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⑦] 치유, 소비자의 열망과 지구의 미래를 위한 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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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⑦] 치유, 소비자의 열망과 지구의 미래를 위한 접점
치유산업으로 전환 중인 아이쿱생협연합 오귀복 상무 인터뷰
  • 2020.09.28 16:08
  • by 김정란 기자
10:09

코로나19로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사회·경제적 충격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달라졌다. 보건의 문제를 넘어 소비 급감과 경기침체, 소득감소와 일자리 위기 등 사회·경제 전반의 심각한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분명 세계적 재앙이지만, 우리에겐 뜻밖의 선물이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는 가히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정도로 인식 틀에 강력한 충격을 주었다. 코로나19로 우리 삶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빠르게 대안을 찾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교류하고 연대하며 협력하는 방안을 찾아나갈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게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불편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바꿔보자. 라이프인은 '언택트에서 온택트로', '개발에서 회복으로', '치료에서 치유로', '관심에서 참여로', '경쟁력에서 공존력으로' 등의 주제를 통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사회적 회복과 사회구성원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보다 강력한 행동 의지를 가질 때 희망의 시그널을 놓치지 않고, 코로나19의 터널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주]

▲ 아이쿱생협연합회 오귀복 상무. ⓒ라이프인
▲ 아이쿱생협연합회 오귀복 상무. ⓒ라이프인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단어는 무엇인가? '건강'이다. 건강 상태는 모두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감염병에 걸려도 빨리 낫고, 누군가는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코로나19의 경우 기저질환자가 '고위험군'이라는데, 그럼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면역력이 높아야 한다는데 어떻게 하면 면역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면역력을 높이는 것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눈길을 끄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조직이 있다. 아이쿱생협(이하 아이쿱)은 지난해부터 '(재)자연드림유기농치유연구재단'를 설립하고, 우리 몸이 스스로 면역력을 높여 '치유'로 가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조합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 면역력이 치유의 시작

아이쿱생협연합회 오귀복 상무를 만나 '아이쿱은 왜 치유를 선택했나'라고 물었다. 치유로의 전환이라는 혁신을 선택한 이유와 혁신을 소비자들의 변화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과정이 궁금했다. 오 상무는 "'코로나 사피엔스'라는 신조어가 탄생했고 너나없이 '문명의 대전환'을 예고한다. KF-94는 어느덧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고, 건강, 사회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권장사항이 아니라 아예 필수사항이 되었다. 코로나19시대의 보편적인 자화상이다.

코로나19의 발생 이후, '만성질환', '기저질환'과 같이 '건강'과 관련된 용어들이 포털 검색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전파력은 이전의 사스나 메르스보다 훨씬 강력해졌고,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이 그동안의 무난했던 일상을 잠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은 더디기만 하니 고위험군에 속하는 이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백신이나 치료제만을 학수고대해야 할까? 다른 대안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그 대안으로 '면역력 향상'을 꼽고 있다"라고 면역력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한 가지, "소비자의 열망과 지구를 지키는 것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치유'였다"라며 "혁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치유센터의 힐링 프로그램에서는 식습관 등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을 돕는다. ⓒ자연드림유기농치유연구재단
▲ 치유센터의 힐링 프로그램에서는 식습관 등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을 돕는다. ⓒ자연드림유기농치유연구재단

■ 어디서나 찾을 수 있게 된 유기농, 자연드림의 가치는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아이쿱', '자연드림'하면 '건강한 먹거리'를 떠올리곤 한다. 쉽게 말하면 농약을 쓰지 않은 유기농, 무농약 먹거리다. 유기농 먹거리 시장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아이쿱은 왜 변화를 선택했을까? 오 상무는 '자연드림의 가치는 무엇인가'를 되돌아본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조합원들이 자연드림을 찾은 이유는 농약을 쓰지 않는 먹거리였고, 그 기준이 유기농 인증이었다. 그런데 이제 대형마트든 어디든 유기농 인증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또 다른 가치를 찾아야 했고, 그러기 위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 다시 한번 집중했다. 그것이 '치유'였다"는 것이 오 상무의 설명이다.

그는 "소비자가 유기농식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어찌 보면 단순할 수 있다. 건강 상태가 나아지거나 유지되길 기대하기 때문에 유기농식품을 이용한다는 거다. 아토피가 있는 아이에게든, 고혈압이 있는 부모님에게든 유기농식품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유기농식품을 이용한다. 소박해 보이지만 이것이 유기농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근본적인 열망이자 물음이다. 기업은 그런 소비자의 열망과 물음에 대답해야 한다.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입증하려면 치유산업으로의 자기 정체성을 갖춰야 하고, 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부연설명했다.

아이쿱은 지난해 '자연드림유기농치유연구재단'을 설립했다. 건강한 먹거리의 치유 기능을 입증하기 위해 공신력 있는 의료기관이 필요해 재단 산하에 병의원 검진센터를 만들었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치유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3개월 동안 힐러의 도움에 따라 식습관을 바꾸게 된다. 채소 중심의 식습관이다. 참가자는 당뇨, 고혈압 등 기존에 만성질환을 앓은 사람들이다. 복약이 필요한 사람들이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 되는 것을 '완치율'이라고 표현하는데 목표는 90%다. 완치율은 입증된 공신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치유프로그램은 개인에게는 만성질환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사회적영역에서의 의미도 있다. 만성질환자들에게 들어가는 공공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약을 쓰는 것은 손쉽지만 평생 해야 하고,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공공의료비용이라는 사회적비용이 발생한다. 아이쿱의 치유프로그램은 개인이 혼자 하기 힘든, 근본적인 원인을 고치는데 도움을 준다. 질병을 치유하는 궁극적인 주체가 '나'로 돌아가는 과정이면서, 사회적비용을 줄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 한가지 사회적의미는 기후위기 대응이다. 오 상무는 "향후 30년 정도 가장 큰 아젠다는 기후 위기일 것이라고 본다. 아이쿱은 우리의 영역인 식품으로 이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치유산업을 개인의 건강과 지구를 지키는 것의 접점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탄소 배출과 관계가 있고, 축산업의 탄소배출량은 교통수단으로 인한 탄소배출량보다 크다는 데이터가 나오는 상황이다. 채식의 치유효과가 입증되는 것은 지구를 지키는데 동참하는 소비자의 발걸음을 한층 빠르게 할 수 있다. 내 건강을 지키는 것이 지구를 지키는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 자연드림유기농치유연구재단에서 연 대전 한의원 모습. ⓒ자연드림유기농치유연구재단
▲ 자연드림유기농치유연구재단에서 연 대전 한의원 모습. ⓒ자연드림유기농치유연구재단

■ 혁신의 성공? 소비자 설득이 열쇠

라이프인은 아이쿱생협에 혁신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싶었다. 모두 혁신을 외치는 이때, 변화를 실행해나가고 있는 조직에 그것을 묻고 싶었던 것.

조직의 혁신, 특히 기업의 혁신은 소비자들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조직의 혁신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오 상무는 "예전에는 소비자들에게 '지구를 위해 채식주의자가 되자'고 했다. 그런데 따라오지 않는다. 머리로는 인지하지만 고기를 먹고 싶다는 욕망과 충돌하는 것이다. 우리는 '채식주의자'가 되라는 것보다는 '채식 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일주일에 한끼를 채식 급식을 하고 있기도 하다. 당장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지만, 일주일에 한끼 쯤은 채식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나? 너무 어려운 것을 하자고 하면 개인 입장에서는 포기하게 된다. 이걸 쉽게 접근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치유재단을 통해 제품,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지만 자연드림에서 판매하는 채소, 과일 가격을 상시적으로 낮춘 것도 그 일환이다. 오 상무는 "소비자들에게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시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는 '아이쿱은 왜 채소와 과일을 할인할까?'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는 "우리가 왜 치유 산업으로 이동하는지를 설명하는 아주 큰 메시지"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조금씩이라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이 아이쿱의 방식이다. 오 상무는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으면 혁신은 실현되지 않는 것이다. 소비자의 동참이 필요한데 그러기 힘든 환경이 있다면 그걸 백업하는 것이 우리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쿱은 내년 초 종이팩에 담긴 물을 판매할 예정이다. 아이쿱의 유통망을 통해 손쉽게 플라스틱 줄이기에 동참하게 하는 것이다. 오 상무는 "개인이 전기차를 사라는 것보다는 공유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고 했다. 개인이 적은 비용을 치르면서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게 만들어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 혁신과 연대를 선택하는 것도 소비자의 힘

오 상무는 혁신을 위한 연대의 방식도 이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청년이 플라스틱을 줄여보겠다고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기타 피크를 만들더라. 스티로폼 등의 해양쓰레기를 버섯으로 생분해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더라. 이게 사회를 변화시키는 혁신이다. 이제는 이런 혁신가들과 연대하고, 기업 가치에 반영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상무는 "이러한 노력을 하는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혁신이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지지가 필요하고, 사회적경제조직이라고 해서 이를 비껴갈 수 없다. 소비자의 힘은 여전히 세고, 그를 최우선에 두지 않으면 혁신은 실패한다. 사회적인 가치를 반영하는 기업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기업을 바꾼다. 세상을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다.

오 상무는 "스웨덴이 복지국가라고 말하지 않나? 그렇게 된 것은 사회민주당이 40년 이상 집권하면서 가능했다고 한다. 그건 사회민주당이 한 것이 아니라 결국 유권자가 그런 가치를 가진 정당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자연드림의 성장은 소비자의 성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가 구매한다는 것은 기업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소를 더 많이 먹도록 하는 것, 페트병을 종이팩으로 바꾸는 것, 더 맛있는 콩고기를 만드는 것. 이런 모든 변화는 소비자의 열망과 지지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위기에서 어떻게 변화할 것이냐고 요구받는 시기이다. 동시에, 국내 사회적경제가 1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며, 혁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어떠한 혁신이 성공하는가. 혁신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돌아보아야 하는 시기에 소비자의 요구를 바탕으로 했다는 아이쿱의 혁신이 어떤 방향으로, 어디까지 나아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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