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AC 2020] "공감하지 않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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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VAC 2020] "공감하지 않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23일, '미래 인재의 핵심 DNA, 공감'세션 진행
  • 2020.09.24 11:21
  • by 전윤서 기자

오늘날 비난, 편협, 독단, 혐오, 갈등, 편견, 분노로 가득 찬 사회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학교폭력, 환경문제, 노인 문제, 혐오 발언, 지역갈등의 문제가 그러하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 N극과 S극처럼 밀어내기만 한다면 이러한 문제들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미래를 만들어나갈 인재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공감'이었다. 

▲ (왼쪽부터)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정재승 교수,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은주 교수, 루트 임팩트 허재형 대표,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신현상 교수 ⓒSOVAC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왼쪽부터)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정재승 교수,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은주 교수, 루트 임팩트 허재형 대표,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신현상 교수 ⓒSOVAC 온라인 화면 갈무리

23일 '소셜 밸류 커넥트(Social Value Connect: SOVAC)'의 '미래 인재의 핵심 DNA, 공감' 세션에서는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정재승 교수, 루트 임팩트 허재형 대표,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신현상 교수,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은주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감'에 대해 강의를 진행했다. 

■ 왜 지금 공감이 필요한가? -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정재승 교수

제4차 산업이 대두되자 함께 떠오른 것은 바로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학습능력, 추론능력, 지각능력, 자연언어의 이해능력을 인공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사회 및 경제 전반에 적용된다. 이때 기존에 인간이 수행하던 일을 인공지능이 맡으면서 인간이 소외되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인간만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만 한다. 

3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에 비해 2배 반 이상 커진 인간의 뇌는 사회성을 관장하는 전전두엽의 특정 영역들이 발달했다. 이것은 인간이 다른 어떤 동물들보다 사회성이 발달해 있다는 증거이다. 특히나 소셜미디어(SNS)로 투명하고 느슨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다른 사람의 심리적 상태를 느끼고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공감은 중요한 덕목이 됐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1996년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의 자코모 대학의 자코모 리촐라티 팀이 발견한 '거울 신경세포'에 대해 설명했다. '거울 신경세포'란 실제로 행동하는 순간뿐만 아니라 남의 행동을 보거나 상상만으로도 뇌는 실제 행동을 하는 것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영역을 말한다. 정 교수는 "공감 능력은 인간의 고등한 능력으로, 침팬지와 소통하는 제인 구달(Valerie Jane Goodall)처럼 종(種) 간에도 공감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SOVAC 온라인 화면 갈무리

또한 공감은 타인의 관점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인지적 과정과 이후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감정적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 교수는 "공감은 지능이다. 자연스럽게 배우지 않아도 마음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잘하려고 노력하고 뇌를 많이 써야만 가능한 프로세스이다."라며, "우리가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감정이 메말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려 노력하는 인지적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공감은 평생 교육해야 하는 요소라며, 공감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공교육 현장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 공감이 왜 사회문제 해결에 중요한가? - 루트 임팩트 허재형대표

공감은 사회혁신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하고 중요한 동기가 되기도 한다. 루트 임팩트의 허재형 대표는 ▲100% 생분해 소재로 만들어진 칫솔과 치실 ▲발달장애인들의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그들이 그린 그림으로 디자인된 그립 톡 ▲기존의 시각장애인용 시계의 한계점을 보완해 보편적인 디자인을 입힌 시계를 소개하면서 공감은 혁신과 비즈니스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SOVAC 온라인 화면 갈무리

허 대표는 자신이 직접 강의를 들었던 뉴욕의 디자이너 패트리샤 무어(Patricia Moore)의 예시로 강의를 진행했다. 패트리샤는 어렸을 적 할머니와 함께 자란 경험을 토대로 신입 디자이너가 되고서 냉장고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자 노인들의 시선으로 디자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관절염을 앓는 사람들도 문을 쉽게 열 수 있는 냉장고를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패트리샤의 질문에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하지 않아"라는 동료들의 냉랭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 말에 무언가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20대의 나이에 80대의 모습으로 분장을 하고 3년간 노인들의 심리적, 신체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 전역을 돌아다닌다. 패트리샤는 이를 '공감 실험'이라고 칭했다. 이 실험은 모두를 위한 제품(universal design)을 만드는 데에 기여했는데, 특정 손잡이 가위를 양손잡이용 가위로, 일반 여행용 가방에서 바퀴가 달린 가방으로, 노인들이 타기 쉬운 저상버스 디자인이 패트리샤가 선보인 대표적인 디자인이다. 패트리샤는 이후 유명 기업의 자문을 맡으면서 모든 사람을 위한 편리한 제품을 만드는 데에 힘을 쏟았고 많은 디자이너가 그녀를 따르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디자인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어서 허 대표는 루트 임팩트와 함께 하는 체인지메이커를 소개했다. 두손컴퍼니의 창업자 박찬재 대표는 2011년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기사에 '자업자득이다.', '당연한 결과이다.'라는 혐오 섞인 댓글을 보고 서울역으로 나가 노숙인들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활 의지가 높은 노숙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게 되었고 노숙자뿐만 아니라 고용 취약계층을 위해 두손컴퍼니를 창업하게 된다. 또한 소리를 보는 통로(소보로)의 윤지현 대표는 우연히 '나는 귀머거리다'라는 웹툰을 보고 청각장애인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학교 강의실, 회의실, 병원 상담실 등 다양한 곳에서 실시간 자막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생각해냈다. 

허 대표는 "첫 번째, 공감은 문제 해결을 시작한 동기가 되어 준다. 두 번째, 공감을 바탕으로 본인의 목적의식을 단단하게 굳힌다. 세 번째, 심화된 공감을 바탕으로 더 크고 더 구조적인 문제까지 도전한다"라며 직접 체인지메이커들을 만나면서 관찰한 3가지 측면을 밝혔다.

■ 공감을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은주 교수

소통을 하는 이유는 공감하고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초연결사회라고 하는 오늘날 소통하면 할수록 왜 서로의 차이가 부각되는 것일까?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은주 교수는 허위정보와 허위정보를 믿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 설명했다. 자신의 가치관, 신념, 지식, 태도, 의견, 판단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은 '인지 부조화'를 피하고자 한다. 정보소비자는 인지 부조화를 피하고자 대표적으로 ▲내 의견과 다른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원을 외면하는 선택적 노출 ▲내 의견과 다른 정보에 노출되었을 때 자기 의견에 맞게 해석하는 선택적 지각 ▲내 의견과 다른 정보는 저장하지 않는 선택적 기억 등 세 가지 행동을 취한다.  

ⓒSOVAC 온라인 화면 갈무리

이 교수는 모바일을 통해 정보를 소비하는 환경이 작은 화면으로 이동하면서 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비판적인 숙고를 불가능하게 한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주장에 대한 논리, 정확성 등 핵심적인 내용이 아닌 주변에 불과한 중요하지 않은 단서로 정보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중요하지 않은 단서로 쉽게 사실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요인은 ▲많은 사람이 믿고 동의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하는 밴드 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 편승 효과) ▲정보와 상관없는 그럴듯한 이미지와 그래프에 현혹되는 사이언티픽 윈도 드레싱(Scientific window dressing)이 있으며 많은 정보를 급하게 처리하는 환경에서 쉽게 발생하는 현상이라 말했다. 

이 교수는 "허위 정보에 빠지지 않으려면 정보를 올바르게 활용하는 미디어 교육인 리터러시(literacy, 문해력)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이때 리터러시 교육은 "허위정보에 대한 위험성을 알릴 뿐만 아니라 허위정보를 피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공감의 반대는 공감하고 싶은 집단 또는 의견에만 공감하는 선택적 공감이라며 이러한 선택적 공감은 차별, 편견,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SOVAC 온라인 화면 갈무리

강의 후 이어진 토론에서 허 대표는 평소 소셜미디어로 뉴스를 접하거나 소통하는 시간이 많다고 말하며 "나와 유사한 생각을 하는 지인들이 많아져 확증편향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셜미디어들이 알고리즘을 공감이라는 관점에서 개선해 나가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 공감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 -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신현상 교수

한국은 대학 입시를 목표로 경쟁 지향적인 청소년 시기를 보내게 된다. 따라서 공감 능력을 키우기 힘든 상황에 부닥친다.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신현상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부터 아쇼카(ASHOKA) 한국과 함께 '사회혁신 공감 실습'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사람을 '아쇼카 펠로우'라고 하며, 이 수업에서는 이들의 공감 전력 실천 사례를 분석한다. 이후 리얼라이브즈(real lives)라는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가상의 세계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면서 다양한 삶을 간접으로 체험하게 한다. 교육을 통해 공감 역량을 키운 후 다른 사람의 공감 역량까지 키울 수 있도록 코칭&멘토링도 실시하고 있다.

ⓒSOVAC 온라인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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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바이러스는 균형 있게 잘 퍼진다면 사람과 사회를 살릴 수 있는 바이러스"라고 말한 신 교수는 재단법인 티앤씨재단과 함께 만든 공감 교육의 프로세스를 소개했다.

공감 교육은 ▲공감이론 배우기 ▲액션 러닝을 통한 감정적 공감 키우기 ▲리얼라이브즈 시뮬레이션을 통한 인지적 공감 키우기 ▲공감 리플렉션(성찰)하기로 이루어진다. 

강의 후 정 교수는 "감정적 공감이 실천적 공감으로 이어지려면 어떤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허 대표는 "실천적 공감까지 가려면 거창하지 않다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 도전적이지만 해볼 만 한 작은 과제부터 시작하게 한다면 실천적 공감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으며, 이 교수는 "효능감이 있어야 태도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엮인 현대사회에서 '공감'이라는 능력은 '없으면 말고'가 아니라 꼭 지니고 있어야 할 덕목이 됐다. 공감을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 공감 교육을 접할 수 있는 접점을 늘려가는 것, 공감이 가져다줄 혁신을 생각해보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공감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공감 능력을 장착한 체인지메이커들이 나타나 소통과 화합이 번성한 사회를 이루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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