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낳아서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낳아 서울로 보내라'라던 시대는 이제 지나가고 있는 것일까? '어디서 사느냐보다 누구와, 무엇을 하면서 지내느냐가 중요하다'라는 청년들이 오고 있다. 지역을 찾아 그 지역에 동화되고, 그 지역의 특별한 콘텐츠를 찾아 떠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것. 7일 열린 제2회 'Sub-SOVAC'에서는 로컬의 무한 가능성 'Local:Rise Live 2020 다시 동네에서 Play, Work, Live'라는 주제로, 로컬 콘텐츠를 이용한 기업을 운영하는 운영진과 현재 로컬을 찾아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첫 세션은 '로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주제로 키노트 스피치(keynote speech,기조연설)로 진행됐다. 진행은 임팩트투자 플랫폼 비플러스의 박기범 대표가 맡았다. 체험형 여행앱인 마이리틀트랩의 이동건 대표, 창업교육 전문기관 언더독스 조상래 대표, '우리동네 중고거래'를 표방하는 커뮤니티 업체 당근마켓의 노태준 팀장이 키노트 스피치 연사로 나섰다.
현재 이들이 운영 중인 기업에서는 공통적으로 코로나19로 국내, 로컬을 찾는 수요자들이 확연하게 늘어나는 현상이 확인되고 있었다.
이동건 대표는 "해외 상품이 매출의 90%를 차지했는데 최근 국내 여행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뉴질랜드, 베트남 등 코로나19에서 일찍 회복하고 있는 국가들의 국내선 노선 이용률이 확연히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상래 대표는 "재택근무, 리모트워크(Remote Work)가 갑작스럽게 활성화되면서 일할 곳을 찾는 문의가 늘어났다"며 "이들은 일할 곳을 찾아오지만 지역을 찾아 놀고, 먹기도 한다. 지역 관점에서 리모트워크는 새로운 사람들이 지역으로 내려온다는 것과 이들이 지역의 새로운 에너지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쿠팡 외에는 가장 많은 이용자를 기록하기도 했다는 당근마켓의 노태준 팀장은 "커뮤니티 속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는데 초점을 두고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며 "근거리 지역 중고거래 서비스 외에도 동네 소상공인들의 홍보, 동네 정보 교류 등의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따뜻한 지역사회를 목표로 서비스를 운영한 것이 최근 급속한 성장의 원인"이라고 말해, 현 세대에게도 지역 소속감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현재 성공적인 기업 운영으로 눈길을 끌기도 한 이들은 로컬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한 조언을 하기도 했다. 이동건 대표는 "마이리틀트립 서비스를 분석해볼 때 수용자 중심 콘텐츠들이 성공한 경우가 많았다"며 의욕이 넘쳐 수용자가 원하는 것보다 본인이 보여주고 싶은 것에 빠지는 함정을 조심하라고 조언했다.
조상래 대표는 "리모트워크가 활성화되려면 업무공간도 중요하지만 (잠을)잘 수 있는 공간도 중요하다. 주변에 재미있는 요소(콘텐츠, 사람)가 있으면 가고 싶어진다. 공간과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션2는 '코로나19 이후, 실제 로컬에서 시도되고 있는 변화, 대응방안'을 주제로 조상래 대표가 진행을 맡고 현재 지역에서 삶의 기반을 일궈가고 있는 활동가 3명이 초청돼 패널토크가 진행됐다. 제주 게스트하우스 베드라디오의 김지윤 대표, 강릉의 로컬크리에이티브그룹 더웨이브컴퍼니의 김지우 대표, 커뮤니티호텔 후즈 등을 운영 중인 로컬프렌들리의 김수진 대표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지윤 대표는 "처음에는 베드라디오와 함께 운영하는 주점을 바 형태로 운영하다가 멜(멸치)튀김을 판매하는 맥주집 '멜맥집'으로 바꿨는데 이용객 중 동네주민들의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 특히 베드라디오 직원들은 대부분 외지에서 온 사람들인데 제주 원주민이 엄마의 멜튀김이 생각난다며 들르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로컬에서 나는 재료를 활용한 것이 현지 주민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소재가 된다는 것. 김 대표는 특히 "왜 로컬 콘텐츠 개발하냐고 묻는 분들도 많지만 지역에 뿌리내리고 비즈니스를 하려면 당연히 동화되는 것이 맞다. 그로 인해 고객들에게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도 있고, 하나의 커뮤니티 일원으로 우리가 편입되도록 하는 것이 로컬 콘텐츠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우 대표는 "우리가 '풍덩'이라는 네트워크 파티를 하는데 매월 풍덩을 통해 새로운 분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이분들끼리의 협업이 이뤄지기도 한다"며 "미디어아티스트나 작가들이 일하러 내려왔다가 공유일터가 전시장이 되는 공간의 다각화 현상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더웨이브컴퍼니의 워킹스페이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월 25명, 원데이 상품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30명 정도로 늘었다"며 "이들에게 우리가 꽃을 사는 꽃집, 로스팅하는 원두집, 읽을만한 책 큐레이션도 제공하고 동네 지도도 웰컴킷으로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확실히 사람이 사람을 부른다는 것이 느껴진다"며 "일하러 왔다가 재미를 느낀 사람들이 여행왔다 이주하게 되기도 한다"라고 말해 콘텐츠만큼 함께할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끝으로 그는 ▲개방적, 포용적 커뮤니티 ▲정주할 수 있는 환경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제시했다.
로컬프렌들리 김수진 대표는 "내 경우는 군산에 연고가 전혀 없지만 살게 됐다. 고향에서 일터로 옮겨가며 살다 보니 '우리 동네'에 대한 욕구가 계속 있었다. 그걸 처음으로 만족시켜준 동네인 군산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라며 "'지역에서 사는 것이 뭘까?'라고 묻기보다는 누구와,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다. 컨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민이 되니 재밌는 것'을 해봤을 때 '저렇게 재밌게 살고싶다' 느끼게 하는 것이 사람을 오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최근 리모트워크의 급속한 증가 속에서도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완벽히 온라인으로 업무가 가능한 개발자, 마케터, 작가 등에 잘 맞는 부분이긴 하다"고 말했다. 아직은 모두의 이야기보다 일부의 이야기인 부분이 있다는 것.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바람이 거세진 데다 수도권의 비정상적 확대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 현실 속에서 지역의 삶의 문제는 계속해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임은 분명해지고 있다.
한편 올해 SOVAC 본 행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본 행사 전까지 온라인으로 개별 주제를 다루는 'Sub-SOVAC'을 개최할 예정이다. 제3회 Sub-SOVAC은 8월 12일 임팩트 유니콘을 주제로 역시 온라인을 통해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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