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금융의 상상④] 공동체주식을 통해 지켜가는 지역사회 문화 허브, '익스체인지 브리스톨 (Exchange Brist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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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금융의 상상④] 공동체주식을 통해 지켜가는 지역사회 문화 허브, '익스체인지 브리스톨 (Exchange Bristol)'
  • 2020.09.18 19:00
  • by 정종덕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매니저)
14:40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집중하고 있는 6대 중점 분야 (▲도시재생, ▲기술, ▲에너지·환경, ▲문화·예술, ▲인구, ▲양극화)의 최신 해외 사례를 정리해 올 연말 'SVS 인사이트' 시리즈의 하나로 발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상상력을 지닌 많은 조직과 만나기를 희망하며 최신 사례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사회적금융 모델을 라이프인에 소개한다. 
국내 최초의 사회적금융 도매기금인 재단법인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사회적경제의 발전과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해 필요한 금융기반과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발굴해 임팩트 투자를 추진 중에 있다. [편집자 주]

 

“예술은 현실 세계 옆에서 보다 인간적인 세상을 창조하려는 노력이다.” (프랑스 작가 앙드레 모루아, André Maurois)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이 높은 삶의 질을 누리며 행복할 수 있는 도시는 어떤 도시일까? 우선은 풍부한 양질의 일자리, 사회적 약자들을 소외시키지 않는 포용적인 경제정책, 잘 갖춰진 주거와 교통과 같은 인프라, 그리고 지속가능한 환경정책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도시의 미래를 그릴 때 경제적인 성장, 정치적인 안정과 참여, 친환경 등의 매크로(거시적) 관점으로 접근한다. 물론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하는 도시를 설계하는 것 자체도 거대한 도전이지만, 종종 우리는 이러한 여러 조각을 결합하는 문화와 예술의 가능성을 시야에서 놓치곤 한다.

우리가 매일매일의 삶을 영유하는 도시는 구성원 개개인의 꿈, 가능성, 욕망, 행복과 좌절이 뒤섞인 지난하고 작은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지는 거대한 이야기들의 용광로(melting pot)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표현되고 공유되는지는 도시의 지역 내 총생산(GRDP: 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이 늘어나고 탄소배출(carbon emission)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등의 수치로는 담길 수 없지만, 한 도시가 얼마나 '인간중심' 인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미술, 공연, 음악,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원 개개인의 감정들과 생각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공유될 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창의성(creativity)을 발현하며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미래의 방향성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할 수 있다.

또한, 문화·예술은 정치적 이념, 경계, 경제성 등을 넘어 인간 본연의 생각이 표현되고 교류하게 하는 매개체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바로 커뮤니티의 응집력을 높이고 위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경제, 정치, 환경적 요소를 통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40년간 8천9백만 달러 규모의 펀딩을 통해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있는 미국의 아트펀드(Artsfund)는 보고서 '예술 학습의 사회적임팩트(Social Impact of the Arts Study)'를 통해 다양한 연구사례를 소개하며, 예술이 커뮤니티의 건강과 사회적 웰빙, 교육 등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밝혔다. 

▲ Taylor Hammes의 'Seattle Artist 's Magic' ⓒArtsFund
▲ Taylor Hammes의 'Seattle Artist 's Magic' ⓒArtsFund

뉴욕시를 대상으로 한 연구(Culture and Social Wellbeing in New York City, 2017)에 따르면 문화·예술은 건강한 커뮤니티를 위한 핵심적인 요소이며, 소득, 지위 등을 결정짓는 여러 사회적 요인(social determinants)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일례로 문화적 자원을 누리는 저소득층은 그렇지 않은 비교집단보다 아동학대 및 방관이 14%, 중대범죄 발생률이 18% 낮았다. 또한, 학업 성취도가 낮은 비행 청소년 (at-risk students)들의 경우도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비교집단에 비해 대학 진학률이 23%나 더 높았다(The Arts and Achievement in At-Risk Youth, 2012). 

문화·예술은 근본적으로 하향식 (top-down)일 수밖에 없는 여러 사회, 경제정책들이 아래로 내려가며 적용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빈틈을 여러 개인의 이야기들이 풀뿌리로 올라가 (bottom-up) 채우며 이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사회적경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치 중 '자발성 (voluntarism)', 경제적 이익의 극대화가 아닌 ‘사람 중심 (people-centered)’은 문화·예술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본연의 가치와도 맞닿아있다. 

사회적경제가 문화와 예술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상상을 실현하게 하는 사회적금융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영국 브리스톨의 작은 라이브 음악 공연장(live music venue)의 이야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 익스체인지 브리스톨 라이브공연 사진 ⓒExchange Bristol
▲ 익스체인지 브리스톨 라이브공연 사진 ⓒExchange Bristol

브리스톨은 17세기 시작한 삼각무역(아프리카의 노예가 북미 신대륙 플랜테이션의 노동력으로 공급되고 거기서 생산된 설탕 등의 식료품이 유럽에서 소비되고 또 가공되어 다시 아프리카의 노예를 사는 데 쓰여 순환하는 무역 체인)의 유럽 중심지였다. 1980년대 이후부터는 영국에 정착한 아프리카 카리브해 이민자들의 영향을 받은 다문화주의 펑크, 레게, 힙합과 같은 탈권위 음악 예술운동, 대처 수상이 집권하며 추진된 신자유주의로 가속화된 빈부격차에 항거하는 정치적 활동주의, 그라피티 등의 표현예술로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활발하게 꽃피우기 시작했고 이러한 자유로운 분위기와 탈권위는 브리스톨시 전체를 감싸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 브리스톨을 기반으로 활동한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벽화 ⓒBlocal-travel
▲ 브리스톨을 기반으로 활동한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벽화 ⓒBlocal-travel
ⓒBlocal-travel
ⓒBlocal-travel

2007년, 브리스톨의 음악 애호가 3명(Matt Otridge, Peter Wright, Paul Horlick)은  지역의 다양한 인디음악 밴드들이 자유롭게 공연하고 주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더 크로프트 (The Croft)라는 라이브공연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공연장은 점차 유명세를 얻어 에드시런(Ed Sheeran), 아틱몽키즈(Artic Monkeys)과 같은 유명 가수들도 이곳에서 공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연장이 위치한 스트로크스 크로프트(Stokes Croft) 지역의 임대료가 치솟아 기존 임차인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며 공연장은 점차 경영이 어려워지게 되었고 결국 폐쇄되게 된다. 하지만 창립자 3명의 좌절된 꿈은 2012년 올드마켓(Old Market) 지역의 3층짜리 낡은 빌딩을 인수하여 공연장 이름을 익스체인지 브리스톨(Exchange Bristol)로 바꾸고 운영을 시작하며 이어지게 된다.

공연장은 다시금 지역 인디밴드들의 라이브공연과 주민이 모여 교류하는 문화 허브로 운영되었고, 창립자들은 익스체인지 브리스톨이 지역사회에 주는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더욱더 확대하기 위해서 지역에서 로스팅한 커피를 판매하는 커피숍과 채식주의 식당을 공연장에 더해 2017년 사회적기업으로 등록(community interest company)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점차적인 경영악화로 창립자들은 익스체인지 브리스톨의 미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오랜 고민 끝에 이들이 찾은 해법은 바로 지역사회로부터 자본을 조달해 주민들이 공동으로 공연장을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는 공동체주식(community shares)의 발행이었다. 이들은 2018년 익스체인지 브리스톨의 지분을 판매하는 공동체주식을 발행하며 #SaveExchange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익스체인지 브리스톨은 이 캠페인을 통해 9월~10월 한 달여의 기간 만에 모금 목표치인 25만 파운드를 상회하는 30만 파운드를 약 400명의 주민과 투자자들에게 공동체주식을 발행하여 조달하는 데 성공한다.

▲ 캠페인 중인 공동대표 Matt Otridge ⓒBristollive
▲ 캠페인 중인 공동대표 Matt Otridge ⓒBristollive

여기에서 공동체'주식'은 주식의 가격이 시장의 수요에 따라 오르내리며 거래되고, 주식의 보유지분에 따라 의결권을 더 많이 갖는 일반적인 자본시장의 주식과는 다른 형태로, 거래차익과 주식 수에 따른 지분의 확보 목적이 아닌 지역의 자산을 위한 자본의 조달과 공동의 소유 및 운영에 초점이 맞춰진 형태이다.  

즉 공동체주식은 지역주민의 지분투자를 통해 영국의 사회적기업에 해당하는 공동체이익회사(community interest company)나 협동조합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액(주식 수와)과 관계없이 1인 1표의 의사결정권을 가지며, 일정 기간이 경과한 뒤 투자금을 회수(withdraw) 할 수 있으나 투자한 원금 이상 주식(share)의 가격이 오르지 않으며, 판매(거래)할 수 없다. 대신 공동체주식을 발행한 기업에서 발생한 수익에 비례해 적정한 이자를 지불받게 된다.

또한, 공동체주식은 소수의 고액투자자에게 의존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주식 투자의 상한선을 설정하여 다수의 지역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 주식을 통해 투자한 다수의 시민 주주들은 공동체이익회사의 운영과 사업 방향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2009년부터 영국 내 350여 개 이상의 지역 프로젝트에서 공동체 주식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했으며, 총 12만 명의 시민이 1억 파운드(약 1천5백억 원)를 투자했다. 사회적경제기업이 공동체주식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수익계획, 사업계획 등의 문서를 공시(허가제가 아닌 등록제) 해야 하며, 영국 정부 대표, 금융감독청 (FCA), 공동체주식 유닛(Community Share Unit, 영국의 Locality, Co-operatives UK가 결성)이 참가하는 위원회에서 정기적으로 감독한다.   

또한, 영국 정부는 민간의 참여를 촉진하고자 사회투자세제혜택(SITR, Social Investment Tax Relief) 제도를 통해 지정된 사회적경제기업의 공동체주식을 구입할 경우 민간 투자자에게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약 500 파운드(약 75만 원)를 투자 시(소득세 – income tax, 자본소득세 – cap gains tax 30% 감면 등)이 제도를 통해 150파운드(약 22만 원)정도의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다.

익스체인지 브리스톨의 경우 공동체주식 1주당 1파운드의 가격을 책정했으며, 최소 투자금액은 250파운드, 최대 투자 규모는 개인의 경우 2만5천 파운드, 기관의 경우 10만 파운드로 설정했다. 성공적인 캠페인을 통해 약 400명이 공동체주식에 투자하였고, 영국의 사회투자 도매기금 빅소사이어티 캐피탈(Big Society Capital, 휴면예금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다양한 소매 중개기관을 통해 개별 사회적기업, 사회목적 임팩트 프로젝트에 투·융자) 또한 사회투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정기관에 투자하는 개인들에게 매칭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익스체인지 브리스톨에 총 10만 파운드를 투자하여 캠페인의 성공적인 재원 조달을 도왔다. 

빅소사이어티 캐피탈은 2017년부터 크라우드 매치 펀드(Crowd Match Fund)를 운용 중이다. 영국 정부의 SITR(Social Investment Tax Relief)프로그램에 적용되는 기관을 대상으로 3곳의 파트너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Ethex, Crowdfunder, ThinCats를 통해 총 1천만 파운드(약 150억 원) 규모를 투자하고 있다.


익스체인지 브리스톨은 시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투자금액에 따른 다양한 혜택 (공연 티켓구매 우선권 및 할인, 굿즈, 무료 음반녹화 등)을 제공하고 공동체주식 발행한 2018년부터 3년 뒤인 내년(2021년)부터는 투자자들에게 3%의 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다. 

공동체주식의 투자를 통해 익스체인지 브리스톨은 현재 약 300석 이상을 수용하는 라이브공연장뿐만 아니라 녹음 스튜디오, 레코드숍, 독립레이블, 카페테리아 등이 운영되는 커뮤니티를 위한 복합공간으로 성장해 지역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주민의 교류를 돕는 문화 허브로 정착하고 있다. 새로워진 브리스톨 허브는 공동체주식으로 투자한 시민들이 번갈아 가며 이사진을 구성하고 정기적으로 총회를 열어 운영 및 성장 전략을 함께 세우는 거버넌스 구조 또한 확립하였다.

▲익스체인지 브리스톨의 외부모습 ⓒExchange Bristol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익스체인지 브리스톨의 레코드숍 ⓒExchange Bristol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익스체인지 브리스톨의 레코드숍 ⓒExchange Bristol

한편 대형레이블과 스트리밍 서비스 등에 밀려 경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라이브 독립음악 공연장들은 최근의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재 공연 등의 활동이 어려워진 영국 내 약 500여 개 풀뿌리 라이브공연장들이 폐쇄 직전까지 몰리고 있는데, 이에 뮤직 베뉴 트러스트(MVT, Music Venue Trust)는 이들을 위한 #saveourvenues 캠페인을 통해 풀뿌리 위기대응 펀드(Grassroots Music Venues Crisis Fund)를 조성하여 어려움에 처한 공연장을 지원(grant 형태) 하고 있다.

아티스트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경영난에 있는 공연장을 리스트에서 선택하여 온라인 공연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모금된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인데 위기대응 펀드는 현재 약 5천여 명의 시민, 아티스트 등에게서 120만 파운드 이상을 모금하였다. 

공동체주식 발행을 통해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경영 기반을 갖추고 있는 익스체인지 브리스톨은 공연이 중단되자 라이브 TV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후원자들에게 #saveourvenues 캠페인을 통해 본인들보다 다른 공연장을 먼저 지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브리스톨의 작은 라이브공연장 익스체인지 브리스톨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 경제적 위기에 처한 클럽들 (주황색 음표로 표시된 곳은 위기에서 벗어난 곳)과 모금된 금액현황판 ⓒsaveourvenues
▲ 경제적 위기에 처한 클럽들 (주황색 음표로 표시된 곳은 위기에서 벗어난 곳)과 모금된 금액현황판 ⓒsaveourvenues

우선 브리스톨 익스체인지가 젠트리피케이션, 경영악화 등의 위기상황을 사회적경제방식으로 돌파했다는 점에 있다. 브리스톨 익스체인지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내몰려 새롭게 문을 연 라이브공연장을 사회적경제기업으로 변모시키고 다시 한번 경영 위기가 찾아오자 공동체주식 발행을 통한 시민자산화로 이를 돌파했다. 이는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위기의 순간에 사회적경제기업이 연대와 협력을 통해 일반기업보다 더욱더 높은 지속가능성을 보인다는 해외의 여러 연구 결과와도 맞닿아있다.

다음으로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 금융의 힘이다. 공동체주식은 거래가 불가능하며 일정 부분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오랜 기간 투자원금이 잠기는 인내자본의 특성도 가지고 있다. 주민들이 공동체주식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여 방치된 커뮤니티 홀을 인수해 지역사회를 위한 아트 클래스, 공연, 다양한 문화강좌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영국 맨체스터의 스트랫포드 퍼블릭 홀(Stretford public hall)의 경우도 2017년 주식을 발행하였는데 회수는 2021년부터 매년 7%씩만 가능하다 (이자는 2019년부터 매년 2%씩 지급한다).

▲ 스트랫포드 퍼블릭 홀 전경 및 아트 클래스 ⓒStretford Public Hall
▲ 스트랫포드 퍼블릭 홀 전경 및 아트 클래스 ⓒStretford Public Hall

지역주민들은 공동체주식 투자를 통해 시세차익의 목적이 아닌 주민들 스스로가 이용하고 운영할 지역의 문화자산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형태인데 이는 투자가 단순 지분의 확보가 아닌 주인의식(ownership)과 연결되기에 가능한 구조이다.

마지막으로 브리스톨 익스체인지의 사례가 가능했던 데에는 영국 정부가 사회투자 세제지원 제도를 확충해 민간의 참여를 간접적으로(nudge) 유도하고, 이 제도에 근거해 사회적금융 도매기금인 빅소사이어티 캐피탈도 주민들이 마련한 재원이 승수 효과(multiplier effect)를 일으킬 수 있도록 한 매칭 투자에 있었다.
 
즉 민간의 자율성과 연대의 노력을 돕는 제도적 뒷받침과 이러한 자발적 노력을 배가시켜주는 사회적금융의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노력이 문화·예술 영역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단순히 작은 라이브공연장 하나가 폐업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일견 보이지 않고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지역사회를 결속하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는 문화허브를 지켰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공동체주식에 더해 근래 조명받고 있는 E2C(Exit to Community, 스타트업이 다른 기업에 매각되거나 기업공개 (IPO)를 통해 Exit 하는 것이 아닌 커뮤니티, 직원들에게 지분을 넘기고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형태)캠페인과 같이 우리는 스스로 전통적인 의미의 기업 소유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방식의 대안적 실험을 하고 있다.

물론 모든 기업을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소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사회에 착근하여 삶과 밀착한 '자산'을 누가 어떠한 대표성을 가지고 무엇을 소유할 것인지, 그리고 그 자산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들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해 브리스톨 익스체인지와 공동체주식은 여러 생각할 과제를 우리에게 준다.

 

“예술은 공유되지 않기에는 그 중요성이 너무 크다” (브라질 아티스트 로메로 브리토 (Romero Bri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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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덕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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