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픔 이겨내는 '세월호 마을'
상태바
세월호 아픔 이겨내는 '세월호 마을'
'힐링센터0416 쉼과힘'...유가족과 함께 다양한 마을활동 펼쳐
  • 2018.01.29 17:46
  • by 강찬호 기자
힐링센터0416 쉼과힘 임남희 사무국장은 세월호 어머니들이 스스로의 아픔을 치유해가며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활동에 나서고 있다며, 세월호에 대한 승화된 기억의 힘이라고 말했다.

재난 이후,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은 당사자들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당사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원래 삶의 자리로 복귀해야 한다. 그 과정을 찬찬히 보면 우리 사회가 재난을 대하는 태도, 그 안에서 사람의 문제를 어떻게 대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당사자의 몫으로 전가되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의 역량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문제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도 다르지 않다. 지난 1월25일 (사)씨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관한 제1회 시민경제포럼에서 소개됐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자구적인 노력은 진상규명, 미수습자 수습 흐름과 함께, 안산 지역에서 이웃들과 함께 삶을 회복하는 흐름으로 전개됐다. 진상규명은 정권교체와 2기 특별조사위 가동이 준비되고 있어 탄력을 받고 있다. 미수습 문제도 세월호 선체 인양과 함께 유가족들이 장례를 치름으로해서 미흡한 가운데 한발 내디뎠다. 동시에 지역에 남아,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했던 유가족들의 노력이 있었다.

이러한 유가족들의 노력은 세월호 아픔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공간인  '힐링센터0416 쉼과힘'(이하 센터)을 통해 이뤄졌다. 센터는 단원고와 인접해 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이 문제가 언론을 도배할 당시 취재진은 이 센터 옥상에 올라, 단원고 전경 사진을 찍을 정도의 위치였다. 센터 운영주체는 감리교 명성교회로, 교회 옆 건물이다. 단원고에 다니던 학생들 중 6명의 학생들이 이 교회에 다녔고 희생됐다. 교회도 적극 나섰고 센터를 열었다. 선부종합사회복지관, 연세대 상담코칭지원센터도 함께 협력했다. 2014년9월15일, 3년을 기간으로 센터를 열고 활동에 들어갔다. 정부 지원 없이 각 계 후원으로 5억3천만원이 모금됐다. 센터를 열고 무엇을 해야 할지 막연했지만, "정이 넘치는 고잔동, 문화마을을 내세우는 마을, 단원고 학교 가는 길이 예쁘고 봄꽃이 예쁜 마을, 이사 오면 이사 가고 싶지 않은 마을 그리고 쉼과 삶이 있는 동네"에 기반해, "416을 기억하고 함께 하는 동네"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우선 센터 옥상에 '온유의 뜰, 소생의 정원'을 조성했다. 온유는 이 교회 관리집사인 딸 이름으로 세월호 희생 학생이다. 여행자 보험금으로 나온 금액 중 2천만원을 교회에 십일조로 기부했다. 1천 만원은 온유의 뜰에서 학교를 바라 보며 기억하고 고민하는 공간을 조성하는데 사용됐다. 나머지 1천만원은 '온유장학금'으로 사용됐다. 센터 옥상 공간은 이렇듯 아픔을 기억하고 성찰하는 공간으로 탄생했다.

'소중한 생명길'도 조성됐다. 마을 길 한 켠에 분향소가 설치되었고, 마을을 방문하는 이들의 분향소가 되었다. 이곳 분향소에서부터 온유의 뜰까지 마을 길을 '소중한 생명길, 단원고 소생길'로 이름을 붙이고 팻말을 설치했다. 마을 방문자들은 이 길을 걸으며 학생들이 걷던 길을 기억한다. 마을해설사들이 고잔동 마을에 대한 이야기,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 등 마을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곳을 소중한 생명길 성지로 선포했다. 제주도는 평화,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이다. 안산 고잔동은 생명과 안전에 대한 상징적 공간으로 기억해가자는 취지이다. 5월에 어머니들 만나면서 재난 이후 우리 마을이 어떻게 가야 할지, 희생자 가족들, 주민들과 함께 고민했다." 

쉼과힘 임남희 사무국장의 말이다. 임 국장은 동료 2명의 상근 활동가와 함께, 센터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을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온유의 뜰, 마을길을 시작으로 마을활동은 커져갔다. 마을 활동을 시작하면서 고잔동에 대한 옛 기록들을 채록했다. 화가와 함께 마을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도 진행하고, 채록과 함께 마을을 소개하는 책도 만들었다. 마을을 안내하는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할 정도로 성과가 있었다. '이웃들의 기억 꽃집'도 있다. 광화문 세월호 광장의 416공방에서 배운 솜씨를 지역에서 활용해 지역에서 창작공방으로 열었다. 이웃에게 다가가서 이웃들과 함께 노란 종이꽃을 만들어 이웃들의 기억꽃집에 전달한다. 실과 바늘을 통해 이웃은 더 가까워 진다.

손주, 손녀를 잃은 어르신들의 상처도 컸다. 이 어르신들은 손주, 손녀를 잃었고, 또 자녀를 잃은 자식들을 같이 봐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센터는 어르신들을 초대하고 합창단을 만들었다. 합창단에서 어르신들은 트로트를 불렀다. 노래를 잃었던 어르신들이 합창단 활동을 통해 노래를 되찾았다. 40명이 참석하는 합창단은 마을의 여러 행사에 초대되기도 하고, 안산 예술의전당 무대에 설 정도로 활성화되었다. 

센터는 어르신 합창단 외에도 아이들이 희생되어 없어질 운명에 처한 연극반을 열어 뮤지컬도 하고, 가족오케스트라단도 만들었다. 

"아이들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가족이었다. 생명을 잃어가면서 기억하려 했던 가족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케스트라는 여러 악기가 모여 하모니를 낸다. 악기를 다루는 것이 서툴러 실수도 있지만, 참가자들 호응은 좋다. 지원이 끊겨도 자부담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레슨을 받고 있다. 매년 4월이면 기억공연을 하고 있다."

임남희 사무국장은 이런 세월호 유가족 어머니들의 활동을 '승화된 기억'이라고 표현했다. 스스로의 아픔을 이겨내면서 이웃들의 아픔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승화된 기억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려움을 겪는 다른 현장을 기억하며 응원을 보내고, 연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머니들의 앞서 나가는 모습에서 배운다. 앞으로 이러한 승화된 기억의 할동들이 어떤 응원으로 나타날지... "

"주민들과 이웃들이 함께 회복하고 있다. 기억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살았던 마을이 더 아름답게 만들어지는 과정, 꽃집, 창작공방을 통해 이웃들이 만나고 성장하고 있다. 트라우마, 외상을 겪은 후 다시 성장하는 과정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시민들과 함께 '416재단'도 만들고 추모공원도 만들어 가고 있다. '마을 단위로 재난에 개입한 최초의 마을이다'라는 자긍심을 주민들에게 고취시켜 가고 있다. 생명과 안전의 고잔동으로 거듭나고 있다. 유가족들은 도심 한 복판에 추모공원을 조성해야 하는지에 대해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 

"혐오시설이 아닌데, 잘 지을텐데...가엽게 간 아이들에게, 돈 밖에 모르는 대한민국이 아닌, 초모시설이 들어서면 (대한민국이) 다르게 보일 텐데...."  

호성이 엄마이 말이다. 남편과 함께 전국을 돌며 싸웠고, 고잔동 동네에 와서 이웃들에게 상처도 받았다. 그래도 일어서서, '내가 좋아하는 고잔동에서 마지막으로 해보자'하는 마음으로 마을 활동에 나섰다. 안산시민들과 유가족들이 같이 살아야 하는데 왜 사이가 안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리고 마을 활동을 하면서 원망에서 회복이 되고있다. 

"남는 것은 결국 사람 밖에 없다. 엄마들이 마을 활동가로 나아가기 위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나는 아이들 때문에 성장한 엄마이고 지금도 배우고 있다." 

안산 고잔동 마을은 아픔과 슬픔을 간직한 마을이 되었지만, 비탄에 머물지 않고 다시 일어서고 있다. 당사자 스스로, 그리고 이웃들과 함께, 재난으로부터 일어서고 있다.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요기사
인기기사
  • (0731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62길 1, 1층
  • 제호 : 라이프인
  • 법인명 : 라이프인 사회적협동조합
  • 사업자등록번호 : 544-82-00132
  • 대표자 : 김찬호
  • 대표메일 : lifein7070@gmail.com
  • 대표전화 : 070-4705-7070
  • 팩스 : 070-4705-7077
  • 등록번호 : 서울 아 04445
  • 등록일 : 2017-04-03
  • 발행일 : 2017-04-24
  • 발행인 : 김찬호
  • 편집인 : 이진백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소연
  • 라이프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라이프인.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