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미디어 라이프인은 영리광고 없이 후원회원의 회비로만 운영되는 비영리 언론사입니다. 라이프인의 취지에 공감하고 지지해주시는 후원회원께 보답하고자 2020년 연중으로 '라이프인의 책갈피'이벤트를 진행합니다. '라이프인의 책갈피'는 이달의 사회적경제 도서를 추천해 드리고, 후원회원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책을 보내 드리는 이벤트입니다.
7월의 '라이프인의 책갈피'는 사회가치경영의 현장 지침과 실천 전략이 담긴 '사회가치경영의 실천 전략'이었는데요. 이번 독자 서평은 손민호 인천광역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이 책을 읽고 서평을 보내주셨습니다. 이후 진행될 '라이프의 책갈피'와 '독자서평'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책을 통해 성장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場)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편집자 주]
첫 장부터 녹록지 않은 전문 용어와 마주하게 되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 있는 지속가능경영, ESG', 트리플보텀라인'' 경영시스템, 조직변화 프로세스, UN SDGs, 정부혁신 비전 및 전략, 기업의 사회적가치경영 등의 단어들.. 그런데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시험을 보고 난 뒤 답안지를 맞춰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2019년 인천시를 대상으로 사회적 가치증대를 위한 시정 질의를 하면서 던졌던 화두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검증을 받는 시간인 것 같아 페이지를 넘기며 들떴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ESG :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칭으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
트리플보텀라인(Triple Bottom Line) : 기업의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경제적 측면의 역할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측면에 대한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는 용어
여섯 명의 공동 저자가 한 챕터씩 나누어 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주 집필자를 정하고 이후 함께 읽으며 수정과정을 거쳐서 책을 완성해 나갔다고 하니 책 자체가 협동과 연대에 의한 사회적 집필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사회적가치하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분야나, 정부, 공사, 공단 등 공공 분야에 갇혀 있던 나의 사고의 폭을 일반기업에까지 넓혀 주었다. 아니, 오히려 일반기업들이 생존의 조건으로 사회적가치추구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공분야는 여기서도 여전히 수동적인 것 같아 깊은 아쉬움이 들었다.
먼저, 기업들이 사회적가치경영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원래 기업은 주주들의 이익 추구가 최대 관심사인데, 노동자나 협력업체 등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행복해야 기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주주 중심의 일원주의 모형에서 노사관계중심의 이원주의 모형으로 진화하고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지속가능해야 기업도 지속가능하다는 생각으로 한 걸음 더 나가면서 주주 외에 경영진, 종업원, 협력업체, 소비자, 비영리조직 및 시민단체, 지역사회, 정부, 자연환경, 미래세대 등 여러 이해관계자와 협업으로 나오는 다원주의 모형에 대한 설명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또 하나, 사회적경제를 이야기할 때면 저마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의가 달라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선명한데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전히 정의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 할 때가 많다. 사회적가치도 마찬가지다. 사회적가치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사회적가치가 증대되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 늘 시 정부에게 사회적가치가 증대되는 방향으로 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성과목표나 측정지표를 만들어야 한다고만 했지 딱히 이거라고 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UN SDGs가 그것이다. 얼마 전 인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구용역 보고회가 있어 UN SDGs에 대해 자세히 토론한 적이 있는데 사회적가치가 지속가능성과 연계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사회가 지속가능해야 기업도 지속가능하다. 지구가 지속가능해야, 미래세대가 지속가능해야 인류도 지속가능하다. UN SDGs는 지속가능발전 목표와 성취지표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고 공공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지표다. 하지만 사회적가치증대와 관련해서 공공분야는 여전히 몇 걸음 못 나간상태다. 책에서는 UN SDGs가 정부와 지역사회 차원의 최소한의 것이고, 기업들은 더 다양한 환경에서 더 다양한 가치들을 추가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처한 위치가 그래서인지 기업의 경영시스템과 인사, 조직, 인재양성 등 개별기업이 적용해 볼 만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공공분야에 대한 부분에서는 아! 이렇게 적용하면 되겠구나! 하면서 밑줄에, 별표에 책이 온통 빨갛게 칠해졌다. 각자 처한 위치에서 적용해 볼 수 있게 구체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정말 가이드북 같은 느낌을 받았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을 꼽으라면 부록이다. 시의원으로 일하면서 주민참여예산 등 공동체와 관련된 예산을 심의할 때면 계획을 세울 때 늘 한가지 질문만 하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나는가?" 또 재정을 집행하는 모든 일에도 한가지 질문이 필요한데 그것은 "이렇게 하면 사회적가치가 증대되는가?" 이다. 늘 이렇게 주장해 왔었는데, 부록에 핵심질문 예시가 "딱" 들어가 있다. 답안지 맞춰보는 느낌이 마지막까지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정교하게 화두를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벌써 여기저기 여러 인터뷰마다 잘 써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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