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사경] 친환경도 힙하고 찐하게, 트래쉬 버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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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사경] 친환경도 힙하고 찐하게, 트래쉬 버스터즈
다중참여 행사 플라스틱 솔루션 제공 트래쉬 버스터즈 곽재원 대표 인터뷰
  • 2020.05.25 13:32
  • by 김정란 기자

그간의 기술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것이었다. 풍요로운 삶이 가져온 만족스러움에, 우리는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는 것은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이 생각들을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쓰레기 산, 플라스틱에 괴로운 해양생물들…지구가 더는 터전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들을 봐주지 않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항목 13~15번(▲기후변화와 대응 ▲해양환경 보전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육상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전)은 그간 우리가 미뤄두었던 기후 변화에 대한 긴급조치, 해양, 육지 자원의 보존 노력 등을 담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할, 인간과 지구,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한 기술은 없을까? 더는 미룰 수 없는 생각들을, 앞서 실천하며 전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있다. 라이프인이 지구를 위해 뛰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 지속가능성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편집자 주]

▲ 트래쉬 버스터즈 곽재원 대표. ⓒ라이프인
▲ 트래쉬 버스터즈 곽재원 대표. ⓒ라이프인

'축제가 남긴 흔적', '실종된 시민의식'…축제, 스포츠 응원전, 상업 행사 등 대중 밀집 행사가 끝나고 나면,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제목을 단 기사들이 또다시 쏟아져 나온다. 행사에 사용된 일회용 쓰레기들은 즐거웠던 추억에 부끄러움을 묻힌다.

텀블러를 사용하고,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말자고 하지만, 외부 활동 중 예상치 못하게 일회용품을 만나는 경우는 적지 않다. 최근 코로나19로 음식 배달이 늘어나고, 카페에서 일회용 컵 소비가 일시적으로 재개되는 등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이는 만큼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늘 마음의 짐이 늘어간다.

친환경에 대한 의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자니 귀찮은 일이 많다. 텀블러 하나 들고 다니는 것만 해도 짐이 늘어나는데 더군다나 여가를 즐기러 나서는 길에 자신의 식기를 챙겨 오기란 마음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It's not a big deal!' 친환경 그거 별거 아니라며 당신의 친환경을 도와주겠다는 기업이 나타났다. 트래쉬 버스터즈는 축제 기획자, 디자이너, 업사이클링 전문가 등이 모여 일회용품 문제를 해결하려고 모인 기업이다. 곽재원 대표를 만나 '찐 친환경' 이야기를 들어봤다.

곽 대표를 비롯한 공동 창업자들은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스터디 소모임을 통해 마음을 모으게 됐다. 서울시에서 행사 기획을 맡고 있던 곽 대표는 축제를 진행할 때마다 나오는 수많은 쓰레기를 볼 때마다 복잡한 심경이었다.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면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을까" 그게 트래쉬 버스터즈의 시작이었다. 각기 다른 사업을 하고 있던 공동 창업자들이 다회용 용기를 제작해 대여 서비스를 하는 기업을 창업한 것이다.

▲  트래쉬 버스터즈가 참여한 첫 행사 서울인기 2019. 용기를 받기 위해 줄 선 참가자들. ⓒ트래쉬 버스터즈
▲  트래쉬 버스터즈가 참여한 첫 행사 서울인기 2019. 용기를 받기 위해 줄 선 참가자들. ⓒ트래쉬 버스터즈

트래쉬 버스터즈는 다회용 용기만 제공하고 나오는 서비스에서 그치기보다 이를 좀 더 재미있고, 멋스럽게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미있고, 세련된 느낌으로 참여가 가능해야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기성 용기들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용기를 개발했다. 편리하고, 적합하면서도, 모양이 예쁘다. 곽 대표는 "축제뿐 아니라 배달 용기 제공 서비스도 연구하고 있다. 배달 음식의 경우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식기 모양 등을 결정하는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즐기러 온 사람들에게 '친환경'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 마음의 짐이 되면 성공하기 힘들다. 트래쉬 버스터즈의 친환경은 그래서 문제의식을 앞세우지 않는다. 놀면서도 친환경을 실천하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뻔하지 않은 것도 중요하다. '환경'을 내세우는 기업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녹색이 아니라 주황색을 브랜드를 나타내는 색깔로 선택한 것을 봐도 그렇다. 곽 대표는 "환경에 대한 행사에 가면 주로 녹색을 쓰는 행사들이 많다. 주황색이 그에 배치되는 색깔이어서 눈에 잘 띄기도 하고, 심리적으로는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색깔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다중인원 밀집 행사가 거의 취소됐다. 지난 해 말 개발된 트래쉬 버스터즈의 식기가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올해 초 쇼케이스를 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서는 시기에 만난 악재가 원망스러울만도 하지만, 트래쉬 버스터즈는 이번 위기를 오히려 '넥스트 비즈니스 모델'을 더욱더 깊게 연구하는 기회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곽 대표는 "축제 외에도 일회용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다양한 장소가 있다. 영화관, 야구장 등 음료컵 등 일회용품이 많이 사용되는 사업체들을 파트너로 하는 활동도 진행 중에 있다"고 했다.

비용에 대한 솔루션도 제공한다. 다회용품 사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사실 비용이다. 인당 1000원만 잡아도 만 명이 참가하면 1000만 원인데 '환경비용'으로 이 정도 예산을 세우는 행사는 거의 없다. 곽 대표는 "이 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대신 F&B 쪽과 협력해 다회용기를 이용하면 할인을 해준다. F&B도 일회용품을 쓰지 않기 때문에 가능해진다. 그럼 소비자도 큰 부담 없이 다회용품을 이용하고, 주최 측도 비용 때문에 망설일 필요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번 다회용기를 쓰면 다시 일회용품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에게 그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트래쉬 버스터즈의 다회용기는 폴리프로필렌, PP를 이용한다. 그 역시 플라스틱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플라스틱인 게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버려지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 트래쉬 버스터즈의 문제의식이다. 이 회사의 다회용기는 3, 400번 가량 쓸 수 있고, 다 쓴 용기는 분쇄돼 다시 새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버려지지 않고 순환하게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한 환경 문제의 핵심이라는 생각이다. 곽 대표는 "행사 한 번에 쓰이는 일회용 플라스틱 양과 다회용 용기의 양을 단순 계산만 해봐도 다회용기 5, 6번만 사용해도 일회용을 쓰는 것보다 폐기물량을 훨씬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참여하는 사람들이 직접 느끼도록 전광판에 설치해 그날 아낀 플라스틱의 양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하기도 한다.

▲ 트래쉬 버스터즈에서 디자인한 다회용 용기들. ⓒ라이프인
▲ 트래쉬 버스터즈에서 디자인한 다회용 용기들. ⓒ라이프인

트래쉬 버스터즈의 다회용기들은 일단 예쁘게 생겼다. 굿즈로 만들어도 경쟁력이 있을 수 있겠다는 말에 "또 다른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원하지 않아 굿즈 제작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새 제품을 뜯으며 생기는 패키지 쓰레기 등이 나오는 사업은 트래쉬 버스터즈의 방향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썼던 용기를 다시 쓴다고 생각하면, 가장 신경쓰는 것은 위생이다. 공장을 마련해놓고 대량으로 세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곽 대표는 "미생물검사 결과 새 일회용을 막 뜯었을 때보다 더 적은 양의 미생물이 검출된다"며 위생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곽 대표는 "첫 행사의 기억이 강렬하다. 서울시 행사였는데 사실 처음이라 컴플레인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 반대로 환경 행사도 아닌데 다회용기를 쓰는 것이 너무 좋았다는 피드백이 나와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당시에는 식기 개발 전이어서 노란 컵을 이용했는데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손에 모두 노란 컵이 들려 있는 모습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들의 첫 행사는 지난해 9월 열린 '2019 서울인기'였다. 이 행사에 트래쉬 버스터즈 서비스가 들어가면서 전년도(2018년) 대비 일회용 쓰레기 98%가 감축됐다. 트래쉬 버스터즈 측은 "현장에서 나온 쓰레기 또한 F&B측에서 식음료를 준비하며 가지고 온 쓰레기가 대부분이었고, 관객으로부터 발생한 일회용 쓰레기는 제로에 가까웠다"고 파악하고 있다. 행사가 끝난 뒤 풍경도 일회용품을 쓰는 행사와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눈으로 확인되는 친환경이 트래쉬 버스터즈의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친환경에 대한 구호는 높지만, 아직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는 적은 것이 사실이다. 곽 대표는 그에 대해 아쉬움을 살짝 드러냈다. "어느 지자체에서 하는 환경 포인트 행사에 연락해봤더니 그냥 문구만 있고, 실체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하지만 현실도 바뀌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파트너십에 관심을 갖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지역을 직접 방문해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을 만나고 트래쉬 버스터즈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특히 축제가 많기 때문에 이는 트래쉬 버스터즈의 내일에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대신해주겠다고 하면 친환경을 거부하는 사람이 있겠나?"라는 곽 대표의 말에는 자신감이 가득 들어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모이는 장소에서 트래쉬 버스터즈의 주황색 용기가 보일 날이 최대한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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