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미디어'가 커뮤니티 매니저를 겸하는 마을방송국 동작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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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미디어'가 커뮤니티 매니저를 겸하는 마을방송국 동작FM
  • 2020.04.07 13:42
  • by 정설경 객원기자
ⓒ  동작FM
ⓒ 동작FM

동작FM은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통해 콘텐츠를 방송하고, 기획이나 구성, 편집 등을 주민들이 직접하고, 활동가들은 일절 '데스킹'(편집)하지 않는다. SNS채널을 통해 홍보하며 채널 구독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마을방송국 중에는 구독자와 친구수가 비교적 많은 것이 자랑이라면 자랑이다. 한국 사회를 상대로 한 거대담론보다는 마을 단위의 현안을 얘기하고, 주민들이 공감하는 의제를 발굴하는 게 미션이다.

코로나19를 물리치려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두의 '사회적 일상'이 멈췄다. 만남을 자제하려니 무료한 시간이 길어졌다. 누군가를 만나고 얘기하고픈 욕구를 동네에서 찾았다. 2013년 상도동 주민이 됐을 때 알게 된 마을미디어, '동작FM'은 요즘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마침 최근에 기존 지하 공간에서 지상까지 공간을 확장한 터라 활동가들은 공간을 함께 꾸미며 멈춘 사회적 일상을 채웠다. 날마다 변해가는 공간의 모습을 SNS로 접하던 차에 단장한 동작FM의 공간도 궁금하고, 마을미디어로 성장한 시간을 담고 싶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우리는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 양승렬 방송국장의 생각을 물었다.

마을미디어로 커뮤니티를 열다 

▲ 양승렬 동작FM 방송국장 ⓒ 동작FM
▲ 양승렬 동작FM 방송국장 ⓒ 동작FM

양승렬 국장이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게 된 것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시는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시민들의 미디어를 통한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했다. 당시 양승렬 국장은 마음 맞는 동네사람들과 함께 동작구 마을라디오 사업으로 응모하여 처음엔 떨어졌으나, 동네 네트워크를 보강하여 아마존 프로젝트(아줌마 아저씨들이 마이크 잡고 좋은 마을 만들기)라는 마을미디어 사업을 수행하게 되었다. 마을미디어 활동을 함께 할 수강생 교육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주민DJ 양성교육이 시작되었다. 2012년 9월 5일 수요일 저녁, 성대골마을학교. 마을미디어 교육이 처음 열리던 날짜와 장소다. 너무나 긴장되었고, 몇 명이 올지 설레였다. 수강생은 많지도 적지도 않은 15명. 이렇게 배출된 수강생들끼리 의기투합하여 2013년 1월 지금의 지하 공간에서 동작FM을 개국했다. 당시 15주 간의 교육을 수료한 수강생들은 동작FM의 창단멤버이자 방송을 만들어 가는 주민DJ가 되었다. 현재 스튜디오로 사용하고 있는 지하 공간은 원래 양승렬국장과 영상작업하는 친구들의 작업공간이었다. 개국 당시엔 이 공간을 요일별로 나눠서 공유하다가 영상작업팀이 철수하면서 동작FM의 아지트가 되었다. 개국 초기 1년은 양승렬 국장이 실무와 운영을 책임지기로 하고, 운영비는 함께 교육받으며 개국을 준비한 10명이 십시일반 갹출하여 모았다. 

자율과 독립의 매체, 동작FM은 무엇으로 사는가

동작FM은 개국하면서 동시에 후원자들을 모았다. 매월 소액 기부자들의 총액이 20여만원 정도, 차차 월 3,40여만원으로 늘었다. 많지 않은 후원금은 마이크 등 최소한의 장비를 마련하는데 종잣돈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마을미디어'는 정말 생소한 세계였지만 왜 이런 활동이 지역사회에 필요한지 설명하고 참여를 요청하면 호응을 해 주었다. 어느 문턱을 넘으니 후원자는 50명으로, 지금은 지역 주민 100여명을 후원 회원으로 둔 풀뿌리 시민단체이다.

▲ 동작구 마을계획단 단장들이 함께 만든 방송 ⓒ동작FM
▲ 동작구 마을계획단 단장들이 함께 만든 방송 ⓒ동작FM

지하의 스튜디오는 콘텐츠를 제작하며 사무업무까지 보는 공간으로 쓰이다가 얼마 전에 2층 공간을 얻어 사무공간을 분리할 수 있었다. 이 건물은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해서 후원회비로 월세를 해결했고, 양승렬 국장은 2014년부터 소액의 활동비를 받기 시작했다. 꾸준하게 이어온 마을미디어 활동과 콘텐츠가 기반이 되어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과 마을미디어사업을 꾸준하게 이어올 수 있다.

서울시의 마을미디어 지원으로 자치구마다 마을미디어가 탄생할 수 있었고, 이 길을 먼저 걸어간 동작FM의 경험은 산파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동작FM이 쌓아온 마을미디어 모델은 지방으로 확산되어 노하우를 들려달라는 요청이 많아 출장이 잦아졌다. 초창기부터 꾸준하게 유지해 온 동작FM의 후원회비에 외부교육, 그리고 공간이나 장비대여, 인력지원으로 넉넉지는 않아도 동작FM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기반이 되도록 해 주었다. 기획과 연구용역(문화예술프로그램/프로젝트)을 수행하는 점도 이채롭다. 지자체의 지원사업까지 수행하면서 가동할 수 있는 활동가 규모도 4명에 이르러 지역사회에서 일자리를 유지해 가는 꽤 알찬 민간조직이라 할 수 있다. 

▲ 강원도 고성에서 마을라디오를 배우러 온 손님들 ⓒ동작FM
▲ 강원도 고성에서 마을라디오를 배우러 온 손님들 ⓒ동작FM

마을미디어 활동가는 어떻게 탄생하고 성장하는가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은 모두 마을미디어 활동가로 대우한다. 이들은 어떻게 탄생하고 성장하고 있을까. 초창기 교육으로 양성된 동네 주민DJ들은 동작FM이 개국하는데 큰 동력이 되었다. 지금은 주민DJ들의 열정뿐만 아니라 활동가들의 안정적인 조직 운영과 사업 확장 등이 결합하여 시너지를 내고 있다.

동작FM은 후원회비만으로는 운영이 어렵고 다양한 지자체 지원사업과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활동가의 성장과 조직의 안정이라는 순환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동작FM을 지켜주는 핵심 동력들이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이제는 덩치 큰 보조금사업도 거뜬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초창기엔 보조금 사업 하나도 수행하기 쉽지 않았는데 연차가 쌓이면서 성장한 활동가가 주축인력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는 뉴딜활동가 일자리지원을 받고 있어서 부족한 인력도 지원받고, 전문성을 지닌 지역의 활동가들이 기회를 얻어 성장하고 있다. 동작구 주민이면서 공동체활동을 경험했던 주민들이 동작FM의 주민DJ 및 상근활동가로 나서고 있어 수월하다. 다만 한해살이처럼 지원받는 구조라서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지만, 미디어와 결합할 수 있는 지원사업은 피하지 않고 있어 이렇게라도 운영구조를 가질 수 있는 것이 다행이다.

▲ 노량진2동 마을계획단 회의 ⓒ동작FM
▲ 노량진2동 마을계획단 회의 ⓒ동작FM

노량진2동 통장의 에티오피아 난민과 콜라보

마을미디어 활동가인 그는 노량진2동의 오랜 주민으로서 통장 역할도 하고 있고, 마을계획단의 부단장을 맡고 있다. 작년말 중앙일간지 지면을 크게 장식했던 에티오피아 난민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노량진 주민들과 에티오피아 난민들의 교류가 그것인데 이 교류의 산파도 양승렬 통장이었다. 노량진에 정착한 에티오피아 난민을 만나며 주민들과 만남을 주선했고, 지금은 함께 어울렁더울렁 하는 사이로 정착하게 한 핵인싸다. 동작FM 작년부터 '로컬랩 동네발전소'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지역주민이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미션이다. 이주민이 들어오면서 그들과 선주민이 어울려 함께 사는 것을 노량진2동 마을의제로 수행하게 되었다. 

▲ 고국에 코로나19 관련 소식을 전달하는 에티오피아 이주민들의 방송 ⓒ 동작FM
▲ 고국에 코로나19 관련 소식을 전달하는 에티오피아 이주민들의 방송 ⓒ 동작FM

자치구나 동이 나서서 이주민이나 난민을 얘기하기란 쉽지 않다. 2019년 봄, 마을의제로 쓰레기문제를 생각했는데 동네에 자꾸 아프리카 이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혹시 이방인들이 쓰레기를 방치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동작FM이 먼저 에티오피아 난민을 만났다. 2019년 8월에 처음 만났는데 대부분 엘리트 출신들이고 쓰레기를 배출할 때 지켜야 할 수칙을 잘 이해하고 실제 잘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노량진에서 주민들과 어울리고 싶어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주민센터와 동장에게 적극 전달했고, 9월에는 공식적인 만남의 장을 열었다. 주민센터 대강당에서 에티오피아 커피를 주제로 선주민과 이주민이 만났고, 늦가을엔 음악회로 만났다.

세 번째 만남은 에티오피아 음식으로 이뤄졌다. 마침 동작FM 바로 옆에 에티오피아 레스토랑을 열게 된 직후여서 좋은 기회였다. 이렇게 잦은 만남을 통해 노량진2동 직능단체 당사자들은 이주민에게 호의적이었고, 서로 마음의 문을 차차로 열게 되었다.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로 맺어진 노량진은 이제 에티오피아 이주민들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올해와 내년 로컬랩동네발전소의 미션은 선주민과 이주민이 평등하고 평화롭게 만나는 것이다. 이주민들도 주민의 대표성을 갖고 주민권을 보장받도록 만들고 싶다.

매체파워도 갖고 싶다

동작FM은 올해가 중요한 분기점이다. 공간을 확장했고, 인력도 채워졌다. 사이즈가 커진 만큼 공간을 매개로 지역사업을 확장하려고 한다. 사회적으로도 코로나 이후 우리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과제가 나오지 않을까. 온라인 활동 플랫폼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온라인 회의와 온라인 교육을 위한 플랫폼이 개발될 텐데 지역사회 주민들의 온라인 공론장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공익성을 겸비하면서 사업성을 갖춘 플랫폼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고령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 시점이다.

▲ 노량진2동 마을공론장을 앞두고 기획상황실 역할을 했던 동작FM 스튜디오 ⓒ동작FM
▲ 노량진2동 마을공론장을 앞두고 기획상황실 역할을 했던 동작FM 스튜디오 ⓒ동작FM

어쩌면 이런 고민을 누구보다 선도적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앞으로 큰 바람이 있다면 동작구에서 공공의 영역을 책임질 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생겼으면 좋겠다. 자치구별로 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움직임이 있는데 동작FM도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시기가 왔다. 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동네에 있으면 중장년층과 청소년에게 필요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도 할 수 있고, 누구나 미디어를 배우고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일선 학교의 미디어 교육도 탄력 받을 수 있다. 

▲ 건물 옥상에 세워진 미니FM 송출 안테나 ⓒ 동작FM
▲ 건물 옥상에 세워진 미니FM 송출 안테나 ⓒ 동작FM

또 하나의 바람은, 지역의 케이블 방송국이 TV 채널을 갖고, 지상파 라디오가 주파수를 갖고 방송하는 것처럼 동작FM도 고유의 주파수를 갖고 싶다. 2019년 12월에는 미니FM으로 3일 동안 한시적으로 주파수 송출을 해 봤다. 주파수를 받으려면 공간과 시설을 확보해야 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실제 방송을 해보니 라디오 주파수에 맞추는 생활패턴이 거의 사라졌고, 라디오 기기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방송은 송출해야 할 실체가 있어야 파워를 갖는 법, 꼭 이뤄보고 싶다.

미디어는 이제 누구나 소유하고 제작하고 송출할 수 있는 시대로 정착했다. 마을미디어도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스튜디오에서 그들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커뮤니티로 들어와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제를 주도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를 자처했다. 마을미디어로 세상을 연결하고 커뮤니티를 주도하는 동작FM은 더 이상 작은미디어가 아니다. 마을미디어가 열어갈 수 있는 무한한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선구자. 마포FM, 관악FM 같은 마을미디어의 시조새는 아니어도 오래도록 마을미디어의 맥을 잇는 전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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