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슬기로운 감빵 생활’에서는 일명 '법자'가 등장한다. 법자는 어렸을 때부터 감옥을 들락거린 생계형 범죄자로, 부모님이 아닌 법무부가 키운 자식(법자)으로 그는 의식주부터 교도관 성향까지 모르는 게 없는 '감빵 백과사전'이다. 법자와 같은 1년 미만 단기 재소자가 1년 이내 다시 범죄를 저질러 수감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약 70~80% 정도다. 행정적 비용이 많이 든다. ‘법자’를 길러낸 행정적, 사회적 비용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2010년 영국에서는 ‘슬기로운 채권’이 발행됐다. 영국 잉글랜드 동부 케임브리지셔주 피터버러(Peterborough)시에서 교도소 재소자의 재수감률을 줄이기 위해서 세계 최초로 사회성과연계채권(이하 SIB, Social Impact Investment)이 발행되었다. 이른바 'SIB 피터버러 프로젝트'이다.
이는 SI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성과를 낼 경우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 방식이다. 피터버러 교도소에 수감된 1년 미만 단기 수형자 3000명의 재범 빈도가 향후 6년간 다른 교도소에서 출소한 단기 수형자들의 재범 빈도보다 7.5% 이상 낮아질 경우, 법무부는 투자원금에 연 2.5 ~ 13.3% 상당의 이자를 지급한다는 것이 주요 계약 골자였다. 이 기간 영국의 평균 재범빈도가 11% 상승했지만, 피터버러 교도소 수감자의 재범빈도는 이전보다 12%나 하락하여 상당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다. 당시 록펠러 재단 등 17개 민간 투자자가 이 상품에 500만 파운드, 약 75억을 투자했다.
SIB는 사회적 성과 개선 여부에 따라 투자 금액 및 수익의 지급을 약속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사회적 문제를 정부, 민간투자자,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력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성과 기반 프로그램이다.
영국의 소셜파이낸스(Socialfinance.Inc)의 분석에 따르면, 어떤 지방정부가 전통적인 방법
으로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해 동안 사용하는 예산을 100이라고 가정할 경우, SIB
를 도입할 경우 정부의 예산 투입액은 25 수준으로 줄어들고, 시스템 도입에 따른 운영비용
40이 소요된 후 나머지 35의 예산에 대해서는 프로젝트 성공 시 지급할 성과보수금으로 적립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SIB는 노숙자 문제, 각종 범죄의 근본적인 해소를 위해 민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성과에 따른 보상을 통해 정부의 사업 실패의 재무적 위험성을 축소할 수 있다. 특히, 사회서비스 및 제품에 대한 평가와 각종 위험성 관리에 뛰어난 민간 투자자들에게 리스크 관리를 전가해 사회적 가치를 보다 효과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으로 서울시·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2015년 사회성과보상사업 운영 조례를 발의하고, 2016년 서울시는 아시아 최초로 SIB의 민간자본 11억 원 유치에 성공했다. 총괄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팬임팩트코리아’가 민간투자자와 사업수행기관을 선정해 국내 첫 SIB 사업으로 ‘아동복지시설 아동교육 사회성과 보상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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