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현장] 디지털 격차를 없애는 행복한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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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현장] 디지털 격차를 없애는 행복한 소통
(주)소나기커뮤니케이션 어윤수 대표 인터뷰
  • 2020.05.07 16:37
  • by 전윤서 기자

2016년 개봉한 켄 로치 감독의 작품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성실히 살아온 한 남자, 다니엘 블레이크의 이야기를 묵묵히 담아냈다. 다니엘은 심장병 진단을 받고 당장은 일을 하기 힘들다는 담당 의사의 권고로 40년 동안 해온 목수 일을 그만두게 된다.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다니엘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보조금인 질병 수당을 받기 위해 일자리플러스센터(Job Plus Center)를 찾아간다. 기관 관계자는 다니엘에게 우선 구직 수당 신청이 필요하다며 인터넷을 통해서만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자 다니엘은 "못 할 거 같은데. 차라리 집을 한 채 지으라 하시오. 컴퓨터는 근처도 안 가 봤소"라며 난색을 보인다. 70대에 난생처음 사용해보는 컴퓨터는 마우스 커서(mouse cursor)를 움직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디지털 격차는 새로운 사회적 불평등이다.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보 취약계층에 속하는 장애인ㆍ고령층ㆍ농어민ㆍ저소득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9.9%였다. 정보 취약계층의 정보화 수준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었다. 하지만 농어민과 고령층은 일반 국민보다 29.4%, 35.7% 떨어진 수치로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또한 디지털 접근 역량은 높았지만 컴퓨터ㆍ모바일 스마트기기ㆍ인터넷의 기본적인 이용 능력과 양적, 질적 활용 정도는 60%를 웃돌며 낮은 수치를 보였다. 즉, 유무선 정보기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능력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 (주)소나기커뮤니케이션 어윤수 대표가 BCPF콘텐츠학교 앞에서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라이프인
▲ (주)소나기커뮤니케이션 어윤수 대표가 BCPF콘텐츠학교 앞에서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라이프인

■ '영상미디어를 통한 행복한 소통'

디지털 기기를 통틀어 미디어(Media, 매체)라고 한다. 미디어는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주)소나기커뮤니케이션이 말하는 미디어를 통한 소통은 단순히 전달의 의미만 가지는 것이 아니다. 미디어 소외계층이 미디어를 다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디어기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결국 개인의 자아실현에 가깝다. 제작자의 의도보다는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이들의 삶이 더욱 중요하다. 소나기커뮤니케이션의 어윤수 대표는 "그들의 일상, 그들의 관심사, 그들이 하는 일에 그들 스스로가 주목할 때 우리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시 도고면에 자리 잡은 소나기커뮤니케이션은 '소통과 나눔의 기록'의 줄임말이다. 20년가량 개인사업체를 가지고 활동을 하다 한계를 느꼈다는 어 대표는 체계적으로, 조직적으로, 지속가능 하려면 개인 활동가로서의 역량은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함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이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이에 어 대표는 2016년도에 법인을 설립했으며 2017년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 2018년도에는 고용노동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어 올해로 3년째 소나기커뮤니케이션을 이끌고 있다. 

사회복지사 출신인 어 대표는 "복지의 영역을 기준 잡을 때 그냥 사는 것에서 잘사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이것은 밥을 먹을 때 그냥 먹는 것과 보기에도 좋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의 차이이다. 특히 미디어 분야의 복지가 열악하다. 소외계층이 영화도 즐기고 나아가 카메라로 직접 촬영을 해보는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소나기커뮤니케이션은 방송콘텐츠진흥재단에서 위·수탁 업무협약을 맺고 BCPF(Broadcasting Content Promotion Foundation)콘텐츠학교를 운영 중이다. 어 대표는 이 공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위탁받기 전에도 10여년 BCPF콘텐츠학교 운영에 참여해 온 것도 있지만 도시(수도권)와 달리 지역과 농촌은 미디어를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의 의무와 역할이 크다는 책임감 때문이기도 하다. 재단이 설립한 BCPF콘텐츠학교는 70년의 역사를 간직한 채 2005년 폐교된 화천분교를 2011년 리모델링해 미디어 교육의 대안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농촌지역 청소년을 위한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교육, 다문화 자녀를 위한 미디어교육,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인터넷 방송교육 등 지역의 디지털 정보와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2019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 메이커스페이스사업에 선정되어 사업을 겸하고 있다. 메이커스페이스 또한 하나의 미디어로 농촌 공동체 활성화를 목표를 가진다. 주민들은 레이저컷팅기, UV프린터, 3D프린터, 목공 기술을 활용해 머릿속으로 생각만 했던 물건을 직접 만들 수 있다. 

▲ (左)영화상영실, (右)숙박이 가능한 기숙사 ⓒ라이프인
▲ (左)영화상영실, (右)숙박이 가능한 기숙사 ⓒ라이프인
▲ (左)메이커스페이스 목공방, (右)방송실 ⓒ라이프인
▲ (左)메이커스페이스 목공방, (右)방송실 ⓒ라이프인

■ 온라인 수업의 혼란? 소나기커뮤니케이션이 도와드려요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정보의 격차는 더욱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경우 컴퓨터가 없어 수업을 못 듣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교육부와 시ㆍ도교육청은 정보의 격차가 교육의 격차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스마트기기 대여 제도'를 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몇몇 아이들은 스마트기기가 있어도 회원가입, 로그인 방법을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어 대표는 자신이 사회복지사였기 때문에 이러한 사각지대를 잘 볼 수 있었고 현재 소나기커뮤니케이션이 맡은 역할도 미디어 분야에 특화된 사회복지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모두가 처음 경험해보는 온라인 수업에 현장에 계시는 선생님들도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 정보에 취약하거나 이를 어려워하는 곳에 찾아가고 있는 소나기커뮤니케이션은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듣고 관련된 프로그램을 구성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전부터 온라인에서는 이론 교육을 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실습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일명 거꾸로 교실)' 수업을 집중해왔던 터라 이번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수업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준비해오던 활동들을 펼쳐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작년만 하더라도 "온라인 교육? 그거 왜 해?"라며 핀잔을 주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필요한 필수적인 과정이 되었으니 이 상황이 어 대표는 반갑기도 하다고.

온라인 강의 제작을 돕기 위한 수업은 모두가 어색했던 초반과 달리 회차를 거듭할수록 활기를 띠고 있었다. 자발성이 생긴 선생님들은 어떻게 하면 수업에 응용할 수 있을지 수업 시간이 끝나도 질문이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 (주)소나기커뮤니케이션 제작팀과 어윤수 대표가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라이프인
▲ (주)소나기커뮤니케이션 제작팀과 어윤수 대표가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라이프인

어 대표는 일하는 사람이 행복하게 일하는 것이 소나기커뮤니케이션이 꿈꾸는 미래라고 말했다. "뻔한 이야기지만 중요한 이야기이다. 매번 직원들에게 재밌냐고 물어본다. 힘들어도 재밌어야 하니까. 재밌고 행복한 회사를 만들어내는 것이 꿈이다." 소나기커뮤니케이션에는 유독 젊은 사원들이 많았다.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어 대표의 신념 때문인지 인터뷰 내내 마주친 사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어 대표는 그동안 어려움은 없냐는 질문에 '같이 일하는 사람을 구하는 것'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어 "아산시사회적경제과에 많이 감사하다.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아산은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기 좋은 지역이다. 시설비 지원은 물론 호서대학교, 순천향대학교 등 지역대학교와 연계해 청년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기회도 많이 제공해 준다. 무엇보다 이러한 기반 위에 사회적협동조합 품(아산지역 사회적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설립한 협동 조합)과 같은 당사자 기업의 활발한 참여와 활동이 이루어 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나기커뮤니케이션의 주력 사업은 콘텐츠 제작이다. 학교폭력 가해자 이야기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꼴통', 병천 고등학교 양궁부 이야기를 담은 '보이후드, 그 해 여름 우리는 뜨거웠다' 등은 전주국제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호서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어 베트남 유학생들이 출연해 100% 베트남어로 만드는 한국식 예능도 제작할 예정이다. 특히 실버앱 '지팡이'를 제작해 정보 취약계층인 농촌에 사는 고령층의 정보화를 돕고자 한다. 앱을 실행하면 글자가 커지고, 문자를 소리로 읽어주고, 휴대폰이 일정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을 시 보호자에게 알림이 울리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청소년 상담센터에서 일하던 당시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관심을 두었던 디지털 미디어는 이제 소나기커뮤니케이션이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가 되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온라인은 거리와 시간의 개념을 초과해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더 풍성하게 해준다"는 어 대표의 말처럼 소통과 나눔의 기록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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