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레이, 이제는 다양성을 지닌 영화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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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레이, 이제는 다양성을 지닌 영화를 보라
예비 사회적기업 퍼플레이 조일지 대표 인터뷰
  • 2020.10.02 11:07
  • by 전윤서 기자

"그 남자의 애인, 엄마, 딸 또는 피해자... 다른 선택지는 없나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 중,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는가. 신데렐라 스토리를 꿈꾸는 캐릭터? 히어로의 도움을 기다리는 비련의 캐릭터?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장착하고 헌신을 강요당하는 엄마 캐릭터? 이 모든 캐릭터가 진부하게 느껴진다면 이제부터 국내 유일의 여성영화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퍼플레이(purplay)'에 주목하자. 
 
'콘텐츠를 통해 여성 영화인을 지원하고 성 평등 문화를 확산하자'라는 소셜미션을 가진 예비사회적기업 '퍼플레이'는 여성 감독의 영화, 다양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영화, 젠더 이분법에서 벗어난 영화를 ‘여성 영화’로 정의해 온라인 플랫폼으로 소개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의 70%는 작품의 창작자에 돌아가게 해 여성 창작자의 다음 작품 활동을 돕는 선순환구조를 가진다. 

ⓒ퍼플레이
ⓒ퍼플레이

■ 그 많던 여성이 여기에
전국의 연극영화과 입학생 중 여성과 남성의 비율은 6:4 정도로 여성이 높다. 하지만 "재능 있는 여성 학우, 결혼하면 그만"이라는 냉담한 반응에 쉽사리 의기소침해지기도 일수. 대중이 멀티플렉스 영화상영관 앞에서 마주하는 영화 창작자 비율을 보면 1:9로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는 7.9%에 그친다. '2019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흥행 30위까지의 영화를 살펴보았을 때, 주요 인물이 오직 남성으로만 구성된 영화가 83%를 웃돌았다. 상황이 이러하여지자 배우 전도연은 한 언론사의 인터뷰를 통해 캐릭터의 선택폭이 다양한 남자 배우들이 부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성은 창작 과정에서도 대중들을 직접 만나는 스크린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퍼플레이의 조일지 대표는 "여성 감독들이 작품을 통해 생계를 이어나가고 다음 작품 활동으로 순탄하게 이어진다면 영화시장에 다양성이 생겨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디자인을 전공하고 마포공동체 라디오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때 영리기업의 장점과 비영리 기업의 장점을 모두 가진 사회적기업을 알게 되었고 창업을 하게 된다면 사회적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조 대표는 이후 퍼플레이를 창업을 당시에도 큰 고민 없이 사회적기업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2014년부터 퀴어 영화제(성적 소수자들을 위한 영화제) 사무국장을 맡게 되었다. 다양성을 지닌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는 일 년에 한 번이고, 영화제에서도 많으면 2번 정도 상영한다. 관람석이 100석이라고 한다면 일 년에 200명만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된다. 더구나 영화제는 영화제가 열리는 특정 지역에서만 관람할 수 있다는 제한이 따르기도 한다. 조 대표는 자신이 활동했던 영화제의 영화들이 재밌고, 작품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접근성의 한계 때문에 추천해도 볼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상업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는 여성 감독의 영화, 다양성을 보여주는 영화를 장소 또는 시기의 구애를 받지 않고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퍼플레이가 탄생하게 된 동기이다. 

조 대표는 "스크린에 상영되기까지 작용하는 시스템, 영화촬영장의 환경 그리고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할 때도 성별 고정관념과 성비 불균형이 곳곳에서 작용하고 있었다. 영화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대중미디어이다. 성별 고정관념이 담긴 내용이 등장하면 자신도 모르게 습득할 수 있다"고 말하며 다양성 영화의 중요함을 설명했다. 

▲ "영화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대중미디어이다. 성별 고정관념이 담긴 내용이 등장하면 자신도 모르게 습득할 수 있다." ⓒ퍼플레이
▲ "영화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대중미디어이다. 성별 고정관념이 담긴 내용이 등장하면 자신도 모르게 습득할 수 있다." ⓒ퍼플레이

■ 누가 봐도 불편하지 않은 영화
퍼플레이는 이름만 들어도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다. 파란색과 빨간색을 적절하게 섞으면 보라색이 되며 오랫동안 전 세계 여성운동을 상징하는 색으로 사용되었다. 이름을 정하고자 모인 자리에서 '퍼플레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구성원 모두가 '이거다!'라며 동의했다는 것이 후문이다. 

1990년대부터 2010년까지의 여성 감독의 영화는 약 2,800편이다. 퍼플레이는 영화 목록을 만들어 직접 감독에게 연락하거나 제작에 참여했던 스텝을 찾아보거나 배급사 또는 영화제에 연락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영화를 찾고 있다. 퍼플레이의 구성원들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어떤 영화에 집중할 것인가 고민했다고 한다. 단순히 여성 감독의 영화를 알린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누가 봐도 불편하지 않은 영화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결과 내부적으로 기준을 세웠고 퍼플레이의 모든 영화는 퍼플레이 구성원들이 감상한 후 적합하다고 생각되었을 때 업데이트된다. 

조 대표는 "어떠한 사전 정보 없이 퍼플레이에 접속하여 제목에 끌려 영화를 감상하게 되더라도 재밌고 불편하지 않은 영화를 소개하고 싶다"고 밝혔다. 

▲ 예비사회적기업 퍼플레이 조일지 대표. ⓒ라이프인
▲ 예비사회적기업 퍼플레이 조일지 대표. ⓒ라이프인

■ 여성영화, 여성 기업…. 앞으로의 바람
2019년 우리집, 82년생 김지영, 벌새, 메기, 윤희에게 등 여성 감독 또는 여성 주연의 영화가 쏟아졌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조 대표는 "이런 영화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엄청나게 성공한 영화도 나왔으면 좋겠다. 여성 감독의 영화는 흥행에 실패한다는 인식도 있고, 단 한 편의 영화로 쉽게 판가름하기도 한다. 앞으로 다양성을 가진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져 10, 20년 지속되고 여성 영화가 재밌다는 것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퍼플레이는 2020 여성 가족형 우수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조 대표는 "감사하다. 기쁜 마음이 먼저다. 특히 퍼플레이에게는 여성 가족형이라서 의미가 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또한 "여성들이 창업에 대해 낯설어한다. 이번 시상식에서도 여성 가족형이지만 여성 대표는 적었다. 여성들 스스로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퍼플레이는 2018년 12월 5일 베타버전의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시행착오를 거친 뒤 2019년 12월 홈페이지를 오픈했으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영화는 500~4,000원으로 72시간 대여할 수 있고 300편 정도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퍼플레이는 온라인 영화제와 뉴스레터, 현업 여성 영화인의 인터뷰 '세상을 바꾸는 여자들' 시리즈,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분석한 비평 등 다양한 콘텐츠를 온라인매거진 퍼줌을 통해 공개하면서 여성 영화에 대해 알리고 있다. 

미국의 영화배우 지나 데이비스는 우리 눈에는 보이고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자료화하기 위해 비영리단체 미디어젠더연구소(Geena Davis Institute on Gender in Media)를 설립했다고 한다. 우리가 다양성을 잃을 때 그들의 편에 서서 우리를 잃을 수 있다. 퍼플레이와 함께 스크린에서 사라졌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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