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고민하다, 암 환자의 건강한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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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고민하다, 암 환자의 건강한 '삶'을 위해
국립암센터, 암 생존자 사회복귀 지원 및 돌봄서비스 개발을 위한 '제1차 리본포럼' 개최
  • 2020.10.22 11:02
  • by 노윤정 기자
▲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 2017' 내용 갈무리. ⓒ보건복지부
▲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 2017' 내용 갈무리. ⓒ보건복지부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평균 82.7세, 통계청)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5.5%라고 한다. 통계를 보자면 여성은 3명 중 1명(33.8%), 남성의 경우 5명 중 2명(39.6%)이 기대수명까지 생존 시 암을 겪게 된다. 그만큼 암은 흔한 질병으로, 1983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37년째 국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질병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암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등 암 예방과 치료에 대한 국가적·제도적 차원에서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다른 통계를 보자. 70.4%. 이는 2013~2017년 사이 국내에서 발생한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동일한 성별·연령군의 일반인구와 비교하여 암 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을 나타내는 수치다(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 2017, 보건복지부). 암이 여전히 국내 주요 사망원인이기는 하나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진단 후 생존기간이 늘어난 것이다. 2018년 1월 기준으로 전체 암 유병자 1,867,405명 중 진단 후 5년을 초과한 유병자는 55.7%에 달한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우리가 암의 예방과 치료뿐만 아니라 암 치료 이후의 삶에 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암 환자들이 치료 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가도록 지원하는 데 대한 사회적 관심은 아직 한참 부족하다. 암 생존자의 직장 복귀율은 30.5%로 턱없이 낮고(2019년 대한암협회 설문조사 결과) 긴 치료 기간으로 말미암아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경력 단절 문제도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해진 암 경험자들을 위한 사회적 보호망이 절실한 것이다.

이에 국립암센터는 2018년 고양시와 체결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사회적경제 인프라 구축 상호 업무 협약'을 시작으로 '암 환우 사회적경제 인재 양성 아카데미' 운영, 암 환자 안심 귀가 및 보호자 대행 서비스인 '고양해피케어' 사업 진행, 암 환자들이 조직한 제1호 사회적협동조합 '다시시작'(이하 다시시작) 설립 지원, 암 환자 사회복귀지원센터 '리본(Re:Born)' 개소, 중소벤처기업부의 '2020년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 사업' 선정, 암 환자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리빙랩 FGI(표적 집단 면접조사) 시행 등 암 환자를 위한 돌봄 및 사회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돌봄 및 사회서비스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이 눈에 띈다.

이와 같은 암 환자 사회복귀 및 돌봄서비스 개발 사업의 일환이자, 암 환자와 가족이 주체가 되고 지역사회 경제조직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자리로서 '제1차 리본포럼'이 지난 14일 백마역 '리본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온·오프라인 방식을 병행하여 개최됐다.

■ "건강하고 행복한 암 환자들의 삶을 고민하는 리본포럼"

▲ 국립암센터가 주최한 '제1차 리본포럼'이 백마역 리본 메이커스페이스에서14일 열렸다. ⓒ국립암센터
▲ 국립암센터가 주최한 '제1차 리본포럼'이 백마역 리본 메이커스페이스에서14일 열렸다. ⓒ국립암센터

이날 포럼은 암 경험자 및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암 환자가 사회 활동을 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분석하고, 암 환자의 사회복귀를 위해서 어떤 지원과 제도가 필요한지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열 국립암센터 공공보건의료사업실장은 리본포럼의 취지를 설명하며 "암 환자와 가족들의 건강, 생활에 대한 문제를 병원에서만 고민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국립암센터는 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넘어, 암 환자가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고 암 환자가 건강한 시민이자 경제 주체로서 복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물리적 공간으로 조성된 곳이 바로 포럼이 진행된 리본 메이커스페이스다. 리본 메이커스페이스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지원하고, 사회적협동조합 드림셰어링이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김열 실장은 해당 공간에 대해 "암 예방과 건강, 암 환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과 서비스 시제품을 개발하고, 암 환자 간의 커뮤니케이션과 (시제품 등에 대한) 피드백이 이루어지며, 시민들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암 환자들이 겪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리빙랩 프로젝트 역시 리본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진행됐다.

■ 암 생존자를 위한 통합지원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

▲김민수 동국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좌), 조혜경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국립암센터.
▲김민수 동국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좌), 조혜경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국립암센터.

이날 포럼에서는 조혜경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와 김민수 동국대학교 정치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조혜경 교수는 '의료복지와 사회적경제-암 생존자 돌봄과 사회복귀의 관점에서'라는 주제로, 암 생존자 돌봄과 사회적경제를 어떻게 연계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암 생존자를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하도록 지원할 것인가에 관해 이야기했다.

암 환자에 대한 치료 후 서비스는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호스피스 서비스와 생존자를 대상으로 한 통합지원 서비스, 이렇게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국내의 경우, 민간 봉사활동으로 시작한 호스피스 서비스는 2005년 제도화되면서 공공보건의료체계로 편입됐다. 반면 암 생존자 통합지원 서비스는 2016년부터 시행된 제3차 암관리종합계획에 암 생존자 통합지지체계 구축이 포함되는 등 최근 들어서야 공공정책적 관심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상당 부분의 통합지원 서비스는 비(非) 의료행위로, 질병 치료에 특화된 전문의료기관에서 서비스를 수행할 경우 서비스 공급주체와 내용 사이의 불일치가 발생하고, 대부분의 통합지원 서비스가 국민건강보험 보장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다.

또한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르면 병원 외 기관에서 이루어지는 비 보건의료인의 돌봄 활동은 보건의료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통합지원 서비스를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고민해야 할까. 물론 암 환자에 대한 통합지원 서비스는 사회서비스 영역에 속하겠으나 통상적인 돌봄 서비스 정책(고령자, 아동, 장애인)에서는 제외되며 의료복지와 연계되어야 한다는 특이점이 있다. 암 생존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사업은 국내 보건복지제도의 두 축(보건의료와 사회보장) 사이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것이다. 결국 공공정책적 관점에서 암 환자 통합지원 서비스는 의료복지와 연계된 사회서비스 영역을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혜경 교수는 이를 위한 방안으로 ▲정부·지방자치단체·공급자·수요자·기업·사회적경제조직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개방적 플랫폼 방식의 돌봄 서비스 공급체계 구축 ▲병원 외 돌봄서비스 플랫폼의 허브 역할을 할 암 생존자 치유공간(한국형 매기센터) 건립 등을 제안했다. 또한 암 생존자 통합지원 서비스는 비영리 사회적경제조직 중심의 전달 체계가 적합하다며 "사회적경제가 가지고 있는 원칙은 자조와 자발적인 참여이며, 사회적 가치 추구다. 사회적경제는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사업 쪽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이런 사업에 접근하기 적절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실제로 국립암센터에서 통합지원 서비스 사업과 사회적경제를 연계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고 암 환자들의 사회적협동조합 출범을 지원하는 등 일정한 성과도 보이고 있다.

김민수 교수는 '암 환자 문제해결 리빙랩'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진행했다. 국립암센터가 위치한 고양시에서는 지난 5월 '고양 스마트시티 활성화를 위한 도시문제 발굴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다시시작'이 시민해결단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다시시작'과 국립암센터는 암 환자들이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 밝히고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어떻게 서비스화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리빙랩을 운영했다. 이는 수요자인 암 생존자들이 중심이 된 리빙랩이다.

리빙랩은 공감하기, 문제 정의하기, 아이디어 찾기, 프로토타입 만들기, 테스트하기 등의 단계를 다양한 방법론을 활용하여 진행했다. 김민수 교수는 리빙랩에서 이루어진 실험 내용을 공유하며 "문제정의 단계에서 발견한 것은 수술 후에 운동, 체력관리, 마음관리, 영양관리, 수면개선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추적관리가 필요하며 최종적으로는 삶의 질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따라서 통합관리가 가장 본질적인 문제라고 정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그것을 토대로 프로토타입을 최근 만들었으며, 테스트 과정을 거쳐 국립암센터에서 운영하는 관리 프로그램과 연동할 수 있는 디지털 모바일 관리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이처럼 수요자가 전문가와 함께 문제를 찾아내고, 찾아낸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모색한 해결방안을 제품 혹은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까지 함께하는 개방적 플랫폼이 바로 리빙랩이다.

ⓒ국립암센터
ⓒ국립암센터

발제 이후 암을 겪은 참석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의견을 제안하며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이처럼 리본포럼은 당사자이자 서비스 수요자인 암 경험자들과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서, 암 경험자들의 절실한 필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암 경험자들의 사회적 지지와 복귀를 위한 서비스를 구축하고 수요자가 스스로 해법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플랫폼이자 네트워크 조직으로서 리본포럼은 향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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