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 문제는 디지털 격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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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 문제는 디지털 격차다
[아프리카 소셜벤처 기행 ⑬]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디지털 기술, 디지털 거리를 좁히는 소셜벤처
  • 2020.04.14 08:30
  • by 엄소희 (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최근 SNS에서 한참 돌았던 이 '짤'을 본 적이 있는지? "회사에서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것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고르는 퀴즈였는데, 정답은 CEO도, CTO도 아닌 COVID-19로 체크되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회사가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온라인 기반 소통을 비롯한 업무 체계를 정비한 데서 착안한 것일 게다.

▲ SNS에서 유행했던 퀴즈 이미지 캡처본
▲ SNS에서 유행했던 퀴즈 이미지 캡처본

실제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은 우리 사회의 많은 모습을 바꾸어 놓았다. 세계 정상들의 회담이 온라인 영상 회의로 개최되고, 대기업들이 앞서 전면 재택근무를 선언했다. 매장 대신 온라인 쇼핑과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대면 접촉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가운데 대면 접촉을 피하면서도 사회 생활이 가능할 수 있게 하는 통신 및 디지털 기술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지만 사회와 생활은 굳이 그에 맞추어 가지 않았다. 굳이 바꿀 이유가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 익숙한 것이 편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코로나는 우리를 '디지털 사회'로 밀어냈다. 불과 몇 달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와 관련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온라인 개학' 문제가 아닐까 싶다.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에 이어 온라인 개학이 결정되기까지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대혼란에 빠져 있었다. 연기에 연기가 거듭된 끝에 온라인 개학이 확정되자, '모든 학교와 가정에 이를 실행할 만한 준비가 되어있는가'하는 물음이 뒤따랐다. 중3과 고3의 우선 개학에 앞서 교육부는 보유하고 있는 수만대의 스마트 기기를 미보유 학생들에게 보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진행 중이다.

(다시 한 번)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사회와 생활에서 그에 맞추어 가려면 넘어야 할 장벽들이 있다. 첫번째는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기기(device)이고, 두번째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literacy)이다. 기기의 보유, 그리고 이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유무가 동일하지 않은 것, 여기에서 발생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를 디지털 격차라고 한다. IT강국이라 일컫는 대한민국에도 디지털 격차가 존재한다. 그 격차가 더 벌어져 있는 국가와 사회도 있다. 아프리카 대륙도 ‘격차가 큰’ 지역 중 하나다.

이번에 교육부에서 학생들에게 스마트 기기를 대여해주는 모습을 보며 떠올린 사진이 한 장 있다. 몇 년 전 SNS에서 화제가 되었던, 가나의 컴퓨터 교사가 칠판에 모니터를 그려가면서 수업하는 모습이다.

▲ 가나의 교사 Owura Kwadwo Hottish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되었던 수업 모습
▲ 가나의 교사 Owura Kwadwo Hottish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되었던 수업 모습

모든 학생들이 졸업 전에 치러야 하는 국가 시험에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가 필수 과목인데, 학교에 컴퓨터가 단 한 대도 없어 자구책으로 화면에 나타나는 프로그램 창을 하나하나 그린 것이다. 이 사진이 화제가 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컴퓨터를 기부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에서 ICT를 필수 교양으로 삼고 교육 과정에 넣고 있지만, 기기의 확보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기기의 보급이 떨어지다 보니 이를 익히는 사용 능력도 확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아프리카 대륙은 가장 빠르게 모바일 보급율과 스마트폰 사용율이 증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젠더, 나이, 소득 수준 차이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내 디지털 격차 해소와 취약 계층의 디지털 능력 신장을 위해 활약하는 소셜벤처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이 중에 비교적 넓은 범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해보겠다.

먼저 소개할 소셜벤처는 남아공의 Siyafunda CTC(Siyafunda Community Technology Centre)이다. Siyafunda는 남아공의 줄루어로, '우리는 학습한다'라는 뜻이다. 기술 교육과 기술 발달을 통한 지역개발을 추구하는 소셜벤처로, 가장 큰 특색은 다양한 파트너십이다. 특히 지역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 기반 ICT 교육을 광범위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Siyafunda가 내세우는 목표는 '모든 시민이 이메일 주소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메일이나 인터넷 사용 등 간단한 내용부터 비즈니스 기술 개발까지 폭넓은 주제를 가지고 학습자에게 맞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평균 학습 과정은 1개월이며, 타사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 Siyafunda CTC의 어린이 교육 모습 ⓒ Siyafunda CTC
▲ Siyafunda CTC의 어린이 교육 모습 ⓒ Siyafunda CTC

Siyafunda CTC는 일반 대중 및 지역 사회를 대상으로 기초적인 디지털 기술을 훈련시킬 뿐 아니라, 청소년과 실업자, 장애인 대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 디지털 기술을 제공하기도 한다. 훈련을 마친 훈련생들에게는 채용 대행사를 비롯한 각종 일자리 네트워크를 공유하여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Siyafunda CTC가 대중적인 디지털 기술 훈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가나의 DreanOval은 더 전문적인 훈련을 제공한다. DreamOval 역시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특히 청소년 및 청년 교육에 집중한다. 

▲ DreamOval의 청소년 교육 모습 ⓒ DreamOval
▲ DreamOval의 청소년 교육 모습 ⓒ DreamOval

DreamOval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 FemITI는 여성 청소년에게 코딩과 로봇 공학 교육을 제공하여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이다. 일반적인 디지털 사용 능력에서 나아가 여성들이 기술 산업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기업가 정신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외에 Africa Code Week의 주요 참여자로 교사와 학생들에게 코딩 교육을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물리적 격차, 물질적 격차의 해결 방안으로 손꼽히는 디지털 기술을 모두가 누리기 위해서는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프리카에서 기기의 보급과 접근성 확대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있지만, 교육과 훈련 차원의 접근은 소셜벤처들을 통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소셜벤처들이 지역 간의 격차, 계층 간의 격차를 줄이는 데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코로나가 앞당긴 미래사회에 아프리카 역시 함께 움직이고 있다. 지역적 구분보다는, 시대적 변화를 함께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그 지혜를 나누어야 할 때다.

 

엄소희
케냐와 카메룬에서 각각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됐다. 좋아하는 것(먹는 것과 관련된 일)과 하고 싶은 것(보람 있는 일), 잘하는 것(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의 접점을 찾다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아프리카 음식점을 열었다. 르완다 청년들과 일하며 '아프리카 청춘'을 누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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