롭게 내세웠다. 2050년까지는 90% 저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목표 달성을 위해 계획책정매뉴얼과 계획책정지원 툴을 만들어 회원 생협에 제공하고 사용법 등에 대한 학습회를 진행하면서 목표 달성을 위해 점검과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 생협도 장바구니, 텀블러 사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 안 하기 등 일상생활에서의 환경실천을 끌어왔다. 하지만 2018년 이후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 전체의 문제의식이 높아지면서 생협 내부에서도 구체적인 문제의식과 논의가 심화 되었고, 개인적 실천 문제에서 생산-유통-소비되는 전 과정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의 기후 위기는 개인적인 실천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심각해져 있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자가 직접 전기를 선택할 수 있는 일본의 전기사업소매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전에 반대하고 화력발전을 반대하지만, 우리의 생활은 이런 에너지를 기반으로 성립되어 있다. 일방적인 공급자 중심의 전기 공급 시스템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전에 기반한 에너지가 아닌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전기를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탈탄소 사회로 조금 더 가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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