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공정무역] 생협의 활동과 조합원 참여가 빚는 공정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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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공정무역] 생협의 활동과 조합원 참여가 빚는 공정무역
  • 2020.11.05 09:00
  • by 신효진(독립연구자)

협동조합은 공정무역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한다. 개발도상국의 수 많은 협동조합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한다. 유럽 및 일본, 그리고 한국의 아이쿱과 두레와 같은 협동조합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수입 및 가공하여 조합원들에게 제공한다. 공정무역을 하고자 노동자협동조합을 결성한 이퀄익스체인지와 같은 협동조합도 있다. 생산자협동조합부터 소비자협동조합까지 공정무역 공급사슬 상에서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참여한다. 이 글에서는 협동조합과 공정무역 어디서 어떻게 만나며 이러한 접점이 형성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편집자 주]

 

공정무역의 정의를 살펴보면, 공정무역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이는 활동과 캠페인의 중요성이 확인된다. 공정무역의 지속가능성은 소비자의 인식 변화와 그에 따른 소비로의 연결 속에 확보된다. 하지만 공정무역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이해를 끌어올리는 것이 결코 몇 차례의 교육과 캠페인으로 쉽게 달성될 수 있는 과제는 아닐 것이다. 공정무역 가치를 실천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이해가 태도 변화로, 그리고 행동으로 옮겨져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의 공정무역 인지도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공정무역의 뜻과 의미를 알고 있다는 응답률은 2016년 27.0%로 처음 조사가 진행된 2009년 대비 10.9% 상승했다. 이처럼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높아지게 된 배경에는 생협들이 벌인 공정무역 교육 및 캠페인의 역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각 생협이 활동의 근간이 되는 지역에서 공정무역의 거점 공간으로 공정무역 교육, 캠페인을 주기적으로 진행하며 조합원들은 물론 지역주민들이 공정무역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있다. 

▲ 공정무역 인지도(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에서 전국의 만 19세 이상 59세 이하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는 2009년~2016년(2012년 제외)까지 7차례 진행되었다.) ⓒ엠브레인
▲ 공정무역 인지도(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에서 전국의 만 19세 이상 59세 이하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는 2009년~2016년(2012년 제외)까지 7차례 진행되었다.) ⓒ엠브레인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협동조합의 7원칙에는 '교육, 훈련 및 정보 제공'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가 있다. 협동조합은 사업체이자 결사체라는 이중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협동조합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협동조합의 철학과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과정에서 수많은 교육적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다. 흔히 교육이라고 하면 일방적인 강의 형태의 교육을 떠올리기 쉽지만, 협동조합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 학습은 훨씬 역동적이다. 교육을 통해 변화를 가져오려 하기 때문이다. 이는 조합원의 변화는 물론 궁극적으로 사회의 변화를 지향한다. 

그동안 공정무역의 활성화에 있어 협동조합, 특히 생협의 참여가 갖는 중요성은 꾸준히 이야기되어 왔다. 하지만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조합원, 나아가 지역사회와 공정무역을 잇는 생협의 역할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기초 자료의 확보를 위해 공정무역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아이쿱생협의 현황을 살펴보았다. 

# 3,147회 진행된 교육과 59,146명의 교육 참여자

2020년 6월부터 10월까지 아이쿱생협의 99개 회원조합을 대상으로 공정무역을 키워드로 한 설문의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공정무역 교육 진행 여부를 묻는 물음에 응답 조합의 81.6%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99개 회원조합의 68.7%(2019년 기준)에 해당하는 것이다. 공정무역 교육에 참여하는 조합의 수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계속 증가해왔다. 여기에서 공정무역 교육은 공정무역의 정의와 원칙, 현황 등을 학습하는 기초 및 일반강좌에서부터 공정무역 교육을 직접 진행하는 강사양성에 이르기까지 9개 카테고리로 구분된다.

회원조합에서 공정무역 교육을 처음 진행한 시점은 2009년으로 확인되는데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공정무역 교육의 깊이와 넓이는 종횡으로 확장됐다. 여전히 일반강좌와 기초강좌가 전체 교육의 중심이 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강사양성, 학습회, 동아리 지원과 같이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보다 구체적인 교육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 공정무역 교육 참여 조합 수(2009~2019)
▲ 공정무역 교육 참여 조합 수(2009~2019)
▲ 공정무역 교육 참여자수와 전체 교육횟수(2009~2019)(단위 : 명, 회)
▲ 공정무역 교육 참여자수와 전체 교육횟수(2009~2019)(단위 : 명, 회)

지난 11년간 아이쿱 회원조합에서 진행한 공정무역 교육을 한 번이라도 받은 사람은 조합원과 일반인을 포함해 5만 9,146명으로 확인된다. 설문 답변에서 수강생의 정확한 수치를 기록하지 못한 경우가 있어 실제 그 수는 6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무역 교육은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실제 주요 교육 대상은 초·중·고등학생이었다. 전체 교육 인원의 85.2%를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다.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이는 것은 초등학생(28,912명, 48.9%)이며 그 뒤를 중학생(16,924명, 28.6%)이 잇고 있다. 공정무역을 배운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세계 시민으로 해야야 할 역할과 책임감을 알리는 기회인 것은 물론 우리의 삶이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편,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 공정무역이 학교 교육과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더 강화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 공정무역 교육 참여자 현황(2009~2019)(단위 : 명)
▲ 공정무역 교육 참여자 현황(2009~2019)(단위 : 명)

공정무역 교육의 주된 대상이 학생인 것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학교(28.5%)의 비중이 컸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은 조합 사무실, 교육장 등 회원조합 공간에서 이뤄졌다(48.9%). 지역조합의 물리적 공간이 조합원과 지역주민이 생협과 관계 맺고 다양한 가능성을 접하게 되는 사랑방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지점이다. 공정무역을 비롯해 생협의 지역 내에서 펼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공간의 필요와 가능성을 교육이 이뤄지는 주된 장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이쿱생협은 2013년부터 권역별로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고 있는 조합원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공정무역 기초강좌 및 심화 과정을 진행했다. 이는 2019년 공정무역마을 코디네이터 양성과정이라는 본격적인 공정무역 활동가 양성으로 구체화되었다. 안성두레생협은 2018년부터 3년째 공정무역 캠페이너 양성과정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주민두레생협은 올해부터 공정무역 캠페이너 양성과정을 시작하였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공정무역운동을 일상의 접점 곳곳에서 실천할 활동가들이 더 많아진다면, 공정무역 교육 진행 방식의 다양화는 물론 지역의 특성과 기대를 반영한 교육 내용으로의 확장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공정무역 확대 차원에서 볼 때 공정무역 강사양성은 수동적인 배움이 아닌 지역에서 공동체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활동가의 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앞으로 생협들이 만들어가는 다양한 교육이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공정무역 티파티에 참여하고 있는 고양시민들이 공정무역 음식을 먹으며 공정무역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고 있다. ⓒ이연심 공정무역코디네이터
 ▲ 공정무역 티파티에 참여하고 있는 고양시민들이 공정무역 음식을 먹으며 공정무역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고 있다. ⓒ이연심 공정무역코디네이터
▲ 2019년 고양시 공정무역포트나잇 포트존 ⓒ이연심 공정무역코디네이터
▲ 2019년 고양시 공정무역포트나잇 포트존 ⓒ이연심 공정무역코디네이터

# 5,351명의 조합원 활동가들이 만든 1,298회의 캠페인 

매년 5월이면 덕수궁 돌담길 옆에서 열리는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기념하는 축제는 대표적인 공정무역 행사이다(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캠페인은 아쉽기만 한데 지역별로 각 생협에서는 상시적으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서 공정무역과 관련된 지식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공정무역 제품을 한눈에 만날 수 있는 부스 운영이나 축제 주관 등 공정무역 정보를 얻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캠페인으로 공정무역의 의미와 가치를 구체적으로 공유한다. 

아이쿱생협의 경우, 공정무역 캠페인 진행 여부를 묻는 물음에 설문에 응답한 조합의 88.8%에 해당하는 87개 조합(2019년)이 '그렇다'고 답했다. 2007년 전체 조합 중 한 곳에서만 캠페인을 진행했던 때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전국 곳곳의 회원조합에서 진행한 공정무역 캠페인은 2019년까지 총 1,298회 진행됐으며 캠페인 진행을 위해 약 5,300명의 조합원 활동가들이 함께했다.

자연드림 매장은 물론 지역의 학교, 공원, 도서관 등 외부에서 진행해야 하는 캠페인은 조합원 활동가들의 많은 품을 요구한다. 회원조합의 사무실을 집처럼 드나들며 공정무역 캠페인과 관련된 활동을 바쁘게 꾸려가는 아이쿱의 조합원 활동가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틈나는 대로 모여 서로 공정무역과 관련된 생각을 나누고 이를 캠페인 아이디어로 선보이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지역사회에 공정무역의 인식을 확산하고 관심 있는 외부 단체와의 연결고리를 지속적으로 확장시키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조합원 활동가들은 공정무역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이끄는 주체이다. 

▲ 공정무역 캠페인 진행횟수와 사업비(2007~2019)
▲ 공정무역 캠페인 진행횟수와 사업비(2007~2019)
▲ 공정무역 캠페인 참여 활동가와 참여 조합 수(2007~2019)
▲ 공정무역 캠페인 참여 활동가와 참여 조합 수(2007~2019)

공정무역 캠페인은 부스 운영, 전시, 축제는 물론 티파티, 시네마톡, 콘서트, 음식 만들기로 세분화되어 있다. 지난 10여 년간 가장 많이 진행된 공정무역 캠페인은 부스 운영(740회), 티파티(213회), 전시(189회)의 순이었다. 특히 2019년 티파티가 활발히 진행됐다. 어쩌면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의 캠페인에서 벗어나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소규모로 모여 공정무역 차와 간식을 맛보며 공정무역의 의미와 가치를 나누는 방식이 공정무역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는 데 더 큰 호응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한편, 캠페인 횟수의 증가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공정무역 캠페인을 통해 대중의 호응을 끌어내려는 노력도 확인할 수 있다. 기타 응답으로 온라인 캠페인, 모임별 공정무역 간식 키트 제공 등이 언급됐는데 이 역시 그러한 노력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 공정무역 캠페인 내용별 현황(2007~2019)
▲ 공정무역 캠페인 내용별 현황(2007~2019)

설문 결과를 통해 조합원의 '소비'를 통한 참여뿐만 아니라 공정무역 인식 확산을 위한 회원조합의 다양한 '활동'과 조합원들의 '참여'가 협동조합과 공정무역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데 역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본 설문은 아이쿱생협의 사례에 한정한 것으로 앞으로 생협들이 진행하는 공정무역 교육/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 현황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작업이 이뤄진다면, 공정무역과 관련된 생협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동시에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데 밑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생협들은 조합원은 물론 생협이 활동하는 지역의 공정무역 인식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공정무역에 대한 인지를 높이고 공정무역 제품의 판매를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공정무역의 가치를 곳곳에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실천하는 '공정무역마을운동'이 그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생협들은 지역에서 공정무역 마을을 만들기와 관련하여 정치인 미팅, 공정무역 실천기업/실천기관의 발굴, 조례 제정 추진 등 적극적으로 공정무역 정책과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생협 안팎으로 협동조합과 공정무역의 씨실과 날실을 엮어가는 생협과 활동가들의 지지 속에 생협은 공정무역 정책과 물품개발에 있어서도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오늘도 생협과 조합원 활동가들은 공정무역의 의미와 가치를 우리 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활동에 여념이 없다. 그 노력과 열정이 생협을 넘어 앞으로 우리 사회의 공정무역 생태계에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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