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사경] 노란 휴지로 건강한 지구를 지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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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사경] 노란 휴지로 건강한 지구를 지켜요
대나무 펄프로 나무 지키는 ㈜헬씨티슈 변건호 부대표 인터뷰
  • 2020.08.03 16:09
  • by 김정란 기자
05:04

그간의 기술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것이었다. 풍요로운 삶이 가져온 만족스러움에, 우리는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는 것은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이 생각들을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쓰레기 산, 플라스틱에 괴로운 해양생물들…지구가 더는 터전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들을 봐주지 않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항목 13~15번(▲기후변화와 대응 ▲해양환경 보전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육상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전)은 그간 우리가 미뤄두었던 기후 변화에 대한 긴급조치, 해양, 육지 자원의 보존 노력 등을 담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할, 인간과 지구,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한 기술은 없을까? 더는 미룰 수 없는 생각들을, 앞서 실천하며 전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있다. 라이프인이 지구를 위해 뛰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 지속가능성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편집자 주]

▲ 헬씨티슈 변건호 부대표. ⓒ라이프인
▲ 헬씨티슈 변건호 부대표. ⓒ라이프인

내가 쓰는 화장지에 흰색이 아닌 누런빛이 돈다면 그것은 지구를 지키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그 화장지가 목재 펄프가 아닌 대안 원료로 만든 것이라면 그렇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던 아마존 열대우림은 최근 농장이나 목축지 개발을 한다며 고의로 불을 지르던 것이 산불로 이어져 장기간 계속되면서 피해가 막대하다. 숲이 불타고 있다는 이야기다. 8월 한 달 동안에만 축구장 420만 개(2만9944㎢)가 불타 지구를 숨 쉬게 하던 나무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통해 나무, 나아가 지구의 건강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헬씨티슈'는 나무를 잘라 만든 펄프가 아닌 대나무원단을 사용한 무표백, 무인공향, 무색소 화장지를 생산, 판매해 나무를 지키고 있다. 예비사회적기업 ㈜헬씨티슈의 변건호 부대표를 만나 그들이 지구를 지키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016년 3월에 설립된 ㈜헬씨티슈는 대나무원단을 이용한 화장지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지구를 위한 사경'에 소개된 바 있는 대나무칫솔 '닥터노아'처럼, 대나무가 나무가 아닌 풀이고, 잘라내도 빠른 속도로 계속해서 자란다는 습성에 착안했다. 지구를 지키고 있는 나무가 덜 잘려나가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 초반에는 밀짚을 이용한 제품을 생산하기도 했는데, 현재는 원재료 수급이 더 안정적이면서도 대안 원단으로서의 속성도 좋은 대나무 제품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 대나무를 원재료로 쓴 ㈜헬씨티슈의 키친타올.
▲ 대나무를 원재료로 쓴 ㈜헬씨티슈의 키친타올.

㈜헬씨티슈의 제품들은 모두 약간 노란 빛을 띤다. 표백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변 부대표는 "초기에는 흰 화장지만 꾸준히 써왔던 소비자들의 익숙함을 고려해 표백한 화장지와 표백하지 않은 화장지 두 가지로 내놓았다. 그런데 우리 제품을 쓰는 소비자들이 대체로 환경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다 보니 오히려 대체로 표백하지 않은 제품을 더 선호하는 면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이제는 모든 제품을 표백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병원에서 쓰는 탈지솜 등은 오염 여부를 알기 위해 표백을 해야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쓰는 화장지는 표백 필요성이 적다"고 덧붙였다.

㈜헬씨티슈 제품들은 온라인 스마트스토어와 아이쿱 자연드림, 두레생협 등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처음 생협에 입점할 때만 해도 일반 화장지에 비해 다소 높은 가격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매출이 기대보다 좋은 편이다. 변 부대표는 "생협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대체로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건강과 지구에 좋은 상품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기존에 다른 대안화장지도 팔리고 있었는데 우리 화장지가 들어가면서 대안 원료를 이용한 화장지 시장이 더 커졌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생협의 경우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품질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은데, 그 부분을 만족시켰다는 점이 의미있다. 우리 제품은 특히 먼지가 적다는 면에서 만족도가 높다"며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온라인을 통해 점점 성장하고 있는 대형 유통망에 들어가면 좀 더 많은 대중과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아무래도 수수료 부담이 있는 대형 유통망보다는 생협 등의 유통망과 우리 온라인스토어를 강화할 생각이다. 이를 통해 아낄 수 있는 경비를 제품 개발에 쓰고, 단가를 더 낮추고 싶다. 환경에 좋은 제품인 것을 알지만 비싸서 못쓰는 사람들이 적어지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 제품 개발에 한창인 대나무 물티슈.
▲ 제품 개발에 한창인 대나무 물티슈.

현재는 두루마리 화장지와 미용티슈, 키친타올 등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데 조만간 물티슈도 출시할 예정이다. 변 부대표는 "우리 물티슈가 PE나 PP 등이 아닌 천연원료다 보니 오랜기간 보관하기 힘들다는 부분을 개선 중"이라고 말했다. 건강 환경에 나쁘지 않으면서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보존제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보존제 부문 협력업체에서 최근 이에 대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고 하니 대나무 원단 물티슈도 조만간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제품을 많이 파는데 집중하는 것도 당장은 나쁠 것이 없다.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제품 개발에 계속해서 나서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PE나 PP 등은 석유계 원료들이다. 이런 것들이 폐기됐을 때 제대로 소각되는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결국 작고 작은 조각들로 분해될 텐데 그게 미세 플라스틱 아닌가? 그게 강으로 바다로, 물고기에게로 인간에게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변 부대표의 설명이다. 물티슈 문제가 미세플라스틱 문제와도 관련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같은 이유로 생협에 대나무 소재가 적용된 생리대 등을 납품하고 있다.

변 부대표는 "물티슈 외에도 꾸준히 대나무원단을 적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찾아 나갈 예정이다. 굴뚝에서 나오는 먼지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나무를 덜 잘라 지구가 가지고 있는 자체 정화 능력을 지키는 것도 건강한 지구를 지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나무와 지구를 지키는 것이 결국 우리를 지키는 길이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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